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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녁별 Jul 13. 2023

장례 3일 차 - 발인(1)

아버지, 편안하게 잠드세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만으로 3일째 되는 날, 새벽이 밝았다. 빈소는 차려진 날부터 시작해 조문객은 새벽 2시까지 방문했다. 멀리서도 기꺼이 와주신 그 마음은 정말 고맙지만, 3명이 3일간 빈소를 지키고 조문객을 맞이하는 일은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치렀는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매우 힘들었다.  


전날 새벽까지 모든 조문객이 다녀간 뒤, 맡상주인 오빠는 빈소에 작은 담요 한 장만 덮고 잠깐씩 눈을 붙이는 정도였고, 그나마 눈을 뜨면 영정 사진 앞에 향을 피웠다고 한다. 

엄마와 나는 빈소 옆에 딸린 작은 방 1인용 침대에 몸을 뉘었지만, 수면제를 일일 용량 이상으로 집어 먹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어머니 역시 마찬가지셨는지 뒤척임이 심했고, 하루에 백만 원도 넘는 빈소에서 제공하는 침대라고 하기엔 너무 구닥다리인 침대는 사람이 뒤척일 때마다 심하게 삐걱거렸다. 젠장. 내가 이래서 대학병원을 싫어해.


아무튼, 청소하는 직원이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새벽 5시 반부터 혹은 장례식장은 새벽부터 시끄러운지라 반 강제 기상이다. 몸은 이미 녹초가 되었고, 정신은 말짱했지만 당최 일어나 지지 않았다. 그러자 다급했던지 오빠가 방문을 두드리며 우리에게 재촉한다. 


"9시에 장례지도사가 오면 바로 떠날 거야. 비용 정산하고 빈소 정리해야 하니까 다들 움직여요." 


오전 7~8시 사이에 매점에서 직원이 올라와 "여상주님~"하며 나를 부른다. 그리고 남은 음료들과 술, 비품 중 반품할 것을 함께 수량을 꼼꼼히 체크하며 정산할 비용을 재차 확인한 뒤 갔다. 사실, 개수가 어떻게 됐는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맞겠거려니... 믿어야지 뭘. 


다행이었던 건 우리가 주문했던 물품 중에서 음식을 제외한 매점 용품은 반품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개봉하지 않은 콜라나 사이다, 술, 그리고 일회용 접시, 간식, 안주 등, 혹시 몰라서 찍어둔 사진을 확인해 보니 비품 속에는 화투장도 있더라. 워낙 정신도 몽롱하고 경황없어서 식당 구석에 있는 큰 박스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 못했는데, 그 속에서 별별 물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우리는 오빠 회사에서 지원해 준 비품들 덕분에 매점 비용은 좀 절약할 수 있었다. 


좋은 회사에, 특히 직원 복지가 좋은 회사에 다녀야 함을 또다시 실감했던 순간이다. 


이후 장례식장 사무실에서 연락이 왔고, 오빠는 비용을 정산하러 갔다. 장례식 사용 비용은 총 세 가지로 나뉘었다. 빈소 사용비, 식당(음식) 비용, 음료와 각종 비품을 판매한 매점용품 비용. 오빠는 그렇게 세 장의 영수증을 가져왔다. 총액은 대략 천 만원쯤으로 기억한다. 서울추모공원 화장에서 만난 큰 외삼촌 이야기로는 그 정도면 적게 쓴 것이라고 하는데... 


8시 반쯤인가, 누군가가 빈소에 찾아왔다. 처음에는 '발인 날 조문을 오나..'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의 관을 들어주기 위해 하루 월차를 내고 제주도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온 오빠 친구였다. 눈물 핑....


그리고 9시경, 장례지도사라고 하는 중년의 남성이 찾아왔다. 어제 왔던 사람과는 다른 사람이다. 우리는 그분의 인도에 따라서 내가 영정 사진을 들고, 지금도 기억이 나지 않는 길을 따라서 대형 버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관을 들기 위해 모인 5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두 명은 오빠 친구였고, 세명은 회사 직원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을 구할 수가 없어서 맡상주인 오빠가 들었다. 사실, 상주가 관을 만지면 안 된다는 속설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 가족은 몰라도 너무 몰랐고, 우리 친척이란 사람들, 그리고 아버지 생전 그렇게 장례식장마다 쫓아다녔던 친척이란 사람들 그리고 지인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

그래, 장례식은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했지? 


6명이 버스 기사와 장례지도사의 지시 아래 자주색 천으로 곱게 감싼 아버지의 관을 들어 버스 아래 칸에 모신다. 그리고 모두 버스에 탑승하고, 우리는 3시로 예약한 화장 시간에 맞춰 가기 위해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추모공원으로 향했다. 


여기, 정말 할 말 많은 지랄같은 곳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 회로 넘기겠다. 



장례 3일 차 발인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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