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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May 24.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 LS그룹 -

17. LS그룹

 LS그룹은 범 LG가 기업으로 LG전선, E1, LG산전, LS네트웍스(구 국제상사) 등이 포함되어있다. 회장은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구평회의 장남 구자열 회장이 맡고 있다. LS그룹은 구인회 회장의 동생들이 독립한 기업들이 다시 모여 만든 기업이기 때문에 현재는 구자열 회장이 총수를 맡고 있지만 그 전에는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현 LS니꼬동제련 회장이 맡았었다. 사촌 간 잡음 없이 경영권이 이어지는 것도 보기 드문 사례이다. 금호나 두산은 형제간에도 경영권 다툼이 있었는데 유독 범 LG가에서는 이런 일이 없다. 강력한 유교적 문화 때문이라고 추정은 되지만 시대가 가면 결국은 어느 쪽으로든 경영권이 정리가 돼야 할 것이다. 항상 이성적인 후손들만 있다고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 회장인 구자열 회장은 30대 기업 회장 중에 유일하게 내가 직접 만나본 일이 있다. 행사장에서 잠시 악수를 나눈 정도였는데 당당한 호남형의 인물이었다. 대기업 회장들의 경영스타일을 보면 그 기업의 DNA와 비슷하게 맞아떨어진다. 매우 섬세한 제품들을 만드는 삼성의 경우 이병철, 이건희,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부드럽고 치밀한 스타일의 회장을 배출했다. 이들은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고 말도 많지 않은 타입이다.

LS그룹의 구자열 회장(출처 : LS홈페이지)

 LG그룹 역시 부드러운 편에 속하는데 삼성처럼 치밀하고 모범생 이미지보다는 친숙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가전과 화장품 등 소비자 친화적 상품을 많이 취급하고 있는 탓이기도 한데 그룹 경영의 키워드가 ‘인화 경영’인 탓도 있다. 이번에 회장직에 오른 구광모 회장에 대해서는 아직 정보도 없고 드러난 실적도 없는 터라 평가하기 어렵다. 


 반면 현대 가는 대체로 남자답고 선 굵은 경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창업주 정주영 회장이 그랬고 이명박, 정몽구 등 전부 불도저 경영으로 이름 날린 사람들이었다. 안되면 되게 하라는 식의 밀어붙이기 경영이다. 건설, 자동차, 조선 등 뚝심이 필요한 사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DNA가 쌓인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한전 부지를 10조 원 주고 산 일은 재계 역사상 기리 남을 사건이 될 것이다.


 LS그룹의 사업부문은 크게 전기전자, 금속소재, 에너지로 구분된다. LS그룹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LS전선은 2017년 970억의 영업이익을 낸 회사로 3%대 영업이익률이니 제조업 회사로는 평범한 수준이다. 원래 제조업 자체가 어쩌다 한번 나는 큰 수익보다는 꾸준한 수익이 중요하다. 들쭉날쭉하는 회사들은 가끔 큰 이익을 내더라도 기업체질이 강하다고 할 수 없다. LS전선은 국내 전선시장 점유율 1위로 워낙 입지가 탄탄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LS산전으로 넘어가 보면 2017년 기준 1,431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주로 전력 관련 기기를 생산하는 회사인데 송변전, 배전까지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 LS 전선과 함께 그룹 내 주력으로 볼 수 있고 전력산업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력도 오래되었고 노하우나 기술력도 충분해서 지금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LS니꼬동제련은 일반인에게는 낯설 수도 있으나 LS그룹 내에서는 주력 계열사 중 하나이다. 일본 JKJS컨소시엄과 합작한 회사로 2017년 영업이익 1,751억을 기록했다. 2016년에도 2,000억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니 영업적으로는 탄탄한 회사라 할 수 있다. 80년이 넘은 기업인 데다 우리나라에서 드물게 동을 생산하는 회사로 금속소재 전문기업이다.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작업(출처 : LS 홈페이지)

 LS그룹에서는 앞서 소개한 3개 회사가 주력으로 전반적 실적은 무난한 편이나 매년 1조 원 이상의 이익을 내는 캐시카우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워낙 오래된 기업들이고 자기 사업분야에서는 뛰어나지만 애초에 이익이 많이 나지 않는 사업분야인 데다가 성장성도 제한적이다. 이 정도면 하나의 사업부로 묶기에도 규모가 작다.  전기전자소재를 하나로 묶어야 겨우 하나의 사업부 모양새가 갖춰질 것 같다.


 LS그룹은 이런 무난한 포트폴리오에 안주하지 말고 기업의 50년 후를 바라본 새로운 경영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주축 기업들이 당장 위험해질 일은 없겠지만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죽은 것과 같다. 헤엄치지 않으면 떠내려가듯이 시장은 그런 기업을 그냥 두지 않는다. LS그룹도 향후 기업의 성장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LS그룹은 시너지는 부족하지만 다양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어 버릴 것과 키워야 될 것을 구분하고 추가로 진출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 이제부터 하나씩 보겠다.


 우선 LPG가스를 취급하는 E1이라는 계열사가 있다. 아마도 주유소를 지나다가 한두 번씩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구 LG칼텍스가스가 전신인데 2017년 937억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에너지 산업이 그다지 리스크가 없는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열사로 두는 것이 나쁘지 않다. 다만 성장성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미세먼지와 관련하여 LPG 사용을 늘리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추진될 가능은 낮아 보인다. 왜냐하면 LPG는 미세먼지는 좀 낮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은 많기 때문이다.(출처 : 중앙일보, 20190319, “미세먼지 잡는 LPG차, 이산화탄소는 더 많이 배출”, https://news.joins.com/article/23414528)


 논리적으로 따져볼 때도 미세먼지의 증가 원인이 한국에 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금 추세로 계속 LPG차를 늘린다는 보장도 없다. 생각해보면 맑은 날이라고 경유차가 운행하지 않는 것은 아닌데 어떤 날은 맑고 어떤 날은 미세먼지로 가득하다. 그것은 원인이 해외에 있다는 얘기이다. 이것은 분석을 안 해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경유차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 넘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E1은 미세먼지 오염에 따른 LPG수요를 등에 없고 친환경 에너지 분야로 진출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특히 전기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마침 전력공급회사를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으니 협력하여 전기차 충전소 사업에 도전하면 어떨까 한다.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시너지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GS에 넘어간 정유사업에 비견될 만한 큰 사업이 될 수 있다. 


 직접 공급과 충전설비 공급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정부 주도로 사업이 진행되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LS에서 독자적인 사업을 추진해 초반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면 결국 정부지원도 받고 이익도 올릴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향후에 LG그룹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고 LS가 전기차 충전소를 제공한다면 가장 좋은 그림이 되겠지만 아직은 꿈같은 이야기이다. 정유사업들의 전례를 볼 때 전기차 충전소 시장의 1위 사업자는 연간 1~2조 원의 순이익이 가능할 것이다. LS그룹이 신규사업 투자에는 조심스러운 편이지만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므로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 

LS산전의 변압기(출처 : LS 홈페이지)

 LS의 또 다른 사업으로 금융분야를 들 수 있는데 현재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자로 참여하여 사실상의 계열사로 되어있다. 2017년 기준 511억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큰 규모는 아니지만 보유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LS는 왜 직접 인수도 아니고 투자자로 참여했을까? 사실 LG가는 금융과는 안 좋은 인연이 있다. LG투자증권과 LG카드가 그것이다. 특히 LG투자증권은 카드사태 때 같이 매각되었는데 당시 경영책임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그런 점 때문에 LS가 직접 인수가 아닌 간접인수방법을 택한 것일 수도 있다. LG투자증권 출신들이 이베스트투자증권에 임원으로 중용되고 있는 것도 이런 생각을 굳히게 한다. 


 아무래도 금융업에 복귀하는 것에 대한 대중의 안 좋은 시선이 있기 때문에 직접 인수보다 간접인수의 형태를 택한 것은 아닐까? 지주회사에 관한 법 때문에 그렇다는 얘기도 있다. 금산분리에 관한 규정 때문에 금융사를 인수하는데 제약도 있어 둘 다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이 회사는 온라인 위주의 증권거래회사이다. LS처럼 중위권 대기업은 금융사처럼 안정적인 현금 수익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에 따른 변화도 적고 설비투자가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 선택은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다만 증권 시장 10위권 내로 진입하기 위한 장기적인 청사진이 필요한 때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증권사 매출 순위로 15위권 이하로 추정되는데 과거 그룹 차원의 투자는커녕 매각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영업이 힘들었을 것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자생력은 확보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다른 증권사를 인수해서라도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LS그룹에서 보유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별도의 금융 지주회사를 만드는 한이 있어도 금융사는 보유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LS그룹도 지금의 형태로 계속 가기는 힘들고 어느 시점에는 형제별로 분리가 돼야 할 것이다. 분리가 되어도 우호적 기업으로 느슨한 형태의 사업집단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안정적인 금융사를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LS네트웍스는 구 국제상사를 인수하여 이름을 바꾼 계열사인데 ‘프로스펙스’라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중저가 스포츠 브랜드로 저변은 넓은 편이다. 다만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그렇듯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지 못해서 80년대에는 나름 고급 브랜드로 이름 날렸지만 지금은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LS네트웍스는 대규모 적자를 내다가 2017년 겨우 흑자 전환했는데 브랜드 사업과 유통사업이 주 사업이다. 아웃도어 ‘몽벨’, ’ 프로스펙스’를 가지고 있는데 토종 브랜드의 흑역사를 보면 알겠지만 절대로 저가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LS 네트웍스의 브랜드 '프로스펙스'(출처 : LS 홈페이지)

 프로스펙스의 경우 이미 저가 브랜드로 전락했지만 신규 브랜드 론칭으로 만회할 수 있다고 본다. 오랫동안 스포츠 용품을 만든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품질에서 뒤지지는 않는다고 본다. 언더아머(Under Amour) 같은 브랜드의 성장 스토리를 보면 반드시 오랜 역사를 가져야만 성공하는 것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프로스펙스는 아웃렛 등을 통해 중저가 브랜드로 아직은 쓸만하다고 본다. 그 외에 고급 브랜드를 론칭할 필요가 있는데 특정 스포츠군에 특화되어 출발하는 것이 좋다. 언더아머가 미식축구에서 성장했다면 새로운 브랜드도 특정 스포츠를 중심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철칙은 절대로 가격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망하면 망했지 50% 세일을 하거나 아웃렛으로 물량을 돌리는 일은 해서는 안된다.


 일본 브랜드이지만 데상트(Descente) 같은 경우 아웃렛에서도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것은 절대로 헐값에 박리다매하지 않겠다는 전략이 통하는 것이다. 브랜드 사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오랫동안 가격을 유지할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 매장을 많이 만들거나 광고를 많이 할 필요도 없다. 우선은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 예로 이랜드그룹의 경우 광고를 하지 않고 입지가 좋은 곳에 매장을 내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LS엠트론은 한국중공업 트랙터 사업부를 인수한 것으로 2017년 영업이익 121억을 기록했고 LS아이앤디는 부동산 개발 투자를 주업으로 하는 회사인데 이익 규모는 매우 작다. 두회사 모두 주력 계열사는 아니고 앞으로 성장성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제 LS그룹이 신규 진출할 수 있는 분야를 짚어볼 텐데 국제상사 인수를 교훈 삼아야 한다. 그룹과 시너지가 없고 단순히 새로운 분야라는 점만 가지고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없다. 피인수 기업의 대규모 적자로 인해 모기업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지금 LS그룹은 하드(Hard)한 업종에 사업이 집중되어있다. 전선, 산전, 동제련까지 다 그렇다. LG그룹에서 분사하다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신규사업에 진출하려 해도 범 LG가와 겹치는 사업은 할 수 없다는 속사정도 있다.

LS네트웍스가 공급 중인 자전거 브랜드 '코가 랜도너'(출처 : LS홈페이지)

 LS그룹은 규모가 큰 대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하드한 업종이 아닌 소프트한 업종으로 진출할 것을 권장한다. 일단 SPC나 CJ를 벤치마킹해서 LS네트웍스를 대중친화적 사업에 진출하도록 해야 한다. 최근 투썸플레이스의 매각설이 나오고 있는데 알짜회사이기 때문에 인수해두면 좋을 것이다. 범 LG가의 아워홈과 외식사업이라는 면에서 겹치는 면이 있지만 LS네트웍스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필요하다. 최근 요식업이 좋지 않은 형편이지만 고가 브랜드들은 큰 문제가 없다. 스타벅스와 투썸플레이스는 커피시장에서 1, 2위이고 비싼 가격에도 흑자를 내고 있다.


 LS네트웍스는 현재처럼 몇 개의 브랜드만 가지고는 사업을 영위하기 힘들다. 여러 개의 브랜드를 가지고  연합해서 시너지를 내야 한다. 패션과 식품은 소비자와 직접 접점이 많으므로 연계할 소지가 많다. GS 유통망을 활용해 포인트나 카드 연계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통과 결합되면 큰 시너지를 불러올 수 있다. 자체 유통망이 없기 때문에 저가보다는 고가 브랜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할 것이다. 중저가 브랜드 수십 개 보다 고급 브랜드 한 개가 더 LS네트웍스에 주는 직간접 이익이 클 것이다. 범 LG가인 LF와 겹치는 면이 생길 수도 있는데 본격적인 패션보다는 신발/잡화 위주로 진출하면 될 것이다.


 또 한 가지 사업으로 문화사업을 추천한다. 영화, 음악 등 콘텐츠 산업이 될 텐데 인터넷의 발달로 최근 이 시장이 뜨겁다. 넷플릭스 같은 기업을 만들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영화시장에서 향후에 배급과 상영이 분리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 시장을 잡는 것이 필요하다. LS는 배급, 투자에 참여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CJ나 롯데는 상영관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아마 상영을 잡을 것이다

.

 중요한 것은 이런 소프트 사업을 할 때 절대로 산전, 전선 출신 CEO를 배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발상과 접근방식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는 외부 영입한 전문가가 투입되야한다. 그래야 시행착오 없이 안착할 수 있다.


 LS그룹은 이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다. 그룹의 규모가 작은 만큼 거액의 투자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나치게 규모 확장에 목을 맬 필요는 없다. 내실을 키우면서 알짜회사들을 인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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