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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Aug 19. 2019

30대 기업 경영 진단 -OCI 그룹-

27. OCI그룹

 30대 기업 중에 가장 인지도 낮은 기업이 아닐까 싶은데 OCI라고 하면 아마 들어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대신 동양제철화학이라고 하면 그나마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예전에 인천방송(Itv) 대주주이기도 했다. 지금은 태양광 회사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주식하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한때 태양광 바람이 불어 어마어마한 가격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었다. 요즘 또 태양광 바람이 불고 있는데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동양제철화학도 무척 오래된 기업인데 창업이 59년이고 실질적으로는 제대로 된 공장이 갖춰진 68년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화학분야에 꾸준히 집중해온 기업이기도 하다. 별 기술도 없는 시대에 화학에 승부를 건 것은 오로지 창업자의 뚝심이었을까 아니면 미래에 대한 확신이었을까? 


 동양제철화학이 사명을 OCI로 바꾼 것은 2009년인데 The Origin of Chemical Innovation을 줄인 것이라고 한다. 다른 대기업들 사례를 보면 알겠지만 이건 선전용이고 아마도 동양제철화학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이 창업주가 준 이름을 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LG, LF 이런 약자들이 다 기업의 한글명칭을 줄인 것으로 추측되지만 대외적으로는 다른 뜻을 내세우고 있다. 


 대기업은 점 하나도 바꾸기 쉽지 않고 창업주의 정신은 눈곱만치도 손댈 수 없는 곳이다. 그들이 사명을 바꾼다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다. OCI도 이렇게 추측해볼 때 주로 두 글자 약칭을 쓰는 대기업들과 다르게 3글자를 쓴 것도 억지로 동양제철화학을 유지하려다 보니 그렇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전 영문 이름은 DCC Chemical Co., Ltd.인데 사실 이 명칭이 의미상으로는 더 맞다. 추측해보건대 Oriental Chemical Industry의 약자는 아닐까 한다. 이름이 뭐 그리 중요하겠냐고 하지만 대기업에서 이름 바꾸는 건 어마어마한 변화이다. 동양제철화학이라고 해서 철강사업을 하는 줄 아는 사람도 있는데 제철과 관련된 화학사업을 하고 있을 뿐 제철을 직접 하지는 않는다.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공장(출처 : OCI 홈페이지)

 태양광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바꾸기 위해 변경했다는 말도 있는데 역시 설득력이 없다. 이름 때문에 태양광이 안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신인도 면에서는 유서 깊은 이름이 더 도움이 된다. 결정권자들만이 알 수 있는 일이지만 궁금하긴 하다.


 OCI의 지금 계열사 구조는 단출한데 사업분야를 나눌 것도 없다. 크게 나누면 화학부문, 발전부문, 바이오 부문이다. 우선 주력인 발전부문부터 보자.


 발전부문 계열사에는 태양광 발전(OCI Power)과 열병합 발전(OCI SE)이 있는데 열병합 발전은 새만금 산업단지 내에 건설된 것으로 2016년부터 상업발전을 시작했고 발전소들이 대체로 수익면에서 나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유 자체는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발전을 시작한 2016에 바로 매각이 거론되었는데 부채비율에 비해 사업성이 불투명했기 때문이었다. 2018년 기준으로 OCI SE는 55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약 3년 만에 사업적 본궤도에 올랐다. 다만 석탄을 사용하고 있어 환경문제 때문에 향후에도 마음을 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OCI Power는 태양광 발전 계열사로 OCI입장에서 보자면 다른 계열사에서 만든 부품을 사용해 수익을 내는 전방산업이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을 분석했지만 태양광에 대해서는 줄곧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태양광이 미래산업으로 각광받던 시절도 있었지만 화석연료만큼의 효율을 낼 수 있는지 환경적으로 더 좋은지는 의문이었다. 우리나라도 태양광 붐이 일어 OCI의 주가가 한 때 64만 원까지 올라갈 때도 있었다. 

군산 ESS(전력저장장치) 공장(출처 : OCI 홈페이지)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사업을 할 때 애초에 외국에서만 사업을 할 생각으로 시작하진 않는다. 대부분 기업들이 국내 사업을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키워 해외로 나간다. 강소 혁신 기업이 많기로 유명한 이스라엘은 국내 시장이 작은 탓인지 글로벌 마인드 때문인지 사업 시작 때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한다. 이것은 아마도 기술 위주의 기업과 대규모 공장 기반 제조업 기업의 차이일 것이다. 아무리 대기업이라 해도 대규모 생산시설이 필요한 사업을 국내 시장의 성공 없이 곧바로 해외에서 시작하긴 어렵다. 


 태양광이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느냐에 나는 무척 회의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태양광발전이 가능한 시간은 하루 평균 3시간 정도라는 것이 중론이다. 굳이 이런 연구결과가 아니더라도 우리 체험적으로 1년을 통틀어볼 때 쨍한 날씨는 그렇게 많지 않다. 역사가 깊은 태양광이 아직도 성공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특정지역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어느 지역에서나 동일한 효율을 내줘야 에너지로써 가치가 있는 것이다. 지금은 그런 기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고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가장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태양광이 아직도 이런 수준이라면 다른 에너지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앞으로는 수소나 핵융합에너지에 또 다른 희망이 있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OCI는 태양광 매출이 40% 이상이니 태양광 대표기업으로 위상을 되찾아야 한다. 뒤돌아갈 출구가 없다. 하나 긍정적인 것은 OCI가 태양광 원천기술인 폴리실리콘 생산기술을 갖고 있으므로 전후방 산업이 시너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콜타르 공장(출처 : OCI 홈페이지)

 지금은 중국시장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중국은 장기적으로 전망이 어둡다. 중국의 문제는 정치 지배구조이다. 불안정성이 너무 크다. 리스크를 어느 정도 안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이제 터져 나올 시기라면 자재하는 것이 좋다. OCI가 미국 태양광 시설을 매각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잘못된 선택이라고 본다. 차라리 중국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미국 등 서방에서 안정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중국 경제는 이미 최고점을 찍고 점점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혁신이 드문 중국에서 규모의 경제는 있을지언정 혁신을 통한 새로운 상승곡선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고 본다.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나라면 미국에 투자하지 중국에는 하지 않을 것이다. OCI가 실적 악화되는 것도 중국에 기인한 것이 많다. 전체적인 포트폴리오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중국이 전 세계 폴리실리콘 수요의 50%를 차지한다고 하지만 이 역시 비정상적인 것으로 곧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한화와 OCI가 태양광에 힘을 쏟고 있는데 두 회사 모두 어느 정도 수직계열화를 갖추었다. 어차피 승부는 해외에서 날 것이기 때문에 과도한 시설투자보다는 생산량 조절을 통해 내실 다지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두 회사 모두 기술력과 대외 경쟁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충분히 겨뤄볼 만하다. 

췌장암 항암 물질을 개발한 벤처회사에 최근 투자했다(출처 : OCI 홈페이지)

 OCI에서는 바이오 사업을 2018년부터 했는데 비앤바이오라는 회사로 부광약품과 5:5 합작한 회사이다. 화학과 바이오는 접점이 있으므로 시너지는 있다고 보이는데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진득한 투자를 해야 하고 섣불리 수익을 기대해선 안된다. 10~20년 뒤를 바라본 투자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겠다. 이 부분은 나쁘지 않은 투자라고 생각한다.


 이 밖에 OCI Ferro라는 소재 회사와 DCRE라는 도시개발 회사가 계열사로 있다. 


 지금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뺄 것은 그다지 없어 보인다. 최소한의 시너지를 가지고 있고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태양광 업황이 좋지 않다 보니 그룹 전체가 침체국면인데 태양광 수요를 직접 만들어줄 전방사업 계열사가 필요하다. 일단 드는 생각으로는 전기차 충전소 사업과 연결 지어보면 어떨까 한다. 


 전기차 충전소는 기존 주유소와 달리 주택가, 쇼핑몰 등 다양한 곳에 설치될 것이고 전기 시설이 여의치 않은 곳에서는 저장된 전기를 전기차에 공급하는 충전시설도 필요할 것이다. 이런 시설에는 태양광이 적격이라고 보는데 그 이유는 다른 시설과 연결이 필요 없고 자체 전기 생산이 가능한 것이 태양광이기 때문이다. 지금 OCI입장에서는 후방산업들은 갖춰져 있기 때문에 태양광 수요를 진작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즉, 수요를 직접 창출하는 것이다.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충전소를 많이 만든 것은 어떨까.  이것은 이미 전기 충전 기술을 가진 다른 대기업과 합작을 통해 진행할 수도 있다. 앞으로는 비행기나 배도 전기로 운행될 가능성이 크므로 여기에 대비한 태양광 충전시설도 필요하다. 여기에 사용되는 충전장비는 내장된 것으로 비행 중이나 항해 중에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비행기와 배를 제조하는 회사들이 직접 개발하게 두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 합작 등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그런 산업이 조기에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관련 연구개발에 투자해서 시장이 열리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통적 발전사업이 아니라 태양광 전기의 장점을 이용한 전방산업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허무맹랑한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일론 머스크의 생각도 처음에는 다 비웃었다. 삼성이 성장하는 비결은 전방산업이 없으면 전방산업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로 시너지를 발휘해서 거대 기업이 된 것이다. OCI는 너무 태양광에 매몰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화학과 전혀 관련 없는 엔터테인먼트나 금융권에도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지만 현재 본업도 잘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 다른 분야에 투자한다는 것이 시기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OCI 이우현 부회장(출처 : OCI 홈페이지)

 OCI는 3세 경영으로 이미 넘어왔기 때문에 경영권 문제는 없는 편이다. 그러나 오너의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너리스크는 아직 살아있다고 봐야 한다. 중견기업들의 오너리스크가 가장 위험하다. 성장의 욕구는 있으나 능력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웅진, 금호, 동부 같은 기업들이 다 그렇다. 가뜩이나 세습경영은 더 큰 약점을 보여준다.


 OCI는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확장해서 태양광 위주의 사업구조를 벗어나느냐가 문제이다.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면 태양광 업황에 따라 그룹의 생사가 좌우되는 불편한 상황을 계속 맞을지도 모른다. 한화가 태양광에 적극적 투자를 하면서도 웃을 수 있는 이유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넓어서 뒷받침해줄 캐시카우가 많기 때문이다. OCI의 성장 여부는 여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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