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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May 15.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 부영그룹 -

16. 부영

 재계 16위 부영그룹에 대한 분석을 하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부동산을 보러 좀 다녀본 사람은 부영의 아파트가 꽤 여러 곳에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부영은 건설로 큰 회사로 83년에 시작했다. 건설로 큰 대기업 중에 30대 기업에 있는 회사는 대림과 부영뿐인데 대림이 부영보다 17년이나 먼저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건설 분야의 성장성은 부영이 더 좋았던 것 같다. 30대 그룹 중에서는 비교적 젊은 회사이지만 사업구조나 경영방식은 그리 신선하지 않다. 그 이유는 뒤에서 언급하겠다. 


 우리나라에서는 건설을 기반으로 큰 회사가 많다. 현대그룹이 대표적이다. 사실 대림과 현대가 건설업 경험면에서 서로 견줄 만 한데 건설 외길만 걸었던 대림과 달리 현대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끊임없이 몸집을 키워 지금과 같은 거대기업이 되었다. IMF를 거치면서 건설 중심의 대기업들이 많이 무너졌는데 대규모 차입을 기반으로 덩치를 불리는데 가장 유리한 업종이 건설업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 30대 기업 리스트에는 부영과 대림만 남은 것인데 그만큼 두 기업이 건설업에서 나름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부동산에 관심이 많았다. 부동산 재벌이라고도 하는 롯데를 비롯해서 거의 모든 기업들이 그랬다. 하지만 IMF를 지나면서 현금자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업들의 인식이 바뀌었는데 요즘 기업들은 현금자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상식으로 여기고 있다.


 부영은 최근 대형 부동산을 연거푸 인수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부채비율이 2017년 말 기준 300%까지 치솟았다. 부영이 매수한 부동산에는 삼성 태평로 사옥도 있다. 4,380억 원이 투입된 대형 부동산 거래였다. 이 외에도 을지로에 있는 구 외환은행 본점 건물을 9천억에 매수해 큰 손을 자랑했다. 이러다 보니 부채비율이 치솟을 수밖에 없는데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불황이라 내부적으로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면을 볼 때 부영의 경영방식은 아직도 80년대 방식에서 크게 못 벗어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부영주택만 보면 매년 1~2천억 흑자를 내오다가 2017년에 1천 억대 적자를 기록했다. 부영은 그룹의 사업분야가 건설에 몰려있기 때문에 건설이 무너지면 순식간에 기업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부동산 위주의 인수보다는 사업다각화 측면에서 인수를 시도해야 한다고 본다. 부동산은 현금화가 쉽지 않고 가치도 불안정해 자금위기시 즉각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우건설 같은 경우 서울역 앞에 1조 원에 육박하는 본사 건물을 가지고도 금호아시아나에 매각되어 현재는 산업은행의 품에서 매각을 기다리고 있다. 본사 건물은 금호그룹 위기 때 매각되어 지금은 외국계 투자회사 소유로 되어있다. 

 그룹의 CI만 보아도 어느 정도 기업의 성격이 드러난다고 했는데 부영의 CI와 아파트 브랜드 ‘사랑으로 부영’을 보면 설명 안 해도 이 기업의 영업방식이 보인다. 기업 CI는 80년대 유행했던 도형 위주의 도안으로 건설 기업답게 딱딱하고 친근감 없어 보인다. 아파트 브랜드는 무슨 복지단체 상호처럼 되어있다. 

 기업에서 일해본 사람은 알지만 큰 기업일수록 뭔가 바꾸는 것이 어렵다. 하물며 기업의 CI는 전적으로 오너의 결단이 아니고서는 어렵다. 브랜드 디자인도 그룹 오너의 성향과 비슷하게 일치한다. 부영은 기업경영이나 대외 이미지 면에서 매우 낡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미지를 깨고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앞으로 장수하는 대기업이 될 수 있고 10대 기업 안에도 들 수 있다.


 일단 부영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중에서 영업과 관련된 것을 남기고 대폭 정리해야 한다. 부영은 공장이 필요한 기업도 아니기 때문에 향후를 대비해 대규모 부지를 갖고 있을 필요도 없다. 부동산 매각으로 확보된 돈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고 추가로 사업다각화를 통해 건설업종 외의 캐시카우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부영이 살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요소이다.


 부영이 부동산 매각과 부채비율 낮추기를 한다면 5천억~1조 원대 현금이 확보될 것이다. 부영이 인수할 만한 업종으로는 금융분야가 있다. 자금이 다소 부족하긴 하나 금융업종은 리스크가 크지 않고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므로 다소 무리해도 상관없다. 금융업 중에서 우선은 위험도가 낮은 보험업 진출을 권장한다. 이를 통해 건설에 지나치게 집중된 기업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부동산 외의 사업기회도 보이게 될 것이다. 건설업자와 금융업자의 눈은 다르기 때문이다. 


 부영 내부에 부영대부파이낸스라는 금융사가 있기는 한데 예전에는 건설업을 하는 회사 특성상 자금을 융통해주는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내부거래를 제한하는 국내 환경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영이 큰 기업으로 성장할 의지가 있다면 이런 대부업보다는 보험업을 통해 일반 금융 서비스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훨씬 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영이 보유한 태백 O2리조트(출처 : 부영 홈페이지)

 아무래도 부영은 땅을 많이 가지고 있으므로 이것을 활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건설을 하고 있으니 빌딩이나 호텔을 지으려고 할 가능성이 높은데 영업 노하우가 없을 경우 막대한 자금만 지출하고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는 데 한참 걸릴 수도 있어 추천하지 않는다. 일례로 대성그룹이 서울 신도림 일대 땅을 활용해 대형 호텔과 빌딩을 지었다가 1년 만에 매각한 적이 있다.


 부영은 애매한 위치에 있다. 완전히 성장한 재벌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소기업도 아니다. 재계 16위이지만 지나치게 사업이 건축에 치중해 있고 특별한 캐시카우도 없다. 건설업에서 80년대와 같은 호황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부영도 해외사업을 많이 하고 있다. 그 점은 잘하는 것이다.


 앞으로 부영이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리한 투자보다는 실속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부동산보다는 지속적인 수익이 가능한 알짜 회사들을 인수해야 한다. 시장에 그런 회사들이 많이 있다. 무리한 투자로 유동성 위기에 몰린 기업들이 알짜회사를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장 금호아시아나 같은 경우도 아시아나 항공을 내놓았다. 아시아나 항공은 부채는 많지만 항공업계 양대산맥으로 국내에서는 잘만 경영하면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다. 그동안 워낙 투자, 경영이 부실해 대한항공에 비해 브랜드 가치가 많이 떨어졌지만 향후 투자가치는 있다고 본다. 


 롯데에서는 롯데카드와 손해보험을 내놓았는데 부영이 인수만 한다면 향후 수십 년을 책임질 수 있는 그룹의 캐시카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가격인데 금융업은 부동산보다는 위험성이 덜하다. 매년 수익이 예상되는 데다가 부동산보다 현금화도 쉽기 때문이다. 현재 기업가치는 롯데카드가 1조 원 안팎, 롯데 손보는 5천억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정도면 지금까지 부영이 투자한 부동산 가격을 볼 때 넘보지 못할 가격은 아니다. 다만 그룹 내에서 시너지가 다소 없는 것이 아쉬운 점인데 새로운 캐시카우를 키운다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둘 다 인수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부영이 보유한 무주 덕유산리조트(출처 : 부영 홈페이지)

 이렇게만 되면 부영은 건설과 금융을 양대 축으로 한 포트폴리오를 꾸릴 수 있다. 금융업에서 계속 현금을 쌓아 앞으로 성장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 아시아나 항공은 부채와 향후 직접 투자금이 많이 소요되므로 부영으로써는 부담이 크다고 생각된다. 아시아나 항공이 대한항공처럼 효율 극대화를 통해 이익을 낼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아직은 무리라고 판단된다.


 건설업의 특징인지 모르지만 7,80년대 건설업으로 성장한 많은 기업들은 대부분 손이 커서 마구잡이로 회사를 인수하거나 부동산을 사들여 부도난 회사들이 많았다. 건설업계에서 얼마 남지 않은 건설전문 대기업 부영과 대림은 앞으로 사업다각화를 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건설업은 우리나라에서 통일이 되지 않는 한 다시 호황이 오기 어려운 상황이다. 세계적으로도 만만한 곳은 없다. 부영은 부동산 매입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는 그룹의 장래가 밝지 않다.


 새로운 피를 수혈하고 혁신적 사고를 해야 한다. 건설업이라는 익숙한 우물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마구잡이 문어발 경영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부영이 감당할 수 있고 외형보다는 실속이 있는 기업을 인수해야 한다. 건설업 장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 동양, 동부, 두산, LIG 등 대기업 계열 건설사들이 이 와중에 위기를 맞았다. 확실한 캐시카우를 갖고 있지 않는 한 건설시장에서 살아남기 쉽지 않은 현실이다.


 부영은 위기의식을 가지고 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건설업 전문성은 좋지만 그룹의 확장을 위해서는 다른 분야 전문성을 가진 CEO를 영입하는 것도 좋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좋아하는 맥킨지 같은 곳에서 자문을 받는 것도 좋다. 어떤 방식으로든 현재의 낡은 경영을 탈피하고 앞으로의 30년을 이끌어갈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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