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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Sep 22.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하림그룹-

31. 하림그룹

 30대 기업 지정 목록에 2018년에는 없었으나 2019년 26위에 지정된 기업이 하림이다. 닭고기에 관한 한 생산부터 유통까지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있는 기업으로 매년 영업이익이 4천억 원대에 이르는 알짜기업이다. 농축산업으로 이 정도 이익을 거둔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 농축산업은 정부지원에 의존한 사실상 죽은 시장이 되어버렸다. 쌀이 대표적인데 일본산 품종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대응이 되지 않고 있다. 


 정부수매에만 의존하는 쌀농사는 기업형 농업보다는 식량안보라는 명분에만 의존하는 수동적, 방어적, 생계형 산업이 되었다. 현재의 쌀시장은 경쟁할 필요도 이유도 없는 시장이 된 것이다. 대부분 농축산업들도 경쟁력을 갖춘 기업형보다는 1차 생산자는 밑지고 팔고 중간 유통업자만 배불리는 전근대적 농축산업유통구조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물론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이다. 


 한우만 봐도 한우가 우수하다는 세뇌적 교육에 힘입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할 뿐 한우가 왜 좋은지에 대해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한우보다 미국산, 호주산이 좋으면 좋았지 못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일본 같은 경우 광우병 파동을 겪으면서 소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국민들을 안심시킨 후 새로운 개혁에 나서 일본산 소고기인 ‘와규’는 세계적인 고급 소고기로 인정받게 되었다.


 반면 한국은 전수조사도 없었고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지도 않다. 만약 소고기 분야에서 하림 같은 기업이 있었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라고 본다. 물론 닭고기에 비해 소고기는 가격경쟁력, 사육환경 등이 미국 등 선진국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일본이 해낸 것을 볼 때 우리도 방향만 잘 잡으면 어느 정도 성과가 가능할 것이다. 하림은 육계 분야에서 1위 기업으로 병아리 부화부터 닭고기 완제품 생산, 유통까지 모든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다른 농축산업 분야도 이렇게 비즈니스 구조를 잘 만든다면 성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여기서는 하림의 향후 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겠다.

전북 익산에 조성중인 하림 스마트 팩토리(출처 : 하림 홈페이지)

 현재 하림은 전북에 수천억을 투자해 종합식품 클러스터를 구축 중이다. 주로 간편 요리 등 완제품 요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으나 자체 경쟁력을 판단하고 들어가야 되는 시장이다. 하림이 닭고기 분야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있으나 완제품 요리 시장에서는 CJ, 오뚜기등 쟁쟁한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비슷비슷한 제품을 내놓아봤자 노하우와 브랜드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간장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인 샘표가 만두를 내놓는다고 할 때 과연 그 브랜드 가치가 그대로 이전될까? 간편식품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대폭 확대될 시장인 것은 맞지만 어느 시장보다 진입이 쉬워 레드오션이 될 것이 뻔히 보인다.


 그렇다면 하림은 어정쩡한 상품을 낼 것이 아니라 하림의 특색을 살리고 시장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급 상품을 생각해야 한다. 이 상품이 잘 되면 그것을 기반으로 폼목을 확대해 나갈 수 있다. 하림에서 이미 삼계탕 같은 연계성 있는 제품을 내고 있는데 크게 히트하거나 독보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 하림 측에서는 기대를 많이 했겠지만 즉석식품, 간편식 시장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무엇보다 맛과 품질이 중요한데 하림은 주재료를 자체 생산하므로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고 결국 맛이나 브랜드의 차이가 주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계탕만 해도 CJ의 ‘비비고’, 오뚜기, 종갓집 등 익숙한 브랜드들이 경쟁하고 있다. 중소 브랜드까지 포함하면 더 많을 것이다. 여기서 하림은 닭고기 재료의 경쟁력 정도밖에 보증이 안된다. 가장 중요한 브랜드와 맛에서 소비자에게 특별히 더 어필할 수 있는 포인트는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림이 종합식품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육계 생산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 갖추었으므로 결국 후방산업인 완제품 요리 시장에서 성공해야 밸류체인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하림의 닭고기 제품군(출처 : 하림 홈페이지)

 하림은 닭고기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 분야 식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공급하는 것은 좋다. 닭고기 요리가 얼마나 다양한가? 다른 회사들은 닭고기 요리만 수십 종을 내놓지는 못할 것이다. 하림은 그게 가능하다. 하림은 닭고기에 집중해 닭고기 전문 브랜드로 우선 승부해야 한다. 동원이 참치에서 독보적인 브랜드를 가진 것과 마찬가지이다. 동원은 참치를 기반으로 종합식품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두었다. 소비자들이 우선 하림이 즉석요리, 간편식에서도 먹을 만하다는 인식을 심어준 뒤에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킬러 제품이 필요한데 닭가슴살 시장부터 잡아야 된다. 지금도 하고 있지만 중소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이 시장을 완전 평정해야한다. 통조림은 물론이고 모든 닭가슴살 식품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올려야 한다. 여기에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CJ가 ‘햇반’으로 게임 체인저가 되었듯이 하림도 새로운 발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야 한다. 기존 시장에 그냥 진입해서는 브랜드에서 밀려 레드오션의 희생자가 될 뿐이다. 식품종류를 늘려봐야 이것저것 다하는 싼 브랜드 이미지만 고착화될 뿐이다.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다른 회사들이 금방 따라올 수 있는 것이라면 처음부터 안 하는 게 낫다. 식품업계 구도상 생산능력과 노하우면에서 모두 하림보다 앞선 기업들이 많아서 승부가 쉽지 않다. 처음부터 남들 다하는 평범한 간편식으로 나가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지금 닭고기 위주의 상품군은 좋다. 당장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닭고기 요리 관련 시장은 완전히 평정해야한다. 그것이 성장을 위해 하림에게 부여된 목표이다.


 또 하나 접근법은 간편식뿐만 아니라 요식업에서도 같이 진입하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CJ가 비비고를 간편식과 요식업으로 동시 론칭한 것을 보면 배울 점이 있다. 여기서도 하림은 처음에는 닭고기 위주로 진출했다가 점차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하림의 계열사 중에 요식업 관련한 회사는 디디치킨, 멕시칸 치킨 정도인데 모두 하위권 업체로 치킨시장 5위권내 업체가 한 곳도 없다. 

하림 용가리 치킨(출처 : 하림 홈페이지)

 하림 정도의 기업이 전공인 닭고기를 이용한 치킨시장에서 이 정도라면 지금 간편식을 논할 시기가 아니라고 본다. 자존심이 상해야 정상이다. 상위권 치킨업체들도 어차피 하림 닭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을 텐데 하림 입장에서는 남 좋은 일 하는 것 같은 상황이다. 삼성이 반도체도 만들고 휴대폰도 만들어서 이익을 배가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하림도 그런 시너지를 얻어야 한다.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몇 개 업체를 인수해 우선 치킨시장을 평정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닭이 사용되는 다른 요식업 분야에도 진출해야 한다. 요식업도 물론 쉽지 않은 사업이지만 간편식에 비해 하림의 경쟁력이 크게 뒤지지 않는 곳이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삼계탕, 닭갈비 등 대중적 음식들을 하림에서 독자적으로 브랜드를 론칭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을 잘 활용하는 회사가 이랜드그룹이다. 음식 맛이 별나게 뛰어나거나 노하우가 있다기보다 쇼핑몰 혹은 트렌드에 맞춰 요식업을 운영하는 능력이 좋다고 본다. 하림은 간편식보다는 이런 요식업에서 좀 더 승부를 걸 필요가 있다. 물론 대기업이 이런 일한다고 욕먹을 수는 있지만 닭에 관한 일을 하는 것이라면 그나마 반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볼 때 하림은 간편식 경쟁력보다는 요식업에서 좀 더 경쟁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수익은 적지만 요식업은 서비스업 전반과 연계효과가 있으므로 활용도가 높다. 앞으로 하림이 쇼핑몰을 만들거나 다른 식품 서비스를 하더라도 요식업은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다.


 하림의 계열사들을 보면 자회사까지 합하면 꽤 많다. 지저분하게 계열사가 많다는 것은 회사가 실적이 좋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만큼 영업방향이 교통정리가 안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종합적 로드맵을 수립해 단순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큰 회사들만 보면 제일사료, 선진(양돈), 팜스코(사료), 팬오션(물류), NS쇼핑(유통) 등이 있다. 사업 간 연계성은 어느 정도 있다.


 물류 일이 많은 사료 때문에 팬오션을 인수한 것으로 보이는데 김흥국 하림 회장은 팬오션 인수를 통해 하림을 곡물분야 최고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 하림 내부에 사료사업도 있고 여기 사용되는 곡물 대부분을 수입하는 현실에서 팬오션 인수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최근 영업현황은 좋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곡물분야에서 어떤 방식으로 승부를 걸진 알 수 없지만 그 분야 전문성을 활용해 국내에서도 농업분야 대기업이 탄생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정읍에 있는 하림 사료공장(출처 : 하림 홈페이지)

 어차피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점을 감안해 해외에서 생산하여 국내 가공이나 직수출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팬오션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닭고기에 무게중심이 있는 하람이 곡물산업을 얼마나 전문성 있게 키워낼지가 관건이다. 닭고기도 그렇지만 곡물도 어차피 생물이기 때문에 제조할 수 없고 키워낼 수밖에 없다. 곡물은 닭보다 자연의 영향을 더 많이 받으므로 리스크도 큰 편이다.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해나갈지 주목된다.


 NS쇼핑이 하림 소유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을 텐데 나만 그런지 몰라도 언뜻 보기에 농심 소유 같기도 하다. 원래 농수산홈쇼핑으로 시작한 회사로 홈쇼핑 업계 5위권에 해당한다. 2018년 영업이익은 789억 수준이다. 브랜드 가치는 떨어지지만 하림으로서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유통채널이다. CJ, 롯데 같은 큰 기업들과 대적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홈쇼핑 시장도 과점으로 굳어져 가는 현실에서 이런 채널 하나 확보해두는 것은 두고두고 유용하다.


 곡물분야를 키운다고 해서 보니 사료기업은 있는데 정작 종자 및 농업 전문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이 것을 어떤 식으로 구축할지 궁금한데 하림의 비즈니스 역량이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다만 곡물시장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워낙 오래된 산업이라 기존 카르텔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기도 하고 자연적, 정치적 이유로 시장이 급변하기도 한다. 천천히 체급을 키워가는 것이 필요하다. 


 하림은 지금의 성공에 안주해서 문어발 확장을 하거나 해서는 안된다. 하림정도 규모의 기업들이 항상 잘 휩쓸린다. 자금이 좀 있다고 해서 욕심낼 것이 아니라 철저히 사업 연계성을 고려하여 비즈니스를 펼쳐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농축산업 전문기업이 탄생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한국 기업 사적으로도 좋은 일이다. 앞으로의 하림의 선택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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