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어른거렸다. 호수 얕은 곳의 검은 덩어리였다. 거기는 이름 모를 풀과 돌, 바닥의 흙으로 뿌옇기에 무엇이든 선명하게 보이지 않았다. 살랑거리며 지나가는 물고기도 흙빛이었고 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곳이나 썩어가는 나뭇가지와 낙엽이 쌓인 곳은 한층 어두웠다. 내 눈을 사로잡은 검은 형체는 얼핏 검정 비닐봉지처럼 보였다. 하지만 어딘가 느낌이 달랐다.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것은 끊임없이 너울거렸다.
아무래도 궁금했다. 산책로에서 내려와 호숫가 수풀 위에 섰다. 동그란 몸체에 꼬리가 달린 작은 개체들, 올챙이 무리였다. 크기가 작아서 처음엔 알에서 와르르 깨어나는 중인가 싶었다.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아닌 듯했다. 껍질이랄까, 알이 부서진 흔적이 눈에 띄지 않았다.
문득 작은 물고기들이 떼지어 다니면서 몸집이 큰 개체인 양 보이려 한다는 게 떠올랐다. 저 작은 올챙이들도 살겠다고 모여있는 듯했다. 마침 그들 옆을 지나던 어른 손바닥 길이 정도의 물고기 한 마리는 녀석들을 공격하지 않고 그저 유유히 지나갔다. 이미 식사를 마친 다음일지도 몰랐지만 배고팠대도 뭉쳐있는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냥은 현명하지 않다는 걸 알 터였다. 문득 무엇의 올챙이일지 궁금해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청개구리나 참개구리 올챙이는 단독으로 생활하거나 소수로 함께 움직이며 집단 이동은 두꺼비 올챙이라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색깔이 유난히 검다 싶더라니.
그들의 움직임을 더 관찰하기로 했다. 움직이는 모습이 완벽한 군무인 양 보였다. 그중에 누가 리더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둥글게 뭉쳐있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때로는 물고기 모양이 되기도 했으며 둥근 도넛 모양이었다가 커다란 올챙이 모양이 되기도 했다. 제자리에서만 모양을 바꾸는 게 아니라 슬근슬근 옆으로도, 앞으로도 이동했다. 어느 순간 그들이 형태와 움직임이 오선지 위의 기호가 춤추는 듯 느껴졌다. o♩♪♭… 어쩌면 그들이 어떤 노래 내지는 움직임을 통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흥겨워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