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르히아이스 Jun 21. 2020

60대 기업 경영진단 - SM그룹 -

35. SM그룹

 재계 34위는 KCC인데 30대 기업 경영진단에서 벌써 분석했다. 그래서 35위 SM그룹을 분석하려 한다. SM그룹은 최근 가장 핫한 기업이다. 10대 그룹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부진한 재계에서 단연 돋보이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급성장세를 보인 기업이 오래간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심스럽게 바라볼 필요도 있다. 과연 재계 35위의 자격이 있는지 성장과제는 무엇인지 찬찬히 살펴보자.


-소개

 SM그룹의 모태는 삼라건설인데 광주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금호, 호반건설 등과 함께 대표적 호남기업이라 할 수 있다. 88년에 시작했으니까 부동산 경기가 가장 호황기를 누릴 때 기회를 잘 타고났다. 이때 건설 붐을 타고 일어났던 기업들 중 상당수가 IMF 때 무너진데 비해 삼라는 위기를 넘기고 내실을 기했다.


 그다지 사업다각화가 잘된 것도 아니고 특별한 캐시카우가 있어 보이지도 않은데 경기변동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건설업으로, 그것도 지방을 기반으로 이만큼 성장한 것을 보면 창업자가 상당한 사업수완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색깔이 비슷한 기업으로 영남지방을 기반으로 큰 우방, 청구 같은 회사들이 있었는데 다들 경제위기의 파도를 넘지 못했다.

SM우오현 회장, 출처 : 뉴시스

-근황

 SM그룹이 핫한 이유는 중소규모의 인수합병을 연달아 성공시키면서이다. 몇 번의 경제위기 속에 꽤 괜찮은 기업들도 쓰러졌는데 이런 회사들을 귀신같이 인수했다. 지금 SM그룹의 계열사 이름들을 들어보면 그야말로 “TV는 사랑을 싣고”를 보는 느낌이다. 요즘 안 보여서 궁금했던 이름들이 전부 모여 있다.


 한때 다들 잘 나가던 기업들인데 안정적 내실을 기하지 못해 위기를 맞은 기업들이다. 대표적으로 벡셀(건전지), 경남기업(건축), 동아건설(건축), 남선알루미늄, 우방, 경남모직 같은 기업들이 있다. 면면들만 봐도 SM그룹보다 더 잘 알려진 기업들이다. 


 SM그룹은 기업 규모에 비해 정말 안 알려진 기업인데 이것도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경영을 추구하는 회사 분위기와 연관성이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건설회사들은 외형 키우는데 굉장히 많은 신경을 쓴다. 왜냐하면 건설이란 업종이 워낙 경기를 많이 타므로 사업 안정성을 위해 업종 다각화가 필요하고 건설업에서 부채를 끌어 쓸 때도 기업의 규모가 큰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SM그룹은 이런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다만 대형기업을 무리하게 인수해 부채를 늘리기보다는 부도직전의 기업을 헐값에 인수해 다시 살리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인수한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은것으로 보아 매물 고르는 안목은 좋은 것 같다. SM그룹이 인수한 우방, 경남기업, 벡셀, 남선알미늄 이런 기업들은 모두 한때 잘나가던 기업이다가 외환위기 등을 거치며 급격히 상황이 어려워졌다. 기업자체가 경쟁력이 없거나 그런 것보다 경영 실책이 빚은 결과였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다 갑자기 망하는 기업들이 대체로 건설업에 있었다는 역사를 생각해보면 잘 생각해 볼 일이다. SM이 인수한 우방이나 경남기업도 다 그런 전처를 밟았다. 이렇게 인수를 많이 하고도 2019년말 기준 부채비율이 170.4%니까 나름 부채관리는 잘 하고 있는 편이다. 코로나 위기속에서도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복잡한 지분구조와 2세 들의 경영 참여등은 기업들과 다르지 않다. 사업 수완은 좋아보이지만 선진적인 경영 방식은 아니라고 보여진다. 최근에 대기업집단 진입을 앞두고 순환출자를 대부분 해소하고 있는데 앞으로 변화해야할 부분이 많다.


 30위권 밑의 대기업들을 분석하다 보면 어려운 것이 지배구조가 복잡하고 비상장기업도 많아서 자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SM그룹 홈페이지를 찾느라고 애먹었는데 우방산업 홈페이지로 들어가면 나온다. 이것만 봐도 될 수 있으면 드러나지 않고 싶어 하는 기업의 의도가 엿보인다.


-진단

 이제 전체적인 사업구조를 보자. SM그룹은 국내 10대 기업 부끄럽지 않은 광대한 사업영역을 가지고 있다. 건설업부터 화학, 철강, 물류, 금융, 관광까지 있다. 30~60위권 기업 중에 이 정도로 넓은 사업영역을 가진 기업이 있을까?

경남기업본사, 출처 : 서울파이낸스

 계열사수가 60개가 넘기 때문에 일일이 분석할 수는 없고 거시적 관점에서 살펴보겠다. 지금까지 SM그룹은 내실을 기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잡았던 기업이었다. 다른 기업들이 무리하게 투자할 때 따라 하지 않고 방어적 경영을 했고 위기가 왔을 때 오히려 시장의 큰손이 되어 전통 있는 기업들을 인수했다. 그러다 다시 호황이 찾아오면 인수했던 기업들이 성장동력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SM그룹이 급성장하면서 이런 기조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역사적으로 봐도 단기간에 급성장한 기업들이 단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건설업에서 시작한 기업들이 그랬는데 한보그룹이 대표적이다. 이런 기업들은 인수합병으로 성장했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워낙 이런 회사들이 많다 보니 급성장하여 이름을 떨치는 회사들을 보면 불안한 마음부터 든다.


 SM그룹이 인수한 회사들만 봐도 개별 회사들은 나름 잔뼈가 굵은 기업들이지만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맥락이나 시너지가 별로 없고 궁극적으로 SM그룹이 지향하는 바도 불투명하다. 최근 정치권과 연관성 때문에 많이 입에 오르내렸는데 인수합병을 주요 성장 수단으로 삼는 기업의 특징상 정치권과 가깝게 지내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어떤 정치세력 하에서 급성장하는 게 독약이란 점도 알아야 한다. 그게 합법인지 불법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건설이 주업인 SM그룹은 건설부문에 올스타급 기업들이 있다. 경남기업, 동아건설, 우방 등 한때 이름을 날렸던 기업들이다. 개인적으로 건설 부분이 지나치게 비대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들 간에 사업영역은 잘 나눠져 있는지 서로 따로 영업하고 있는 이유는 있는지 궁금하다. 여기에 SM상선 건설부문, 티케이케미칼 건설부문도 있는데 이런 복잡한 계열사 구조만 봐도 경영 선진도를 파악할 수 있다.


 지분 문제는 둘째로 하고 이렇게 우후죽순 비슷한 사업부가 많은 것을 보면 기업의 성장에만 주력했지 전체적인 그룹 차원의 효율성이나 시너지는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올스타급 팀으로 건설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닌데 이런 식의 계열사 운영은 구시대적이고 비효율적이다. 


 제조부문을 보면 철강, 화학, 중공업, 건전지(벡셀)등이 있는데 SM생명과학이란 회사도 있다. 전혀 맥락이 없는 사업구조이다. 건설업 회사가 중공업을 같이 하는 경우는 많고 시너지도 있다. 그런데 벡셀이나 생명과학은 어떤 목적인지 의도를 알 수 없다. 


 그리고 철강과 중공업도 큰 경쟁력이 없다면 굳이 계열사로 가지고 있을 필요 없다. 우리나라 초창기 기업들은 건설과 중공업을 같이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은 국가적 차원의 영향이 컸고 그만한 수요와 성장이 보장되었기에 가능했지만 지금으로서는 화학과 중공업이 SM에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대경영은 선택과 집중인데 그런 면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SM우방건설, 출처 : 영남일보

 해운부문은 최악의 불경기를 지났지만 SM그룹 안에서 과연 성장여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SM그룹이 뭔가 만들어 수출하는 업체도 아니고 배를 만드는 것도 아니라서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가 없다. 오히려 경기 악화 시 그룹에 부담만 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레저부문은 호텔과 골프장 등인데 이들은 건설회사라면 다 가지고 있는 거니까 특이할 게 없다. 잘 관리만 해서 적자만 내지 않으면 되는 업종이다.


 전반적인 사업구조를 보았는데 포트폴리오가 매우 좋지 않다. 이건 마치 맛있다는 재료는 다 넣은 요리 같다. 시너지도 없고 그렇다고 자체 경쟁력이 뚜렷한 것도 아니다. 단순히 모여있다고 그룹이 아니다. 사업부문별로 자기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부여된 역할도 모호하고 다른 사업부와 연계도 알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형태이다.


 SM그룹의 회장은 우오현 회장으로 창업주가 아직 사업을 하고 있다. 70이 다 되어가는 나이로 경영승계 과제가 있는데 앞으로 SM그룹의 성장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SM그룹은 일단 추가적인 인수합병을 멈추고 사업부 정리부터 해야 한다. 일단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건설업을 뒷받침할 캐시카우가 필요하고 여기에는 금융과 정유사업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 정유사업은 해운에도 도움이 된다. 궁극적으로 SM그룹에서 경기를 많이 타는 사업들은 정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이 경기를 많이 타는데 여기에 다른 사업부까지 흔들리면 안정적으로 성장이 어렵다. 포트폴리오라는 게 그런 것이 아닌가? 한쪽이 펑크 났을 때 그것을 채워줄 수 있는 구조. SM그룹은 그런 구조가 아니고 사업 전체로 봐도 불안정성이 너무 크다. 삼진이 많은 홈런타자보다 안정적으로 안타를 쳐줄 타자가 필요하다.

SM상선, 출처 : 뉴스웨이

-향후 과제

 SM그룹의 향후 과제는 사업구조 정리가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경영승계이다. 카리스마적 창업자의 뒤를 잇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아들이 20대 후반인 것으로 아는데 회장과 갭이 크다.  아마도 30대 중반 정도면 그룹을 이어야 할 텐데 이렇게 복잡한 사업체를 창업주만큼 관리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경영승계 이후 그룹이 분할될 수도 있는데 계열사가 많아서 나눠가질 것은 많다. 개인적으로 욕심내지 말고 이 기회에 그룹을 슬림화하였으면 한다. 어차피 가족끼리 회사를 분할 소유할 경우에도 협력관계는 이어지므로 사업적 리스크는 적다. 언론에서는 SM그룹의 여러 위험성을 말하기도 하는데 그런 위험이 생기지 않으려면 창업주의 카리스마가 살아있을 때 후계구도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지분이나 경영권 등을 미리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에서 벌어지고 있는 형제의 난은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SM그룹의 장기사업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자면 건설이 그룹의 뿌리이긴 하지만 그 비중을 낮춰가야 한다고 본다. 한국에서 중소 건설사의 성장에 한계가 있고 경기변동이 몰아닥칠 때 버틸 수 있는 힘도 제한적이다. 경영권 승계를 5년 내에 마무리하고 그 기간에 사업 포트폴리오도 최적화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SM그룹은 경제위기를 미리 대비해서 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위기는 또다시 올 것이다. 한번 살아남았다고 해서 다음번에도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없다. 성장을 위해 미뤄왔던 구조조정과 효율성 증대, 불확실성 해소에 총력을 다해 그룹의 건전성을 높이면 이번에 오는 위기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79364035

http://www.yes24.com/Product/Goods/69335980


매거진의 이전글 60대 기업 경영진단 -대우건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