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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 Mar 03. 2020

3월의 공기

3월로 접어드니 봄기운이 조금씩 느껴진다.

코로나 사태로 집에만 틀어박혀있어 잘 몰랐는데, 미세먼지 없고 맑은 날씨가 연일 계속되는걸 창밖으로만 감상할 수 없어 아이와 함께 나왔다. 유모차에서 잠든 아이와 함께 공원에 나와 산책을 한다. 웬일로 아이가 오래 잠들어주어 제법 여유롭게 주위를 탐색해본다. 땅속에서 먼저 피어오르는 봄을 제일 먼저 누리기 위해 비둘기며 참새들이 바쁘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별것 아닌 일상의 회복이 절실해진다. 길 한편에 버려져있는 어린이용 마스크에 그 절박함이 묻어있는 것만 같아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너무 답답한데 왜 마스크를 쓰고 뛰놀아야 하는지, 왜 집 밖을 나서려면 꼭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지. 이름도 얼굴도 모를 마스크의 주인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절실히 얻기 원했을지도 모른다. 불현듯 솟아나는 물음과 답답함에 엄마와 실랑이를 하다가 마스크를 길에 벗어던지고 뛰어갔을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을 하면서 마스크를 쓴 채 자전거를 타거나 신나게 뛰노는 아이들을 보니 가슴 한편이 괜히 저릿해져 온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면 또 미세먼지가 극성이라 마스크를 벗지 못할 텐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환경은 이렇게 암담하기만 할까?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마스크를 살짝 벗고 깊이 숨을 들이쉬어본다. 아직 겨울 끝자락 특유의 시큰함과 막 코끝에서 맴돌기 시작한 봄내음이 공기 중에 뒤섞여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싱그러운 공기. 이맘때마다, 금방 사라지는 이 내음을 맡을 때마다, 어렸을 적 미국에서 살았던 주택이 가끔 떠오른다.

어렸을 적 미국에서 살던 주택 - 몇년 전 친구가 미국에 놀러갔을 때 찍었다며 보내줬는데 그대로였다


주택에 딸린 작지만 재미있었던 정원에서 겨울엔 고드름 따고 눈사람 만들다, 봄여름에는 다양한 자연물로 동생과 온갖 놀이를 했던 추억들. 해인이와 요새 내 어린 시절 앨범을 종종 보는데 자연 속에서 맘껏 뛰놀던 그 시절, 활짝 웃음 짓고 있는 어린 나를 휘감던 그 공기. 그 풀내음과 흙내음이 어렴풋이 되살아난다.


공동체 주택이라는 새로운 주거형태에 대해 마음 맞는 사람들과 열심히 논의해보고 있다. 모두 아이가 있어 그런지 정원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땅을 만나게 되길 기도하고 있다. 자연을 유독 사랑하고 그 안에서 어린 시절 추억을 쌓았던 나처럼, 우리 해인이도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원인모를 감염병과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로 마스크 쓰는 게 습관적인 일상이 되지 않길. 마스크 없이 뛰놀고, 매년 찾아오는 이 계절의 싱그러움을 콧속 깊이 맘껏 담을 수 있는 날이 꼭 오길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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