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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Aug 11.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효성그룹-

 효성그룹은 역사가 오래된 기업으로 1세대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창업자인 조홍제 회장이 삼성 창업을 함께 했을 정도이다. 초창기 삼성에서 이병철 회장과 동업을 했으나 나중에 나와서 독립하였다. 초창기 대기업들이 그렇듯이 효성도 섬유기업으로 출발하는데 아직도 섬유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효성은 하이닉스 인수를 밝혔다가 시끄러웠던 적이 있었는데 반도체 사업은 SK보다 효성이 더 어울리지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지금의 효성그룹 자본으로는 무리였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을 보면 효성이 10대 그룹으로 도약하고 싶은 의욕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압도적인 이익을 내는 회사는 없지만 계열사들의 영업실적은 좋은 편이다. 


 효성은 지주회사 전환도 했고 여러모로 경영권면에서는 안정단계이다. 하나 이슈가 있다면 현재 회장인 조현준 회장의 동생 조현상 사장의 독립이다. 지분을 형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넘겨받을 계열사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효성은 주력이 섬유, 송배전, 소재, 화학 등이다. 하나하나 보면서 조현상 사장과 연결해보자. 지주사 전환이 2018년에 되었으므로 개별 기업 실적이 정확하지 않아 2017년 자료를 많이 참고했으니 양해를 구한다.


 우선 효성 중공업부터 보면 다른 대기업들처럼 중공업 안에 건설이 함께 있다. 삼성이 중공업과 건설을 합친 이후 많은 기업들이 이런 형태를 보이는데 표면적인 이유는 경영합리화, 시너지를 말하지만 개인적인 분석은 다르다. 내가 볼 때 건설을 중공업이나 다른 계열사 내부에 하나의 사업부로 만드는 이유는 재무적인 이유가 큰 것 같다. 한때 건설은 그룹을 떠받치는 축이었지만 최근에는 눈칫밥을 먹고 있는 신세이다. 장기 불황으로 건설경기가 좋지 않고 여러 가지 규제 때문에 예전처럼 그룹의 자금줄 역할도 못하기 때문이다. 

공덕동 효성해링턴스퀘어(출처 : 효성그룹 홈페이지)

 실적이 들쭉날쭉하다 보니 여차해서 부도라도 난 다면 그룹의 큰 골칫거리가 될 수 있으므로 건설보다 더 큰 계열사에 포함시켜 재무상태를 좋아 보이게 하고 이로 인해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여러 재무 비용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건설이 국내 탑 3에 드는데도 이런 방식을 택했는데 잘 나가는 건설이 독립되어있을 때 여러 견제를 받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삼성건설이 국내 1위까지 간 적이 있었지만 누구도 “래미안”에 주목하지 삼성건설에 주목하지 않는다. 해외사업을 많이 하는 중공업과 연계성이 있다는 점도 이유가 된다. 효성 같은 중견기업들은 대부분 재무구조를 좋게 하려고 이런 방식을 사용하지 않을까 추측한다.  


 효성중공업 건설부문은 ‘해링턴타워’,’해링턴플레이스’등의 브랜드를 가지고 사업하고 있으며 2018년 시공능력 순위 38위로 대기업 치고는 낮은 순위이다. 2017년 영업이익은 910억 원 수준이다. 시공능력보다는 좋은 성적이다. 중공업 영업이익은 650억인데 건설까지 합쳐 1500억대 이익으로 견실한 수준의 영업능력을 보여줬다. 중공업 분야에서 특히 송배전 설비(변압기) 경쟁력이 있는데 이는 LS산전과 유사하다. 신재생에너지에도 관심이 많아 태양광, 배터리 저장장치, 풍력발전까지 손을 대고 있다.


 특히 최근 수소차 개발과 관련하여 수소충전소를 자체 솔루션으로 짓고 있으며 초창기이긴 하지만 시장점유율이 1위이다. 수소차가 앞으로 어느 정도 인기를 얻을지 모르지만 공격적으로 선제 투자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비록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지금으로써는 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수소에너지는 최대 관건이 생산과 보관이다. 생산이 친환경적이어야 하고 보관이 안전해야 한다. 과연 이 난관을 뚫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알려진 것처럼 수소생산 시 열을 가하거나 전기 분해를 한다면 이것은 친환경적이라 할 수 없다. 전기기술이 있으니까 친환경에너지에 관심을 가지는 게 당연한데 전기차 충전소 시장도 뛰어들어보는 게 어떨까 한다. 송배전에 배터리 저장 기술까지 있으므로 안성맞춤이다.

효성 수소충전 전시관(출처 : 효성그룹 홈페이지)

 다음은 효성티앤씨인데 섬유와 무역을 하는 계열사이다. 앞에서 섬유에 특화된 기술을 가졌다고 했는데 효성은 스판덱스 섬유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이다. 2017년 기준 영업이익은 2천억 이상으로 알짜 회사라고 볼 수 있다. 무역에서는 철강, 화학제품을 교역하는데 중공업, 화학을 주축으로 하는 그룹 성격을 볼 때 무역회사는 필요하다고 본다. 무역부문 이익은 많지 않다고 하는데 그룹 내에서 수출물량을 줄 수 있는 계열사가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영업실적이 좋기 때문에 특별히 진단할 내용은 없다.


 다음으로 효성첨단소재이다. 회사명을 굳이 첨단소재라고 붙인 건 좀 특이한데 왜냐하면 생산품이 일반적인 화학이나 섬유분야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탄소섬유, 타이어코드, 에어백 등을 생산하는데 지주회사를 만들면서 인위적으로 사업을 떼어낸 느낌도 있다. 향후에 다른 계열사와 합쳐지거나 경영권 승계 시 분사할 수도 있지 않나 예측해본다. 2018년 영업이익은 640억 정도인데 너도나도 하는 사업이 아니라 성장성은 있는 편이다. 

효성의 타이어코드(출처 : 효성그룹 홈페이지)

 우리나라에도 탄소섬유를 생산하는 회사가 있는지 몰랐는데 효성은 아람코 등과 협력하여 생산량을 늘리려 하고 있다. 전기차의 확대와 더불어 탄소섬유는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차가 가벼울수록 그만큼 배터리 소모가 적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성은 전기차 개발업체와 협력하여 탄소섬유 소재 개발, 사용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 회사는 타이어코드라고 해서 타이어의 강도를 보강해주는 소재도 생산하고 있는데 이 부문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효성그룹에서 분사해나간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협력관계가 좋을 것으로 예측된다. 생산 중인 소재들을 보니 효성과 자동차 분야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만약 효성이 전기차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도 드는데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사업인 만큼 위험부담은 있다. 그러나 후방산업인 소재, 발전, 배터리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으므로 사업적 시너지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전자부품 생산인데 국내에 최고의 전장부품 회사들이 있으므로 이 부분만 아웃소싱을 하면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효성은 중공업회사로 B2C 기업이 거의 없는데 B2C는 돈을 버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LG가 수년째 적자임에도 휴대폰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전자부품의 전방사업이기도 하고 고객과 직접 첩촉할 수 있는 영업적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은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켜주므로 제품을 파는 것 이상의 가치를 기업에 준다. 효성은 두산처럼 B2B 중심 기업인데 이렇게만 해서는 10대 기업이 될 수 없다. 

효성이 생산하는 에어백(출처 : 효성그룹 홈페이지)

 앞으로 그룹의 성장을 위해서는 반드시 B2C 사업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런 면에서 전기차 사업은 매우 좋은 토대가 될 것이다. 전기차 회사를 몇 개 인수해 초기 기술력을 확보하면 생산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중국 같은 경우 100개가 넘는 자동차 메이커가 난립하고 있다는데 일반 자동차보다 진입장벽이 낮은 전기차는 효성의 계열사를 볼 때 최적의 신사업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전기차를 생산하는 순간 현대차 등과의 협력은 물 건너 같다고 봐도 된다.

효성은 핵융합발전 국제 공동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출처 : 효성그룹 홈페이지)

 다음은 효성화학이다. 2018년 영업이익은 1천 억대 초반인데 폴리프로플렌(PP) 생산에 대해 수직계열화가 되어있다. 효성은 전반적으로 소재화학기술이 뛰어난 회사라고 볼 수 있는데 지주회사를 만들면서 분사한 회사들이 소재별로 나눠진 느낌이다. 그만큼 영업적으로는 크게 차별화되지 못한다는 뜻인데 소재기술이 뛰어난 만큼 이 소재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제품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전방사업이며 B2C 사업이 될 것이다. 

PP만 해도 자동차 내부 충격흡수 소재나 광학소재 등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소재사업으로의 경쟁력은 충분하니 이제 고객과 직접 접점을 만드는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효성그룹 전체를 살펴보았는데 각 계열사가 허투루 된 것 없이 생각보다 건실함을 발견하였다. 다만 10대 기업이 되기에는 사업영역이나 이익규모가 작았다. 그룹의 성장을 위해서는 B2C 사업을 키워야 하는데 지금 하고 있는 사업들의 전방사업이 되어줄 만한 사업을 해야 한다. 전기차 생산, 전기/수소 충전소 사업들이 우선 대상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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