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네줄을 꼭 잡은 작은 손끝에 잔뜩 힘이 들어가 연노랑색으로 바뀐다
겨우내 굳게 닫혀있던 아파트 놀이터 철문이 코로나 확산세가 좀 잦아들고 날씨가 풀리면서 다시 빗장이 풀렸다. 집으로 걸어 들어오는 길목에서 오늘은 혹시 열렸을까 싶어 나도 모르게 매일 눈길이 가던 철문. 어린 내 딸은 그 철문이 왜 오랜 시간 잠겨있어야 했는지, 왜 좋아하는 미끄럼틀과 그네를 철창 너머로 바라만 봐야하는지, 한참을 설명해줘도 쉬이 이해하지 못했다. 한겨울 냉기가 서린 차디찬 철창을 붙들고 "왜? 왜?" 몇 번을 되묻다가 체념한 듯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파른 오르막에 위치한 아파트라서 놀이터 말고는 집 주변에 딱히 놀 데도 없고, 코로나 때문에 친구집에 선뜻 놀러가지도 못해 아쉬운 마음의 빗장까지 꼭꼭 닫아놔야만 했던 2020년의 야속한 겨울. 집안에만 갇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답답하고 기나긴 겨울이 그렇게 지나갔다.
봄기운과 함께 문이 열린 놀이터는 동네 아이들에게 사막의 오아시스 마냥 얼마나 반가웠을까. 누가 알려주지 않았어도, 기대없이 무심코 쳐다본 놀이터가 열린 걸 본 순간, 아이들은 직감적으로 내달렸으리라. 어린이집 하원 후 집으로 향하던 길.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해인이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이젠 큰 언니니까, 큰 놀이터를 가야한다며 내 손을 잡아끌던 아이.
"와- 신난다! 엄마, 저기 누가 있지? 오- 재밌다!"
발을 동동 구르며 놀이터를 둘러싼 덤불 사이로 친구를 찾아보다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아이는 잰걸음으로 나를 앞서 멀어진다.
마지막으로 놀이터에서 놀았을 때는 겁이 나거나 몸이 따라주지 않아 쉽게 타지 못했던 것들도 용기내 도전해보는 28개월. 제일 좋아하는 그네로 달려가 그네줄을 꼭 잡은채 자기를 앉히고 "세게" 밀어달라고 여러번 힘주어 강조한다. 옆에서 높이, 더 높이 하늘로 솟구치는 언니를 보며 아이의 마음은 이미 하늘을 날고 있는 게 느껴진다. 등을 밀자 그네줄을 꼭 잡은 작은 손끝에 잔뜩 힘이 들어가 연노랑색으로 바뀐다. 몸이 붕 뜨는 순간, 세상을 다 가진 듯이 까르르 웃는 아이를 보는 내게도 봄바람을 타고 연노랑빛 진한 행복이 전해진다.
"엄마 내가 하늘 높이 날아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날아오르는 아이를 보면서, 발을 구르며 태동하는 뱃속 둘째를 쓰다듬으니 올해는 분명 작년보다 더 희망찰 거라는 확신이 차오른다. 아이의 눈부신 성장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한뼘 자란 행복을 만끽하는 2021년의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