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혼자보다 여럿이 모이는 것이 좋아 소모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누구나 그러하듯 한 두개 이상 만들어진 소모임은 짧게는 2~3년 길게는 10년이 훨씬 넘는 기간을 유지하며 그 안에서 친목과 웃음을 찾는다. 이제 50을 훌쩍 떠나보니 사람의 소중함, 인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아주 작은 이유에서 마음이 상해 돌아서기도 하고 혹은 감사해서 눈물이 나게 만들어 버리는 관계들의 소모임... 친정어머니께서 친목모임을 하시는 모습을 보며 자랐던 그 시절 어머니는 소모임을 통해 해외 여행을 다니셨다. 해외 이곳 저곳을 그렇게 즐겁게 다니시던 어머니는 내가 "사람은 멀리 떠나보아야 안다." 라고 하셨다. 무엇을? 같이 사는 사람의 소중함을 내가 그동안 살아오던 자리에서의 나의 모습을 그리고 새로운 더 커다란 세상에 대한 인식을...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마치 그동안 미뤄왔던 여행을 몰아쳐서 다니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지금은 알 수 있다. 우리 어머니도 엄청 그리고 많이 세상이 궁금하셨었구나. 라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릴 적 시골집 밭에서 일을 하면서 지나가는 기차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셨단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걸까? 나도 저렇게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일찌감치 상경하여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셨다고 말씀하셨다. 세상이 궁금한 친정어머니는 그렇게 새롭고 낯선 곳에서 얼마나 신기하고 즐겁고 두려우셨을까?
가끔 강의를 하다 보면 청소년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다. 세상을 많이 보고 많이 다니라는 그런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더 많이 더 멀리 다니기 위해 배운 운전 실력 덕분에 꽤 오래전부터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 누비고 다닌다. 꽤 괜 찮은 운전 실력 덕분에 소모임에서 나는 운전사 역할을 맡아 모임에서 절대 강퇴되지 않은 회원 1호가 되었다. 기쁜 일일까? 최소한 운전 실력 하나는 검증 받은 셈이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터... 어느 덧 나도 친정 어머니 처럼 되어 버렸네?! 그렇게 여러 소모임은 여행을 하는 모임으로 전환 아닌 전환이 되었고 나에게도 아주 특별한 여행이 시작되었다. 혼자 가는 여행이 아닌 서로 다른 친구들, 언니들, 동생들, 그리고 가족과 사는 집을 떠난 여행, 누구나 그렇듯 욕심껏 이곳 저곳을 다니며 추억을 공유 중 이다. 낯선 곳을 가고 또는 갔던 곳을 계절을 달리해서 그렇게 누구에게 뒤질세라... 이번에 못 가면 큰일 날세라, 정말 누가 보면 미친(?)듯이 여행을 다닌다. 큰 돈 들이지 않고 가장 필요한 여행 준비물인 시간만을 들고 떠나서 새로움을 맞이한다. 이번엔 어디를 가볼까? 몇날 며칠을 머리 맞대고 고민하고 준비해서 떠나는 여행에서 웃음보따리 한가득, 추억보따리 한가득, 그리고 주부이며 엄마인 나이기에 서로들 맛있는 지역 먹거리 한 가득 보따리에 담아 돌아오는 그런 여행...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에서 죽을 때까지 그들과 함께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인생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고 싶은 욕망(?) 아닌 더 먼 미래를 준비하고자 하는 간절함인지도... 웃으며 그런 이야기를 나눈다. 갈 수 있을 때까지 같이 가보자. 이런 시간 속에 추억을 모아 더 이상 떠나는 것이 힘들어질 때쯤 그동안의 사진과 추억을 모아 시네마 천국처럼 떠나 본 것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 영상을 돌려보는 거도 좋지 않을까 하는 욕심을 부려 본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보상을 받는 그곳에서 새롭게 살아갈 의지를 키우고 돌아오길...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떠나 보는 것에 대한 즐거움이 되길... 오늘도 떠나보기 위해 또 열심히 일하러 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