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할 때는 안전벨트를 꼭 매야 돼요.’
중급 2 법과 질서 단원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한 학생이 어깨에 가방 메는 시늉을 하며 물었습니다.
“선생님, 가방을 메다, 할 때 그 ‘메다’요?”
* 매다: 끈이나 줄 따위의 두 끝을 엇걸고 잡아당기어 풀어지지 아니하게 마디를 만들다.
끈이나 줄 따위로 꿰매거나 동이거나 하여 무엇을 만들다.
가축을 기르다.
옷감을 짜기 위하여 날아 놓은 날실에 풀을 먹이고 고루 다듬어 말리어 감다.
달아나지 못하도록 고정된 것에 끈이나 줄 따위로 잇대어 묶다.
끈이나 줄 따위를 어떤 물체에 단단히 묶어서 걸다.
어떤 데에서 떠나지 못하고 딸리어 있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사물의 값이나 등수 따위를 정하다.
논밭에 난 잡풀을 뽑다.
*메다: 어깨에 걸치거나 올려놓다.
어떤 책임을 지거나 임무를 맡다.
뚫려 있거나 비어 있는 곳이 막히거나 채워지다.
어떤 장소에 가득 차다.
어떤 감정이 북받쳐 목소리가 잘 나지 않다.
학생의 질문에 답이 되는 의미는 밑줄 친 부분입니다. 어깨까지 걸치는 안전벨트만 보면 ‘메다’와 헷갈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골반 부근에서 묶는 것도 있고, 몸을 묶어 고정하는 게 초점이니까 ‘매다’가 맞습니다.
‘매다’는 끈이나 줄로 동여 감는다는 뜻입니다. 넥타이를 매고, 신발 끈을 매고, 금메달을 목에 맵니다. ‘매달다’라고 하면 줄이나 끈으로 어떤 것을 다른 곳에 달려 있게 한다는 뜻이고 ‘매다’보다 단단히 묶는 느낌의 ‘동여매다’ 도 있어요. ‘메다’는 어깨에 짊어진다는 뜻입니다. 보따리를 이고 지고 메고, 라는 말이 있는데 이건 보따리를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어깨에 멘다는 의미랍니다. 사람들이 나서길 꺼리는 공동의 일을 도맡게 되는 일은 총대를 멘다고 합니다.
저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런 문장을 만들어봤습니다.
- 아이들이 어깨에 멘 가방에 주렁주렁 매달린 장식 인형이 귀엽다.
문장을 만들고 나니 아이가 엄마에게 매달리는 모습도 그려지네요. 사랑에 매달리다, 사랑에 목매다, 승진에 목을 매다 와 같이 무언가에 지나치게 의지하고 집착하는 상태를 말할 때도 ‘매다’를 씁니다. 섬뜩하지만 ‘목을 매다’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메다’에는 뭘 채우거나 막는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래서 고구마를 먹다가 목이 메면 물을 마십니다. 속이 미어지면 목멘 소리가 나고 감정이 북받쳐 목메 웁니다. 이처럼 ‘매다’, ‘메다’는 상황과 대상에 따라 여러 의미를 갖습니다.
가수 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에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 ♫
재일 동포 형제를 향한 목메는 그리움과 부산항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노래지요.
조운파 작사 작곡의 노래 ‘칠갑산’은 이런 가사로 시작합니다.
♪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
여기서 콩밭을 맨다는 말은 밭에 난 잡풀을 뽑는다는 의미입니다.
안전벨트 매는 것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콩밭 매는 노래로 매듭을 지었네요. 하나의 주제에 단단히 매달려야 하건만, 사고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곁가지까지 어깨에 메고 나선 모양새가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