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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Sep 04.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KT&G-

28. KT&G

 남자들에게 특히 익숙한 이름 KT&G.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에게는 대표적인 배당주로 알려져 있다. 한국담배인삼 공사를 모체로 하는 이 회사는 현재 민영화되어 외국인이 2018년 기준 52%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민영화는 잘했는데 문제는 아직도 정부 입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 KT, KT&G, 한국전력 등 대표적인 민영화 기업들이 아직도 정부나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KT&G는 연간 1조 3천억 안팎의 이익을 올리고 영업이익이 30%에 육박하는 회사라 솔직히 진단할 것도 없다. 이 회사의 유일한 과제는 바로 경영의 독립성이다. 스스로를 뛰어넘는 게 가장 큰 과제인 것이다. 천천히 내부를 살펴보면서 문제점과 해결책을 모색해보자.


 KT&G의 영업성적은 앞에서 말했듯이 아주 좋다. 꾸준하게 담배값을 올리고 정부 입김을 받으면서도 시장에서 실패한 적이 없다. 담배에 대한 충성 때문인지 아니면 중독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무엇보다 강력한 소비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탓인데 외국회사들과의 경쟁에서도 잘 싸워온 것을 보면 자체 경쟁력도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 같다.


 현재 한국의 전자담배(궐련형) 시장은 담배시장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출처 : 한국일보, 20190521, “전자담배 점유율 10% 눈앞... ‘담배와 전면전’ 펼친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5211719095898)  이중에 KT&G는 30%, 필립모리스는 60% 정도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출처 : 한국경제, 20190423, “아이코스가 효자네… 한국필립모리스 점유율 '나 홀로' 상승”,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1904233095g), (뉴데일리 경제, 20190509, “KT&G, 국내 궐련담배 점유율 63.1% '10년 만에 최고’”, http://biz.newdaily.co.kr/site/data/html/2019/05/09/2019050900180.html) 일반 담배시장에서는 KT&G가 60% 초반의 점유율을 가진다. KT&G는 세계시장에서도 1%대의 점유율로 세계 7위의 기업이다. 외형적으로는 아주 좋은 모습이다. 


 다른 기업보다 정부 눈치를 많이 봐야 하고 시장도 작은 한국에서 이룬 성과이기에 이 정도면 칭찬할 만하다. 전자담배 시장도 필립모리스 보다 늦게 진출했음에도 불구 많이 따라잡았고 장기적으로는 경쟁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만 봐도 KT&G가 나름 영업적인 우수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고 기술적으로도 뒤지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KT&G 본사(출처 : KT&G 홈페이지)

 최근 사회분위기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KT&G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웰빙 열풍, 사회의 금연 풍토, 담배값 인상, 경기불황 등 전부 담배회사에게 불리한 일들이다. 이 상황에서 나온 전자담배시장은 한줄기 빛이나 다름없다. 근거는 없지만 내가 볼 때 전자담배가 나오면서 전반적인 흡연량이 늘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흡연 인구야 늘어나기 힘들다고 보지만 한 개비라는 물리적 단위가 있었던 일반 담배에 비해 전자담배는 더 많은 흡연을 해야 같은 만족감을 느끼는 것 같다. 연속 흡연이 가능한 전자담배가 신제품으로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전자담배가 건강에 안 좋다는 느낌을 덜 주는 것도 이유가 된다. 일반 담배에 비해 전자담배는 담배를 피웠다는 물리적 포만감을 덜 주므로 여러 개 피를 피워야 하고 피운 뒤에도 건강에 대한 부담감이 덜한 편이다. 담배를 피우고 나서 다 타버린 꽁초를 보는 것과 깔끔한 전자담배를 보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피우는 행위가 일반 담배에 비해 간결하고 시각적인 효과도 덜해 정신적인 부담이 낮아져 결국 흡연에 대한 자기 통제를 약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KT&G는 이런 환경에서 담배 판매량은 줄어도 전자담배의 증가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건강에 좋을 리 없는 제품을 파는 KT&G의 운명인 것이다. 


 이제 KT&G의 경영 독립성 문제로 되돌아와 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어떻게 해야 국익과 기업을 위해서 도움이 될까. 2018년 기준으로 잠시 살펴본 바로는 국민연금이 10.31%로 최대주주이고 그 뒤로 기업은행이 6.9%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니 사실상 정부 기업을 못 벗어나는 것이다. 민영화는 했지만 최대주주가 정부 입김이 닿는 곳이고 따라서 낙하산에 대한 유혹이 있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국민연금은 모든 기업에 대해 최대주주를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은 그야말로 재무적 투자자일 뿐 경영에 관심 있는 투자자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투자자가 최대주주를 하고 결정적인 지분권을 행사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지금 현재 국내 기업들 중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이거나 10% 이상 보유한 경우가 적지 않다. 


 국민의 노후를 대비한 자금을 투자한다는 기본 취지에서 완전히 벗어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기관도 국민연금을 이길 정도로 총알을 가진 곳이 없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이미 투자자로서 시장에서 반칙인 셈이다.  일반 시장 투자가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덩치가 커서 공정한 경쟁 자체가 안된다.

KT&G 궐련형 담배 Fiit(출처 : 조선비즈)

 KT&G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자사주 매입과 정부의 전향적 자세를 바탕으로 정부 지분 해소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기업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까지 합하면 지배력이 더욱 커지는데 국가는 시장에 대해 본인이 큰 손으로 뛰어들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이래서는 합리적 의사결정과 시장의 뜻에 따른 기업경영이 어렵다.


 정부의 손에 벗어난다면 KT&G가 할 수 있는 사업은 어떤 게 있을까? 담배사업은 안정적으로 하고 있으니 추가적인 사업을 통해 주주이익과 회사의 발전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담배업계 1위 기업인 필립모리스의 상황을 잠시 살펴보자. 말보로 등 담배 브랜드를 보유한 이 회사는 2003년 회사명을 알트리아로 변경한 뒤 미국과 그 외 세계 담배시장을 계열사로 분할하여 관리하고 있다. 주로 제약, 바이오, 식품산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이것은 KT&G도 이미 하고 있는 사업이다. 


 정관장을 만드는 한국인삼공사는 KT&G의 계열사이고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계열사도 보유하고 있다. 아직 이들의 실적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제약회사로는 ‘영진약품’을 보유하고 잇다. 담배회사들이 비슷비슷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담배 자체가 건강 논란이 많은 식품이므로 이에 대한 연구가 필수적이었을 것이고 마케팅적으로도 담배의 나쁜 이미지를 희석하기 위해 건강식품을 함께 파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필립모리스는 담배가 사양산업이 될 것에 대해 많이 고민해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 것 같은데 담배는 생각보다 인간생활에서 떨어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술이 수천 년을 이어온 것과 마찬가지이다. 전자담배처럼 새로운 발전을 통해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간은 건강에 나쁜 줄 알아도 정신적인 회피 수단이 된다면 기꺼이 그것을 택할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흡연의 위험성에 대해 해박한 생물학적 지식을 동원해 설명해 주시던 생물 선생님이 있었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그분이 담배를 물고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인간은 인간이다. 인간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고 예상해서는 안된다. 담배는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며 인간들과 같이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KT&G는 어떤 사업을 추가로 할 수 있는가? 일단 캐시카우 확보 차원이 아닌 기존의 담배사업을 더 포장해주거나 기업의 사업 다양성을 넓히는 차원의 접근이 좋을 것 같다. 우선 자금이 충분하니까 엔터테인먼트 사업 쪽으로 진출해보면 어떨까 한다. 영화 투자자로 참여하거나 대형 기획사와 합작법인 설립 등에 나서면 좋을 것이다. 좀 생뚱맞은 분야지만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도 좋고 미래사업을 위해서도 여러모로 좋다. 

KT&G 액상형 담배 siid (출처 : 뉴데일리)

 우리나라는 한류를 기반으로 한 문화산업의 장래가 밝기 때문에 이 부분에 진출하면 좋다. 문제는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KT&G는 자본이 충분하므로 훨씬 유리하게 진출이 가능하다. 최근 BTS 같은 경우 기획사가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KT&G 같은 기업이 참여한다면 훨씬 힘을 실어주고 같이 성장이 가능하다.


 CJ E&M처럼 직접 채널을 만들어 진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공기업 성향이 강한 KT&G가 CJ처럼 상업성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완전히 별도의 계열사를 통해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면 좋을 것이다. 


 그다음으로 KT&G가 해볼 만한 사업은 친환경 에너지이다. 완전히 동떨어진 사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담배의 나쁜 이미지를 깨끗한 친환경사업이 상당 부분 희석시켜줄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업 역시 탄탄한 자본이 있어야 가능한 사업이다. 보유 기술은 별로 없지만 국내에서 친환경에너지를 하는 기업들이 많고 인수를 원할 경우 어렵지 않다고 본다. 녹색성장 붐이 일 때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에 투자했지만 성과가 없는 기업도 많다. 이런 기업을 인수해 장기적 안목에서 접근한다면 좋을 것이다. 다른 기업에 비해 KT&G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아도 장기간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입장이므로 이런 장기성 사업들을 인수해야 한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서로 시너지를 감안해 비슷한 사업을 하거나 수직계열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또 하나 방법은 완전히 다른 분야에 진출해 기업의 전체적인 사업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사업분야가 다르면 다를수록 안정성은 높아진다. 한쪽 사업에서 받은 타격이 다른 회사 영업에 미칠 영향이 적은 것이다.


 KT&G에게는 후자를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캐시카우가 충분하고 어느 정도 과점시장이라 장기적 안목을 가질 수 있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담배시장 상위 회사들끼리 경쟁은 있지만 죽느냐 사느냐 경쟁보다는 고지 쟁탈전의 성격이 더 크다.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는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KT&G는 다양한 사업 진출을 통해 사업안정성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담배사업이 만에 하나 타격을 받는 다면 직격탄이 될 것이므로 지금은 다른 사업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권한다면 방위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한다. 이것도 완전히 생뚱맞은 사업인데 KT&G가 아무리 그래도 공기업 성향이 있고 신용도 면에서 민간기업보다 훨씬 나은 편이다.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을 다시 돌려준다는 의미에서도 좋은 사업이고 장기적 플랜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란 점에도 성격이 맞다. 기존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기존 방산업체 중에 인수할 대상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 


 아마도 경제학자들은 이런 식의 진단을 못 내릴 것이다. 코웃음을 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 경영은 의외의 곳에서 기회를 창출하고 상상력이 그것을 좌우한다. 상상력은 경영의 뿌리와도 같다. 상상력을 통해 양분을 흡수해 새로운 가지를 뻗어갈 수 있는 것이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하는 사업들을 보면 하나같이 연관성이 없다. 심지어 하이퍼루프와 전기차는 상반되는 마케팅 영역이기까지 하다.


 KT&G는 기업 DNA를 잘 판단하여 성장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 당장 독립성을 얻기는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필립모리스 못지않은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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