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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l 11.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대우조선해양-

23. 대우조선해양

재계 2018년 재계 23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경영진단이다.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고 있으며 곧 현대중공업에 매각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진단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4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한 때 우리나라 조선을 이끌던 회사인데 마지막 모습은 역사에 남겨야 할 것 같아서 이대로 쓰기로 했다.


 이 책에서 기업의 역사는 가급적 언급하지 않으려 하지만 대우조선은 마지막 역사이므로 간단하게나마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대우조선은 원래 일제시대 적산기업을 국영화한 대한조선공사가 시작이다. 일제시대에는 활발한 수요처가 있었지만 전후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업을 써먹을 데가 없었다. 긴 적자 끝에 ‘78년 옥포조선소는 대우그룹으로 넘어가고 그로부터 10년 뒤 나머지 계열사가 한진그룹으로 매각된다.


 대우그룹과 조선업의 케미는 잘 맞았다. 무역의 귀재인 김우중 회장에게 해외 매출이 대부분인 조선업은 상당히 잘 맞았다. 그러나 2000년 대우그룹의 붕괴로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된다. 결국 산업은행 관리하에 들어가는데 하이닉스 등이 화려하게 재기한 것에 비해 꽤 긴 기간을 주인 없는 회사로 운영되어 왔다. 그럼에도 아직도 재계 순위 23위라는 것은 그만큼 대우조선이 껍데기만 있는 회사는 아니라는 뜻이다. 2008년 매각에 실패하고 지금까지 흘러왔는데 산업은행의 부실관리를 꼬집지 않을 수 없다. 


 산업은행이 기업을 관리할 경우 단점은 주인 없는 회사가 된다는 점이다. 오너가 없으니 욕심이 없고 헝그리 정신도 없다. 사모펀드 같은 곳에 매각되면 기업의 가치가 회복되는데 그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관리이다. 그렇게 20년 가까이 끌어오다가 이제야 주인을 만난 것이다. 이 대목에서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하나는 대우조선을 적시에 매각하지 못한 것. 두 번째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것이 좋은 선택인가 하는 점이다.

LNG선(출처 :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우선 대우조선의 매각 시점을 보자. 조선업은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가 오면서 추락했는데 미리 받아놓은 수주가 떨어지자 2010년부터 점차 매출이 떨어지기 시작해 2014년부터는 지옥이 시작되었다. 최근에 약간 회복되는 통계가 나오는데 이게 구조조정 때문인지 실제 회복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매출이 계속 줄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조선업 경기가 회복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2000년부터 산업은행이 관리하기 시작했는데 2008년 말 경제위기가 올 때까지 팔지 못했다. 덩치가 큰 회사라 그런 것도 있지만 가치를 회복시킬만한 혁신적 조치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2013년~2015년 대규모 분식회계가 발견되어 대우조선은 다시 나락으로 떨어졌는데 회계법인까지 개입된 부정사건이었다. 민간기업도 아니고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기관이 어떻게 회계부정을 저지를 수 있을까? 그만큼 관리가 부실했고 빨리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된다는 어떠한 의지도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사실 매각의 가장 적기는 2007년이었다. 그 기회를 놓친 뒤 세계경제위기가 터져 매각은 완전히 불발되고 말았다.


 두 번째로 현대중공업에 매각하는 것이 맞는지 봐야 하는데 현대중공업은 분명 우량기업이다. 단일 기업으로는 조선업 세계 1위에 해당한다. 대우조선이 2위니까 1,2위간 합병인 것이다. 사실 시장의 1, 2위가 합병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보통은 1위가 아닌 회사들이 인수를 많이 하는데 이번에 1, 2위가 합병하면서 초거대 조선사가 탄생하게 되었다. 왜 1, 2위간 합병이 드물고 좋지 않았을까? 이것은 시너지의 문제이다. 1위와 2위는 일단 규모가 크게 차이 나지 않고 두 기업 모두 규모의 경제를 극복하는 단계는 이미 넘어서 있다. 그리고 상당 부분 생산, 영업 라인이 중복된다. 예를 들어 1위와 5위가 합병한다면 이런 문제가 적다. 왜냐하면 4,5위는 규모의 경제 확보가 생존을 위해 필수이고 1위는 2위권과 격차를 벌리고 어떤 분야에 특화된 업체를 인수함으로써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배 생산도크(출처 :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그러나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이 합병할 시 그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부터 지옥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피나는 노력을 통해 구조조정을 해왔다. 군살을 뺀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시 엄청난 규모의 동일업종의 회사를 인수한다면 그동안의 구조조정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한 것이었단 말인가?


 정부와 모종의 협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은 되지만 대우조선의 부실이 다 털어진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이대로 조선업이 살아나면 좋겠지만 불황이 계속될 경우 체질이 허약한 대우조선 쪽에서 계속 부실이 터질 수 있다. 정부는 이번 매각에서 부채탕감 등 과거 개발경제체제에서 자주 하던 방식을 그대로 써먹었다. 대기업 특혜라고 그렇게 욕을 먹었던 방식이다. 나는 개발경제시대 당시 대기업에 대한 이런 방식의 지원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지원도 없으면 작은 경제규모에서 누가 기업을 인수하겠는가?


 그런데 현재의 모습은 왠지 억지로 대우조선을 현대중공업에 떠 맡기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 이유는 현대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이유가 없는 게 첫 번째이고 대규모 혜택을 준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만약 현대에 매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우조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우선은 대우조선 자체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하이닉스처럼 적시에 인수 대상자를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구조조정과 치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대우조선은 군수산업도 하고 있으니 중국 등 전체주의 국가에는 매각하지 않는 것이 좋고 그에 따라 산업은행이 일정 부분 손해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우조선이 일단은 정상적인 영업실적을 내는 것이다.


 지금 매각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는 느낌이 들고 현대중공업이 무슨 생각으로 인수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몇 년간 해오던 경영기조와 맞지 않다는 점에서 매우 부정적인 전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 주식까지 매각했는데 대우조선을 인수하기 위해서였는지는 몰라도 내실을 기해야 할 시점에 큰 리스크를 떠안은 것은 사실이다.

드릴쉽(출처 :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조선업을 보면 중국 조선업의 급성장, 발주량 감소 등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있다. 배는 사용기간이 매우 긴 제품에 속한다. 한번 사면 오래 쓰는 냉장고, TV보다도 훨씬 길어 3, 40년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은 이미 배가 많이 있고 자체 생산도 한다. 배를 많이 도입하는 국가는 분명 신흥개발국일 텐데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 BRICS이후 신흥 개발국이랄 만한 곳이 없는 상황이다. 중동이 그나마 여유가 있지만 이것은 변수가 아니라 오랫동안 상수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그나마 가능성 있는 곳은 인도, 베트남 정도이다. 아프리카에서 경제혁명이 일어난다면 모를까 조선업이 다시 예전과 같은 호황을 맡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조선업은 지금 내실을 기해야 한다. 


 인수합병의 법칙이 있다. 인수당한 회사의 임직원은 몇 년 뒤 대부분 회사에서 밀려난다. 더군다나 비슷한 회사인 대우와 현대는 당연히 그럴 것으로 보인다. 지금 대우와 현대의 물량을 다 가동할 수주량이 나올지 미지수이다. 현대 입장에서도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생산라인을 합치고 해외 마케팅 라인도 중복된 것을 없애야 한다. 이렇게 되면 1+1=2가 아닌 1+1=1.8이나 1.5가 될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이 건조한 잠수함(출처 : 대우조선해양 홈페이지)

 이것이 정상인데 만약 이렇게 하지 않으면 현대중공업은 다시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대우조선은 조선 부품회사도 많은데 이게 다 현대중공업에 이미 있는 회사들이다. 대우조선에 풍력발전 사업을 하는 계열사도 있는데 조선사들이 풍력사업을 하는 것은 플랜트를 노리고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큰 수익이 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풍력발전 계열사가 현대에도 이미 있어서 이 또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대우조선에 대해 살펴보면서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을 분석해보았다. 지금 시점에서 경영 진단이랄 것도 없고 합병 문제가 가장 큰 이슈이므로 그것을 다뤄봤다. 이 합병에는 전체적으로 부정적 요소가 많아 보인다. 두 회사 모두에게 별로 메리트가 없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합친다고 해도 나는 말릴 것이다. 인수합병은 서로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더할 수 있을 때 최고의 효과를 낸다. 이번 경우는 약점은 그대로 강점은 서로 겹치는 별로 좋지 못한 궁합이다. 과연 두 회사가 나쁜 궁합을 이겨내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을지, 몇 년 뒤 못살겠다고 이혼신청을 할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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