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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녁별 Jul 18. 2023

WHAM!

넷플릭스 발 다큐멘터리, 왬! 을 보았다. 조지 마이클을 기리며

나는 1980년대 팝 뮤직을 여전히 좋아하고 요즘도 듣는다. 그리고 그 시절 활동했던 뮤지션들 - 뉴 키즈 온 더 블록, 아하, 듀란듀란, 마이클 잭슨, 마돈나, 신디 로퍼, U2, 퀸 등등.. 뮤직 비디오를 유튜브를 통해 보는 것을 즐긴다.


지금은 유튜브나 기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뮤직 비디오를 TV로 시청하기 매우 어려웠던 1980년대, 나는 1987년 왬의 음악을 처음으로 들었다. 역시 고인이 되신 팝 칼럼니스트 김광한 님이 진행자로 나섰던 코미디 프로그램 <쇼 비디오자키>를 본방 사수했던 나에게 프로그램 중간 혹은 마지막에 나오는 팝 스타의 뮤직 비디오는 신세계와 같았다.  

조지 마이클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기억하는 뮤비는 흑백으로 제작한 <The Edge of Heaven>이었던 것 같다. 징 박힌 가죽 재킷, 청바지, 통기타, 그리고 레이밴 선글라스와 멋진 구레나룻은 당시 국민학생 눈에 매우 멋졌다. 아니 남자를 보고 설레게 한 주인공이었다. 첫사랑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

캐주얼 외에도 아르마니 슈트도 기가 막히게 잘 어울렸다. 슈트가 찰떡처럼 잘 어울리는 남자를 이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다.


아무튼, 무슨 뜻인지도 모르며 흥얼흥얼 따라 부르다가 참을 수 없어서 동네 음반 가게로 향했다. 당시 사장의 짜증이 느껴졌을 정도였지만(애들이 우르르 와서 성가시게 굴었으니...) 모르는 척하며 왬의 음반을 샀고, 사장이 제발 나가달라고 애걸할 정도로 다른 가수 추천 음반도 골라달라며 조르기까지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혼자 갔더라면 됐을 걸 굳이 친구들까지 데리고 갔던 탓에.. 지금은 사라진 음반 가게 사장님과 점원 님. 그때 죄송했어요.


본론으로 돌아와서 넷플릭스에 왬! 의 다큐멘터리가 공개된다는 사실을 페이스북 조지마이클 공식 페이지를 통해 알게 되었고, 나는 공개일인 7월 5일만 기다렸다. 아.. 다시 국민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다.

저런 멋진 구레나룻은 조지마이클이기에 가능하다


왬의 활동기가 4년밖에 안된 짧았던 탓에 다큐는 1시간 정도 분량이지만, 왬은 짧고 굵게 활동하였으며 80년대 팝 음악계의 방대한 역사 속에 빠질 수 없는 이름이다. 다큐는 왬의 결성, 앤드류 리즐리와 조지마이클의 관계, 둘은 어릴 적부터 절친이었고, 앤드류는 조지(조지마이클의 본명은 '요르기오스 파나요투'다. 그리스계 영국인)를 '요그'라고 불렀다. 지금도 그렇지만 연예인의 사생활에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에 자칭 조지 마이클 전문가라고 하면서도 이 사실도 다큐를 보고 알았더랬다.


다큐는 왬의 활동기만 주제로 하고 있으며, 이후 조지 마이클에 관한 내용은 '앤드류는 그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뻐했다' 식의 멘트로 마무리하는 선에서 끝냈다. 조지의 죽음이나 생전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지저분한 동성애자'라는 사생활 관련 이야기는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조지 마이클이 왬 시절부터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닫고, 그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부분은 여러 번 언급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킵할 곡이 하나도 없는 명반, FAITH


잘 알려졌지만, 조지 마이클은 당시 대적할 뮤지션이 없을 정도로 한참 정점을 찍었던 그 시절을 소니와의 오랜 법정 싸움을 하며 썩히고 만다. 내가 여전히 머라이어 캐리를 '돌고래'라며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다. 당시 소니 사장은 머라이어 캐리의 남편이었고, 조지 마이클은 머라이어 캐리보다 자신의 앨범 홍보에 적극적이지 않은 소니뮤직과 지루하고 오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조지가 버릴 것 하나 없는 곡으로 가득한 1집 앨범 [Faith] 이후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면 얼마나 많은 명곡이 탄생했을까. 한동안 정체되었던 그의 활동은 2집 앨범 발표 그리고 공백기를 반복하다가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을 기점으로 활발해지는 듯싶었다. 새벽잠을 설쳐가며 런던 올림픽 폐막식을 보았더랬다. 아.. 생전 아니 그의 말년이라고 해야 하나? 당시 조지는 세간에 평판이 좋지 않았던 지라 열심히 퍼포먼스를 벌였음에도 객석 반응은 썰렁했고, 시원치 않아 보였다.


이후 조지는 앨범 발표, 월드 투어 및 공연을 활발하게 진행했다. 라이브 실황과 앨범이 차이 없는 아니 똑같은 뮤지션은 정말 흔하지 않다. 그의 라이브 실황을 보면, 그는 음악과 혼연일체 된 모습으로 노래한다. 

청중은 그저 거들뿐.


왬! 이 활동하던 당시에도, 나의 애정과는 별개로 조지 마이클은 아시아 국가는 일본과 중국 외엔 관심이 없는 듯했다. 아쉬웠지만, 그게 뭔 대수냐! 내가 찾아가면 되는 거지! 열심히 돈을 모았다. 그런데....


2016년 12월 25일. 조지는 그의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향년 53세. 자신의 최대 히트곡 중 하나인 <Last Christmas>처럼 크리스마스에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조지 마이클의 죽음은 종종 이렇게 회자된다.

장국영의 죽음 이후로 두 번째로 눈물을 터트린 순간이다. 뉴스에 조지의 죽음 관련 소식이 나올 때마다 울고 또 울었다.


조지의 죽음이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나는 아하와 뉴키즈 온 더 블록의 공연 관람은 버킷 리스트에 넣었다. 사실 4년 전인가... 아하의 노르웨이 콘서트 티켓을 덜컥 끊었다가 지인의 절절한 만류로 손해를 보고 취소했다. 가는 건 좋은데 그전에 영어 실력부터 좀 쌓으라는 이야기에 설득당해 버린 건데... 아무튼, 다행히 그들은 오래(!) 살 것 같아서 좀 안심.

2019년, 크리스마스 시즌 영화로 오직 조지마이클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영화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개봉했다. 영화관에서도 보고, OTT에서도 다운로드하여가며 재차 매번 흥겹게 보았다. 나처럼 조지 마이클을 좋아하는 여주인공,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서 대너리스로 나왔던 '에밀리아 클라크'의 대사는 조지 마이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내용이다.


"조지 마이클은 나처럼 가진 재능에 비해 저평가된 뮤지션이야."   


영화 마지막, 크리스마스 기념 공연에 앤드류 리즐리가 관객으로 깜짝 출연했다. 저 자리에 조지 마이클도 함께 있었더라면... 해당 장면을 볼 때마다 이 생각이 든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뮤지션, 생전 엉망이던 이미지가 사망 후 각종 선행이 알려지면서 180도 반전한 비운의 동성애자 뮤지션. 조지 마이클을 좋아한다면 그의 어린 시절부터 풋풋한 20대 모습을 볼 수 있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WHAM!>을 꼭 시청하시길.


RIP, 조지 마이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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