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아들딸과 대화하다 보면 제가 못 알아듣는 표현이 가끔 나옵니다. 테토남과 에겐남도 그랬습니다. 테토남의 테토는 대표적인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테토남은 강인한 남성을 말해요. 에겐남의 에겐은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 에겐남은 섬세한 성향의 남성을 일컫습니다. 물론 테토녀, 에겐녀도 있어요. 호르몬 명칭으로 성격을 분류한 거라는 설명에 저는 한참을 웃었습니다.
한국인도 끊임없이 쏟아지는 신조어를 일일이 알기 어려우니 외국인에게는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중급 2 언어생활 단원에는 한국어 사용의 어려움에 관한 표현이 나옵니다. ㅈㄱㅇㄷ(지금 어디), 댕댕이(강아지), 현타(현실 자각 타임), 이런 신조어도 그림과 함께 소개됩니다. 어떤 학생은 몇 개 들어봤다고 하지만, 대개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습니다.
어느 나라나 신조어가 있겠지요. 그런데 한국은 사회 변화가 빠르고 인터넷망이 무척 발달했습니다. 거기에 언어적 특징으로 인해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데 유독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한국어는 기존의 단어에 결합해서 새로운 의미의 단어를 만들기 쉽습니다. 찜질방만 가도 산소방, 황토방, 소금방, 이런 식으로 공간에 이름을 붙입니다. 줄임말도 많지요.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졌다는 갑분싸, 치킨과 맥주는 치맥,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는 안물안궁, 완전 소중하다는 완소 등. 테토남, 에겐남, 갓생(God + 生), 고퀄(高 + Quality), 간지 난다(かんじ + 난다), 얼죽아(얼어 죽어도 Iced Americano), 뇌피셜(뇌 + official), 내로남불(내가 하면 romance, 남이 하면 不倫), 뚱카롱(뚱뚱한 macaron)에서 보다시피 한자어나 영어 등을 붙여 만들기도 합니다.
신조어는 끊임없이 등장하고 사라지기에 세대 간 소통 단절을 일으킨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습니다. 멘붕(mental 붕괴, 정신적 혼란 상태), 심쿵(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 대박, 헐, 혼밥(혼자서 밥 먹음)처럼 신조어라 부르기도 어색할 만큼 생활어가 되어버린 예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예가 더 많아서입니다.
여러 해 전에 유행했던 즐(초기에는 긍정적 인사말이었는데 나중엔 상대를 비꼬는 부정적 의미로 변질), 안습(안구에 습기, 안타깝거나 측은한 상황 묘사), 방가방가(만나서 반갑다), 몸짱(몸매 좋은 사람),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쩐다(대단하다), 이태백(이십 대 태반이 백수), 문송하다(문과라서 죄송)는 요즘 거의 쓰지 않습니다. 이런 표현을 쓰면 옛날 말투, 레트로 감성이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40대 이상의 성인이 10대나 20대가 쓰는 신조어를 과하게 사용하면 자칫 젊어 보이고 싶어 하는 안간힘처럼 느껴질 우려도 있어요. 사실 개꿀, 꿀잼, 킹받네, 바이브 미쳤다, 탈진각, 느좋, 쌰갈 등의 뜻은 알아도 중년인 제게는 입에 붙지도 않아요. 모든 세대의 신조어를 다 알고 직접 쓰기까지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그러니 선택하는 말 한마디에 세대가 드러나는 셈이지요. 예를 들어 짜증 나는 상황에서 누구는 열받는다고 하고 누구는 킹받는다고 한다든가, 멋진 사람을 보고 누구는 간지난다고 하고 누구는 와, 미쳤다! 고 할 수 있는 거죠. 이럴 때 상대방의 용어를 모르면 그건 무슨 뜻이냐고 서로 물어보며 한번 웃어봐도 좋겠어요.
언어 파괴 논란도 있지만, 신조어는 언어유희나 익살을 좋아하는 유연성과 새로운 표현을 창조해 내는 역동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사회의 변화와 인식도 담고 있고요. 낯선 말들이 쏟아지는 한국어는 오늘도 젊게 요동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