낯선 곳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 보는 동네, 처음 보는 사람들, 첫 만남의 어색한 순간. 끌림에 도착해서 모든 것을 낯설어 하고 있을 때 그 곳에 있는 여자 스태프 두 명이 방안내를 도와줬다. 20kg이 넘는 무거운 내 한 달 치 짐을 선뜻 들어주겠다며 낑낑거리면서 2층까지 들어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나 홀로 어색해하고 있을 때 반갑게 인사해주며 분위기를 풀어주려 하는 모습이 고마웠다.
숙소에서 하게 된 통성명. 여자 스태프 한 명이 “이름이 뭐예요? 몇 살이에요?”라며 먼저 물어봐줬다. “저는 23살 김리아에요!” 그랬더니 이름을 물어본 여자 스태프가 “어? 그러면 저희보다 언니네요! 저는 21살, 이 언니는 22살이에요! 말 편하게 하세요. 언니!” 유독 언니를 강조하던 이 스태프... 이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내가 이들에게 휘말리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함께 생활할 곳에 짐을 풀고 다 함께 카페를 가기로 했다. 1층으로 내려와서 새롭게 만난 남자 스태프 3명. 또다시 시작된 통성명과 나이 공개... 한 명은 자기도 23살이라며 쉴새 없이 말을 걸어왔고 다른 한 명도23살,나머지한명은24살이라며그렇게끝이나지않을것 같던 통성명이 끝났다. 그리고 도착한 사장님. 사장님의 차를 타고, 시작된 혼돈의 카오스.
23살이라며 나에게 말을 걸어오던 스태프는 다른 23살이라고 했던 스태프에게 무의식적으로 형이라 불렀고, 22살이라고 하던 스태프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23, 24살이라는 스태프들에게 이름을 부르곤 했다. 모든 말에 귀 기울이던 나는 처음에는 믿었던 말들도 하나 둘씩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나에게 말한 나이는 거짓말 같아보였고, 그렇게 생각이 든 뒤로 모순적인 말들이 점점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들과 한통속이었던 사장님도 내가 눈치챘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들에게 “야, 너네 다 들켰어. 쟤 눈치챘어~” 라며 김이 샌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알고 보니 그곳에 있던 스태프 중 나보다 어린 사람은 없었고, 21살이라던스태프는그말을 믿을 정도로 어려 보였던 24살 언니였고, 자기도 23살이라며 나에게 말을 계속 걸어오던 스태프도 24살 오빠였다. 각각 23살, 24살이라던 스태프는 26살 오빠들이었고, 마지막으로 22살이라던 스태프는 27살 제일 언니였다. 이 모든 헤프닝은 내가 불편할까 봐 빨리 친해지기 위한 몰래카메라였고, 허술했기에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던 서프라이즈였다. 덕분에 그들과 좀 더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고, 어느샌가 그들 사이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도착한 날부터 근무를 시작했고,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본 나는 비교적 빠르게 일을 배웠다. 생각보다 할 만했던 근무였고,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오후 근무는 체크인, 파티 음식 준비, 파티 보조, 뒷정리가 주된 업무였고 뒷정리는 근무가 아닌 스태프들도 함께 도와주는 분위기였다. 쉬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도와주는 스태프들을 보며 ‘아, 여기는 진짜 좋은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곳에 있으면 행복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다.
그렇게 정신없던 하루가 지나고 둘째 날 아침. 오전 근무가 시작되었다. 끌림은 하루에 3명씩 근무를 하며 3일 근무 3일 휴무로 근무 날이 정해져 있었다. 스케줄이 나오기 전에 미리 매니저 오빠한테 말을 하면 스케줄 변동이 가능했고, 점심은 실장님이, 저녁은 주로 매니저 오빠가 해주셨다. 실장님의 음식은 웬만한 음식점보다 맛있었고, 매일 밤 매니저 오빠가 다음날 점심 먹을 사람을 물어보았다. 사람 수에 맞춰서 점심을 준비해 주시기 때문에 미리 인원 파악을 하는 것이였다.
오전 근무는 게스트하우스 주변 정리 및 게스트 배웅, 객실 초벌 청소만 하면 끝이 났다. 객실이 많지 않아 오래 걸리지 않았고, 초벌 청소만 하면 나머지는 청소해주시는 분이 따로 계셨다. 오전 근무가 끝나면 샤워를 한 후 실장님이 해주시는 맛있는 점심을 먹고, 쉬는 시간이 되어 사장님과 끌림에 있는 스태프들이 다 함께 카페를 갔다. 카페에서 짧은 여유를 즐기고 나니 금세 오후 근무 시간이 돌아와서 전날과 같은 일과를 반복했다.
내가 끌림에 온 첫날 다른 스태프 한 명이한달이라는기간을마치고집으로돌아갔고,둘째 날 새로운 스태프가 도착했다. 또다시 새로운 스태프를 위한 몰래카메라가 시작되었고, 이번에는 나도 속이는 쪽에 포함되었다. 하루 만에 모든 적응을 마치고 이제는 함께 장난을 치는 사이가 되었다. 같이 있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으며, 함께하는 순간들이 즐거웠다. 근무 시간조차 근무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었고 행복했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고 돌아온 사장님의 질문. “어때? 할만해? 일은 힘들지 않아?”라며 나의 상태를 물어보셨다. 나는 “재밌어요! 일 별로 안 힘들어요~”라는 대답을 했고, 옆에 있던 다른 언니 오빠들은 “리아 일 잘해요! 여기 원래 있던 것 같아요”, “리아 온 지 이틀밖에 안 됐어? 2주는 넘은 것 같은데?”라는 말을 했다. 단 이틀이지만 나는 정말 이곳에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고 나를 좋아해 주는 이 사람들이 고마웠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익숙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이러한 곳에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끌림에 온 것은 나에게 행운이었고 행복이었다. 이렇게 나는 끌림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새로운 가족들을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