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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Feb 16. 2020

60대 기업 경영진단 -카카오 2-

32. 카카오

 이제 카카오의 개선할 점들을 살펴보자. 카카오는 자체 벤처캐피털을 통해 신사업에 대한 발굴, 투자를 강화하고 있는데 이것은 좋은 선택이라고 보인다. 기존 대기업들은 어마어마한 자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런 엔젤투자, 신사업 진출에 매우 소극적으로 임해왔다.


 현재 카카오는 생활형 서비스에 진출해 많은 욕을 먹고 있는데 겨우겨우 살아남은 카카오 택시를 비롯해 대리운전, 헤어숍 등이 그것이다. 이런 사업 방향은 좋다고 생각한다. 일부에서는 골목시장까지 먹으려는 거냐고 비판하지만 시장에 골목시장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골목시장도 크게 보면 상품 서비스 시장일 뿐이고 보는 눈이 작으면 골목으로 밖에 안 보이는 것이다. 어떤 상품을 팔든 눈이 작으면 구멍가게밖에 못하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의 천국이었던 간편식이 최근 대기업들의 각축전이 되고 있는 것도 그 예이다. 모든 서비스와 산업이 신기술과 융합되는 지금 골목시장,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따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걸 따지는 인간이 있다면 선동가이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인물일 것이다.


 생활형 서비스가 왜 유망한 사업이냐 하면 미래 산업환경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김범수 의장이 이것을 노리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볼 때 카카오가 이대로 간다면 미래 시장에 대한 장악력이 좋아질 것이다. 미래시장의 특징은 3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 1. 플랫폼화 2. 개인화 3. 수익배분


 카카오가 이것을 예측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3가지 모두 카카오의 생활형 서비스가 지향하는 바와 일치한다. 먼저 최근에 플랫폼 혁명이라고 해서 플랫폼 자체가 신산업의 큰 부분으로 자리 잡은 것은 알려진 바이다. 배달의 민족이 대표적이다. 기존에 없던 플랫폼을 만들고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카카오 택시도 대표적인 플랫폼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개인화는 앞으로는 서비스에서 개인의 위치가 점점 커질 것이란 점이다. 기존의 사업모델이 법인과 개인이 1:1로 서비스와 대가를 주고받는 단순구조였다면 앞으로는 개인이나 소규모 사업자가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에 참여해 서비스의 일원으로 직접 뛸 수 있다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에서 배민 라이더의 경우 개인이 참여해 서비스를 작동시키는 한 축이 되고 있다. 카카오 페이지의 웹툰, 웹소설에서도 작가들이 개인으로 참여해 서비스의 축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게 세 번째로 언급한 수익배분인데 기존 산업들은 수익배분이 매우 경직되고 사업자 위주였다. 프랜차이즈를 내면 가맹점 수수료를 걷어가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플랫폼 사업에서는 개인에게 서비스의 활성화만큼 공정한 수익을 배분하고 이것이 1:1 구조에서 매우 대등하다. 배민 라이더가 플랫폼에 참여하기 전 서비스 수익배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참여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면 플랫폼은 성립되지 않고 서비스는 망한다.


 기존에는 크게 성공한 맛집 본점을 기반으로 우월적 입장에서 가맹점을 내주다 보니 무조건 본사가 우위에 설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일각에서는 플랫폼이 우월적 입장 아니냐고 강변한다. 배달의 민족 매각에 관해 배달 수수료를 높여서 배를 불리고 해외에 매각해 버렸다는 비판도 있는데 이건 단순한 생각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 구성원을 죽이면 안 된다. 그러나 프랜차이즈는 가맹점을 말려 죽여도 수익을 낼 수 있다. 이게 큰 차이다.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을 키우기 위해 더 많은 플랫폼 구성원(개인)을 끌어들여야 하고 이것은 살아남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웹소설 서비스가 지나치게 수수료를 올려서 작가가 수익을 남기지 못한다면 웹소설 플랫폼 작가 저변이 줄어들 것이고 이것은 서비스 품질 하락으로 이어져 사용자수가 줄고 결국 플랫폼 전체가 붕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카카오 제주 본사

 이렇게 카카오는 미래시장의 특징에 맞는 플랫폼 사업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는 이런 플랫폼 사업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그 이유는 암호화 화폐 때문이다. 지금은 수익 분배가 현금으로 이뤄지다 보니 아직 저변이 넓지 못하고 사업이 경직되어있는데 이것을 암호화 화폐로 바꾼다면 참여자를 극대화할 수 있고 사업구조도 단순해져서 플랫폼 사업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라. 플랫폼 구성원(예를 들어 배민 라이더)이 1백만 명이라고 해보라. 이 사람들한테 매월 수익금을 계산해 입금하는 것만 해도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런데 이것이 암호화 화폐로 구현된다면 훨씬 간단한 일이 된다. 카카오가 금융업을 하고 있다는 것도 큰 메리트이다.


 즉 카카오의 생활형 서비스는 미래에 더욱 성장할 수 있고 카카오는 시장과 정부, 시민단체가 아무리 반대하고 압력을 주더라도 계속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최근에는 다음 창업주 이재웅이 소카 성공에 이어 타다 서비스를 론칭하려다 반발에 부딪혀 법적 처벌까지 논의되고 있는데 이럴 때마다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기업가의 창의적 시도를 이런 식으로 밟아버리면 일자리는 어디서 생기며 혁신은 무엇으로 만든단 말인가? 정부는 입만 열면 혁신성장을 외치는데 한쪽에서는 신산업을 이렇게 막으면서 어떻게 경제성장이 되겠는가?


 솔직히 타다 같은 서비스가 한국에서 론칭된 것만 해도 신기할 정도이다. 미국에서 우버택시를 한 번이라도 타본 사람은 그 편안함에 놀랄 것이다. 에어비앤비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전통적인 산업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자리가 널려 있는 것이다. 기득권 사업자들은 경쟁할 생각은 않고 무조건 자기 기득권부터 지키려고 하는데 여기서 정부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카카오의 음원사업(멜론)은 국내에서 어느 정도 기득권을 가지고 있고 사업도 탄탄한 편인데 애플처럼 서비스와 단말기가 결합된 것이 아닌 단순 서비스로서의 한계는 있다. 카카오도 이를 감지하고 카카오 스피커 등의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데 나는 이 대목에서 우리 포털 기업들도 제발 한국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이 되라고 충고하고 싶다. 카카오도 자산규모 10조 원을 넘었으니 이제 그럴 때도 되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너무 한국에 안주하고 있다. 그나마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주가 CEO에서 물러난 후 해외사업을 챙기고 있어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반면 카카오는 국내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의 장점이 무엇인가? 국경이 없다는 것이다. 최소한 아시아 권에서는 한국이 인터넷 서비스에서 앞서 있다. 중국은 자국 시장을 기반으로 규모의 성장을 이뤄 텐센트 같은 기업들을 금방 키워냈는데 국가 이데올로기의 한계(전체주의)로 인해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내 성공은 이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글로벌 기업으로의 성장은 중국 정치가 발목을 잡을 것이다.


 카카오는 해외사업을 키워야 한다. 아직도 해외에서는 무주공산이 많이 있다. 카카오가 국내 사업에만 몰두하는 사이 네이버는 일본 메신저 시장을 장악해버렸다. 메신저는 가입자수가 곧 존립기반이란 점을 생각하면 초기 진입이 매우 중요하다. 카카오는 메신저 시장 노하우를 이용해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모색해야 한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국내에서 메신저 시장의 변천사를 보면 제일 초창기에는 MSN 메신저가 있었다. 단순하고 기본에 충실한 기능이지만 메신저의 맛을 알기에는 충분해 메신저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 그다음이 네이트온인데 MSN에 비해 훨씬 사용자 친화적 인터페이스와 응용기능을 탑재해 대세를 장악했다. 모바일로 시장이 옮겨가면서 네이트온은 죽고 카카오 메신저가 자리를 잡았는데 단순하고 사용하기 쉬운 친근한 인터페이스가 주효했다.


 카카오는 해외에서도 바로 적용 가능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해외진출을 서둘러야 한다. 국내 플랫폼 사업들은 어느 정도 정착 후 해외진출이 가능하지만 국내에서 허가되지 못하는 생활형 사업들도 해외에서 론칭해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 기업의 입장에서 시장은 국경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인터넷이 통하는 곳 모든 곳이 시장이다. 


 카카오의 위협요소는 대기업집단에 대한 정부의 간섭 및 네이버와 출혈경쟁이다. 어차피 국내 시장은 작은데 여기서 피 터지게 싸운다고 해봐야 둘 다 죽을 뿐이다. 수익성 기반은 충분히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 해외로 나가서 구글까지는 아니더라도 카카오 같은 서비스를 원하는 사용자를 찾아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인터넷 기업들의 신규 서비스를 적극 지원하고 기존 산업과 다른 눈에서 봐야 한다. 투자나 고용을 강요해서도 안된다. 이것은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자연적으로 경영자들이 알아서 할 것이다. 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 혹시 본사를 해외로 옮긴 다고 해도 정부는 나서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 기업은 본사가 의미 없다. 벌써 넥슨은 일본에 본사 중심이 있다고 하는데 본사가 어디 있고 그런 위치는 중요하지 않다. 본사 때문에 주변이 발전한다는 것은 구시대 굴뚝산업들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이 얼마나 많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그것을 통해 수익성 있는 기업이 되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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