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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Sep 12.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KCC그룹-

29. KCC그룹


 KCC라는 기업은 프로농구를 하고 있어서 보통 사람들도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일 것이다. 이 기업의 뿌리는 현대그룹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현대가 건설사업을 하는 만큼 건설에 들어가는 각종 자재, 도료 등을 하는 계열사가 필요했다. 금강스레트, 고려화학 등을 거쳐 현재의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는데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동생인 정상영이 회장직을 맡았었고 지금은 장남 정몽진이 회장을 맡고 있다.


 건설자재 시장은 한국경제가 발전하고 주거문화가 고급화됨에 따라 새로운 국면을 맡고 있다. 우선 7,80년대 개발시대에 지었던 수많은 아파트들의 재개발, 리모델링 시기가 도래하고 있고 그 외 각종 낡은 아파트들도 입주 시 리모델링하는 것이 문화로 정착되고 있다. 요즘 젊은 부부들은 10년 이상된 낡은 아파트에 도배만 해서 들어가지 않는다. 완전히 새로운 집으로 꾸며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파트를 한 등급 더 올려갈 수 있는 돈을 투자해 리모델링하는 경우도 있다.


 인테리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주목할 점이다. 창호부터 시작해서 주방, 조명까지 이제는 집도 맞춤형으로 튜닝한다. 옛날 같으면 대충 참고 살았던 것들도 이제는 취향과 필요에 따라 바꾸고 사는 시대가 되었다. 수입자재들도 많이 들어오고 어디서든 자재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시골에 지은 전원주택도 서울 강남의 아파트와 자재만 따지면 별 차이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런 좋은 환경 변화에 힘입어 인테리어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이 예측된다. 옆 나라 중국을 비롯해 동아시아권의 건축수요를 감안할 때 건축자재시장의 미래는 밝다고 볼 수 있다. 종합건설자재 기업으로는 KCC와 LG하우시스, 현대 L&C 등의 3개 업체가 상위그룹을 이루고 여기에 주방 및 가구 부분 한샘이 확고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KOTRA 선정 세계일류상품으로 10년 연속 선정된 선박도료(출처 : KCC 홈페이지)

 KCC, LG하우시스, 현대 L&C 순으로 비교를 해보자.


 2018년 매출/영업이익에서 37,822억/2,435억(KCC) , 32,665억/704억(LG하우시스), 11,892억/132억(현대 L&C)이다. 현대 L&C는 현대리바트(가구) 매출이 합쳐지면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수치로만 보면 건자재 시장에서 KCC의 입지는 탄탄해 보인다. 현대건설 같은 범현대가 기업들이 있고 자체 건설사도 가지고 있다. 


 진단이므로 문제점에 집중해서 보자. KCC는 건설자재라는 아주 좁은 영역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건자재 기업들을 보면 다들 강점을 가진 분야가 있다. KCC는 도료에서 강점이 있고 LG 하우시스는 소재/필름, 현대는 현대리바트를 포함하여 가구분야에 강점이 있다. 한샘 같은 경우 주방가구에서 독보적인데 종합건설자재로 볼 때는 아직 미흡하다. 


 향후 KCC의 과제는 건설자재라는 후방산업을 활용하면서도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것이다. 다른 기업들과의 비교에서 금방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우선 가구부문을 보강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에서 한화 L&C를 인수한 것은 기존의 현대리바트 가구와 묶어서 종합 인테리어 기업을 만들겠다는 계획일 것이다. 건축자재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을 생각하면 가구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가구 전문 브랜드를 인수하여 인테리어 종합 솔루션을 구축하는 것은 매우 좋은 선택이다. 현재 시장 구도에서 LG하우시스의 추격을 뿌리치고 현대 L&C의 강점을 희석시키는 수가 될 것이다. 다만 KCC의 인수능력이 문제인데 대형 가구업체가 아니더라도 중견 브랜드라면 KCC가 건설시장에서 가진 공급능력으로 충분히 성장시킬 수 있다고 본다. 

KCC의 중부권 태양광 발전소(충남 서산, 출처 : KCC 홈페이지) 

 KCC는 현재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는데 30대 기업을 분석하면 의외로 태양광을 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너도 나도 뛰어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KCC가 태양광에서 어느 정도 실적을 내었는지 세부적인 자료가 없어 알 수 없지만 투자에 비해 눈에 띄는 이익이 나지 않은 것은 확실해 보인다. 여러 증권가 보고서나 언론 기사에서 KCC의 태양광 사업이 실적을 내고 있다는 자료를 보지 못했다. 언론기사로 보면 KCC에서 태양광의 매출은 2019년 상반기 기준 0.2%수준에 불과하다(출처 : 비지니스포스트, 20190823, "KCC, 신재생에너지 타고 도시형 태양광발전에서 새 사업기회 찾아"http://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140783).


 태양광의 원천기술인 폴리실리콘 사업은 OCI가 전문적으로 하고 있고 한화도 태양광 사업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했고 앞으로도 조 단위의 투자를 할 계획이다. 과연 이 기업들을 KCC가 능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건설회사가 태양광 사업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건축물에도 태양광이 들어갈 수 있고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는데 건설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 시너지로 태양광에 들어가는 투자금을 생각지 않았을 때는 좋아 보이지만 원천기술개발과 시장 활성화를 위해 장기적으로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을 생각할 때 KCC 같은 중견 대기업이 낄 자리인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태양광 시장 자체가 오랜 불황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나는 이 시점에서 KCC가 태양광을 접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너지보다 손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지금 넘기려고 해도 인수할 회사가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시장이 회복될 때 태양광 사업을 매각하고 새로운 사업을 모색해야 한다. 범현대가에서도 태양광 사업을 하는 곳이 있으니 그쪽으로 일원화하는 것도 좋다.

부산에 있는 KCC 태양광발전소(출처 : KCC 홈페이지)

 KCC에서 새로 할 수 있는 사업은 어떤 게 있을까? 일단 KCC그룹이 투자할 수 있는 돈이 많지 않다는 전제로 생각해보겠다. 규모가 작고 확실한 캐시카우가 없는 회사들은 완전히 별개의 업종에 투자하기 어렵다. 연계성 위주로 신규사업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화학업종이다. KCC의 명칭이 고려금강화학이듯이 화학에 전문성이 있기 때문에 화학과 연관된 업종을 생각해볼 수 있다.


 조명사업은 어떨까? 최근 조명사업은 LED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형광등을 비롯한 전통적 조명이 반도체 기반의 LED 조명으로 대체되면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광산업진흥회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시장만 해도 2019년 10조 원대, 2020년엔 12조 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출처 : 디지털타임스, 20171207, “2019년 LED 시장규모 10조 원 돌파, 내년 LED 시장 18.7% 성장 전망,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7120802100832056001)


 KCC가 조명에 대해 가진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거의 없다고 가정해도 미래 산업으로 조명을 해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LED가 반도체 소자에 기반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화학과 연계성이 일부나마 있을 것이다. 물론 정밀화학과 일반화학은 또 다르지만 그래도 공장 운영 등 최소한의 시너지는 있을 것이다.


 시너지가 약하다고 해도 최소한 태양광보다는 KCC에게 필요하고 적합한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태양광은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더라도 광범위한 전방사업을 전개해야 한다. 건설 계열사를 동원해서 발전소를 짓거나 태양광 시설물을 건립하는 정도의 시너지는 있지만 태양광이 아주 활성화된 상태에서도 이 정도의 시너지로는 큰 이익이 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 현대중공업의 태양광도 비슷한 처지이다. 그룹 내 시너지가 별로 없다. 

KCC 본사 건물(출처 : KCC 홈페이지)

 반면 조명사업은 건축자재, 인테리어와 성격도 맞을뿐더러 역할도 아주 크다. 수요 또한 전 세계를 상대로 큰 시장이 조성되어 있다. 시장조사기관 Grand View Research의 조사 결과 글로벌 LED 시장이 2016년 296억 달러에서 2023년 759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출처 : 무역협회, 20190318, KITA Market Report).  다양한 신규 수요와 구제품 교체를 생각하면 충분한 수요는 확보된 셈이다. 


 물론 이 시장이 만만한 곳은 아니다. 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제품인 만큼 쟁쟁한 대기업들이 진을 치고 있다. 다행인 것은 범현대가 기업이 없어서 충돌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삼성, LG가 국내 LED 기술을 선도하고 있고 서울반도체가 대기업이 아닌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LED 반도체 소자 생산이 가능하다. 


 글로벌 기업으로는 오스람, 필립스 등 유명업체가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KCC가 뛰어들어 살아날 수 있을까?


 현재 LED 시장은 장밋빛 예측과 수요 증가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특히 중국발 저가 공세가 심하다. 업체도 난립하고 있고 제품가 하락도 앞당겨지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모든 시장이 그렇듯 치킨게임이 끝나고 나면 상위권 몇 개 업체가 이익을 독식할 것이다.


 KCC는 반도체에 관해 전혀 기술이 없는 상황이라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태양광 사업에서 갈고닦았던 정밀소재 생산기술과 건설자재시장에서 가지고 있는 장악력을 기반으로 승부를 건다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난립한 LED업체 중 일부는 치킨게임에서 쓰러질 텐데 이들중 반도체 소재 기술을 가진 회사를 인수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그룹 시너지를 이용해 생존게임에서 살아남는다면 향후 KCC의 든든한 먹거리가 될 수 있다. 최소한 태양광보다는 훨씬 비전 있고 납득이 가는 사업이다.


 신규사업으로 가구, 조명등 2가지 업종을 제시했는데 이들 사업이 성공하면 KCC는 20대 기업 안에도 들 수 있을 것이다. 

KCC 홈인테리어 고양점(출처 : KCC 홈페이지)

 그 외에 KCC 홈 인테리어라고 해서 인테리어 종합 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 사업을 좀 더 확대 개편할 필요가 있다 홈페이지에 보니 매장이 전국에 11개뿐이다. 그나마 두 곳은 전시판매장이 아닌 단순 매장이다. 규모나 판매품목 때문에 단순비교는 어렵겠지만 LG하우시스의 인테리어 브랜드 지:인의 전시장은 전국 42개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반인에게도 지인의 브랜드가 더 알려져 있다고 생각한다.


 KCC는 향후 개인들의 수요 증가를 감안해 이 사업을 대중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KCC 브랜드 가치 상승은 덤이다. 더 이상 B2B식 접근은 안된다. 개인이 가구나 전자제품을 사듯이 인테리어 제품을 살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춰줘야 한다. 이를 위해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이다. LG하우시스 같은 경우 기존 LG전자 대리점이나 대형마트 등을 이용하고 있는데 KCC도 신도시 위주로 인테리어 공급채널을 늘려 자재 선택에서부터 시공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KCC라는 대기업 프리미엄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건축이라는 것이 워낙 신뢰가 중요한 사업이라 대기업 브랜드는 상당한 경쟁력이 된다. 기존 인테리어 사업을 B2C 강화로 접근하고 신규사업 한두 가지를 추가한다면 KCC의 미래 먹거리를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KCC가 개발한 화장품용 실리콘(출처 : KCC 홈페이지)

 KCC의 나머지 계열사는 건설과 유리 관련 업체인데 계열사 KCC건설은 2019년 시공능력 순위 33위로 대기업 치고는 하위권이다. 물론 범현대가 구도 때문에 사업을 크게 키울 수 없다는 사정도 있다. 코리아오토글라스라고 해서 자동차 유리를 많이 취급하는 회사가 있는데 물론 현대자동차를 염두에 둔 기업이다. 안정적 수요가 있으므로 나쁠 것 없다. 조명사업에 진출한다면 유리와 연관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전체적으로 볼 때 태양광을 제외하고는 크게 버려야 할 계열사는 없다. 그룹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안정적으로 연계성 있는 사업을 위주로 확장하여 건자재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추가적인 시너지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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