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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l 16.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한국투자금융-

23. 한국투자금융

한국투자금융(한투)은 잘 알려진 회사는 아닌데 30대 기업에 속하는 금융전문 기업중에 농협, 미래에셋에 이어 세번째 규모이다. 한국투자금융은 금융지주회사로 2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미래에셋이 천재적인 CEO 덕분에 거의 원맨쇼로 컸다면 한국투자금융은 부침을 많이 겪으면서 커왔다.


 금융전문기업은 경영 위험성도 작은 편이고 경기변동에 민감한 것도 아니어서 크게 진단할 것이 있지는 않다. 여기서는 우리나라에서 금융전문기업이 어떻게 성장할 것인지를 놓고 얘기해 보겠다.


 한투는 한국투자증권을 중심으로 한 금융전문 그룹으로 지주회사 2017년 기준 6,5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은행 계열이 아닌 기업으로 이정도면 굉장히 선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 뱅크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은행사업에도 진출해 사업포트폴리오가 한층 좋아졌다. 


 부채비율도 50%미만으로 건실한 재무구조를 가진 기업이다. 한투의 사업구조를 보고 우선 지적할 점은 증권에 치중된 사업구도이다. 카카오 뱅크를 세우면서 그나마 분산이 되고 있지만 아직도 그룹의 모태인 증권사가 비중이 가장 크다. 2017년 기준 자산비중이 80%가 넘는다. 잘되고 있는 기업이 비중이 큰 게 뭐가 잘못됐냐고 할 수도 있지만 주식도 한바구니에 담으면 안되는 법인데 경영이라고 다를 리 없다.


 물론 금융업이 위험도는 낮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KT 경영진단에서 분석했듯이 카카오 뱅크는 지금까지는 성공작이다. 얼마전 카카오뱅크에 들어둔 적금을 확인했더니 초단위로 이자가 보였다. 이런 기발한 발상은 카카오뱅크의 기업문화가 금융업치고는 매우 유연한 자세라는 것을 보여준다.

한투 연금광고(출처 : 유튜브)

 K뱅크는 인터넷은행의 차별성을 어필하는 데 실패해 성장세가 매우 더디다. 앞으로 카카오뱅크가 한투 그룹 자산의 30%를 넘어선다면 미래에 대한 청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가 또다른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면 한투는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다.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국내 거대 금융사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울 수도 있다.


 한투는 특이한 기업이력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현재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이 동원그룹 김재철회장의 장남이란 점이다. 동원그룹은 동생인 김남정 부회장이 이어가는 것으로 굳어졌는데 이런 모습도 우리나라 경영계에서는 매우 이례적이다. 장남이 계열사 하나를 가지고 분사하고 동생이 가업을 이어받는 것이다.


 동원그룹이 재계순위 45위란 점을 감안하면 장남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발견한 김재철 회장이 새로운 길을 터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오너경영의 잘된 사례라고 하겠다. 한국투자증권은 일찌감치 IB(투자은행)성격으로 미래에셋과 함께 성장했으나 IMF파고를 넘지 못하고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다가 나중에 동원그룹에 인수되게 된다. 


 보통의 기업들이라면 동원그룹 내부에 금융사를 두면서 장남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동생이 몇개 계열사를 가지고 분사하는 방법을 택할 텐데 동원은 반대였다. 5,412억원에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해서 지금 자산규모가 70조를 넘고 증권업계 3위권에 해당하는 회사로 키워냈으니 아무리 오너 2세라고 해도 재능은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 김남구 부회장(출처 : 중앙매거진)

 언론에서는 그가 김재철 회장의 지시로 원양어선을 탄 것 가지고 찬양가를 부르지만 재벌2세가 원양어선을 타는 것과 일반인이 고등학교 졸업하고 원양어선 타는 것은 다르다. “안되는 게 없다”고 하는데 그건 재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많은 원양어선 선원들은 불안한 미래를 안고 매일 생활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물론 재벌2세도 머리아프게 경영전선에서 싸우고 있지만 둘은 다른 차원의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섣불리 미화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김남구 부회장은 한투를 키워내면서 떳떳하게 오너자리에 올랐다. 비슷한 케이스로 한진그룹에서 분사해 성장한 메리츠금융이 있다. 그러나 한진은 4남이 독립해 나간 케이스이므로 매우 정상적 수순이었다. 어쨌든 두 사람 모두 인수때보다 회사를 키워 거대 기업을 일궈냈다.


 한투의 미래는 밝다. 금융업에서 미래에셋과 함께 투자은행의 선두주자로서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포화된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IMF때처럼 외국에서 일시에 유동성 부족에 몰리지 않도록 재정 적정성을 항시 유지해야한다. 국내에서만 사업한다면 모르겠지만 해외에서 사업을 벌일 때는 이런 부분에 신경써야한다. 동남아권에 많은 돈을 빌려주고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IMF시절을 잊으면 안된다.


 최근 한투도 성장 욕구를 드러내고 있는데 대우증권, 현대증권 인수를 시도했으나 모두 밀렸다. IB를 지향한다면 규모의 경제는 필수이다. 리스크가 많기 때문에 그걸 감당할 수 있는 덩치를 가져야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투자의 효율성면에서도 자금여력이 많으면 좋다.


 한투는 카카오뱅크가 매출실적을 올릴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한다. 가능하면 K뱅크를 몰아내고 시장의 지배자가 되면 더욱 좋을 것이다. K뱅크는 이 상태로 가면 가망이 없다. 둘 간의 경쟁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고 특히 젊은 층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카카오뱅크는 원래보유하고 있던 인터넷 컨텐츠(캐릭터 등)을 이용해 카드를 발급하고 있고 이것이 초반인기를 견인했다. 한투보다는 카카오가 주도적으로 했을 것 같은 마케팅인데 결과적으로 성공했다.

켄드리엄 자산운용사와 업무협약(출처 : 비즈니스워치)

 한투는 국내에서 계속 덩치를 키우기 위해 인수대상을 물색해야한다. 만약 어렵다면 미국등 선진국에 교두보 마련을 위한 인수를 해도 좋을 것이다. 리먼브러더스 인수에 대해 말이 많지만 나는 인수판단은 옳았다고 보고 부도 후 인수한 노무라증권도 잘한일이라고 생각한다. 1백년 넘는 미국식 금융노하우와 인맥, 마케팅 역량을 모두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한투가 비슷한 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면 도전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리먼브러더스 처럼 숨겨진 폭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실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고 분식회계가 있었다면 법적으로 사기에 해당하므로 대응할 수 있다. 오너의 2세가 이렇게 자기 기업을 일구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능력도 안되는데 전체기업을 덜컥 물려받는 것보다 났다. 지금 한투가 조심할 것은 자만이다. 지금까지의 성적은 좋았지만 연이은 인수실패를 볼 때 자만감이 있지 않나 싶다. 최고경영자는 자신감도 있어야하지만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한투가 우량기업이 되어 맷집이 생기긴 했지만 대기업 계열사처럼 2중, 3중으로 안전장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증권이 무너지면 곧바로 그룹전체에 경고등이 오게된다. 3~5년간 카카오뱅크의 성장에 집중하고 10년 내에는 미국에 거점을 만들 수 있는 우량 IB가 될 수 있는 비전을 세워야한다. 일본 금융기업들은 이미 70년대에 다 한 일들이다. 우리도 그 길을 따라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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