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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Sep 23.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코오롱 그룹-

32. 코오롱


 30대 기업 마지막 분석인 코오롱 그룹이다. 1953년에 설립된 코오롱 그룹은 많은 대기업들이 그러하듯이 초창기 섬유사업으로 성장했지만 지금까지 섬유사업을 유지하는 몇 안 되는 기업이다. 사업구조만 보면 효성그룹이랑 닮은 점이 많다. 마치 삼성과 엘지를 보는 듯하다.  


 코오롱그룹에는 이슈가 많은데 2018년 오너 3세이자 그룹 회장인 이웅렬 회장이 갑작스레 퇴진을 선언해 충격을 주었다. 또 2019년에는 바이오기업 코오롱티슈젠이 인보사 관련 문제로 존폐의 기로의 놓여있다. 선장이 없는 배에 폭풍이 들이친 셈이다. 여러모로 뒤숭숭한 분위기이지만 개별 사안보다는 전반적으로 코오롱을 분석해보자.


 코오롱 그룹 전체를 보면 크게 소재/화학, 바이오, 건설, 환경/에너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소재 부문에 무게중심이 있다고 보겠다. 지주회사로 개편 후 계열사 모양새는 그나마 정리되었지만 아직도 그룹 규모에 비해 자잘한 계열사가 많은 것으로 보아 정리할 필요성은 있어 보인다.


 먼저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이하 코인더)부터 보자. 화학, 소재 관련 기업들이 자회사 등으로 딸려 있지만 자회사까지 여기서 논하지는 않는다. 코인더는 크게 화학, 소재, 패션 분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1천억 중후반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왔다. 주력 계열사 치고는 아쉬운 수치인데 몇몇 분야에서는 거의 지배적 사업자 입장에 있어 경쟁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마곡동 코오롱 원앤온리타워 내부(출처 : 코오롱 홈페이지)

 이 회사는 국내에서 처음 나일론을 생산한 회사로 유명한데 전국민적인 나일론 사랑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코오롱(코리아 나일론)을 있게 해 준 사업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소재 부문에서 타이어코드, 에어백 등을 생산하고 있는데 효성그룹의 사업과 겹친다. 타이어 코드는 타이어의 강도와 내구성을 높여주는 일종의 뼈대로 세계시장에서 효성이 1위(45%), 코오롱이 3위(15%)에 해당한다.(자료 출처: 한경비즈니스, 20170920, “섬유산업 최고 효자 ‘타이어코드’, 뭐기에”, http://magazine.hankyung.com/apps/news?popup=0&nid=01&c1=1003&nkey=2017091801138000141&mode=sub_view)


 꾸준한 수요가 뒷받침되고 오랜 노하우가 필요한 사업에서 코오롱은 입지는 좋아 보인다. 다만 이 시장이 장기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은 아니란 점에서 과도한 투자는 필요 없다는 생각이다. 효성과 차이가 커서 일단 2위 를 잡는데 주력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에어백 시장에서는 쿠션과 원단을 만들고 있는데 최근에 나온 자료는 찾지는 못했지만 2016년 자료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0% 규모이고 중국과 국내에서는 1위 사업자이다(출처: 코오롱그룹 블로그, 20160909,https://blog.kolon.com/872 ). 국내 시장에서는 지배적 사업자 위치를 가지고 있다. 2013년 코오롱 홈페이지에 점유율 80%란 언급이 있다(출처: 코오롱그룹 블로그, 20130923, https://blog.kolon.com/328).

코오롱 에어백 중국 생산공장(출처 : 코오롱 홈페이지)

 산업용 원사도 생산하는데 특히 안전벨트용 폴리에스터는 코오롱 그룹 블로그를 통해 발표된 내용에는 세계 자동차 4 대중 1대가 코오롱 제품을 쓰고 있다고 한다(출처: 코오롱그룹 블로그, 20130923, https://blog.kolon.com/328). 코인더의 주력 제품 세 가지 모두가 안전과 관련되어있고 노하우가 중요해 기존 업체의 진입이 쉽지 않다. 이런 면에서 이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의 위치를 더 단단히 해나갈 필요가 있다. 다만 생산시설에 과도하게 투자했다가 시장의 침체로 일시적 위기를 맞지 않도록 생산량 조절 또한 필요하다. 안전이 중요하다 보니 품질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것은 외형도 중요하지만 내실에 그만큼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유명 에어백 생산기업인 타카다 에어백이 품질문제로 리콜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까지 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회사는 그 외에도 필름/전자재료, 석유수지 등을 생산하고 있다. 섬유회사인 만큼 패션 계열사도 있는데 생각보다 인지도 있는 브랜드들이 많다. 중년들의 노스페이스인 코오롱스포츠부터 HEAD, 커스텀멜로우, 캠브리지 멤버스 등이 있고 마크 제이콥스 등도 수입 판매하고 있다. 유통 계열사가 있기는 하지만 규모가 작고 전국망도 없는 코오롱 입장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 위주로 운영하는 것이 좋다. 섬유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브랜드가 없으면 소용없는 곳이 패션시장이다. 이랜드그룹처럼 중저가 브랜드 위주의 유통망을 잘 펼쳐서 할 수도 있지만 이 시장은 유니클로 등으로 인해 이미 레드오션이다. 안타까운 점은 고급 브랜드가 주로 천연섬유와 가죽을 원료로 하기 때문에 인공섬유 기술이 큰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이태리 유명 브랜드들을 보면 양모를 생산하는 농장에서부터 원사를 관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정도로 코오롱이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코오롱은 유통분야에서 입지가 약하므로 단순 브랜드 수입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보인다. 고급 브랜드를 생산하고 싶지만 인공섬유로는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는 것은 역시 혁신이다. 프리미엄급 품질을 인공섬유로 구현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가격을 책정한다면 그나마 승부해볼 기회는 있다. 대기업 프리미엄만 가지고 적당히 영업해서는 앞으로 경쟁력이 없을 것이다.


 유니클로를 보면 브랜드도 없고 적당한 품질과 좋은 가격으로 승부했다. 프리미엄 시장도 양분시켜 프리미엄 시장의 유니클로도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원가 절감이 가능한 기술이 있어야 되고 그런 면에서 소재에 강점이 있는 코오롱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메트로 시티, MCM, 루이카토즈 같은 대중적인 브랜드들이 있는데 이보다 약간 윗급을 노려보면 좋을 것이다. 물론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므로 해외 브랜드를 인수해도 괜찮을 것이다.

코오롱 이웅렬 전 회장(출처 : 코오롱 홈페이지)

 다음으로 코오롱글로벌을 보자. 무역, 유통, 건설이 주업인데 여기서 유통이라고 하는 것이 앞서 코오롱 패션부문과 연계할 수 있는 유통이 아니다. 세부적으로 BMW 공식 딜러, 스포츠센터(코오롱스포렉스), 뱅앤올룹슨총판 정도이다. 그나마 스포츠센터와 BMW 공식 딜러 같은 경우 매장에서 패션사업을 연계할 수 있긴 하다. BMW 같은 프리미엄 메이커에 고급 의류 브랜드를 접목하면 어느 정도 시너지가 있다. 다만 차를 보러 오는 사람이 주로 남자라는 점에서 딜레마가 있다. 그러나 백화점 명품점이 명품 브랜드를 모아놓고 시너지를 노리듯이 BMW 매장이 입주한 건물 전체적으로 프리미엄 마케팅 효과를 노려볼 수는 있다. 건물이 코오롱 소유라면 말이다.


 스포츠 센터도 스포츠 용품이나 최근 유행하는 트레이닝복 등을 패션과 연계해 판매가 가능하다. 코오롱 패션부문을 보니 스포츠 의류는 코오롱스포츠 정도가 있는데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는 아니란 점(관련 자료, 리얼미터, 20151021, "아웃도어 , 청년은 노스페이스·아저씨는 코오롱스포츠", http://www.realmeter.net/아웃도어-청년은-아웃도어-노스페이스-아ㅓㅈ씨는/)에서 역시 딜레마가 있다. 그러나 가격적으로 승부하고 스포츠센터 이용권과 패키지 판매 등을 한다면 어느 정도 마케팅 효과는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코오롱글로벌의 영업이익을 보면 2018년 770억 정도이다. BMW가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제차 브랜드이므로 화제 사태 같은 것만 아니면 꾸준한 실적이 예상되고 건설 분야에서는 ‘하늘채’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주택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시공능력으로 2019년 19위에 해당해 두산, 신세계, 호반 보다도 위에 있다. 기업규모에 비해서는 높은 위치라고 보겠다. 

타운하우스 코오롱 린든 그로브(출처 : 코오롱 홈페이지

 어차피 계열사 공장 건설에 건설사가 필요하고 크게 욕심내지 않으면 자생력도 있어 보인다. 건설업계에서 브랜드 가치는 높지 않지만 그래도 대기업의 프리미엄은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섣불리 플랜트나 상업형 부동산에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기왕 패션 계열사가 있다 보니 유통업을 조금 더 키워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로 B2B 사업에 치중해왔던 그룹의 균형을 약간 B2C 사업 쪽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사업 포트폴리오는 균형이 제일 중요하므로 경기에 따른 영향을 덜 받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분배가 필요하다. 유통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한데 B2C로 접근할 폼목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패션 브랜드도 다품목으로 늘려야 한다. 옷뿐만 아니라 액세서리, 구두 등에서 브랜드를 다져야 한다. 산업소재에서 필름을 생산한 경험을 이용해 자동차용 틴팅 필름 등을 생산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것도 B2C 사업 품목을 늘리는 방법이다.


 이런 B2C 제품들을 갖추면서 유통업을 확대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신도시 위주로 쇼핑몰 등을 건설하면 건설사와 시너지도 있고 매장 임대수익 등을 통해 안정적 수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난립하고 있는 쇼핑몰은 다른 회사와 차별성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 중저가 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이랜드그룹, 중고가 시장의 신세계, 롯데 등과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진입할지 결정해야 한다. 

베트남 타이어코드 공장 준공식(출처 : 코오롱 홈페이지)

 타이어코드 사업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금호타이어 같은 회사를 인수하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있다. 물론 중국에 매각되어버렸고 계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지만 코오롱의 사업을 다각화하는데 여러 면에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중국자본이 금호타이어를 다시 매각한다면 기회를 노려볼 필요가 있다.


 물론 금호타이어 인수 시 다른 경쟁 타이어 업체들과의 납품 관계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그러나 삼성 같은 경우 휴대폰에 들어가는 칩과 휴대폰 완제품을 동시에 생산하고 있고 한국타이어도 효성에서 떨어져 나간 회사인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타이어 판매 체인점(타이어프로)도 활용할 수 있다. 마침 BMW를 유통하고 있으므로 마케팅 연계성은 충분하다고 보인다. 

플라틱 수지(POM)를 생산하는 공장(출처 : 코오롱 홈페이지)

 다음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이 있는데 다른 기업 분석에서도 화학과 바이오가 연계성이 많아 같이 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해왔는데 코오롱이 그런 면에서는 좋은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신약개발에서 문제가 생겨 안 좋은 상황이란 것인데 워낙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바이오제약분야의 특성상 조바심을 내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수익은 안 나더라도 대기업의 뚝심으로 꾸준히 정진해야 하는 곳이 바로 바이오제약사업이다.


 영업적으로는 거의 이익을 못 내고 있지만 바이오산업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선진국처럼 인프라가 있는 것도 아니고 쌓인 노하우가 있는 것도 아닌데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바이오 부문에서 제약과 같은 장기 산업뿐만 아니라 화장품, 다이어트 식품과 같은 단기적 성과를 노려보는 사업도 필요하다. 건강음료 같은 대중적인 사업도 있다. 광동제약, 영진약품, 일동제약 등은 대중 친화적인 상품을 많이 만들어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그룹 사업을 훑어봤는데 이익이 지나치게 섬유분야에만 집중되어있고 B2C 사업이 약하다는 특징이 있었다. 계열사 간 시너지를 늘리는 영업을 하는 것이 코오롱 같은 중견 대기업에게 적합하다.

코오롱이 덕평휴게소(출처 : 코오롱 홈페이지)

 신규사업으로 자동차 내부 소재 공급사업을 확대하면 좋을 것이다. 지금은 타이어, 에어백, 안전벨트 등을 생산하지만 의자, 플라스틱 내장재 등을 공급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마침 관련 계열사들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디자인 감각이 있는 패션 계열사도 있고 하니 잘만 융합하면 건축자재 기업처럼 자동차 내부 자재 생산기업으로 성공할 수도 있다. 앞으로는 전기차 사업이 대중화되면 메이커가 훨씬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업체들이 각자 특색을 살리려 할 텐데 이때 자동차 내부 소재 사업은 유망한 사업이 될 수 있다. 특히 소재에 강한 코오롱 그룹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이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이를 이용해 자동차 내부 인테리어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한다. 지금은 중소업체들이 하고 있지만 홈 인테리어처럼 대기업이 해볼 만한 사업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추측이긴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들어오면 차의 내구성이 더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내연기관 특유의 엔진(피스톤 폭발 행정), 오일 순환 등의 작용이 없어지므로 단순화된 차의 수명이 더 오래갈 것이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 디자인이나 소재들을 교체하는 수요가 있을 것이다. 신규사업으로 고려할 만하다. 그룹 내 사업들과 시너지가 충분히 확보된 사업으로 좋은 브랜드만 갖추면 세계적으로 수출도 가능할 것이다.


 코오롱그룹은 바이오 계열사 문제로 촉발된 그룹 신용문제를 시급히 수습하는 게 급선무이다. 그러나 바이오산업은 계속 가져가야 할 미래산업이다. 당분간은 가시밭길이 예상되지만 50년이 넘는 그룹 역사 동안 이보다 어려운 일도 많이 있었다. 잘 극복하길 바라고 오너가 떠난 자리에 좋은 CEO가 들어와서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제대로 정착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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