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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n 10.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현대백화점 1-

21.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범현대가 기업 중에 하나로 백화점 업계 빅 3중 신세계와 2,3위를 다투고 있다. 백화점 시장은 현재 과점화되어 상위 3개 업체가 90% 이상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에는 새로운 혁신이 없는 백화점 시장이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문화 때문에 아웃렛이나 복합쇼핑몰에 밀리고 있는 현실이다. 백화점 하나를 세우기보다 복합쇼핑몰을 세우는 것이 현 흐름에는 훨씬 맞는 상황이다.


 현대백화점 회장은 정지선으로 정주영의 3남 정몽근의 장남이다. 백화점 사업은 어차피 과점시장이라 안정적인 사업을 물려받은 셈인데 최근 신세계의 급성장으로 3위로 내려앉을 상황이다. 현대는 10대 그룹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편인데 현대백화점 역시 보수적인 경영풍토를 그대로 이어받아 롯데나 신세계보다 공격적이거나 새로운 마케팅에 소극적인 편이다. 젊은 층이 소비를 주도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젊은 이미지를 항상 유지하는 것이 유통 브랜드의 필수인데 혁신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주기보다 안정적인 위치를 지키는 데 주력했던 게 아닌가 싶다.


 최근 복합쇼핑몰이 유통업계 대세로 자리 잡았지만 여기서도 현대는 뒤쳐져있다. 대신 아웃렛을 계속 출점하고 있는데 엄밀한 의미의 복합쇼핑몰과는 다르다. 복합쇼핑몰과 아웃렛의 차이는 아웃렛이 가격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매장 인테리어, 브랜드 등에서는 격이 떨어지는 반면 복합쇼핑몰은 백화점의 고급 브랜드와 아웃렛의 싼 가격을 동시에 즐길 수 있고 여기에 엔터테인먼트가 추가된 하나의 여가 문화로써 작용한다. 현대의 아웃렛은 이런 개념의 복합쇼핑몰보다는 전통적 아웃렛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신세계는 스타필드라는 브랜드를 새로 론칭해 복합쇼핑몰 시장을 열었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다양한 계열사 시너지까지 포함해 스타필드는 온라인에 빼앗긴 백화점의 마케팅 영역을 다소나마 찾았다고 할 수 있다. 저가 브랜드 위주의 아웃렛과도 차별화하여 유통 사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현대는 지속적인 출점에도 불과하고 매출에 비해 수익 성장은 더디다. 현대백화점은 연간 3천억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 중인데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롯데나 신세계에 비해서는 지나치게 사업이 백화점에 집중되어있고 성장세도 크지 않아 혁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면세점 사업에 진출해서 적자를 내며 고전 중인데 면세점 업체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신라, 신세계, 롯데 등 기존 면세점들의 영업력이 워낙 강해 단기간에 만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유통이 본업인 현대백화점 입장에서 면세점은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매장 수를 늘리고 다른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대백화점의 사업구조는 유통을 중심으로 식품, 패션, 가구 그리고 기타 사업으로 구분된다. 롯데나 신세계에 비하면 백화점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들이 시너지나 수익면에서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다. 현대 리바트는 가구분야에서 오래된 기업으로 브랜드 인지도는 있는 기업이다. 그러나 현대백화점이 이케아처럼 또 하나의 유통사업으로 키우려고 했다면 모르겠지만 단순히 백화점을 통한 시너지 확보라는 차원에서 접근했다면 이것은 단순하고 얕은 수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현대리바트(출처 : 현대리바트 홈페이지)

 리바트는 원래 현대그룹에 있다가 독립한 뒤 다시 현대백화점에 인수되었는데 현재 가구업계 2위이다. 한화 L&C를 인수해 더욱 덩치가 커졌는데 우리나라도 인테리어, 리모델링 개념이 대중화되면서 가구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집에 나전칠기 장롱을 사서 평생 썼다면 지금은 싸고 기능성 있는 가구를 인테리어나 집 크기에 따라 바꾸는 추세로 가고 있다. 게다가 1인 가구도 늘어나 그에 맞는 소규모 가구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한샘이 독주하는 이 시장에서 리바트가 유일한 견제자로 나선 것은 의미 있지만 비슷한 방식의 영업으로는 장기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구시장에서는 이케아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이케아는 실용적이고 저렴한 가구를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한 번이라도 이케아 매장에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케아는 "가구는 비싸고 한번 들여놓으면 오래 쓰는 것"이란 개념을 깨고 마치 마트에서 장 보듯이 가볍게 사고 바꾸는 것으로 새롭게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높은 가격으로 우리나라 가구시장을 점령하고 있던 기존 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이케아는 수도권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지만 향후 가구시장은 이케아처럼 하는 것이 대세가 될 것이다. 이것은 이케아의 마케팅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사회가 그렇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구조와 생활방식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핵가족과 1인 가구 증가, 실용성 중시, 온라인 판매 증가가 그 변화이다. 특히 실용성 중시라는 대목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케아(출처 : 이케아 홈페이지)

 요즘 가구는 소모품이고 싫증 나면 바꾸는 인테리어 용품일 뿐이다. 이케아의 마케팅 방식은 여기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점포에 번쩍번쩍한 가구들을 단순 나열해놓고 파는 게 아니라 가구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가구가 생활을 어떻게 바꿔줄 수 있는지 보여주고 군더더기를 뺀 합리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 이케아의 영업방식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구시장은 한샘이 독주하고 있지만 이케아의 앞선 마케팅 방식은 결국 시장을 바꾸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가구점도 생활형 매장으로 거듭나고 있는데 이케아에 비해서는 아직도 맛보기 수준에 불과하다고 본다. 가구의 매력에 완전히 빠지도록 다양한 응용사례를 보여줘야 하고 부담 없는 가격대를 유지해야 하지만 이런 점에서 미흡하다. 물론 고가의 브랜드를 원하는 고객도 있겠지만 그것은 별도의 브랜드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향후에 이케아는 국내 기업 보호 정책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본다. 이케아가 완전히 시장을 잠식하기 전에 국내 기업들도 바뀐 소비패턴에 빨리 적응해야 한다.  


 현대그린푸드는 현대백화점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인데 급식, 식품유통 등을 담당하는 회사이다. 대기업마다 이런 회사들이 있는데 예전에 대기업들은 자사 구내식당 등을 운영하기 위해 이런 회사들을 활용했다. 범 LG에는 아워홈이 있고 한화에는 푸디스트, CJ는 CJ 프레시웨이가 있다. 급식시장이 넓지만 대기업들이 과점하고 있는 상태라 추가 성장을 기대하긴 힘들다.

현대백화점 착즙 주스 브랜드 죠앤 주스(출처 : 로이슈 홈페이지)

 현대백화점과 연계성이 높지만 백화점 매장 안에서 성장하기보다는 CJ처럼 독자적인 생존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외식사업들이 그렇다. 현대백화점이란 안정적 보금자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백화점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밖에 나가 독자 브랜드로 승부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21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지만 대부분 백화점을 등에 업고 영업하기 적합한 정도이고 자력으로 강남 사거리에서 생존할 수 있을 만한 브랜드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 분야에서는 CJ와 SPC가 경쟁력이 있으므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CJ는 고급화 전략을 쓰고 있는데 자생력을 위해서는 싸구려 브랜드로 인식되서는 곤란하다. 저가 브랜드로는 시장이 평준화되었을 때 치킨 게임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희생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매각설이 나오고 있는 투썸은 현대그린푸드가 자금 여력만 있다면 인수를 고려해볼 만도 한다. 

 

 SPC는 빵, 아이스크림 등 생활 밀착형 브랜드로 성공했다. 현대백화점 같은 큰 기업이 이런 분야에 도전을 해야 할 당위성은 별로 없지만 브랜드가 약한 식품 외식사업의 외형을 키워주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현대백화점이 유통의 뼈대로서 그룹의 성장에 기반이 되는 것은 사실인데 이것은 동전의 앞뒤와 같다고 생각한다. 즉 현대백화점 그룹을 강하게도 하지만 약하게도 만드는 요인이 된다. 현대백화점이 무너지면 모든 사업이 동반 부실할 가능성이 있다. 독자적인 캐시카우가 부족하다. 지금 시장의 추세는 백화점을 점점 멀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온라인이 확대되고 백화점보다 아웃렛, 복합쇼핑몰을 선호하고 있다. 더 이상 백화점 프리미엄은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백화점 사업은 위기임을 인식해야 한다. 신세계의 성장세를 볼 때 현대는 지금이라도 운동화 끈을 고쳐 매고 뛰어야 한다. 대기업 프리미엄으로 비교적 쉽게 시장을 지켜왔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래서 경영혁신이 필요하다는 있는 것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적극적인 브랜드 개발, 인수 등을 통해 독자 생존력을 갖춰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내세울 브랜드가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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