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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n 20.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현대백화점 2-

21. 현대백화점 그룹

 백화점이니까 당연히 패션분야도 관심거리이다. 신세계나 롯데도 패션분야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현대의 패션 계열사는 (주)한섬인데 보유 중인 브랜드 중에 TIME, LANVIN, CLUB MONACO 등 괜찮은 브랜드들이 많다. 백화점 계열사이므로 고급 브랜드들이 많은데 앞으로는 중저가 브랜드도 많이 보유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랜드그룹 같은 경우 아웃렛도 운영하지만 중저가 브랜드로 독립 매장을 내서 영업하고 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추세는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다. 선진국들이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주로 중진국 이하에서 너 나할 것 없이 명품으로 자신을 대변하려고 한다. 한국도 이미 그런 시절을 지나가고 있다. 현대는 백화점이 아닌 곳에서 독자적으로 영업할 수 있는 중저가 브랜드를 많이 개발해야 된다. 백화점 안에서 왕 노릇 하는 것은 이제 졸업해야 한다.

한섬의 브랜드 클럽 모나코 

 유니클로 혁신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얘기하지만 누구나 다 아는 싸고 질 좋은 제품 판매를 왜 다른 기업들은 하지 못했을까? 그것은 사람들의 의식변화를 잡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이커도 없이 싸게 팔면 팔리겠냐는 대기업들의 경직성이 소비자 의식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명품이 좋은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개인주의에 익숙한 세대는 획일적인 아름다움 보다 개성 있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원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보다 내가 만족스러워야 한다. 그걸 유니클로가 잡아낸 것이다. 무인양품도 같은 맥락이다. 백화점이라면 사죽을 못쓰던 세대는 지나갔다.


 현대백화점은 케이블 방송인 현대 HCN도 운영 중인데 케이블 방송 시장에서 5위권에 있다. 케이블 방송 시장도 대기업의 과점시장이 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현대 HCN은 결국에는 매각해야 될 것으로 본다. 현대백화점과의 시너지도 그다지 없어 매각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 대금으로 다른 캐시카우를 만드는 데 사용하면 될 것이다. 


 인수 가능한 업종으로는 일단 금융분야를 추천한다. 범현대가에 금융계열사들이 많아 중복이 다소 걸리지만 직접 경쟁을 피할 수 있다면 될 것이다. 백화점이므로 당연히 카드사가 1순위이고 보험분야도 좋다. 자체 금융사 보유를 통해 수익도 창출하고 카드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아무래도 롯데나 신세계에 비해 계열사가 약해 연계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는 현대백화점에서는 카드사 인수를 통해 고객을 넓힐 수 있다. 범현대가의 현대카드와 중복이 되는게 문제인데 현대카드와 협업이 가능하다면 카드사 대신 보험업으로 눈을 돌려도 괜찮다.


 현대 에버다임은 건설기계 제조회사인데 현대백화점 그룹에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물론 백화점은 매장을 계속 지어야 하므로 건설사가 있으면 좋다. 그런데 현대백화점 그룹에는 건설사는 없고 건설장비회사만 있다. 이것은 범현대가에 건설사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 그룹은 서로 계열 분리되어 독립된 상태지만 실제로는 구 현대그룹처럼 이너서클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범현대가의 건설 계열사가 있기 때문에 건설자재, 장비만 납품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범 삼성가에 삼성건설, CJ건설, 신세계 건설이 따로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예로 현대백화점 아웃렛 남양주점 건설에 한라건설이 낙찰된 적이 있다.

현대 에버다임 건설 상용차(출처 : 상용차 신문)

 이렇게 본다면 현대 에버다임은 시너지는 없지만 어차피 범 현대가 납품을 노릴 수 있으므로 보유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영업이익도 1백억 대가 넘어 나쁜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그룹 입장에서는 그다지 필요성이 없다고 하겠다.  범현대가 이외의 기업에 넘길 수 없다는 의지가 있다면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매각 후 그룹 성격에 맞는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계열사별로 전반적인 상황을 살펴보았는데 지금 시점에서 현대백화점은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백화점이라는 업종 자체가 침체로 갈 가능성이 있다. 본업이 침체로 빠지면 다른 계열사도 좋을 리 없다. 특히 현대백화점 그룹처럼 업종이 치중되어있으면 더욱 그렇다. 새로운 업종으로는 금융(특히 카드) 업종을 추천한다.


 향후 경영승계에 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형인 정지선 회장이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을 가지고 동생이 현대그린푸드 이하 계열사를 가질 것이란 예상이 많다. 현대 같은 경우 기업이 많이 쪼개졌지만 범현대가의 의리로 서로 납품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이어가고 있어 분리된다고 해도 경영 상황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백화점 유통이 지금 모습으로는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 어렵다는 점을 어떻게 인식할지 주목된다.


 지마켓이나 옥션 같은 회사들이 전부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뭘 하고 있는지 안타깝다. 인수합병에 대해 인색한 게 하루 이틀 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오로지 자기 플랫폼만 최고로 생각해서는 발전할 수가 없다. 현대백화점도 현대홈쇼핑을 들고 있지만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파이를 키우고 온라인 역할을 더 키울 필요가 있다. 현대홈쇼핑은 GS, CJ에 이어 3 위급인데 서로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유통 분야에서 공격적인 경영이 없이는 현재의 구도에서 뒤처질 가능성도 있다.


 과거에는 유통에서 큰 회사가 무조건 잘되는 구조여서 대기업들이 유리했다. 그러나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오면서 이런 상황이 바뀌었다. 인터파크나 지마켓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홈쇼핑 빅 3가 점점 과점 상태로 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바일, 오픈마켓도 버릴 수 없는 시장이다. 이 시장을 가져가는 회사가 유통을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점차 오프라인 쇼핑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서 전통적인 기업들은 이런 변화를 빨리 캐치하고 혁신에 나서야 한다. 그것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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