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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May 30.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대림그룹-

18. 대림그룹

 기업을 잘 모르는 사람도 ‘e 편한 세상’이란 브랜드는 알 것이다. 대림그룹의 아파트 브랜드인데 수도권에서 빅 3(현대, GS, 대우)를 제외하고 나름 자리 잡은 브랜드이다. 대림은 건설업에서 현대건설과 같은 시기 성장한 역사가 깊은 회사이며 국내외 건설업 호황을 두루 경험했다. 베트남 전쟁부터 시작해서 중동특수, 국내 부동산 호황까지 그 중심에 있었다.


 비슷하게 시작했는데 현대처럼 크지 못한 것은 역시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 회장의 경영수완이 독보적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대기업이 정부의 지원 아래 가만히 앉아서 큰 것처럼 말하지만 기업경영이 그리 간단치 않다. 정부 지원을 받은 대기업 중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기업도 많다. 그들은 왜 그렇게 되었을까? 


 정부라는 것도 경영에서 고려할 수 있는 하나의  요소는 되지만 시장이라는 변화무쌍한 파도 앞에서 정부 지원만 가지고 성장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지원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현대그룹이 LG반도체를 손에 넣었지만 시너지와 궁합이 맞지 않은 탓에 나중에 결국 토해내고 SK로 넘어가 현재의 SK하이닉스가 되었다. 현대그룹 전체 포트폴리오를 볼 때 전자산업은 구색 갖추기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기업에 반도체라는 핵심 계열사를 넘겨주니 LG는 가전업체로 점점 고립화되고 결국 삼성과 격차가 벌어지는 가장 큰 요인이 되었다. 현대그룹 입장에서도 전자산업에 전문성도 없을뿐더러 향후 그룹 발전의 비전에서도 전자산업은 건설, 자동차, 조선에 밀려 집중 투자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성장 시기와 시너지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대림은 크게 건설과 석유화학 분야로 나눌 수 있는데 오랜 기업 역사에도 사업다각화가 눈에 띠지 않는다. 이는 아직도 건설 중심의 경영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계열사별로 분석하면서 개선사항을 알아보겠다. 일단 대림은 창업주 이재준, 2대 이준용에 이어 3대 이해욱이 회장을 맡고 있다. 50대니까 젊은 축에 든다고 볼 수 있다. 대림은 아직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지 않았는데 대림코퍼레이션이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대림산업을 지배하고 대림산업이 나머지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다.


 롯데처럼 지분구조가 복잡하게 얽힌 기업도 지주사 전환을 하는데 대림처럼 단출한 모양의 지배구조라면 지주사 전환을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대림은 원래 순환출자구조였는데 그것도 해소되어 지금은 외형상으로는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경영권 승계도 마무리되어 3세 경영이 진행 중이라 지금 당장 큰 리스크는 없어 보인다.


 그룹의 주력사인 대림산업은 2017년 5천 억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알짜기업이다. 요즘 같은 건설경기에 이 정도 이익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데 브랜드 파워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올린 실적이라 칭찬할만하다. 주택과 석유화학분야에서 가장 큰 이익을 올리고 있는데 건설분야는 워낙 잔뼈가 굵은 분야라 사업의 효율성도 높고 경쟁력도 있는 상황이다. 계열사인 고려개발 같은 경우 해외건설면허 1호일 정도로 역사가 길다.

석유화학 공장(출처 : 대림그룹 홈페이지)

 석유화학분야는 지금도 좋은데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유사를 인수하면 어떻겠냐는 생각은 든다. 현금 여력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대림이 인수합병과 연관이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을 위해 정유사 인수도 노려볼 만하다. 정유사가 있으면 사업 시너지는 물론 탄탄한 캐시카우 확보가 가능하다. 당장 좋은 매물은 나와있지 않지만 장기과제로 노려볼 만하다. 


 여천 NCC(주)는 한화와 합작한 기초원료 제조회사인데 국내 대기업 간에 합작이 드물다는 점을 감안하면 색다른 시도이지만 사업이 어느 정도 무르익으면 결국 경영권을 한쪽으로 정리하든지 분리 독립하든지 해야 할 것이다. 형제간에도 싸움이 나는데 이런 식의 한 지붕 두 가족은 폭발 가능성이 있는 뇌관과 같다. 경영에 대한 관점도 서로 달라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


 대림은 운송수단(Vehicle)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보여왔는데 대림자동차공업, 대림오토바이 등 계열사가 그것이다. 그룹 내 비중이나 수익은 크지 않지만 최근 LG, 삼성이 전장사업에 투자를 늘리는 것을 볼 때 이 분야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림은 LG, 삼성처럼 대규모 투자를 하기 어려우므로 한계가 있는데 두 가지 선택이 있다. 전기차, 전기오토바이 시장에 진출해 새로운 사업을 펼치는 방법과 두 계열사를 매각하여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언론을 보면 후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계열사 매각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 계열사들도 상당히 오래된 회사들이라 오너 입장에서도 자기 살을 떼내는 것 같을 것이다. 나는 전자를 추천하고 싶다. 대림의 건설, 석유화학 기반은 탄탄하다. 대림산업의 부채비율도 100%대로 양호한 편이다. 자동차보다는 오히려 전기 오토바이 쪽을 권장하고 싶은데 최근에 실리콘 밸리 같은 곳에서 전기오토바이를 생산하는 벤처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림이 벌써 전기 오토바이를 판매하고 있지만 중국산이라고 한다. 전기 오토바이에 대한 투자는 오래전부터 지속해왔다고 하는데 내연기관보다 훨씬 간단한 전기오토바이 개발에 왜 성과가 없는지 아쉽다.


 직접 개발이 어렵다면 인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모든 것을 내부 해결하려는 게 문제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이나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조기 사업 안착을 노릴 수 있다. 대림이 자동차 산업을 하기에는 필요한 투자금이 너무 크다. 그러나 오토바이라면 현재도 생산하고 있고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있다. 다만 전기부품에 대한 노하우가 문제인데 이는 유망 벤처기업들을 인수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전기차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는데 이들 중 대부분이 규모의 경쟁에서 탈락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대림은 이들 중 기술력이 좋은 업체를 인수해 전기 오토바이 사업을 육성할 수 있다.

대림오토바이(출처 : 대림오토바이)

 소음이 작고 친환경적인 전기오토바이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진국 이하가 많은 아시아 권에서는 효용이 클 것이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오토바이는 보다는 자동차 선호도가 높은데 이것은 소득 수준과 연계된다. 우리나라 같이 배달이 일상화된 나라에서 오토바이는 생계를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대림이 이 시장을 뚫는다면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일본에 가와사키나 스즈키 같은 거물들이 있지만 대림도 이 시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모두가 전기차만 바라보는 상황에서 전기오토바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그룹의 장래를 위해 해 볼 만하다.


 대림은 ‘글래드 호텔 앤 리조트’라는 계열사를 통해 관광, 호텔분야 사업을 펼치고 있다. 건설회사들이 호텔, 관광에 뛰어드는 것은 흔한 일인데 아무래도 부동산에 연관성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건설을 하다 보면 당연히 땅을 보유할 일이 많고 이것을 활용하기 위해 호텔, 관광 사업을 하는 것이다. 대림은 ‘글래드 호텔’이란 브랜드를 통해 호텔사업을 하고 있고 제주, 강남, 여의도 등 5 군데 호텔을 운영 중이다. 2014년 여의도 글래드 호텔을 오픈한 게 시작인데 호텔을 지어본 경험은 많지만 운영한 경험은 많지 않은 대림이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도심 호텔 성격인데 각종 행사를 위한 장소로는 활용도가 있어 보인다. 

글래드 호텔(출처 : 대림그룹 홈페이지)

 그러나 호텔보다는 빌딩 사업으로 가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왜냐하면 대림이 호텔경영 노하우가 별로 없는 데다 그룹 내 시너지도 없는 편이다. 예를 들어 현대의 경우 현대카드 등과 연계할 여지도 있고 롯데는 자사 유통 계열사와 연계가 가능하다. 건물을 짓고 유통 계열사를 입점시키고 남은 층을 호텔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림은 여러모로 활용도가 낮다. 그래서 빌딩 사업을 말하는 것인데 빌딩 사업은 노하우보다는 위치가 중요하다. 따라서 서울 시내 요지에 빌딩을 지어 오피스 임대를 주고 일부는 행사, 회의 공간으로 쓰면 호텔보다 나은 수익이 기대된다. 향후 대림이 사업을 확장하여 계열사를 늘릴 때에도 빌딩을 활용할 수 있다. 호텔이나 빌딩이나 현재로써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니라고 보이지만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면 빌딩이 좋다는 생각이다.


 대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면 건설, 석유화학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데 이를 탈피하기 위해 별도의 안정적 캐시카우 사업 확보가 필요하다. 대림그룹은 중위권 대기업으로 커다란 추가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인수와 동시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 정유 같은 사업들이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들 사업들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오래된 사업으로 치킨게임이 끝나고 시장이 과점 상태에 들어서 있다. 대림은 경기에 민감한 건설, 석유화학이 아닌 분야에도 안전판을 둘 필요가 있다.


 대림은 해외사업을 많이 하고 있는데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대한통운 같은 글로벌 물류회사를 인수한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늦었고 앞으로라도 해외 네트워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이 매물로 나올 경우 관심을 가지고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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