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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Feb 16. 2020

60대 기업 경영진단 -카카오 1-

32. 카카오

프롤로그

 30대 기업에 관한 책을 쓰고 다시 60대 기업에 관한 책을 쓰기로 했다. 경제적인 이익은 전혀 되지 않는 글이지만 순전히 개인적인 관심에 따라 마치 메뚜기가 뛸 수밖에 없듯이 나 역시 글을 쓰지 않고 못 베기는 성미 때문에 이렇게 또 한 권의 책을 내게 되었다. 30대 기업을 분석하는 글을 쓰는 데 총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최신 정보가 중요한 기업분석에서 이 정도 시간은 무척 긴 시간이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완성하고 난 후 어깨 통증이라는 고질병을 얻어서 한 달간 다른 일을 하지 못했다. 지금도 상태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너무나 글을 쓰고 싶은 욕망 때문에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았다. 30대 기업을 분석하면서 순위 변동이 생기고 심지어 순위를 이탈하는 기업까지 있어 결국 32개 기업을 분석했다. 이번에는 나머지 기업들을 분석해 공정위에서 발표하는 대기업 집단 59위까지의 순위를 알아볼 생각이다. 


 왜 60위가 아니고 59위까지 발표했는지는 모르겠지만 60대 기업이라 함은 59위까지를 말하는 것으로 정부가 개념을 정하고 있는 것 같다. 통상 10대 기업이라고 하면 10위까지 포함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보다. 2019년 발표를 기준으로 분석했고 애널리스트나 경제학자의 분석이 아닌 여러 기업에서 일을 해본 경험을 토대로 거시적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려 노력했다. 


 기업 경영 서적이라 함은 대개 기업을 완전한 선으로 생각하거나 지상악으로 생각하는 두 부류로 극단적으로 나누어진다. 나는 이런 시각을 깨고 좋은 것은 좋게 나쁜 것은 직설로 비판하려고 한다. 30대 기업 분석에서도 기업들의 경영 노력에 후한 평가를 했고 동시에 족벌경영의 시대적,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어떤 경제 전문가는 상속세가 우리 경제의 원흉인 것처럼 말하기도 하는데 이런 사람들 때문에 기업에 대한 인식이 더 안 좋아진다. 


 상속세는 근대 경제의 기반이다. 귀족과 평민이 나눠지지 않고 장기적으로 공평한 사회가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다. 기업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창업주의 카리스마가 필요한 사업 초기에서 점차 주식시장을 통한 국민기업이 되어가는 과정으로 상속세는 나름의 역할이 있다. 만약 이것이 없다면 신 귀족이 형성되고 사회는 양분될 것이다. 그리고 기업도 영속성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다. 한 번만 능력 없는 후손이 태어나도 기업이 붕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별로 주목받지 못한 30대 아래의 기업을 분석해보고 우리 경제의 실제 모습을 탐구하고자 한다. 사실 서민들의 뼈에 닿는 곳은 30대 기업보다 그 밑의 기업일 수도 있다. 이번 분석을 통해 한국경제의 민낯과 발전방향을 알아보자.


카카오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컴퓨터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름이 다음과 네이버일 것이다. 요즘에는 구글의 성장으로 3파전이 되고 있는데 이 문제는 다음보다는 네이버에게 치명적이므로 다음에 다루겠다. 다음은 컴퓨터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들이 아마도 제일 처음 이용하는 서비스로 메일 서비스로 국민적 기업이 되었다. 


 메일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 1세대 포털들이 있었는데 천리안, 신비로, 프리챌, 싸이월드, 다음, 네이버, 코리아닷컴 등이다. 이들은 철저히 국내파 기업으로 인터넷의 원시시대에 나름대로 왕국을 이루었다. 개인적으로 이 중에서 신비로에서 처음으로 메일 주소를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대학에 입학했을 때도 메일 주소를 받았는데 메일이 정말 오는지 신기하게 관찰했던 추억도 있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현 소카 대표) 사진출처:중앙일보

 이때는 대부분 커뮤니티 위주로 발전했는데 특별한 콘텐츠 없이도 이용자를 가장 빨리 늘릴 수 있는 길이 커뮤니티이다. 단순 게시판 형태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임이나 뉴스, 정보글을 올린다. 다음 메일 서비스가 왜 그토록 빨리 발전했는지는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지만 간단하게 보면 메일 서비스에 집중하고(도메인 자체가 hanmail.net이다) 카페 서비스를 내놓았던 것이 주효했다고 보인다. 메일 서비스로 이용자를 늘리고 여기에 카페 서비스가 접목되면서 대형화를 이루었던 것이다. 다른 서비스들은 자기만의 고유 서비스를 만들지 못했고 게시판, 자료실 위주의 원시 커뮤니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도태되었다.


 다음의 창업자는 이재웅인데 1세대 벤처기업가 레전드들 중에 한 명이다. 벤처 붐을 일으켰던 레전드들을 한번 언급하자면 아래아 한글-이찬진, 전하진, V3-안철수, 비트컴퓨터 조현정, 네이버-이해진 등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의 후진들이 다시 2세대, 3세대 벤처를 일궈내면서 현재 상속받지 않은 재벌기업은 대부분 여기서 시작되었다.


 다음은 메일, 카페 서비스라는 강력한 사용자 유인 수단을 가지고 있었으나 초기 검색엔진 시장 전쟁에서 네이버에 밀리면서 영원한 2위로 전락했다. 다들 알다시피 네이버는 초기 검색엔진의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위해 지식인 서비스를 내놓았고 이것이 적중해 라이코스, 엠파스, 야후 등 쟁쟁한 기업들을 다 물리쳤다. 이렇게 해서 카페는 다음, 검색은 네이버라는 공식이 인터넷 세계에 성립하게 되었다.


 다음은 오너 경영진이 바뀌는 드문 사례가 있었는데  창업주 이재웅이 대주주로 남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것이다. 다음의 경영실적이 하락하는 가운데 본인의 한계를 느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재계에서 이런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후 다음은 네이버와 난타전을 벌이면서 점차 쇄약 해져 갔고 시장이 모바일로 전환되는 가운데 결국 메신저 서비스를 하던 카카오에 합병되고 만다. 


 형식적으로는 다음이 카카오를 인수한 것처럼 보였지만 실질적으로는 카카오가 실권을 잡았고 지금 보듯이 다음이란 이름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 기업 중에 공룡이었던 다음이 카카오에 넘어갈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다음과 네이버는 모두 메신저 서비스를 내놓고 카카오와 일전을 벌였는데 여기서 카카오의 신의 한 수가 터져 나온다. 마땅한 수익모델이 없던 카카오는 국민게임 위치까지 갔던 애니팡 등 게임 서비스를 내놓으며 도약했다. 한게임 창업자인 김범수 대표의 사업수완은 무에서 유를 만든 것으로 칭찬할 만하다. 거대 기업들의 물량공세를 아이디어와 참신함으로 이겨낸 것이다. 

제주에 있는 카카오 본사(출처 : 카카오 홈페이지)

 이 사례는 경영사에서 두고두고 연구해볼 만큼 가치가 있는 사례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이긴 독특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같은 단세포적인 정책으로 시장의 경쟁을 막고 중소기업들을 온실 속에서 키우려고 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혁신이 나오지 않고 기업들이 가두리 양식장에서 안주하게 된다. 정말 중소기업이 보호되는지도 의문이다. 중소기업 중에 큰 회사들이 대기업 행세를 하며 시장을 다 장악해버리기 때문에 결국 서비스 질도 떨어지고 혁신도 없는 황폐한 시장이 되고 만다. 이것은 내가 직접 시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이다. 경제학자나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분석을 내놓을 수가 없다. 카카오는 다음과 네이버의 메신저 공세를 아이디어로 돌파하고 최대 메신저로 우뚝 섰다.


 현재 재계 순위를 보면 좀 의아한 것이  카카오가 32위 네이버가 45위이다. 당연히 네이버가 더 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자산규모만 보면 카카오가 10조 원대로 8조 원대인 네이버에 비해 1조 원 이상 많다. 이것은 카카오가 기본 서비스 모델이 약해 인수합병 및 신규사업 진출에 주력했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면 된다. 


 네이버와 카카오 이 두 기업의 치고받는 경쟁을 보면 참 재밌는데 일단 메신저 시장은 카카오가 가져갔고 네이버는 ‘라인’ 메신저를 해외시장에서 론칭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와 합작법인을 만들 만큼 성장해있다. 검색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수익성을 가지고 있어서 네이버가 초기 성장을 이끄는 요소가 되었는데 다음의 메일, 카페 서비스는 수익모델로는 약했다. 그래서 메신저를 가진 카카오와 합병 이후 훨씬 성장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콘텐츠와 금융업 진출이다. 법적으로 대기업에 지정된 것도 이 덕분이라고 생각된다.


 콘텐츠에서는 음원, 게임이 큰데 멜론 서비스(로엠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함으로써 국내에서 음원 서비스 1위를 차지했다. 1조 8천억에 인수했는데 삼성이나 엘지가 절대 하지 못할 투자로 생각된다. 공장이 없는 기업을 이렇게 넉넉하게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은 신세대 경영인의 면모이다. 기업 인수합병이 많은 서방세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얼마 전 배달의 민족은 4조 8천억에 독일 기업에 인수되었는데 아마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인수했다면 1조 원도 안 주려고 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기업의 브랜드와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가 없다.


 확실히 카카오나 네이버 등 신세대 경영자들은 다른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어 앞으로도 기대된다. 음악 서비스에서 수익이 정착되자 카카오는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추게 되었다. 게임은 카카오에서 이미 대박을 터트린 경험이 있는 만큼 자연스럽게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카카오 페이지’ 서비스를 통해 웹툰, 웹소설을 서비스해 1차 콘텐츠 시장까지 장악했다. 


 이 시장은 포털이 월등히 유리한데 문피아, 조아라 등 기존 중소업체들이 있는 가운데 포털의 유리한 위치를 이용해 더 넓은 시장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여기에 또 정부가 끼어들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1차 콘텐츠 시장에서도 카카오는 네이버와 경쟁하고 있지만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는 일단 카카오 페이지가 더 많은 조회수와 수익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현재는 카카오가 더 유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이 시장이 아직 초기 상태인 만큼 앞으로 어떻게 서비스 모델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어서 현재의 차이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나는 30대 기업 경영분석을 하면서도 계속 콘텐츠 시장을 강조했다. 미디어가 강화되는 시대에 우리나라는 콘텐츠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는다. 굴뚝과 공장이 있어야만 사업이 된다는 마인드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다. 카카오는 이런 면에서 한 발 앞서 나갔다.

카카오 페이

 카카오의 금융업 진출은 새로운 방식의 금융서비스 접근방법을 보여주었다. 낡을 대로 낡은 금융서비스 시장은 기존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고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만한 여지도 없었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다. 기득권들의 나태였다. 카카오는 카카오 뱅크를 론칭해 단숨에 인터넷뱅크 1위가 되었고 고객 수 1천만, 자산 10조 원을 달성했다. 반면 같이 출발했던 K뱅크는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입장에 처했다. 카카오가 흑자 전환된 것에 비해 K뱅크는 줄곧 적자이고 자산규모가 카카오의 1/10 규모에 불과하고 그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KT의 경영분석할 때 그 이유는 분석했었다. 카카오 뱅크는 참신하고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금융을 젊은 세대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도록 하여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은산분리에 관한 규정이 카카오의 발목을 잡았는데 웬일로 정부에서 규제를 완화해 카카오가 사업을 계속해 대주주 자리를 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것도 미봉책이라고 생각한다. 카카오는 인터넷 기업이라고 해서 은산분리 규정에 예외를 적용받았는데 아주 편협한 법규정이다. 땜질식이라는 것이다. 만약 기업의 문어발 확장이 문제가 된다면 그게 인터넷 기업이 하면 문제가 안되나? 시대에 안 맞는 법은 빨리 없애는 게 답이다.


 애초에 법을 시장에 맞지 않게 너무 도덕적으로 만들어놓고 핀테크 등 인터넷 금융이 신산업으로 떠오르자 이걸 막을 수 없는 정부가 어쩔 수없이 꼼수를 쓴 것으로 보인다. 은산분리정책은 정권을 떠나 어느 정부에서나 실시했던 것으로 개인적으로 이제 폐기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제 산업은 은과 산을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융합의 시대이다. 롯데를 보라. 지주회사를 하기 위해 잘 키워놓은 자식(롯데카드)을 눈물을 머금고 남에게 줘야 했지 않은가? 


 사업은 모아놓을수록 시너지가 커지고 이것은 1+1이 2가 아닌 3이나 4가 되게 한다. 이런 시장의 논리를 무시하고 도덕적으로 법을 정해놓으니 상황이 이렇게 된다. 문어발 확장은 회계구조가 불투명하고 시장이 단순했던 과거에나 어울린다. 지금은 은행을 인수하더라도 그 자산을 마음대로 자기 기업에 대출할 수 없게 안전장치만 해놓으면 된다. 산업의 융합은 금융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금융을 접목함으로써 더 많은 기회가 창출되는 것이다. 카카오는 이런 흐름에서 어쨌든 운 좋게 혜택을 받았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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