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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Mar 03. 2020

60대 기업 경영진단 -HDC-

33. HDC(현대산업개발)

 2019년 연말부터 언론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기업이 대한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 일 것이다. 대한항공은 경영권 문제로 HDC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때문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우연인지 몰라도 아시아나 인수 문제가 일단락되고 나서 글을 쓰게 되었다. 대한항공의 경우 기업분석을 써놓고 오너가 사망하고 경영권 교체까지 있었다. 지금까지 그 파장이 사라지지 않는데 언제까지 큰 기업이 가족의 손에서 누구 하나 죽으면 망할 것처럼 위태롭게 놓여있는 걸 봐야 하는지 안타깝다. 현대는 누구 하나에 의해 움직이는 시대가 아니다. 경영자는 충분히 존경받아야겠지만 그것과 세습 문제는 별개이다. 이제는 주주로 남고 가문의 부를 유지하는데 만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번에 분석할 HDC는 범현대가 기업이다. 현대그룹이 건설에서 큰 회사인 만큼 전 가족이 뛰어들었는데 그중에 정주영 창업주의 동생인 정세영 회장도 있었다. 그가 현대로부터 분사해서 나온 곳이 바로 현대산업개발 지금의 HDC이다. 재계 순위로는 이 글에서 33위로 하였지만 아시아니 인수를 감안하면 17위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언론에서는 이번 인수를 두고 정세영 회장이 현대자동차 회장을 했던 것을 생각해 모바일리티의 연장이라는 억지 해석까지 내놓았다. 


 아시아나가 비행기를 만든다면 모르겠지만 철저히 여객운송업이라는 측면에서 이런 해석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시아나 관련 이야기는 뒤에서 자세히 하겠다.


 현재 HDC는 지주회사이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주력기업이다. 현대건설과 업종에서 큰 차별성은 없는 것으로 보이고 그나마 현대가 인프라 등 건설 전분야를 다룬다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주로 국내 주거용 주택건설에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 차이이다.


 대표기업인 HDC현대산업개발 영업이익은 2019년 5,484억 2,200만 원으로 건실한 편이다. 주력사업은 건설이지만 호텔, 금융 등 나름대로 사업다각화의 그림은 갖춰 놓았다. 이번에 항공이 들어오면 서비스업종 강화를 노려볼 수 있게 되었다. 


 경영권 관련해서는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어 정주영 회장의 3세 정몽규 회장이 그룹을 책임지고 있다. HDC가 30위권의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다각화 모양을 갖춘 것은 그만큼 과거의 현대그룹처럼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도 HDC가 등장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사업상 연관성이 거의 없고(굳이 따지면 면세점이 있긴 함) 자금 능력에서도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번 인수의 매도자에 해당하는 금호가 바로 인수합병 실패로 여기까지 왔다는 걸 생각하면 불안감이 컸다. 

HDC그룹의 정몽규 회장(출처 : HDC 홈페이지)

 HDC는 뭐가 다를까? 인수합병에 실패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캐시카우가 약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HDC는 건설에서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긴 하다. 그러나 건설업 자체가 경기를 많이 타고 변동이 심한 업종이다. 여기에 항공서비스업이라는 연성 사업을 건축이라는 강성 사업을 하는 기업이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부드러운 감성과 세련된 감각이 필요한 사업이 바로 항공서비스업이기 때문이다. 건축업과 서비스업은 접근 자체가 틀리다. 게다가 부채도 많고 사업도 불안한 아시아나는 대대적인 경영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 여러 면에서 리스크가 높은 인수라 볼 수 있다.


 일단 논의를 1. HDC가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한 이유. 2. 아시아나 항공 인수 후 전망 3. HDC그룹 문제점 및 발전방향 순으로 전개해 보겠다.


   

HDC가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한 이유.


 경영자에게 물어본 게 아니니까 이것은 전적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는데 일단 아시아나가 매물로 나온 게 자의가 아닌 타의였고 예정되어있던 것이 아니란 점에서 이번 인수도 HDC의 장기적인 경영계획에 들어있었다고 보긴 힘들다. 그렇다면 이 거액의 매물을 인수하기로 한 결정도 짧은 시간에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 도대체 HDC가 항공사를 인수한 것은 왜일까?


 HDC는 그동안 자잘한 회사들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왔다. 범현대 가는 어느 기업을 막론하고 다각화에 적극적이다. 정세영 회장은 현대자동차를 키워낸 장본인이지만 경영승계 원칙에 따라 그것을 조카에게 넘겨주고 작은 기업을 넘겨받아야 했다. 이 아쉬움은 아직도 크게 남아 있을 것이다. 그 아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측면에서 아시아나 항공은 매력적인 매물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아버지대부터 이어온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규모와 인지도를 갖춘 기업이란 것이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B2C 기업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기업 전반적으로 유무형의 경영 효과를 가져온다. 똑같은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라도 그것이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인 것과 삼성, LG처럼 잘 알려진 기업인 것은 전혀 다르다. 만약 아시아나 항공과 똑같은 규모라도 만약 그것이 무슨 화학이나 방산처럼 일반국민과 전혀 무관한 사업이었다면 HDC는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현대자동차를 포기했으니 그것을 만회하려면 그 정도의 인지도와 대중성을 갖춰야 하는 것이다. 아시아나 항공이 1위 회사가 아닌 점은 아쉽지만 대중성면에서는 현대자동차에 못지않다. 이 대중성은 그룹 사업 전반에 끼치는 효과도 있다. 그동안 아이파크라는 아파트 메이커로 그룹 인지도가 없는 편은 아니지만 HDC의 인지도는 별로 없었는데 항공사를 갖게 되면 브랜드 전반에 인지도 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브랜드 인지도 향상은 아주 지엽적인 것이고 주된 이유는 사업적 측면보다는 오너의 개인적 숙원이라는 것이다. 아시아나 항공은 HDC에게 장기적 경영계획도 아니고 갑자기 떨어진 먹잇감인 것이다. 이것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가 HDC그룹의 현금 보유량에 비해 크고 자금조달을 위해 유상증자까지 하는 등 준비된 인수라고 보기엔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런 면이 오히려 불안감을 가중하는 요소 이기도하다. 

아이파크 몰 내부 전경(출처 : HDC홈페이지)

 2.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전망

 인수 후 전망은 엇갈리는데 이럴 때는 전반적인 그림을 보면 꽤 믿을 만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범현대가가 무리해서 인수를 하는 편이 아니며 어떤 기업을 인수한 후 책임지지 못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을 볼 때 당장 문제가 생긴다고 보긴 어렵다. 물론 HDC그룹의 규모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은 적지 않은 크기이고 재무상태도 좋지 않다. 숨겨진 부채가 나올 수도 있고 신규 부채도 발생할 수 있다. 항공업 자체가 경기를 많이 탄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긴 숨으로 뚝심 경영을 하는 현대가의 특성상 다소 무리가 있어도 금호처럼 토해내는 일까지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차하면 범현대가의 도움을 받는 길도 열려있다. 생각해보면 현대중공업에서 정유, 현대해상에서 금융 등의 협력을 얻어낼 수 있고 그룹사 이용객만 해도 상당한 인원을 확보할 수 있다.

 HDC그룹 내 시너지는 호텔신라와 합작 운영 중인 면세점과 건설이 있을 수 있다. 공항시설, 에어텔 연계를 위해서는 건설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정도 시너지를 가지고는 CJ나 신세계 등이 인수하는 것에 비해서는 전체 시너지가 미미하다. 이 얘기는 곧 아시아나 자력으로 회사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얘기이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앞으로 아시아나는 상당기간 강력한 구조조정에 놓일 것이다. 이 과정이 제대로 진행돼야 진정한 HDC의 주력 계열사로 거듭날 수 있다. 그나마 경쟁사인 대한항공이 경영권 다툼으로 공격적 경영을 하지 못하는 게 다행이다. 그동안 어려운 그룹 사정 때문에 아시아나의 이미지는 많이 하락했는데 대한항공이 멀쩡했다면 일방적으로 밀릴 상황이었다. 대한항공이 같이 헤매는 바람에 두 기업은 운명공동체처럼 같이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


 국내 두 개밖에 없는 메이저 항공사로 과점시장이란 점은 매력이다. HDC그룹도 이점을 큰 매력으로 느꼈을 것이다. 국내 항공시장 상황으로 볼 때 추가 진입은 거의 힘들 것이고 생활수준 향상에 따라 항공수요는 늘어날 것임으로 한번 진출해놓으면 그 가치는 유지된다. 즉 아시아나가 구조조정만 잘하면 최소한 자기 밥값은 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HDC는 아시아나에 돈을 쏟아부을 여유는 못된다. 애초 인수후보로 거론되었던 CJ, 한화 등은 모두 대규모 투자를 할 여유가 있는 기업들이다. 개인적으로 한화를 가장 적합한 후보로 보았는데 한화는 태양광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항공분야 투자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항공기 엔진을 생산하는 한화 같은 기업은 큰 시너지가 있어서 아시아나 인수 시 대한항공과 맞대결이 가능했는데 이런 면은 아쉽다. HDC는 아시아나가 오로지 개인기로 살아나길 바래야 한다. 적당히 노조와 타협하고 구조조정을 게을리했다가는 그야말로 계륵이 되기 쉬우니 이 부분은 철저히 해야 한다.

오크밸리(출처 : HDC홈페이지)

 3. HDC그룹 문제점 및 발전방향

 뭐니 뭐니 해도 HDC그룹의 문제점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치중된 사업구도이다. 포트폴리오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건설은 경기를 많이 타는 사업이므로 정유나 금융계열사를 가지고 있으면 좋은데 HDC는 금융회사로 HDC자산운용이 유일하다. 최근 신문기사에 엠엔큐투자파트너스라는 정몽규 회장의 개인 회사가 HDC지분을 사들였다는 기사가 있는데(뉴스웨이. 20200214, “존재감 드러내는 정몽규의 엠엔큐투자파트너스”, http://m.newsway.co.kr/news/view?tp=1&ud=2020021317482692569#09Ls) 지주사 전환을 돕기 위한 기업으로 보인다. 사업과는 큰 관련이 없다는 얘기다. 


 일단 HDC그룹이 항공사를 인수함에 따라 다른 사업에 투자할 여력은 크게 줄었다. 기껏해야 관련성이 있는 면세사업, 공항 관련 건설사업 정도만 추가 투자가 가능하다. 아시아나 항공은 그동안 투자도 못했을 것이고 제대로 된 경영 방향도 못 잡았을 것인데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는 정몽규 회장의 경영능력이 도움이 될 것이다. 건설도 그렇고 항공도 단기 경영보다는 장기 경영에 타깃을 맞추고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우선시한다는 측면에서 그룹 차원의 경영정상화는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추가 자금 투입을 얼마나 할 수 있고 어디까지 위험을 감내할 것인가인데 앞서 말했듯이 추가 자금 투입보다는 아시아나 자체 구조조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업의 성격에 따라 추가 자금 투입이 효과를 내기도 하는데 아시아나의 경우 몇 년 동안 쌓인 부채와 경영불안, 장기플랜 부재 등이 기업의 가치를 많이 깎아먹었다.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몸을 가볍게 한 후 장기 플랜에 따라 점진적인 실적 개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이 어렵게 되면 사기업의 경우 화장실 휴지까지 없애버린다. 그만큼 당장 실적 내는데 온 힘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월급사장의 경우 당장 실적이 없으면 쫓겨나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데 아시아나가 금호그룹의 태풍에 휘말린지도 꽤 오래되었다. 아마 그동안 중장기 경영계획은 거의 못 세웠을 것이다. 추가 투자는 엄두도 못 냈을 것이고 이런 것들 쌓여 기업이 점점 쪼그라들었을 것이다. 이것이 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 지난번 기내식 펑크 사태이다. 상상할 수 없는 이 사태는 기업의 상황을 한마디로 설명해준다.


 일단 아시아나의 부채를 떨어내고 건강한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신상태를 뜯어고쳐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내식 펑크 같은 한심한 사고는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된다. 개인적으로 예전에 아시아나를 이용할 때 대한항공보다 비행기도 새것 같고 세련된 서비스의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촌스러운 유니폼(바꿀 때가 되었다.)에 이런저런 사고로 불안감을 자아내고 있다. 아마 대부분의 고객들이 될 수 있으면 대한항공을 타려 할 것이다. 그동안 상황이 그만큼 악화되었다.


 아시아나가 정상화되면 정유사업 인수를 타진해볼 것을 권한다. 항공사는 항공유에 따라 실적이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정유사를 가지면 시너지가 있다. 대한항공도 한진그룹 내 S-Oil이 있어서 시너지가 있었다. 현대중공업이 정유사(오일뱅크)가 있으므로 협력도 가능하다.


 계열사 중 ‘HDC영창'은 가지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다. 물론 국내 악기제조 기업으로 희소성 있는 좋은 회사라고 생각하지만 HDC그룹에서 이 회사가 무슨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룹에서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브랜드 시너지도 없다. 오히려 건설회사 브랜드가 악기회사에는 안 좋은 영향을 준다. 만약 현대중공업이 삼익악기를 인수한다고 해보자. 삼익악기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중에 가장 색채가 안 맞는다.


 HDC는 오랫동안 건설업을 해왔기 때문에 경영문화나 체질이 건설에 맞게 되어있다. 부동산, 건축자재 계열사들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이다. 내가 볼 때 항공과 건설을 양대 부분 축으로 세우고 항공부문에 서비스 계열사를 몰아넣는 것도 좋다고 본다. 원투펀치만 있어도 기업은 훨씬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다. SK가 하이닉스 인수전까지는 통신, 정유(화학) 원투펀치였고 한화도 금융, 방산이 주축이었다. 


 항공사가 있으면 호텔부문도 시너지가 있다. 그래서 호텔사업부분도 추가 투자를 해서 전국 네트워크를 갖춰놓으면 좋다. 건설회사를 갖고 있으므로 롯데월드타워처럼 다목적 호텔로 지으면 좋을 것이다. 쇼핑몰, 오피스, 레지던스 등을 섞어서 핫플레이스에 짓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경영권 다툼 때문에 호텔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항공사는 숙박과 연계하면 서비스 폭이 넓어진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지점에 호텔을 갖춰 마일리지 등과 연계하면 좋은 서비스가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알아봤는데 HDC는 현재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다. 큰 덩치를 삼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과정이다. 현대가의 지난 사례 등을 봤을 때 금호, 웅진 등에서 봤던 어이없는 경영 사고(?)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단기 실적에 집중하지 말고 어떤 비난을 받더라도 꾸준한 체질개선을 통해 자생력을 갖는 것이다. 오너경영의 장점은 이런 장기 플랜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 경영진의 능력을 시험해볼 좋은 기회이다.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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