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엔가... 갑자기 제인 버킨의 곡 <Yerterday yes a day>가 듣고 싶어졌다. 세르주 갱스부르가 작곡한 이 노래는 심플하고 달콤한 멜로디 라인이 일품이며, 제인 버킨은 다른 곡과 달리 영어로 불렀다. 제인 버킨만을 위해 만든 곡 같다은 느낌이 강한데, 그녀가 아니라면 소화할 수 없는 유니크함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제인은 음악적 측면으로 봤을 때 '가창력'이라는 구석은 한 군데도 찾아볼 수 없는 가늘고 떨리는 목소리, 불안정한 음정으로 마치 속삭이듯 멋지게 곡을 소화했다.
제인 버킨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자. 탄성이 저절로 나오는 미인 그 자체다. 1946년 영국에서 출생한 제인 버킨. 그리고 지난 2023년 7월 16일, 프렌치 시크의 대명사로 불리던 그녀는 프랑스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76세.
제인의 삶은 매우 드라마틱했다. 영국인이지만 프랑스인이 더 사랑하는 배우, 영국 악센트가 들어간 독특한 억양의 불어를 구사하는 그녀에게 프랑스인들은 열광했고, 그녀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고 있다.
여자들의 로망... 인지 모르겠지만, 제인 버킨의 부고 기사에는 꼭 '버킨 백'이 거론된다. 가격대가 최소 천만 원부터 6천만 원까지 간다는, 사진으로만 본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버킨백을 탄생시킨 주인공이기도 한 제인 버킨의 가방 탄생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지만, 생각보다 단순한 '투정'이었다. 이렇듯 제인 버킨은 털털한 듯 보이지만 그 나름의 멋을 가진 '프렌치 시크'라는 패션 아이콘을 전 세계로 유행시켰다.
제인 버킨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젊었을 때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크고 동그란 눈, 가늘고 긴 팔다리와 밸런스가 완벽한 몸매. 하지만, 스스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듯, 말년의 그녀는 전 세계 셀럽이라면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성형 수술이나 간단한 시술조차 하지 않은 듯 보였다. 인형처럼 예뻤던 젊은 시절 모습을 더 오래 유지하고 싶었을 텐데, 아름다운 여성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홀연히 떠났다.
제인 버킨과 세르주 갱스부르
Je T'aime, Moi Non Plus
제인 버킨과 세르주 갱스부르 커플이 부른 곡 <Je T'aime... Moi Non Plus>를 들어보면 신음도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그리고 불어라는 언어 특유의 뉘앙스가 어우러져 음정이 엉망이더라도 나름의 매력이 될 수 있다는 '샹송의 법칙'을 만든 장본인 같기도 하다. 뭐, 불어가 배우기 어렵지만, 아름다운 언어 아닌가.
사실, 이곡은 세르주 갱스부르의 전 애인이자 당시 프랑스 최고의 여배우 브리짓 바르도(Brigitte Bardot)를 위해 만들었다는데, 가사가 연인 간 육체적 사랑에 관한 것으로 곡 후반에는 마치 섹스 중 교성처럼 들리는 제인 버킷의 신음소리가 압권 같다. 바르도가 이 곡의 취입을 거절하면서 제인 버킨에게 기회가 돌아갔고, 이곡으로 제인 버킨은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이후 그녀의 일거수일투족 특히, 패션은 현재까지 여성들에게 워너비가 될 정도다. 스타일리시한 패션 감각으로 전 세계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제인 버킨은 때로는 과감하거나, 때로는 꾸미지 않은 털털한 모습조차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