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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땅

by 괜찮은 작가 imk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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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땅콩 세 봉지가 붙은 걸 샀다. 한 봉지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텔레비전을 보며 남편과 나눠 먹었다. 다음날, 저녁밥을 충분히 먹었는데도 또 생각이 났다. 다른 한 봉지를 뜯었다. 요이 땅(ようい,どん)! 책을 읽으며 혼자서 와구와구 먹었다. 중간에 그만 먹고 묶어놓을까, 하고 잠시 망설였지만 그러지 않았다. 빠르게 몽땅 해치워야 했다. 잠시 뒤, 손가락 끝에 닿는 과자가 없었다. 고개를 돌려 봉지 안쪽을 들여다봤다. 텅 비었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됐다. 이제 영원히 오징어 땅콩은 먹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질릴 때까지 먹어서 인연 끊기, 시작은 누네띠네였다. 처음 그걸 먹었을 때 눈이 번쩍 뜨이는 듯했다. 얇은 겹겹의 층이 입안에서 와사삭 부서졌다. 씹고 나면 눅진한 달콤함이 입안에 고였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누네띠네 한 상자가 생겼다. 나는 아끼는 대신 실컷 먹어보기로 했다. 개별 포장된 그것들을 먹고, 먹고, 또 먹었다. 입천장이 까지고 더는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때, 속으로 외쳤다. 이제 끝! 앞으로 누네띠네를 먹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스쳤다. 그러려고 작정한 것도 아니었는데 실제로 그랬다. 슈퍼마켓이나 제과점에서 마주쳐도 예전에 참 좋아했었지, 하는 느긋한 감상만 하면 되었다.


세상 모든 것에 그럴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렇지는 않았다. 집착이란 낱말은 생긴 대로 놀았다. 그야말로 움켜쥐듯 착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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