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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Sep 25. 2019

30대 기업 경영진단

재벌과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 -2-

 근미래의 한국경제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두 가지가 화두로 될 것이다. 


1. 전자화 2. 글로벌화.


1번은 우리 일상의 모든 도구들이 전자화되어 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쉽게 말해 전기를 이용한 제품의 확대라고 볼 수 있다. 제일 먼저 자동차가 전자화되어 갈 것이다. 이미 자동차는 전자제품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전자화가 되어있다. 여기에 내연기관이 빠진다면 그야말로 진성 전자제품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계류에 강점을 가진 독일, 유럽 기업들이 밀리고 일본, 한국, 중국 등 전자기술이 발달한 국가들이 유리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소프트웨어에 강점이 있고 혁신 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여기서도 경쟁력을 이어갈 것이다. 이미 전기차 시장 1위는 테슬라가 차지하고 있다.


 배, 비행기 등도 내연기관을 버릴 가능성이 있다. 제트엔진만 대체할 수 있다면 비행기의 전자화도 빨라질 수 있다. 집은 홈오토메이션이 자리 잡아 모든 가전제품이 연결되고 인공지능을 통해 통제될 것이다. 교육도 온라인 교육이 활발한데 각종 앱들의 등장으로 점차 전자화될 것이다. 앞으로 학교에 교과서와 공책을 가지고 다닐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이런 혁신 작업이 시작됐다. 이미 하버드 등 명문대학의 강의를 집에서 들을 수 있고 초중고에는 기존의 종이책과 선생님의 판서를 이용한 1차원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패드를 이용한 다차원적 교육이 접목되고 있다. 


 얼마 전에 피아노 교습용 앱을 사용해보았는데 피아노 음을 인식할 수 있어서 틀린 부분을 지적해주고 단계별 과제를 통과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학원에서 배울 때와는 전혀 달랐고 오히려 더 재밌게 배울 수 있었다.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 편차가 있는 교육의 질이 아이패드를 통하면 도시든 시골이든 균일한 품질의 교육이 가능했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교육도 전자화되어 갈 것이다.


 '글로벌화'는 우리나라의 현재 경제발전 단계에 해당하는 얘기이다. 90년대 초 '세계화'라고 해서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적이 있는데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화는 아니었다. 인프라도 없었고 인식도 부족했다. 그러나 현 단계의 글로벌화는 모든 것이 갖추어졌고 비로소 시기가 되었다.


 이제 경제는 한국 안에서 지지고 볶는 게임이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이겨야 진짜 승자가 되는 싸움이 될 것이다. 물론 한국이 계속 문을 걸어 잠그고 갈라파고스 섬을 향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그래도 이미 젊은 세대의 마인드가 글로벌화를 향해 가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해외여행 경험이 있고 일부는 유학 경험도 있다. 

 과거에는 해외가 아주 특별한 이야기이지만 지금은 점차 일상적인 이야기로 변해가고 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도 늘어나고 있다. E-나라지표에서 확인한 결과 체류 외국인 수는 2014년 179만 명 수준에서 2018년 236만 명대로 23%(56만 명)나 늘어났다.  아시아 권의 자유경제 관문은 과거에 홍콩이었다가 최근에는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다른 도시들이 부상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리콴유의 리더십을 잃은 상태지만 홍콩사태의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과 비슷한 성격의 무역, 경제 중심도시이면서 개방도가 좋은 곳이다. 다국적 기업들의 아시아 본부가 어디로 가는지 지켜보면 경제 중심지의 흐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상업이 발달된 나라이긴 하나 폐쇄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정치문화로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덩치는 크지만 둔한 권투선수와 비슷하다. 한국은 이 기회를 틈타 아시아권의 자유경제 대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 키는 개방화, 글로벌화가 가지고 있다. 한국이 얼마만큼 글로벌화가 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도 한국에 와서 사업하고 생활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글로벌화가 돼야 한다. 


 편의점 가서 물건 사는데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고 길거리 다니는 데 눈길을 끌지 않으며 누굴 만나더라도 자국민처럼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매우 고립된 위치이고 그들의 영어실력도 좋지 않다. 그러나 일본 대도시에 가보면 외국인도 많고 국민들이 외국인을 만나는 데 있어서 불편한 기색이 없다. 식당이든 편의점이든 영어로 주문해도 문제가 없다. 진정한 글로벌화는 일상생활에서 시작된다. 일상이 그렇지 않은데 경제 자유구역만 많이 만든다고 글로벌화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외국에 대한 경험도 많고 선진국에 대해 자격지심도 없다. 당당한 그들이 경제에 뛰어들면 당연히 글로벌화가 가속될 것이다.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시작할 것이고 국내 시장에서 중소기업 보호나 받으면서 아등바등할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을 시작할 때 무슨 아이템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이냐보다 어떻게 정부지원금을 받을 것이냐를 더 고민한다. 이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행태이다. 

 앞으로 젊은 세대가 이끌 한국 기업은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활용하고 본사가 외국에 있을 수도 있다. 국경, 국적 개념은 희박해질 것이다. National이 아니라 Global이 되는 것이다. 지구촌에서 그들은 국경에 상관없이 사업을 펼치고 활약할 것이다. 이것이 글로벌화이다. 


 다만 이런 것을 따라갈 만큼 우리 정부나 정치권이 개념탑재가 되어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이다. 뒤에서 다리나 걸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블록체인이 들어왔을 때를 보면 우리나라의 개방화 정도가 보인다. 암호화 화폐 가치가 급등하니까 허겁지겁 놀라서 정부든 지식인들이든 어쩔 줄 몰라했다. 아마 암호화 화폐가 아니면 평생 블록체인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을 것 같다. 이렇게 혁신에 무지하고 글로벌화가 되어있지 않다. 블록체인은 선진국들 사이에서 다 알려진 기술이고 그 기술을 통한 혁신이 싹트고 있었다. 그런데도 갈라파고스 섬처럼 우리나라는 한 바탕 홍역을 치렀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왔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조선시대에 커피를 처음 들여와 고종에게 전해졌을 때처럼 신기해했다. 당연히 이길 줄 알았던 우리의 이세돌이 세 판 내리 지자 사람들은 상식의 붕괴를 경험했다. 체스는 몰라도 바둑은 사람이 이긴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 역시도 이점은 충격이었다. 그러나 이것도 우스운 이야기이다. 이미 알파고는 구글 밑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우리가 관심 없었울 뿐이지 계속 바둑 고수들과 대전을 통해 실력을 키워왔고 구글뿐만 아니라 웬만한 IT기업은 인공지능 솔루션을 키우고 있었다. IBM, Apple도 마찬가지이다. 


 알파고에 놀란 사람들은 과연 애플 시리가 야구표 예매하고 식당 예약까지 할 수 있다는 걸 알까? 시리는 복합 문장도 이해한다. “문자-> 내용-> 전송”이 아니라 “마이크에게 오늘 갈 수 없다고 메시지 보내줘.”를 인식할 수 있다. 앞에 했던 대화를 기억해 다음 대화에 적용도 가능하므로 진짜 대화 같은 대화가 가능하다. "OO아. 날씨 알려줘." 이런 수준이 아니다. 


 이는 인공지능의 차원이 바뀐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기초적인 수준의 자동화를 인공지능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집안 온도에 따라서 가전제품이 작동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아니다. 이제는 게임의 판이 달라졌는데도 아직도 우리는 이런 구시대적 발상에서 겉모양만 포장하고 있다.

 글로벌화는 언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언어는 번역기의 발달로 앞으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마인드와 문화의 글로벌화가 진짜 글로벌화이다. 각자 다른 지역에서 다른 관습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얼마든지 섞여서  한 가지 목표를 향해 협업을 하고 생활도 할 수 있는 것이 글로벌화된 나라이다. 마인드라는 것은 알파고나 블록체인처럼 외부의 기술이 즉각 전파되고 마치 앞마당처럼 빠르게 활용되는 나라이다. 미국에서 개발된 기술이 다음날 서울에서 활용될 수 있어야 진정한 글로벌화가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30대 기업을 다루면서 많은 분들이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기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분석을 하면서 생각이 바뀐 부분이 많았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가만히 앉아서 돈 버는 게 아니었고 치열한 세계 경쟁을 통해 세계 1위를 달성한 한국 기업들이 많았다. 이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그들의 노력과 헌신 덕분이다. 이런 기업들이 없었다면 많은 청년들이 다른 나라에서 일자리를 구해야 할지도 모른다. 당연히 그 가운데 고차원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경제는 중요하다. 우리나라 경제는 아직도 많이 폐쇄적이고 시장의 자유보다는 감성적인 접근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마트가 며칠 쉰다고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을 사람들은 언제쯤 알게 될까? 그것이 마트와 시장의 싸움이 아니라 유통산업의 변화라는 것을 언제쯤 알게 될까? 치킨값이 비싸다고 욕을 하면서도 정작 마트에서 반값 치킨이 나오면 벌떼처럼 일어나 공격을 한다. 이런 일들을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할 것 같다. 시장이 성숙하고 소비자가 현명해지려면 아직도 많은 시련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많이 속고 경험해보면 감성적으로 느끼는 것과 실제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쓰면서 좀 아쉬웠던 것은 30대 기업 경영자들과 한 번도 인터뷰를 못해본 것이다. 내가 뭐라고 그들과 인터뷰를 할 수 있겠는가만은, 기회가 되면 30대 기업 경영자 모두를 만나 인터뷰를 해보고 싶다. 틀에 박힌 질문이 아니라 가슴이 뜨끔한 질문들을 해보고 싶다. 자칭 타칭 경제전문가들이 펴낸 재벌 책들을 보아도 변변한 인터뷰 하나 실려있지 않았다. 그것은 다음 과제로 남겨둔다.


 30대 기업에 대한 경영분석과 진단을 마치면서 부족한 글을 읽어준 독자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변화무쌍한 한국경제에서 이 책이 분석할 수 있는 부분은 아주 작은 부분뿐이었다. 나 역시 평범한 일반인이기 때문에 여러분들과 다르지 않다. 데이터 조사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편집, 교정도 내가 혼자 해야 한다. 나는 경제전문가도 아니고 그저 기업에 관심이 많은 전직 샐러리맨이다. 그래서 30대 기업 경영진단이라는 어쩌면 분에 넘치는 도전을 함에 있어서 주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 번은 해보고 싶었다. 내가 평소 생각하던 경제, 기업에 대한 생각을 글로 옮기고 독자들의 평가를 받아보고 싶었다. 대단한 지식은 없지만 통상적인 경제서적과는 다른 스타일로 글을 써보고 싶었다. 학자들은 너무나 이론에 치우친 책을 쓰고 어떤 사람들은 출신에 따라 찬양, 비난 일변도의 책을 쓴다. 이들은 기업의 실상도 사실 잘 모른다. 데이터를 봐도 현실과 엮어서 해석할 줄 모르는 것이다. 그런 책들과 차별되는 책을 쓰고 싶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자료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기업에 대해 분석한 책이 너무 없어서 기초자료를 모으기 힘들었다. 경제 4대 주체(가계, 기업, 정부, 외국) 중에 하나인 기업과 관련된 책이 이렇게 없다니 실망스러웠다. 우리나라의 인문사회 수준이 이 정도이다. 이 책이 그나마 훌륭하진 않더라도 기업과 실물경제에 대해 공부하고 하는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지식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이 책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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