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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녁별 Aug 14. 2023

소셜미디어를 끊은 요즘...

스레드가 나에게 오라고 손짓한다

웬즈데이 아담스 : 소셜미디어는 무의미한 긍정들로 영혼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봐.

인스타그램, 스냅챗, 틱톡은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는 룸메이트 이니드의 말에 대한 웬즈데이의 일침. 

'도토리' 모으기와 '일촌 맺기'에 여념 없었던 '싸이월드' 시절부터 '인싸' 혹은 '셀럽'이 시작된듯하다. 그리고 나는 그쪽과는 좀 거리가 있다. 누군가는 포스팅에 점 하나만 찍어도 좋아요 수가 수십 수백 개도 달리는 데..

 

일반인 사이에서도 잘 생기고 예쁘지 않아도 이상하게 웹 상에서 인기 높은 사람이 있었고, 물론 그 사람의 사회적인 위치도 한 몫하지만, 사람들은 그들과 친구를 맺거나, 팔로잉하며 무언가 올라왔다 싶기가 무섭게 좋아요를 불이 나도록 눌러준다. 


웬즈데이는 요즘 아이들 트렌드와는 한참 거리가 먼 아이다. 입만 열면 독설을 퍼붓지만, 반박할 수 없는 촌천살인과도 같은 이야기기 때문에 맞받아 칠 수도 없다. 작가 지망생으로 집필하는 소설을 구식 타이프로 쓰며, 스마트 폰은 아예 사용하지 않고, 당연히 컴퓨터와도 거리가 멀다. 고스족답게 기숙사 생활 중 부모와 대화도 '수정구'를 통해 소통한다. 


한참 어린 이 친구가 부럽기도 하다. 영재에 가까운 천재적인 두뇌에 겁이라고는 손톱만큼 없는 당돌함, 똘기 그리고 미모까지. 이런 캐릭터 반칙이야. 

직장을 그만두면서 제일 먼저 끊은 것은 페이스 북이다. 내 페이스 북 친구는 온통 직장 생활하면서 알게 된 '공적인' 사람들뿐이다. 그나마 '타이틀'이라는 것이 있을 땐 포스팅 하나 올릴 때마다 좋아요 수가 좀 쌓였지만, 그것이 사라지자, 정비례로 확 줄어버렸다. 


예상했던 일이라서 놀랍지도 않다. 페이스 북에 심취했던 당시엔 친구 숫자가 뭐 그리 중요했는지 친구 요청이나 친구 수락을 오는 대로 주고받고 하여 700명까지 늘린 적도 있지만, 지금은 반 이상 정리해 버렸다. 몇 천명까지 있는 사람도 있는데 그게 뭐 많냐고 하겠지만... 불편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내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도 그랬고, 심지어 상대방이 나를 '친한 친구'로 등록하면 내가 누른 '좋아요'까지 알 수 있다는 시스템 덕분에 페이스 북 스토킹을 당한 경험도 있기 때문에 페이스 북은 나에게 그다지 좋은 기억의 소셜미디어가 아니었다. 


인스타그램은 계정을 만들어 두고 업로딩을 안 하는 그냥 페이스북의 자매품 같은 계정이었다. 어느 날, 알고 지낸 지 20여 년이 되지만, 역시 공적으로 만난 관계라 어쩌다 마주치면 인사나 하고 지나치는 지인에게 난데없이 카톡이 날아왔다. 


기자님, 인스타그램 계정 해킹 당하신듯해요. 계속 음란물이 올라와서 보기 불편합니다
      

이후로 아주 가끔, '해킹 방지용'으로 사진 한 두 장 올리는 게 전부였던 인스타그램이 요즘은 좀 더 편해졌다. 아, 외국 애들이 인스타그램을 선호하는 이유를 알겠구나. 물론 여기서도 광고가 있고, 상업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등 마케팅적 요소가 있지만, 그래도 페이스북 보다는 퍼스널 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하지만, 역시 내 포스팅의 좋아요 수는 10개 미만이다. 이것도 재주인가. 친한 동생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언니, 우리는 유교적 관점에 벗어나지 못해서 나 자신을 낮추며 남에게 드러내는 것에 익숙하지 못해.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 내가 무얼 하고, 뭘 먹고, 어디를 다니면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노출해야 해. 그게 요즘 살아남는 방식인가 봐." 


언제부터 인가 여러 사람과 식사하는 자리가 만들어지면, 테이블 세팅 후 시작되는 '의식'이 있다. 


"자 모두 스톱. 사진 먼저 찍고 먹어."


식욕이 자랑거리 보다 우선인 나는 항상 이 타이밍을 놓쳐 내 인스타에는 '먹스타그램'이라는 해시태그가 달린 포스팅은 거의 없다. 허허허


하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 왜 소셜미디어에서 남들이 먹는 것, 심지어 다 먹고 남은 더러운 빈 접시를 찍어서 보게 하고, 그들의 신앙생활을 구구절절 써 놓은 것을 보여주며, 럽스타그램이라고 별로 관심 없는 남들의 연애사를 봐야 하는지. 


일기는 일기장에, 육아일기는 아기 수첩에, 신앙생활은 각자 종교 기관에서.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사진 찍어 인스타에 올릴 정신이 있을까. 정말 아프면 저럴 정신도 없는데... 관종이 따로 없군. 

여행 자랑, 돈 자랑, 명품같은 물건 자랑, 자식 자랑, 애인 자랑, 집 자랑, 자랑자랑자랑..... 


젠장. 지금 나는 나는 자랑 거리가 없다. 웬즈데이처럼 천재도 아닌 주제에 단호하게 소셜미디어를 끊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나의 계정. 


며칠 전 오랜만에 인스타를 열었더니 "스레드에서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나의 인스타그램 친구들 프사가 올라오는데 그걸 보면서 아연질색했다. 트위터는 아예 시작도 안 하길 잘했지... 

웬즈데이와 나의 유일한 공통점(!)은 시니컬하다는 것 하나뿐. 그러나 한쪽은 완벽에 가까운 별종(freak)이지만 나는 평범한 '노미(Normie)'라는 것. 우울증 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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