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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Apr 08.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CJ그룹- 1

CJ그룹

 재계 15위 CJ는 삼성그룹에서 분리돼 나온 범삼성가 회사이다. 제일제당을 모체로 사업을 다각화하여 식품, 물류, 유통, 미디어를 망라하는 거대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CJ는 삼성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가 승계구도에서 탈락한 이후 대신 제일제당을 물려받아 시작되었는데 보수적 가풍인 삼성가에서 장남을 두고 삼남 이건희에게 경영권을 준 것은 지금 보면 신의 한수이지만 이맹희 본인에게는 매우 아픈 일이었을 것이다.


 지금 CJ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재현은 삼성가 장손으로서 어쩌면 삼성을 이어갈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이병철처럼 감각이 뛰어난 사업가가 다음 주자로 이건희를 지목한 것은 경영권 승계 후 기업이 쇄락한 기업들을 생각 하면 옳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CJ는 젊은 사람들에게 이미지가 좋은 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미디어 콘텐츠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는 이미경 부회장이 하고 있는데 그의 감각과 선견지명도 대단한 것이었다. 90년대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미디어 부문에 투자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미디어 콘텐츠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 정도로 투자한 회사는 CJ가 유일하다. 한때 오리온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업을 펼쳤으나 중도 포기하고 말았다.


 아마 오리온에서 그런 사업을 계속했다면 우리나라 미디어 시장은 더 활성화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사실상 CJ가 독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통해 30대 그룹에 미디어 산업 투자를 권했는데 그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 시장은 아직도 성장하고 있고 콘텐츠의 가치는 무한하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도 있기 때문에 내수한계에 부딪힌 국내 기업의 좋은 투자처가 된다는 생각이다.


 CJ는 제일제당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그룹을 확장시켜 왔는데 이 정도라면 이건희에는 못 미쳐도 현재의 이재용보다는 실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삼성가의 장손이라는 DNA는 확실히 있는 모양이다. CJ의 현재 경영구조는 독특한 구조를 하고 있는데 이재현 회장이 그룹의 총수 역할을 하고 있고 외삼촌인 손경식 대표가 전문경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이 그룹의 실세로서 역할을 하고 있고 특히 미디어 부문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동생 이재환은 CJ파워캐스트의 대표를 맡고 있다.

CJ(주)가 들어선 신축사옥(출처 :CJ 홈페이지)

  내부 사정은 모르겠지만 CJ가 이만큼 성장한 데는 이 사람들의 유기적 협조가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이미경 부회장이 거의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실적을 올렸고 거시적인 사업관리, 조정에는 이재현 회장이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손경식 대표이사가 실무적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룹에서 외삼촌을 대표이사로 앉히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그도 그럴 것이 지시하는 입장에서 편하지 않을뿐더러 경영권에 대해서는 가족과도 나누지 않는 것이 이 바닥의 생리이므로 매우 특이한 케이스로 보는 것이 옳다. LG는 구본준 회장이 조카가 어리고 경험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손경식 대표의 아들 손주홍은 CJ계열의 조이 렌터카라는 곳의 대표를 맡았는데 내부거래 의혹 등 부담으로 이 회사도 매각되어 현재는 그가 무슨 일을 하는지 관한 정보가 공개된 것이 없다. 손경식 대표는 오랫동안의 관례나 경영행태로 볼 때 경영권 다툼이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전문경영인의 위치를 계속 지켜갈 것으로 본다. 다만 이재현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아 CJ도 승계 시점을 잡아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나이가 59세로 많지 않은 편이지만 LG그룹의 구자경 회장도 나이 60에 경영권을 넘겨준 예가 있어서 건강상태에 따라 두고 볼 일이다. 그의 아들 이선호는 현재 CJ제일제당 부장을 맡고 있다. 장녀 이경후는 상무까지 올라간 상태인데 구도를 볼 때 미디어 콘텐츠 분야를 분리 독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손경식 대표(왼쪽, 출처 : CJ 홈페이지)

 규모면에서 미디어 콘텐츠는 독립해도 될 만큼 성장했고 삼성가 승계 관례를 볼 때 LG그룹 구본무, 구본준 형제처럼 같은 기업에서 근무시키는 것보다는 분리 독립시키는 형태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계열사별로 짚어보겠다. 우선 식품부문.


 식품 계열사로는 설명이 필요 없는 제일제당이 있고 프랜차이즈를 주로 하는 CJ푸드빌, 급식 전문기업 CJ프레시웨이가 있다. 제일제당은 물류회사 CJ대한통운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연간 영업이익은 8000억대이고 식품, 물류, 바이오 순으로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CJ헬스케어 지분을 매각해서 제약부문을 포기했는데 이점은 약간 의문이 든다. 최근 CJ는 전반적인 사업부문 조정 중인데 조정 자체는 긍정적이나 어떤 부문을 매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개가 다소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CJ헬스케어는 이익면에서는 미미하지만 바이오와 연계성이 크고 향후 바이오가 성장함에 따라 동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인데 매각해버렸다. 삼성은 이병철 회장 때부터 계열사 간 시너지를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경영스타일을 가지고 있었고 이건희 회장에 와서 전성기를 맞았다. 우리나라에서 제약산업이 빛을 본 것은 한미약품 정도가 유일한데 CJ는 대기업으로서 그럴 기회가 충분히 열려있다. 장기간 사업을 성장을 기다려줄 수 있는 게 대기업의 강점인데 제약, 바이오중에 제약을 매각함으로써 한쪽 날개가 꺾였다. 

CJ가 후원하는 PGA투어 CJ컵(출처 : CJ 홈페이지)

 식품분야는 CJ그룹의 본업이기도 하고 경쟁력도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 최근 CJ푸드빌 관련 매각 소문이 돌았는데 유통, 엔터테인먼트와 연관성도 있어서 쉽게 매각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게다가 얼마 전 해외 식품기업을 조 단위 돈을 들여 인수했는데 그것으로 볼 때도 매각 가능성은 높지 않다. ‘뚜레쥬르’나 ‘투썸플레이스’ 같은 브랜드를 키운 것을 보면 CJ도 신세계만큼 마케팅 재능은 있어 보인다. ‘한류’를 그룹의 키워드로 삼고 있는 현재, 식품을 매각한다는 것은 이와 배치되는 것으로 오히려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 사업에서 적자를 내고 있는 것이 이런 소문을 부른 것 같은데 CJ는 이미 헬스케어와 헬로비전을 매각함으로써 그룹의 규모가 많이 줄었다. 사업성격으로 볼 때 매각보다는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식품으로서 국내에서는 계속 성장하기 힘들기 때문에 해외기업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CJ는 미국 식품업체 ‘슈완스’를 2조 원가량에 인수했는데 결국 글로벌 식품업체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인수 후 즉각 사업을 키우기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주력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간혹 기업 인수 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바로 결실을 보려는 기업들이 있는데 이런 전략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인수에 들어간 돈으로 재무상태가 악화되었는데 거기다 또 투자를 해서 현금을 고갈시키면 결국 모기업에 부담이 온다. 대우가 이런 식으로 경영한 경우가 많았는데 그래서 재무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 CJ제일제당의 성장동력은 해외사업부가 어느 정도 해주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한류를 어느 정도 사업에 접목할지는 모르지만 엔터테인먼트를 주력 계열사로 보유하고 있는 CJ가 이를 잘 활용하면 마케팅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CJ가 한류를 세계로 전파할 수 있는 수단을 가져야 하는데 아직 여기에는 못 미치고 있다. 일본은 일찍이 거품경제가 한창일 때 미국 문화로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소니뮤직이다. 소니는 워크맨을 파는 회사이고 음악과 당연히 이미지가 겹친다. 그들은 단순히 회사를 산 것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미국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CJ CGV(출처 : CJ 홈페이지)

 우리 기업들은 이런 데 매우 취약한데 일시적인 홍보에 열을 올리거나 당장의 수익에만 집중하지 말고 그 나라 문화 속으로 들어갈 생각을 해야 한다. CJ도 여력이 된다면 문화콘텐츠 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영화사, 음반사, 방송사 다 좋은데 일단은 노하우가 있는 영화부문으로 진출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영화사는 중소규모 제작사가 많으니 인수하는 데 큰 부담을 없을 것이다. 이 제작사를 한국 감독들의 진출 통로로 활용해도 될 것이다. 


 음악분야도 진출할 만하다. 국내에서 많은 레이블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미국 본토에서 한류 바람을 타고 영업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한국기업이라는 마인드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라는 마인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류는 하나의 카드는 될 수 있지만 기업이 그런 국적에 얽매여서는 영업적으로 성장하기 힘들다. 소니뮤직처럼 미국 가수를 더 많이 접촉해서 미국 기업처럼 인식시켜야 한다. 그래야 한류가수를 내밀더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평소 음악회도 많이 주최하고 가능하면 큰 공연장을 인수하는 것도 좋다. 어떻게든 그들의 문화와 삶 속으로 들어가 바로 옆에 있는 이웃처럼 함께 숨 쉬어야 한다. 그래야 동양의 작은 기업이라는 거부감이 사라질 수 있다. 소니는 그런 점을 잘 이용했다. 


일본은 파는 게 목적이더라도 파는 것부터 하지 않고 그들의 문화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렉서스 개발을 위해 도요타 연구자들이 미국 상류층 문화 속으로 들어가 직접 상류층과 어울리면서 마케팅 보고서를 썼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CJ는 그런 마인드로 가야 한다. 우리 것을 팔기 위해서 우리도 그들과 하나가 돼야 한다.

CJ의 드라마 컨텐츠(출처 : CJ 홈페이지)

 자연스럽게 미디어 콘텐츠 분야로 넘어왔는데 대표적 계열사로 CJ E&M(엔터테인먼트), CJ CGV, 등이 있다. 

CJ E&M은 CJ오쇼핑과 합병하여 더 커졌는데 국내에서는 아주 드물게 콘텐츠를 영업수단으로 하고 있다. 게임회사를 제외하고 콘텐츠를 영업수단으로 하는 대기업은 거의 없었는데 소프트웨어가 취약한 한국에서 매우 좋은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영업이익은 2018년 3150억으로 대폭 상승했다. 콘텐츠로 이 정도 수익을 낸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기업사에서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기획사와 음반제작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방송채널과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CJ의 강점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생산자(창작자), 생산물(창작물), 유통채널, 자본까지 모두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런 케이스는 드문 것 같은데 다른 기업이 따라 하기 힘든 구조이며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보이고 있다.


 생산자(뮤지션, 감독)를 기획사를 통해서 보유하고 생산자가 생산한 콘텐츠(음악, 영화, 드라마)를 자사의 채널을 통해 유통시킨다. 완벽한 수직계열화에 해당하며 ‘하림’이 닭 농장부터 판매까지 하는 것과 비슷하다.

무엇보다 경쟁력 있는 창작자를 보유하는 게 우선인데 이런 면에서 CJ의 안목은 지금까지 훌륭했다.


 나영석 PD가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거액을 들여 영입해 자사 콘텐츠의 엄청난 성공을 이뤄냈다. 신원호 PD가 만든 ‘응답하라’ 시리즈도 마찬가지이다. 종편들이 영입한 PD들이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이런 것이 경영자의 안목이다.


 앞으로도 CJ E&M은 성장이 예상되며 개인적으로도 한국기업 중에 소프트웨어(콘텐츠)로 성공하는 첫 기업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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