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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Sep 19.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교보생명-

30. 교보생명그룹

 원래 계획이라면 마지막 진단기업이 되었을 텐데 30대 기업을 분석하는 동안 2개가 탈락할 위기에 놓이다 보니 보너스로 2개 정도의 기업을 더 분석해야 할 것 같다. 그만큼 기업 경영이 어렵다. 대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30대 기업에 턱걸이하고 있는 교보생명그룹은 생각보다는 역사가 오래된 기업이다. 보험이라는 이름도 낯설 때에 교육보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창업자는 신용호 전 회장으로 현재는 장남인 신창재 회장이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3세도 교보에 입사했는데 39살에 지분도 없어서 경영승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 신창재 회장이 1953년생이니까 벌써 60대 중반이 넘었다. 느긋하게 있을 상황이 아닌데 이 기업도 경영권 승계 때문에 고민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회장의 이력이 좀 특이한데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산부인과 의사 출신이다. 10년이나 의대 교수를 하다가 갑자기 경영일선에 뛰어들었으니 창업주가 경영권 승계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 같다. 명석한 두뇌 덕분인지 갑자기 뛰어든 기업 경영에서도 수완을 발휘해 교보생명을 현재의 위치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멀쩡한 의대 교수를 데려다 후계자로 앉히고 그 사람만 보고 기업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썩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교보는 생명보험 업계에서 삼성, 한화와 함께 상위그룹을 형성하며 안정적 이익을 얻고 있다. 교보생명은 아직 상장기업이 아니라 다양한 자료는 얻지 못했지만 본사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자료로는 2018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8,366억이다. 영업이익 1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데 몇 년째 달성이 안되고 있다.


 내가 볼 때 교보생명은 파이를 키울 때가 되었는데 기존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하여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종 인수합병에도 연이어 실패했는데 목표한 것은 반드시 이루는 경영자가 성공하는 법이다. 전대미문의 투자로 기록될 현대자동차의 한전 부지 10조 원 투자에 대해 혹자는 비웃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목표한 것은 반드시 이룬다는 오너경영의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보여준 사례이다. 

교보생명의 상품(출처 : 연합뉴스)

 교보가 무리할 필요는 없지만 경쟁자인 삼성, 한화 같은 다업종 대기업과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것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외부자원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영업력을 확장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은행 인수에 실패한 것은 특히 뼈아프다. 실패가 아니라 취소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누가 봐도 우리은행 인수는 교보에 나쁠 것이 없다.


 다만 매각가가 워낙 높고 실질적인 경영권이나 이익이 확보되느냐에 관해 실 자료를 봤던 전문가들의 더 잘 알 테니 여기서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단 외부자의 시각에서 볼 때 우리은행 인수는 교보에게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 다행히 우리은행이 아직 주인을 못 찾고 있는데 다시 한번 나서도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제조업 기업은 무리하게 인수할 시 많은 부담이 따른다. 대한통운, 대우건설, 대우전자등 여러 사례를 우리는 보아왔다. 하지만 금융기업을 인수해서 망한 사례는 별로 없다. 금융기업들은 금융자산을 기반으로 영업을 하므로 산업경기에 영향을 덜 받아 안정적 수익이 확보되고 공장 건설 등 대규모 투자도 필요하지 않다. 다만 인수가가 비싼 것이 흠인데 우리 은행 같은 우량기업은 인수 시 손해 볼 일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방카슈랑스 등 영업적 연계성을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은행 자체가 주인 없이도 연간 2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던 것을 생각하면 물건 자체로도 매력적이다. 다행히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들에 비해 계열사가 단순해 교보생명과 겹 칠일도 별로 없다. 아마도 주인이 없어서 사업 확장에 소극적이었던 것 같은데 교보가 인수 후 현금 보유고를 바탕으로 부족한 몇 개의 포트폴리오만 늘려주면 거대 금융전문 기업의 위용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경영자마다 특색이 있어서 LG전자 김쌍수, 현대건설 정주영처럼 불도저 스타일이 있고 삼성 이건희처럼 세심한 스타일도 있다. 교보 신창재 회장은 후자에 가깝다고 보이는데 의사 출신이니까 당연히 그럴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그것이 맞다. 게다가 교보가 금융회사다 보니까 신중한 것은 좋은 품성이다. 하지만 성장을 위해서는 가끔 승부를 걸어야 할 때도 있다. 이건희 회장이 다들 반대하는 반도체 사업에 승부를 걸었듯 교보도 새로운 도약을 위해 껍질을 벗을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현 상황에서 교보의 성장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 교보의 계열 업종을 보면 증권, 자산, 부동산, 도서가 있는데 도서부문이 눈에 띈다. 유일하게 금융업종이 아닌데 교보가 교육보험에서 시작했다는 걸 감안하면 나름 의미는 있지만 지금에 와서 그런 의미를 되새길 상황은 아니다. 교보문고는 서점업계에서 1위 기업으로 입지가 탄탄하다. 온라인 서점들의 공세를 견디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오프라인 서점들 중에서는 영풍문고와 함께 둘만 살아남았다. 특히 교보문고는 전국에 깔린 교보생명 건물들을 통해 얼마든지 영업확장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교보생명 그룹의 신창재 회장(출처 : 모닝이코노믹스)

 교보생명의 기업공개와 관련하여 금산분리 원칙 때문에 교보문고의 처리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교보문고가 좋은 기업이긴 하지만 교보생명에게 필요한 기업인지는 의문이다. 신창재 회장의 남동생이 교보 핫트랙스 대표로 있다가 지분을 팔고 독립해서 나갔는데 사업이 신통치는 않은 것 같다. 2세들 중 신 회장만 교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3세들은 속속 교보로 입사하고 있는데 차라리 동생에게 교보문고 정도는 떼어서 주는 게 어떤지 모르겠다.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분사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느슨한 형태의 기업결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미 범현대가, 범삼성가, 범 LG가 등 대표적인 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문제는 향후 경영권 승계가 있을 때 다시 불거질 수도 있는 일이다. 독립할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도 방법이다. 


 교보문고는 도서 업계 1위로 자생력이 있다. 앞서 영풍문고를 분석할 때 말했듯이 문화콘텐츠 업계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교보문고는 영풍문고보다 오히려 유리한 입장에 있다. 규모나 브랜드 파워에서 영풍문고보다 낫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한류문화를 바탕으로 영화, 음악 등의 시장을 개척한다면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고 본다.


 교보문고를 정리하고 금융전문기업으로서 보험 영역에만 국한하지 말고 다양한 금융분야 개척에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은행 인수가 적격이다. 만약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보험사 인수를 통해 보험업계 입지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생명보험업계에서 줄곧 3위에 있었던 교보가 자산규모만 2배 이상 차이나는 삼성을 따라잡기는 무리이고 그나마 한화생명이 가시권에 있다.(자산규모 참고, 한겨레신문, 20180506, "생보업계 5위싸움 승자는?",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43508.html#csidxd03a7707ffd061b91e768e0580f5e21 )

 10권 내 보험사 1개만 인수해도 가뿐히 뛰어넘을 수 있는 위치이다. 어떤 방식이든 교보는 좀 더 덩치를 키울 필요가 있다. 보험업 내에서든 금융 전반에 관해서든 그럴 필요가 있다. 


 교보생명은 전국에 빌딩들을 가지고 있다. 다른 보험사들과 좀 차별되는 면인데 언뜻 보면 협회나 공기업 같은 느낌이다. 빌딩들은 장기적으로 부동산 자산으로 안정적 수익의 기반이 된다. 원래 교보생명이 보험설계사 기반의 거미줄 네트워크로 성장한 것은 유명하다. 이렇게 전국에 걸친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보험업 하나에만 활용한다는 것은 아까운 일이다. 물적 네트워크는 교보문고와 협업을 통해 영화관, 공연장 등을 설치하여 문화콘텐츠 판매의 전초기지로 활용 가능하다. 우리은행 인수를 통해 금융업 확장이 된다면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할 수 있는 여지는 더 커진다.

교보생명이 인수를 검토했던 우리은행(사진 출처 : 한국일보)

 교보생명그룹은 한국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그룹 같은 IB성격의 금융회사가 아니라 안정적 보험업을 기반으로 한 회사다 보니 규모나 회사 성격면에서 매우 보수적이고 방어적이다. 교보생명의 활로는 금산분리 규제 때문에 제조, 서비스업보다는 금융업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서야 한다. 금융사 인수는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제조업에 리스크가 비해 작다. 대신 교보생명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금융사를 인수해야 한다. 가능만 하다면 우리은행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우리은행을 인수한다면 보험업계 3위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은행의 영업력이 합쳐진다면 2위 자리까지 치고 올라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게다가 우리은행이 벌어주는 캐시를 이용해 덩치 키우기가 얼마든지 가능해진다. 두 회 사 합병이 되면 3조 원대 영업이익 실현이 가능해지는데 이 정도면 조금만 무리하면 중견 금융사들 인수가 가능해진다. 우리은행은 우리 아비바생명이란 보험회사를 가졌다가 매각한 적이 있는데 메이저 은행들 중에 방카슈랑스 의지가 가장 적어 보인다. 


 교보생명과 합쳐진다면 다시 금융 전분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 국민은행, 하나은행과의 싸움에서도 전방위 경쟁이 가능해진다. 두회사의 시너지는 충분할 것으로 본다. 


 향후 교보생명의 위험요소는 역시 경영권 승계이다. 개인적으로는 전문기업인에게 넘기고 주주로서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우리 문화상 아직 그런 전례가 별로 없다. 현재 회장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1대 주주와 재무적 투자자인 2 대주주 간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로도 불안한데 경영권 승계까지 겹쳐 상속세 등을 내고 나면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 창업주도 의사 생활 잘하고 있는 아들을 불러들여 경영권을 넘겨주면서 불확실성을 크게 늘렸는데 지금 회장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만약 경영권을 아들에게 넘겨줄 생각이면 빨리해야 한다. LG그룹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에도 불구하고 구광모 회장으로 회장직 인계는 미리 준비한 듯이 이뤄졌다. 선대 회장인 구자경 명예회장에서 구본무 회장으로의 승계도 나이 70에 이뤄졌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아직도 살아있다. 쓰러질 때까지 경영하는 게 아니라 60대가 들어설 때 이미 준비를 시작해 60대 중반에는 승계 작업이 끝나 있어야 한다.


 롯데그룹이 늦은 승계로 홍역을 치른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롯데는 신격호 회장의 위상이 너무 컸기 때문에 그의 나이 90이 넘어서도 총괄회장이란 직함을 달고 있었고 실질적인 운영은 신동빈 회장이 하고 있음에도 대외적인 경영권 승계 공표하지 않았다. 그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교보에서 그런 분쟁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기업의 안정적인 존속을 위해서는 신경 써야 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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