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는 달콤하다

by 김리아

휴식은 언제나 달콤하다. 특히 일하고 난 다음에 주어지는 휴식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3일 근무 후 주어지는 3일 휴무 날. 나는 이 휴무를 누구보다 잘 사용하기 위해 매번 무얼 할지 생각해보곤 했다. 첫 휴무 때는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혼자 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다 함께 나가지 않는 이상 숙소에 머물렀다. 소중한 휴무를 그렇게 보내고 나니 그다음부터는 노하우가 생겨서 다 함께 사장님 차를 타고 카페 다녀오는 길에 버스정류장에 내렸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가는 곳은 협재. 그곳에 가면 주로 친구와 함께 휴무를 보낸다.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카페가 하나 있다. 이곳의 이름은 슬랩(slab). 협재해변 앞에 위치해 있고, 메뉴 하나하나 사장님의 정성이 가득한 곳이다. 사장님의 정성이 들어간 음료를 마시며 바라보는 협재해변은 나에게 커다란 쉼을 가져다준다. 따스한 햇살, 눈 앞에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 언젠가 꼭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비양도를 멍하니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나면 ‘이런 게 힐링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순간순간이 소중했고 지금은 그 시간이 그립다.


협재해변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황홀함이 느껴진다. 모든 일몰이 아름답고 예쁘지만, 그곳만의 매력이 있다. 바닷가에 있는 바위에 앉아 지는 해가 지는 모습, 그 해가 비추고 있는 바다가 반짝이는 모습, 비양도의 반쪽이 유독 밝게 빛나는 모습, 그 모습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면 일몰의 강렬한 마지막 모습과 함께 어느 순간 찾아오는 어둠과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다.


눈을 감으면 들려오는 잔잔한 파도 소리와 바위에 부딪히며 철썩이는 파도 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거센 바람 소리,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 고요함 속에서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는 나로 하여금 온전한 여유를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여유는 나에게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고, 이 행복들은 내 여행의 이유가 된다. 휴무 날 찾아온 이러한 행복들은 나의 휴무를 더욱 달콤하게 만들어준다.


이뿐만 아니라 나에겐 휴무 날 찾아온 또 다른 행운이 있다. 유독 길었던 4일 휴무의 세 번째 날. 다른 곳에서의 여행을 마치고 끌림 식구들 만나 제주 시내에 나갔다. 함께 밥을 먹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추억을 쌓으며 시간을 보내고 나니 그날의 근무자 세 명은 오후 근무를 해야 할 시간에 되어 먼저 집으로 돌아가고, 그날의 휴무였던 나와 정훈이는 시내에서 조금 더 놀기로 했다. 저녁 시간이 되어 추천받은 곳에 가서 연어와 함께 가벼운 술자리를 즐겼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어느덧 집에 갈 시간이 다가왔다.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길. 둘 다 잠이 들어버려서 한 정거장을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 걸어갈 수 있는 곳에서 내린 우리 둘. 아무도 없는 어두운 시골길. 잔잔한 노래를 틀고 집을 향해 걸어갔다. 이때 찾아온 작은 행운 하나. 밤하늘의 별을 보며 집을 향해 걸어가던 중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별똥별을 보았다.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그 순간 너무 놀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우연히 맞이한 이 행운은 나에게 커다란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난생처음 보는 별똥별이 신기했고, 별똥별을 보면 소원을 빌어야 한다는 사실이 생각나서 얼른 소원을 빌었다. 별똥별을 보고 나서 별똥별을 봤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흥분이 가시지 않은 채로 집에 가는 길 내내 별똥별 얘기를 하며, 또 보고 싶은 마음에 하늘만 바라보며 집으로 향했다.


초반의 휴무는 날마다 여행을 가느라 바빴다. 휴무 날이 되자마자 어디론가 떠났고, 어떤 날에는 목적지조차 정하지 않은 채로 떠나기도 했다. 내 긴 여행이 끝이 다가오던 휴무 날에는 어디 가지 않고 끌림에 머물렀다.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웠고,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그 시간들을 끌림 식구들과 보내고 싶었다. 휴무 날 아침 늦잠을 잘 수 있는 특권을 만끽했고, 늦잠 자고 일어나 실장님이 해주시는 끌림 맛집의 점심을 먹은 후 다른 사람들의 쉬는 시간에 끌림 식구 다 같이 카페를 다녀왔다. 오후에는 끌림 주변 애월 앞바다를 보며 산책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와 게스트들이 즐거워하는 파티를 보며 나도 덩달아 신나하기도 했다.


휴무 날 끌림에 있을 때는 일손을 도와주기도 했다. 근무도 아닌데 일손을 도와주는 일은 생각보다 즐거웠다. 가만히 있기 심심할 무렵 심심함을 달랠 수 있어서 좋았고 하기 싫을 땐 언제든지 하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근무자들의 근무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나면 다 함께 뒷정리를 마친 후 가벼운 술자리로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이렇게 달콤했던 나의 휴무는 마치 한편의 꿈을 꾼 것 같이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