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구나. 주변은 서서히 울긋불긋 변화를 보이고 사람들은 색으로 시간의 흐름을 계절의 변화를 기억한다. 일주일을 열심히 살고 나면 보상처럼 주말 혹은 주일쯤 강 건너 다산 정약용 유원지로 새벽부터 서둘러 일어나 떠난다.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찾게 된 이곳은 꽤 오랜 시간 가장 많이 다녀온 곳이기도 하다. 항상 같은 곳을 가더라도 누구와 어떤 일로 가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부터 서둘러 나갈 준비를 한다. 따뜻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이고 드립 커피와 텀블러, 그리고 출출함을 달래기 위한 과일과 과자를 준비해서 나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누구와 가느냐인데 나에게 50년 지기 친구이자 혈연관계 우리 언니와 나름 뜻이 맞아 같이 움직이는데 오늘도 그러했다.
친정어머니는 언니와 나를 연년생으로 낳으셨다. 아이고... 하나도 아니고 둘이 고만 고만하게 같이 먹고 같이 입고 그렇게 학교도 같이 다니며 선후배로 친구로 살아온 자매이자 멘토 멘티...
봄엔 언제 새싹이 나올까 궁금해서 여름에는 시원한 새벽 공기와 비 온 뒤 흙내음을 맡으러 가을엔 선선한 바람과 나뭇잎 익어가는 냄새를 맡으러 그리고 겨울은 눈이 내리거나 아주 차갑고 시원한 공기와의 접촉 그리고 해가 바뀌는 첫날 해돋이를 보러 그렇게 언니와 다닌 지 꽤 되어 간다는 것을 오늘도 숫자 세 듯 기억하게 된다. 우리 집 앞마당 나가듯 그렇게 그곳에 가면 내가 마치 부지런한 듯 여유로운 사람인 듯 그렇게 기분 좋게 걸어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어제일이나 소소한 일상이었던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곳에 머문다. 생각보다 꽤 괜찮은 가벼운 여행 같은 짧고 부담 없는 나들이는 그렇게 일주일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이다. 간혹 그곳에 오는 다른 이웃과의 가벼운 대화, 가령 이제 막 돌이 지난 남자아이의 귀여운 모습에 말을 걸다 가족끼리 인사하며 마치 옆집 이웃인 듯 이야기가 이어질 때면 타인에 대한 스스럼없는 다가감을 어려워하지 않는 나를 발견한다. 강에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산에 걸쳐진 구름, 무심히 지나가는 배로 강물이 넓은 파장을 일으키며 출렁일 때 마치 이곳은 시간이 멈춰있는 듯 시간이 순하게 지나가는 듯 그렇게 나의 마음을 순하고 평온하게 만든다. 또 누구와 이곳을 오게 될까?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러 이곳에 오고 싶다. 아지트와 같은 이곳이 있음을 감사하고 그래도 기후 위기시대 주변 정리를 깨끗이 하고 또 일주일을 열심히 살 힘을 얻고 돌아온다. 잠깐 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 연근이 눈에 띄네. 욕심껏 바구니를 들어 담고 돌아오는 길에 옛날 생각이 난다. 친정어머니와 이곳에 자주 왔다는 것과 항상 이곳 연근을 사 와 좋아하시던 연근 조림을 나름 훌륭하게 만들어 드리던 기억을... 누구 그랬더라.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놀면 뭐 해. 그냥 움직이다 보면 뭐라도 생기지 않을까? 주고받던 대화에서 기억하는 말들... 이렇게 그래도 움직여서 소소한 추억을 만들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