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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Oct 04. 2020

60대 기업 경영진단 - 세아그룹 -

39. 세아그룹

소개

우리나라에 은근히 알려지지 않은 화학, 철강 회사가 많은데 70년대 중화학공업 집중 육성에 의한 결과라 볼 수 있다. 당시 중화학산업의 시장 과열을 견디고 살아남아 있는 기업은 작은 기업이라도 나름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고 보는 게 옳다.


 세아그룹은 강관(철강 파이프)과 특수강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1960년 시작했다. 재밌는 것은 세아그룹의 경영구도인데 창업주 이종덕 회장의 뒤를 이어 이운형, 이순형 형제가 동시에 형제경영을 했다. 우리나라에서 형제경영을 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지만 이렇게 동시에 공동경영 같은 형태는 많지 않았다. 보통은 순차적으로 경영하거나(두산) 형의 그늘 아래 동생이 받쳐주는 형식(LG, SK)이 많았다. 그런데 세아그룹은 한 시대에 형제가 공동경영을 한 점이 특징이다. 


현재 형인 이운형 회장이 사망하면서 3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각 형제의 아들들인 이태성, 이주성 부사장이 경영권 승계를 진행하고 있다. 즉 사촌경영이 된 것이다. 사촌경영은 지금까지 조사한 39개 기업 중에는 없었다. 3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과도기 상황으로도 보이는데 만약 계열분리가 안될 경우 어정쩡한 상태의 동거는 계속될 것 같다.


근황

세아그룹은 크게 강관과 특수강의 두 축으로 나뉘는데 지주회사도 두 개가 있는 특이한 모습이다. 세아홀딩스와 세아제강지주는 각각 세아베스틸(특수강)과 세아제강(강관)을 거느리고 있다. 세아홀딩스는 이태성 부사장이 세아제강지주는 이주성 부사장이 맡고 있다.


아직은 이순형 회장이 살아있어서 3세 승계과정을 관리할 것으로 보이는데 수면으로 드러난 큰 다툼은 없었다. 언론에서는 이걸 보고 바람직한 승계라며 찬양하지만 아직 좋아하기엔 이르다. 경영권 승계에는 피도 눈물도 없다. 완전히 계열분리가 될 때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 가장 성공적인 계열분리로 손꼽히는 LG그룹과 GS그룹도 동업관계를 청산하면서 서로 계열사를 나눠가질 때 긴장감이 없지 않았다.


세아그룹은 다른 대기업과 달리 사업분야가 하나뿐이고 서로 연관성이 많아서 계열사를 나눠서 분리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한데 모여있는 게 시너지도 있어서 앞으로 어떻게 분할할지 관심사다. 지주회사를 두 개나 만든 걸 볼 때 독립하겠다는 의지는 있는 것 같은데 쉬운 상황은 아니다. 지분 정리하는 데는 많은 돈이 필요한데 3세들이 그 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태성 회장은 상속세로 1700억을 낸 것으로 알려졌는데(출처 : 매일경제, 2018.09.06,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18/09/563370/) 분할납부라고 하지만 엄청난 부담이다. 추가로 지분 정리할 여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국제 가스오일 전시회 GASTEC 부스(출처: 세아그룹 홈페이지)

진단

무엇보다 빠른 경영권 정리가 필요하다. 물론 특수강과 강관으로 나뉘어 있지만 형제간에도 싸움을 벌이는데 사촌 간에 싸움이 없으리란 법이 없다. 기왕에 지주회사를 세웠으면 빠르게 독립을 추진해야 한다. 아무리 늦어도 최소한 이순형 회장이 살아있는 동안에 마무리해야 할 것이다. 기업을 어떻게 분할하느냐가 문제인데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특수강과 강관은 각각 연간 5백억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계열사들을 보면 지주회사를 제외하고 12개가 있다(홈페이지 기준). 수는 많아 보이지만 제품별로 회사를 나눴으며 금속류를 취급하는 것은 같다. 세아네트웍스만 IT회사로 다른 업종이다.


이럴 땐 어떻게 나눠야 할까? 꼭 분할한다는 가정 아래 방법은 두 가지 정도이다. 두 후계자가 기업을 좀 더 다각화해서 서로 독립적인 사업영역을 갖추도록 한 뒤 분할하는 것이다. 강관이든 특수강이든 하나만 가지고 있다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최근 5년간 큰 적자 없이 무난하게 사업을 이어오고 있지만 이익규모가 작고 사업분야가 단순해 리스크 분산 역량이 부족하다.


일단 강관과 특수강이 모두 후방산업이라고 보면 전방산업분야를 갖출 필요가 있다. 업종 특성상 물류, 무역업도 보강된다면 좋을 것이다. 사업영역이 협소한 것은 중견그룹에게 강점이자 약점이다. 재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아서 자세히 알 순 없지만 최근 큰 현금지출이 없다고 가정할 때 신사업을 통한 도약은 필요하다.

영국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 참여(출처: 세아그룹 홈페이지)

 안전한 길을 찾아갈 수도 있겠지만 기업은 늘 변해야 살 수 있다. IBM이 지금까지 컴퓨터만 팔고 있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1990년대까지만 해도 IBM이 컴퓨터 사업을 버린다는 것은 생각도 못했다. 풀무원이 두부사업을 버리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IBM을 컴퓨터 파는 회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푸른 공룡이라고 불렸던 기업이 살아남은 비결은 바로 변화이다. 


 세아그룹은 경영승계 단계에 있고 이 과정에서 그룹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독립일지 동거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주회사형태를 두 개나 갖췄다는 점에서 분할될 가능성이 높은데 사업영역이 워낙 겹쳐있다 보니 실질적 분할은 어려운 상황이다. 마치 샴썅둥이와 같은 모양이다.


 그러나 어쨌든 핵심기업을 소유하는 쪽이 독립하는 쪽을 보상하는 방법으로 진행하는 것이 무난하다. 확실한 먹거리를 줘야 나갈 것이 아닌가? 아니면 느슨한 연대를 한 채 형식적인 독립경영을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느슨한 연대는 크게 시너지는 없다. 머리가 두 개이기 때문에 회사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철강제 생산에만 머물지 말고 이를 소비해줄 계열사를 갖추고 전방과 후방으로 나눠 분할하는 방법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느슨한 연대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유지될 수 있다. 아니면 금융 같은 안전한 사업분야로 완전히 독립하는 것도 방법이다. 독립하는 쪽이 상당한 자금지원을 받아서 그 돈으로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이다. 동원그룹은 장남이 금융사를 가지고 독립했는데 그 회사가 한국투자금융이다. 지금은 한국투자금융이 동원그룹보다 재계 순위가 앞선다.


 어떤 금융분야로 할 것인지는 따져봐야 하지만 금융과 기업은 연계성이 있으므로 독립 후에도 서로 사업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보상을 어느 정도 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 

강관 기술 R&D센터(출처 : 세아그룹 홈페이지)

전망

냉정하게 전망하면 대기업의 경직성을 봤을 때 현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 경영승계 과정의 잡음이 어느 정도 일지는 모르나 불안한 동거를 상당기간 이어갈 것이다. 기업이 분리되어도 사업영역이 거의 같기 때문에 완전히 독립적인 모습을 갖추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물론 현재 회장이 그 과정을 컨트롤하겠지만 과연 후계자들의 경영능력이 어느 정도 일지는 이 과정에서 어느 정도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승계과정에 다툼은 과거 왕권을 물려줄 때와 비슷하다. 내부 경쟁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는 자가 대권을 차지한다.


 경쟁자가 사촌지간이라 중재가 어렵다는 점에서 경영승계 리스크는 높다고 봐야 한다. 형제간에도 통제가 안되는데 사촌 간을 누가 통제하겠는가? 그리고 기업의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작은 경영권 다툼도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현대그룹처럼 큰 기업도 왕자의 난으로 기업가치가 많이 훼손된 적이 있다. 대권을 물려받을 자가 얼마나 수완이 좋을지 승계 처리 과정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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