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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l 05.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 영풍그룹 -

22. 영풍그룹

영풍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먼저 영풍문고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맞다. 그 회사. 그런데 영풍문고는 알아도 영풍그룹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데 영풍문고는 영풍그룹의 규모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영풍 그룹은 강소기업, 알짜기업 이런 수식어가 잘 들어맞는 기업으로 왜 그런 얘기를 듣는지 지금부터  알아보겠다.


 영풍은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동업으로 시작한 회사이다. 우리나라에 동업으로 큰 회사들이 많은데 지금 남아있는 것은 구 씨와 허 씨가 함께한 LG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기업문화상 일사불란한 상명하복을 강조하기 때문에 지배자가 두 명이라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시작할 때는 동업이었다가 나중에 계열 분리해서 나가거나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결국 LG도 GS가 분사해 나갔다)


 영풍은 사업분야를 크게 비철금속, 콘텐츠, 전자, 기타 계열사로 구분할 수 있는데 사업범위는 넓은 편이다. 

주력은 비철금속으로 주로 아연을 전문으로 한다. 전문인 정도가 아니라 시장을 압도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확실한 캐시카우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연이 자동차 등 각종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데 이 분야 호조는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풍은 (주)영풍이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데 복잡한 출자고리를 갖고 있어서 앞으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3세 경영 승계도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로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된다. (주)영풍과 고려아연이 핵심 계열사인데 고려아연은 최 씨 일가가 (주)영풍은 장 씨 일가가 지배하고 있다. 비철금속에서 이들 계열사의 시장 지배력은 놀랄만한 수준인데 고려아연은 계열사 포함 비철금속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국내 시장 수요의 약 80~90%를 채우고 있다고 한다. 비슷한 회사로 LS그룹의 니꼬동제련을 들 수 있는데 이 회사 역시 동제련 관련 국내 유일 회사로 거의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다.

고려아연 온산공장(출처 : 조선비즈)

 비금속 분야가 이렇게 과점도 아닌 독점 상태까지 간 것은 정부의 무관심도 영향이 있겠지만 금속보다 시장 규모가 작고 불확실했기 때문에 후발 주자가 들어가기 어려웠던 면도 있고 일반 금속보다 특화된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최 씨 일가가 지배하고 있고 순환고리를 통해 (주)영풍과 연결되어있다. 앞으로 두 일가의 계열분리도 예상할 수 있는데 고려아연이 핵심 계열사이기 때문에 서로 양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우 선대 회장들이 있을 때 정리를 해야 그나마 큰 분쟁 없이 가능한데 이것이 늦어져 후대들이 정리해야 하는 경우 대규모 경영권 다툼이 벌어질 수 도 있다. 영풍이 사업분야는 넓지만 캐시카우가 고려아연에 집중되어있고 하필이면 고려아연의 지배구조가 양측에 분산되어 있다는 것이 뇌관이다. 전체 계열사 구조를 봐도 계열 분리하기가 애매한 구조이다. 고려아연만 한쪽에서 포기해준다면 되겠지만 그렇지 않고는 어렵다.


 이런 경우 고려아연을 갖는 쪽에서 나머지 대부분 계열사를 포기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즉 (주)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비철금속 계열사를 가지고 나머지 계열사를 전부 포기하는 것이다. 명목상의 사업분야 대부분을 포기하지만 알짜회사는 갖는 방식이다. 물론 분리 독립한다고 해도 협력관계는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영풍은 고려아연 등 비철금속 제조회사를 제외하고 매력적인 계열사가 없어서 원활하게 합의가 가능할지 미지수이다. 상당히 어려운 결정이 될 것이라고 본다.


 다른 기업들 사례를 볼 때 계열분리를 위해서 캐시카우가 될 수 있는 회사를 인수한 뒤 분리하는 경우도 있다. 즉 새로운 계열사 인수금액은 양쪽이 공동 부담하거나 고려아연을 가지는 쪽에서 부담하고 계열분리 시에는 분리해 나가는 쪽이 인수한 회사를 독점 소유하는 것이다. 그나마 이 방법이 유일하게 싸우지 않고 헤어지는 방법인 것 같다. 


 계열사 별로 보겠다. 워낙 자잘한 계열사가 많아서 주요 사업부별로만 보겠다. 일단 비철금속분야이다. 고려아연이나 (주)영풍이나 거의 독점적 시장지배자라 더 충고할 것이 없다. 고려아연 같은 겨우 2018년 영업이익이 7,647억 원이다. 중견 대기업으로는 상당한 수익이다. 이런 막대한 수익이 나는 회사를 동업자라라고 해도 나눠가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자손들이 성인군자만 나오는 것이 아니므로 결국 결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계열사들이 있는데 영풍이 비철금속을 생산하므로 전자사업과 관련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차피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전자계열사의 가치는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풍은 자체 완제품이 아니라 전자부품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영풍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룹 시너지나 미래 성장 차원에서는 긍정적이지 않다고 본다.

영풍전자 사옥(출처 : 구글 이미지)

 제조업에서는 중국 등 신흥국 추격이 있고 특히 단순 부품 생산에서는 후발 주자를 따돌릴 수단이 많지 않다. 영풍 캐시카우를 가지고 있는 기업에서는 중간재 개발보다는 완제품 개발 같은 확실한 주도권을 가진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철금속에서는 기득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부품업에서는 그렇지 않다. 지주회사 전환을 염두에 둔다면 금산분리 때문에 금융회사 인수는 어렵고 그렇다면 어차피 화학에 전문성이 있으므로 금속 화학이나 전문 화학 계열사를 가져보는 것도 방법이다. 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등에도 활용되고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부품 계열사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단기간에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정유사 인수가 좋다. 아람코가 한진으로부터 에스오일 지분을 2조 원대에 인수한 것을 생각하면 영풍 입장에서도 해볼 만한 일이다. 다만 매물이 나와있지 않아서 문제인데 아람코가 외국회사인 점을 감안하면 재 매각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만약 정유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면 계열분리의 큰 그림이 나온다. 정유사 인수의 대금을 고려아연을 가진 쪽에서 지급하고 정유사를 중심으로 분리 독립하는 것이다.


 콘텐츠 분야에도 영풍문고를 중심으로 전문성이 있는데 금속업종과 콘텐츠 업종을 함께 하는 회사는 매우 드물다. 사업적 시너지도 전혀 없어서 의외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콘텐츠 업종은 앞으로 전망은 밝은 분야라서 키워볼 만하다. 이미 다른 회사들이 이 업종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시장을 개척할 여지가 많다.


 CJ가 이 분야에서는 선두 주자이고 각종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도 한류몰이를 하고 있다. 영풍이 비록 경험은 많지 않지만 몇몇 중견 기획사를 인수하고 음반에서부터 출발해서 영화까지 넓혀간다면 좋은 실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풍은 도서, 음반 유통을 하고 있으므로 음악계통 기획사를 설립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른 계열사들과 시너지는 그다지 없지만 향후 계열분리를 고려하더라도 해볼 만한 투자이다. 도서 유통에서 영풍은 상위 5개사 중에 5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1위와는 큰 차이가 있고 인터파크 등에도 밀리고 있는 현실이다. 영풍과 인터파크는 서비스 협력을 통해 인터파크에서 책을 주문하고 영풍에서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는 효과가 물음표이다.

영풍문고 (출처 : 해럴드 경제 홈페이지)

 왜냐하면 집에서 물건을 받아보려고 인터파크에 주문했는데 일부러 매장까지 찾아갈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애초에 그럴 거였으면 그냥 매장에 가서 사면 된다. 이는 단순히 온라인과 오프라인 결합만 하면 잘 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내 예상은 그렇다.


 재밌는 사실은 매장 수로 보면 영풍이 1위 교보문고보다 많다는 점이다. 서울문고까지 인수해서 반디 앤 루니스까지 운영하게 되었는데도 수익 향상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나는 그 답을 온라인에서 찾는다. 2016년 교보문고의 온라인 매출 비중은 44.3%에 육박한다.(출처 : 머니투데이, 2018.04.14, “1위 놓고 대형 서점가 뜨거운 경쟁… 덩치냐, 기술이냐”,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8041109481122323#:~:text=출판업계%2C%20진열%20경쟁·서점,공략에%20힘쓰고%20있다.)


 사실 책뿐만 아니라 모든 유통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영풍은 이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국내 최다 매장을 갖게 되었지만 매출에서는 교보에 1/3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전자책이 2014~2016년 20% 이상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볼 때(출처 : 중앙일보, 2019.02.15, “쑥쑥 크는 전자책 시장”, https://news.joins.com/article/23372774) 온라인 시장은 도서 시장의 중심이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YES24 같은 온라인 전문 서점이 2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이 정도라면 온라인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영풍은 도서시장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오프라인 매장 증설은 멈추고 온라인에 더 투자해야 한다. 나는 이 대목에서 일본의 콘텐츠 시장을 벤치마킹할 것을 권한다. 일본은 도서시장 세계 2위에 해당하는 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는 나라다. 물론 만화책이 상당수 포함되어있긴 하지만 일본의 문학, 특히 소설의 수준은 이미 세계 수준으로 정평이 나있다.


 최근에는 라이트노벨의 열풍으로 작가의 저변도 넓어져 콘텐츠가 더 다양해졌다. 1차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소설, 만화가 강세를 보임에 따라 2차 콘텐츠인 애니메이션, 드라마까지 활발한 시장이 연결된다. 원작과 소재면에서 매우 제한적인 한국과는 다른 모습이다. 


 우선 영풍은 독서량 자체를 늘리는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영풍문고에서 책을 사라는 게 아니라 일단은 책을 읽는 문화부터 확산시켜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일단 중립적이고 대중적인 도서분야 상을 제정해야 한다. 영화로 따지면 아카데미상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각 분야별로 수십 년 역사를 자랑하는 권위 있는 상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신춘문예처럼 기성 문학인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방식이 아닌 판매량과 대중의 투표를 중심으로 하는 문학상들이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나오키상 수장작 "사라바"(출처: 11번가)

 우리나라에서도 웹소설을 기점으로 일본처럼 작가의 저변이 넓어지고 소재가 다양해지고 있다. 당연히 독자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이 트렌드를 전체적인 독서 붐으로 연결시켜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그 독서수요가 영풍의 품 안으로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대중적이고 권위 있는 문학상을 만드는 게 1차적인 목표이고 그다음으로는  각종 도서 콘텐츠를 2차 콘텐츠로 연결시키는 고리 역할을 해야 한다. 영풍이 직접 투자하고 제작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1차 콘텐츠를 자꾸 키우는 시도를 해야 도서시장이 살아난다. 이 과정에서 영화 제작사나 투자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좋다. 콘텐츠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투자회사부터 세우는 것은 무난한 출발이다. 물론 이렇게 해서 국민들의 독서량이 많아지면 영풍만이 아니라 다른 회사들에게도 이익이 된다. 그러나 남 주기 아까워서 아예 버리겠다는 심산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런 좁쌀만 한 생각으로는 시장을 키울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독서수요를 어떻게 영풍으로 가져올 것인가 인데 유통에만 머물지 말고 CJ처럼 제작과 배급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서 독서 산업이 영풍을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교보에 뺏긴 수요를 가져올 수 있다. 서비스가 비슷하면 1위 회사에 가지 5위 회사에 굳이 올 고객은 없다. 전자책과 온라인에 대한 투자는 필수이다. 


 그 외에도 자잘한 계열사들이 있지만 일단 핵심 계열사들 위주로 훑어봤다. 영풍은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확실한 캐시카우를 가진 건실한 회사이다. 다만 사업이 너무 치우쳐 있고 경영권 승계과정에 있어서 위험요소도 있다. 경영권 승계 때문에 항상 마음을 졸여야 하는 것도 한국의 경영문화가 된 것 같아 씁쓸하다. 아무튼 영풍 같은 중견기업이 더 성장해서 10대 기업으로 자라줘야 국가경제도 활성화되고 시장에도 활기가 돌 것 같다. 매킨지나 증권사 분석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비전문가의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분석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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