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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Apr 09.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CJ그룹- 2

CJ그룹 2

 이제 같은 미디어 그룹의 CJ CGV를 알아보자. CJ CGV는 국내 처음으로 멀티플렉스 극장을 오픈해 영화시장 판도를 바꾼 기업이다. 문화계도 나름 보수적인 곳인데 영화 상영과 관련된 문화를 한꺼번에 바꿨다는 면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이것은 CJ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라 혁신적인 마인드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티켓 발권부터 필름 상영, 배급까지 전부 엮여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CJ CGV는 현재 연간 800억 내외의 이익을 내고 있고 국내 상영관 부문에서 1위를 하고 있는 회사이다. CJ가 해외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미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현재 미국, 중국을 비롯한 6개국에 진출해 있고 이미 관람객의 절반 정도를 해외가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만 100개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규모의 경제도 서서히 달성해 가는 것 같다.


 극장은 유통의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 유통을 보유하는 것이 제조업 입장에서 유리하듯이 영화를 생산 공급하는 CJ는 극장을 갖고 있음에 따라 콘텐츠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게 되었다. 어떤 영화를 공급할지 결정할 수 있으므로 정책적으로 한국영화에 대한 지원을 할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많은 나라에 동시에 진출하는 것보다 몇 개 선진국에 집중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지금은 터키, 베트남 등에도 진출하고 있지만 지금 CJ 입장에서 나라의 개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장이 탄탄한 본토에서 승부를 보고 그 수익을 가지고 나머지 나라들에 진출해도 늦지 않다. 영화시장규모 5위권 내의 국가들부터 진출하고 못해도 10위권 내의 국가들에서 우선 승부를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차피 나머지 국가들은 나중에 들어가도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유통, 마케팅이 현대화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CJ CGV가 미국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다면 안정적인 기반 아래 제3국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 


 일단 미국과 일본 시장에 주력하면 좋을 것이다. 중국시장에는 정치적 불안정성이 커서 공격적인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일본 시장에는 왜 진출하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한류를 노리고 있는 CJ라면 당연히 일본에도 진출해서 적극적으로 해볼 필요가 있다. 일본도 영화 역사가 오래되고 좋은 인프라가 있는데 최근 한국영화의 퀄리티가 급상승해 맞대결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혹시 일본 영화를 상영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국내 반일 감정 문제 때문에 진출을 꺼려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CGV 인도네시아(출처 : CJ 홈페이지)

 일본은 그렇다 쳐도 미국에서는 2호점까지 나온 것으로 아는데 중국에 투자할 돈을 미국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이야 워낙 쟁쟁한 토착세력들이 버티고 있지만 쉬운 승부만 해서는 발전이 없다. 미국에서 제대로 붙어야 한다. 적어도 정치적 이유로 하루아침에 쫓겨날 일은 없는 미국이 훨씬 발판으로 삼기 좋다.


 다음으로 유통을 살펴보자. 유통에는 올리브영과 오쇼핑 등이 있는데 올리브영은 소매점으로 매장이 1천 개가 넘고 점포수로 따지면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그동안 유명 유통사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던 올리브영은 의외로 알짜기업이었다. 연간 영업이익도 천억 원대에 진입했다. 


 올리브영과 같은 유통 형태를 H&B(Health & Beauty) 스토어 또는 드러그스토어라고 하는데 해외에서 처럼 의약품을 을 같이 파는 드러그 스토어보다는 뷰티 스토어에 가깝다. 올리브영의 성공 배경은 기존의 브랜드 위주의 소비가 점차 줄고 젊은 층의 실속을 중요시하는 가성비 소비가 정착되면서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화장품의 품질이 어느 정도 평준화되었고 최소 기준을 만족하기 때문이다. 


 지하철마다 있던 화장품 스토어는 내리막인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올리브영에서는 다양한 제조사의 뷰티 제품을 비교하며 사용할 수 있고 다양한 이벤트가 있는데 그러다 보면 제조사별 경쟁이 붙어 더욱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그런데 화장품 스토어는 초반 경쟁이 있었지만 어느 정도 평준화되었고 어차피 싼 가격의 브랜드에 소비자가 충성도를 가지기 어려우므로 다양한 제품이 있는 올리브영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올리브영 명동(출처 : CJ 홈페이지)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현상인데 초기에는 올리브영도 적자까지 볼 정도로 좋지 않았다. 그러다 뷰티 쪽에 전문성을 가지고 매장 수를 확대하면서 생활 속에서 친숙해진 것이 우리 문화를 조금씩 바꾸었다. GS의 ‘라라 블라’가 시장의 주도권을 완전히 놓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영의 감이란 분명히 있다고 본다.


 올리브영은 이제 시장의 지배자가 되어 이익을 쓸어 담는 단계에 와있다. 더욱더 싼 가격에 많은 회사의 제품을 공급하도록 해야 한다. 영세상인들의 반대가 있다고 하는데 그거 반대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더 싸게 더 좋은 제품을 공급할지 고민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는 솔직하다. 좋은 제품을 싸게 파는 곳에 소비자가 몰리게 되어있다. 적당히 같이 나눠먹고 살자는 주의는 같이 망하자는 주의나 다름없다. 소비자의 희생을 담보로 업자들이 적당히 살아남자는 생각을 가진다면 이 사회의 발전은 없을 것이며 결국 모든 피해는 소비자가 질 것이다. 


 여기서 소비자는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들도 아파트 살 때는 마트가 어디 있는지 알아보고 최대한 가까이 있는 곳을 택하면서 마트만 새로 들어오면 기를 쓰고 반대를 한다. 그것은 옳지 못하다. 시대가 바뀌었다. 마트가 쉬는 날엔 소비가 더 줄어든다고 한다. 적당히 같이 나눠먹자고 생각하지 말고 서로 경쟁하고 좋은 아이디어로 소비자를 공략할 생각을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올리브영은 독주를 시작했지만 이 독주를 시기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돌파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왔다. 우리나라의 시장경제는 아직 미성숙하다. 올리브영의 불안요소는 여기에 있다. 지금 중국시장에 진출해 성적이 좋지 못한 것으로 아는데 전반적으로 중국 진출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 너무 리스크가 크다. 미국 시장이 만만치 않겠지만 특유의 가성비로 젊은 층을 공략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오쇼핑은 홈쇼핑 부분 국내 1위 업체이다. 연간 1천5백억 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알짜회사이다. CJ그룹 전반적으로 모든 계열사들이 고루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의 싸움은 치열한데 그런 가운데도 양호한 수익 흐름이다. 올리브영의 사업이 안착했기 때문에 서로 연계 마케팅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차피 온라인 판매가 증가 추세이므로 올리브영과 오쇼핑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관계이다. 


 둘 다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가 찾는다는 점에서 일치점이 있다. 공동마케팅이나 구매연계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필요가 있다. 시장 1위인 기업끼리 손을 잡는다면 큰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통분야는 워낙 잘되고 있어서 특별히 지적할 점은 없다.

대한통운 선적 모습(출처 : CJ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물류분야를 봐야 하는데 CJ 대한통운은 유서가 깊은 회사인 만큼 영업실적이 좋다. 연간 2천 억대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고 물류업계 점유율 1위이다. 오쇼핑같은 계열사가 있지만 CJ가 물류분야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것은 CJ의 역량이라기보다 대한통운의 역량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동아그룹에 있을 때부터 물류에 관해서는 한진과 양대산맥이었고 대한통운을 거쳐 CJ 품에 안기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런 알짜기업을 CJ에 넘긴 금호그룹 입장에서는 속이 아플 것이다. 금호에 관해서는 나중에 분석하겠지만 대우도 그렇고 인수하는 기업이 너무 덩치가 컸고 금호가 보유한 현금 여력이 너무 작았다. 의지만 앞선 것이다. 그림은 좋았는데 그림만 좋았다. 


 대한통운은 CJ에 와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CJ가 인수할 때도 오너의 뚝심이 작용해 거액을 지불하고 인수했는데 이제 빛을 보고 있다. 물류가 그렇게 많이 남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을 볼 때 이런 영업이익은 그만큼 대한통운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있다는 뜻이다. 효율성이 극대화된 상황이라는 것이다. 원가경쟁을 벌일 때도 맞불을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상황이다.


 과제라고 한다면 해외 물동량인데 해외 네트워크 확대를 통해 종합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부분은 당연한 이야기라 생략하기로 한다.

CJ 해외 배송(출처 : CJ홈페이지)

 대한통운은 CJ건설도 보유하고 있는데 연간 200억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대기업 건설 계열사들이 내리막을 걸은 지 한참 되었는데 큰 사업을 벌이지 않은 탓인지 CJ건설은 일단 재무제표상으로는 건실함을 유지하고 있다. 한때 위기설이 불거졌지만 지금은 많이 안정된 상황이고 대한통운에 흡수됨에 따라 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CJ건설은 CJ 입장에서 활용도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 CJ가 오프라인 사업을 잘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시장에서 입지가 별로 없고 유일하게 내부 거래할 것이 대한통운 물류시설, 식품공장 등인데 다른 기업에 비해 활용도가 별로 없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서 주택시장에서 경쟁력도 좋지 않다. 대한통운에 흡수된 것 자체가 더욱 내부 사업에 치중하겠다는 의중이라고 생각한다. 재무구조를 안정화하고 긴 호흡으로 당장의 수익보다는 그룹사 서포트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총평으로 넘어가서, CJ는 전분야에 걸쳐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사업 포트폴리오도 제조업, 유통, 미디어 콘텐츠로 잘 짜여 있다. 1개 부문 정도만 더 키웠으면 하는데 지금 물류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정유나 보험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금융계열사는 이미 매각했기 때문에 다시 하기 어렵지만 정유사 인수를 해보는 것은 나쁘지 않다. 정유사는 가격은 비싸지만 과점 상태의 국내에서는 안정적으로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그룹의 한 축으로 삼기에 부족함이 없다.


 CJ를 분석하기 전에는 이 정도로 건실한 기업인지 몰랐다. 어느 한쪽은 부실한 부분이 있게 마련인데 전반적으로 영업이 잘되고 있었다. 업종 탓에 그룹의 규모가 아직 작기는 하지만 충실하게 현금을 모아 인수합병을 시도한다면 재계 10위권 진입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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