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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l 24.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금호아시아나-

25. 금호아시아나

 30대 기업을 다루다 보니 명단에서 빠질 기업을 자꾸 다루게 돼서 씁쓸하다. 대기업은 안 망할 것 같지만 이제 경영환경은 80년대와 다르다. 언제 어디서 복병이 들이닥칠지 모른다. 더군다나 경영에 소질이 없는 자손들이 쉽게 경영권을 손에 넣게 될 경우 기업의 앞날은 그야말로 절벽 위를 걸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금호아시아나는 대표적인 호남기업으로 대우건설, 대한통운까지 먹어치우며 10대 재벌에 들어섰지만 현재 아시아나 항공 매각이 발표되고 40위권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호의 여러 가지 포트폴리오로 볼 때 다시 올라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는데 대우조선해양을 분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래도 한때 대한민국 10대 기업으로 이름을 날렸던 대그룹의 기록을 남긴다는 측면에서 다뤄보겠다.


 금호그룹은 다른 그룹하고 비교해서 보면 이해가 쉬운데 일단 운수업을 모태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한진그룹과 비교된다. 항공물류까지 갖췄기 때문에 아주 비슷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한진이 해운 물류에도 비중을 가지고 있었던 점은 다소 차이가 있다.  한진은 해운 물류에 조선사까지 갖추었고 금호는 육상물류에 타이어 회사를 갖고 있었다. 그룹 포트폴리오는 둘 다 나쁘지 않은 편이다.


 특이하게 형제간 순환제로 경영권을 가진다는 점은 두산과 비슷하다. 두기업 모두 경영권 다툼이 있었던 것도 그것 때문은 아닌지 안타깝다. 두산은 건설에서 큰 손실로 힘들게 되었고 금호도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그룹이 힘들어졌다. 10~20위권 대기업들이 무리하게 몸집을 불려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 역사로만 보면 삼성보다 짧지 않아서 자기들이 모두 삼성처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삼성의 성공은 보기엔 쉬워도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업으로 이건희 만이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계열사가 톱니바퀴 물리듯 맞아 들어가서 시너지를 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인수하는 회사마다 1등을 만들어냈다. 그것은 타고난 통찰력과 판단, 인내력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금호아시아나가 운수업으로 성장해 대기업까지 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방의 많은 부호들이 운수업 기반을 가지고 있다. 운수업은 지방에서 어느 정도 독점권이 인정되고 있고 터미널 등 개발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중에 전국적으로 성장한 것이 금호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금호는 계열 분리된 금호석유화학 정도만 남기고 이제 고난의 길로 들어가야 한다. 아시아나가 떨어져 나가면 육상물류와 건설 정도만 남는데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서 분석해보겠다.


 금호는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을 삼키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이는 알맹이가 있는 성장이 아니라 껍데기의 성장일 뿐이었다. 엄청난 현금을 소모해야 했고 경기불황으로 금방 위기가 다가왔다. 오너의 과욕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데 창업자가 지하에서 울 일이다. 경영권이란 것은 부모 자식 간에도 분쟁이 생긴다. 하물며 형제경영은 경영권이란 둘로 나눠질 수 없는 것을 서로 한 손씩 잡고 있는 것과 같다. 반드시 문제가 생기는 구조인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금호가 다시 성장할 수 있을까? 금호가 다시 현금을 모아서 기업을 인수하기는 쉽지 않다. 캐시카우가 없기 때문이다. 금호석유화학이 다시 금호의 뒤를 잇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 4남 박찬구 회장이 경영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은 2018년 영업이익이 5천억에 이르는 알짜회사이다. 영업이익률도 거의 10%에 육박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재계 55위이지만 영업능력이 확실하므로 꾸준히 현금을 쌓으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가능성은 있다. 현대그룹이 붕괴된 이후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가 구 현대 계열사를 인수한 것처럼 될 수 있다.


 금호그룹은 금호건설(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이 있지만 건설업이나 운수업이 과거와 같은 영광을 다시 찾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금호산업은 2018년 423억의 영업이익을 내서 나쁘지 않은 실적을 냈지만 국내 건설업이 장기불황이고 그룹사 물량이 줄어든 이상 금호산업이 가야 할 길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아시아나 항공 때문인지 몰라도 각종 공항 공사 수주 성적이 좋은데 앞으로도 지속될지는 미지수이다.


 매출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조금 넘는데 시공능력 순위 23위(2018)로 17위인 두산건설보다 떨어진다. 금호가 대기업 프리미엄이 없이 앞으로 각종 건설에서 실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약 금호건설이 어려워진다면 금호고속이 마지막 희망이 될 것이다. 


 금호고속은 비상장 회사라 분석이 어려운데 2018년 영업이익이 309억 원이다. 나쁘지 않은 성적인데 주로 터미널 운영을 통해 현금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 꾸준한 수익이 나온다면 현상 유지는 가능하겠지만 다시 치고 올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금호고속은 초심으로 돌아가 일단 육상운송, 터미널 사업 등에 집중하면서 내실을 키워야 한다. 터미널을 리모델링한다는 가 하는 식으로 이익 확대를 위해 나서야 한다. 터미널 공사를 금호산업이 할 수 있으니 최소한의 시너지는 있다. 다만 각 지역 터미널이 이미 다 들어서 있는 상황에서 추가 물량이 없어 이것도 확실한 방법은 아니다. 금호고속은 육상물류를 키워 그룹을 일단 정상화한 다음 그룹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두 사업은 시너지도 크고 DNA가 비슷하므로 다시 결합하기도 좋다. 금호산업과 금호고속이 합쳐서 매년 1천억의 영업이익을 내준다면 그룹의 회생은 더 빨라질 수 있다.


 금호석유화학 입장에서는 금호생명(현 KDB 생명)을 인수해 기반을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매각 예상가는 5천억 안팎이 될 것인데 금호그룹이 하기엔 액수가 크다. 금융회사 인수로 인해 크게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측면에서 금호석유화학이 그나마 가시권에 있다. 


 이 책을 통해 계속 재벌 자손들의 경영승계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기업을 응원하는 입장의 많은 사람들이 무조건 재벌 총수를 옹호하지만 나는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기업들을 위해서 이제 선진국 방식을 도입할 때가 되었다. 이것은 선진국을 보면 뻔히 답이 나오는 얘기이다. 오너 1인에 의존하는 회사가 좋지 않고 하물며 그 자손에 의존하는 것은 더욱 위험성이 크다. 강제로 할 일은 아니지만 기업이 스스로 할 수 있게 유도하고 인식개선에 힘을 쓸 필요가 있다. 


 현대 산업은 단순하지 않다. 뚝심으로 해결되지도 않고 붐을 탄다고 해서 대기업이 되는 것도 아니다. 기업은 영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경영자는 그 핵심이다. 누가와도 회사가 운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영속성을 얻는 길이다. 금호는 형제간 경영이라는 꼼수를 통해 당면한 경영권 문제를 흐려놓았지만 결국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선대회장이 있을 때 처리했어야 하는 문제이다.


 금호는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었는데 경영능력이 의심되는 재벌 자손이 과욕을 부리는 바람에 수십 년간 쌓아온 기업이 한순간에 벼랑 끝으로 몰리고 인적, 물적 자본이 뿔뿔이 흩어졌다. 다시는 이런 한심한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지금 시점에서 금호의 몰락을 보며 재벌 오너들은 기업이 영속적으로 가기 위해 어떤 길을 택해야 할지 한번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본인들을 위한 문제이다. 그동안 혁신을 외쳐온 기업들이 아닌가. 진짜 혁신은 내 뼈를 깎는데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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