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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n 28. 2020

60대 기업 경영진단 -대우건설-

36. 대우건설

소개

대우건설하면 사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모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대표 기업이었고 지금도 그 화려했던 시절의 명성이 남아있다. 굳이 ‘푸르지오’ 같은 아파트 브랜드를 대지 않더라도 다른 건 몰라도 건설에서 대우가 가지는 브랜드 파워나 아우라는 삼성이나 다른 기업들보다 크면 컸지 작지 않았다.


 이것은 건설이라는 업종이 김우중 회장 같은 불도저 스타일의 경영자들과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건설 사업은 장기간 프로젝트이고 큰 금액이 걸려있다. 시간 대비, 비용 대비 절약만 하면 어마어마한 이익을 노려볼 수 있는 업종이다. 민간보다는 주로 공공에 사업권이 달려있고 제품을 미리 만들어서 파는 게 아니라 돈을 미리 받고 나중에 납품을 한다. 이런 사업적 특성을 볼 때 톱다운 방식으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의 경영이 잘 먹혀들어가게 되어있다. 


 대우건설이 출범한 게 1973년이다. 1967년 무역업으로 출발한 대우는 6년 뒤 건설업에 진출하면서 대기업으로 도약했다. 70,80년대 건설업 호황을 통해 지금의 대우로 성장한 것이다. 현금이 쏟아져 들어오던 그 시절 건설업이 대우가 사업을 확장하는데 종잣돈이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우중 회장은 무역업에 밝았던 만큼 해외 건설 사업도 거침없이 해냈다.


 건설시공능력 순위로 보면 대우건설은 지에스건설에 이어 5위에 랭크되어있다(대한건설협회 공고 참조). 아파트 브랜드만 따지면 탑 3에 든다.(출처 : 한국평판신문, 20200618, http://www.reputation.kr/news/articleView.html?idxno=6173)


근황

이랬던 대우건설이 지금은 여기저기 팔려 다니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건설만 가지고도 국내 36위인 대우건설이 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것일까? 그 기원을 따지면 IMF 시절 대우그룹 붕괴지만 진짜로 대우를 쪼그라트린 것은 2006년 금호그룹에 매각한 결정이었다. 금호그룹 자체야 나쁘지 않았지만 금호는 대우만 인수한 게 아니라 대한통운 등 당시 M&A 거물을 혼자 독식했다.


 우리나라는 재밌는 게 이런 과도한 확장이 예고하는 바가 뻔한데도 당시에는 이를 경고하는 기자나 학자가 별로 없었다. 그저 재계 순위가 상승하는데만 관심을 보일 뿐이었다. 이는 대기업 광고에 목매고 있는 우리나라 언론들의 한계라고 볼 수 있다.


 금호는 현금성이 좋은 사업들을 가지고 있지 않은 데다 경기를 많이 타는 사업들을 하고 있었다. 항공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과점시장이어서 경쟁에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비행기 임대료, 유가 위험, 환위험 등에 노출되어있는 등 안정적인 캐시카우로는 한계가 있다. 경기에 따른 해외여행객 변동까지 생각하면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사업이다. 이렇다 보니 대우건설 같은 알짜회사를 인수해도 그걸 유지할 힘이 없는 것이다.


 2008년 대우가 금호그룹에서 독립하고 2011년 산업은행에 재인수되는 동안 대우는 그나마 있는 자산도 다 팔아치웠다. 김우중 회장 시절부터 꾸준히 쌓아온 부잣집의 자산이 다 털린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우건설 본사 건물이다. 9600억 원에 매각했으니 거의 1조 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광명푸르지오, 출처 : 대우 홈페이지

 지금의 대우는 예전의 부잣집 도련님이 아닌 새로 시작하는 몰락 가문의 자손과 다를 바가 없다. 대우는 2019년 영업이익이 3,641억으로 전년도보다 부진했으나 2017년부터 평균 4천억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릴 정도로 본업은 잘하고 있다.


 문제는 부채인데 현재 부채비율 289%로 약간 높은 편이다. 주인 없는 회사에서 장 문제는 부채인데 현재 부채비율 289%로(출처 : 20200409, 인베스트 조선, http://www.investchosun.com/2020/04/09/3248637) 건설업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약간 높은 편이다. 장기적인 경영 비전 없이 실적 내는데만 열중하다 보니 여기까지는 신경을 못쓴 것 같다.  부채비율보다 영업이익에 중점을 둔 경영을 해온 것 같다. 2018년 대한건설협회에서 공개한 종합건설업 평균 부채비율은 110%였다.(출처 : http://www.cak.or.kr/rate/ratelist.do?menuId=502)


 2020년에는 한진그룹으로 부터 부산 부지를 3,017억 원에 매입하기로 했다는 뉴스(출처 : 20200619, 뉴스핌, http://www.newspim.com/news/view/20200618000047)가 나왔는데 좋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이 액수면 1년 영업이익을 거의 다 쏟아부은 것이나 다름없는데 형편이 안 좋아 월세를 사는 사람이 벤츠를 산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이 부지를 매입해 개발하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일이 잘 되었을 때를 가정한 미래의 일이지 현재로서는 리스크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지금 대우는 땅을 살 때가 아니라 체질개선이 먼저다. 꾸준한 구조조정과 사업조정 그리고 재무개선을 통해 기업을 더 건강하게 만들어 좋은 주인을 만나야 한다.


 매년 꾸준히 나오는 이익으로 뭘 하는 것인가? 부채를 낮추고 재무비용을 낮춰 위기에도 강한 회사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이자비용이 상당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포괄손익계산서를 보면 매년 이자비용이 거의 천억 대에 달해 10대 건설사 중에서도 이자보상비율이 가장 낮은 상태이다.(20200423, 데일리한국, http://daily.hankooki.com/lpage/economy/202004/dh20200423094037148440.htm)


 이자보상비율은 벌어들인 이익 대비 이자로 나가는 비용의 비율인데 이 상태로는 코로나까지 겹친 이 시국에 대우건설을 덥석 사들일 회사는 없다. 분리매각도 검토되고 있다는데 정말 마지막 남은 알짜 자산인 푸르지오까지 매각한다면 대우건설은 그야말로 영혼이 빠져나간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산업은행은 계속 매각을 시도하고 있는데 번번이 불발이다. 호반건설이 거의 인수하는 듯했으나 판이 깨졌고 중흥건설이 매입에 관심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대우건설에 관심 있었던 금호, 호반, 중흥이 모두 호남 기업이란 것은 우연일까? 앞에서 말했듯이 건설업은 공공사업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정부의 비중이 크다는 얘기이다. 


 정권에 따라 급성장한 기업이 자기보다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할 경우 둘 다 망하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봐왔다. 언급한 기업들이 꼭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호반이나 중흥이나 대우건설을 인수할 덩치는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대우건설 인수에 들어가는 막대한 현금을 상쇄할 건설 이외의 다른 사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건설시장이 안 좋아져도 그걸 버티고 인수대금을 갚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럼 어디가 좋을까?

인도네시아 LNG 공장, 출처 : 대우건설 홈페이지

대우건설에 적합한 인수자

대우는 주택사업이 좋고 플랜트, 해외 사업도 준수한 편이다.  대우 인수에 적합한 기업은 건설업과 시너지를 내는 사업을 갖고 있으며 건설시장에 상당한 애착을 가진 곳이어야 한다. 이미 큰 건설사를 가지고 있는 회사는 제외하는 게 낫다. 그쪽으로 가봐야 미운 오리 새끼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재계 순위가 대우건설보다 크면서 인수할만한 기업은 LS, 현대백화점그룹과 KCC정도가 꼽힌다. 공교롭게도 이중 두 곳이 범 현대가인데 현대가 건설에서 성장한 회사인 만큼 대우 건설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자체 건설사가 없고 대신 건설장비 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유통업 특성상 매장을 계속 짓고 보수할 일이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KCC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건설자재 회사로 자체 건설사(KCC건설, 시공능력 33위)가 있지만 주택시장에서 인지도는 높지 않고 대우건설 정도의 큰 회사가 들어온다면 시너지가 무척 클 것이다. 건설에 대한 애착도 당연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대우건설을 인수할 자금이 있느냐인데 두 회사 모두 역사가 오래된 회사로 중흥과 호반도 명함을 내미는 형국에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건설회사처럼 쌓아놓은 현금이야 없을 수도 있지만 전략적 인수로 컨소시엄을 만든다던가 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인수에 걸림돌은 범현대가의 협력구도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분가를 하더라도 가문끼리 돕는 느슨한 형태의 협력관계가 유지된다. LG와 GS는 분리되었지만 여전히 서로의 사업영역에 침범하지 않고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도 건설 프로젝트가 있으면 당연히 범현대가 건설사에 맡길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건설 계열사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LS는 전선과 동제련에서 알짜 사업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안정적으로 인수대금을 앞으로 수 있는 회사이다. 다만 건설에 대해 어느 정도 애착이 있겠느냐가 문제이다. 그룹 내에는 전력설비회사가 있으니 건설과 어느 정도는 연관성이 있고 동이나 전선 등은 건설자재로 가능한 상품들이다. 대우건설이 자기 밥벌이는 하는 만큼 인수 후 안정적인 재무관리만 해준다면 LS가 감당 못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LG에서 독립한 이후 큰 확장이 없었던 LS에는 획기적인 사업 확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대우건설의 향후 과제

대우건설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좋은 편이다. 해외사업에서 연이어 펑크를 내고 있는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해외 실적도 나쁘지 않다. 2010년부터 10년 이상 지속되는 베트남 신도시 사업에 참여한 것도 좋은 성과를 내게 된 바탕이다. 국내 건설시장의 한계를 생각하면 대우건설은 아시아를 비롯해 지속해서 해외진출을 추진해야 한다. 그게 대우건설의 장점이다. 플랜트 건설 능력 등을 감안하면 대우건설이 할 수 있는 건설 프로젝트는 무궁무진하다. 다만 주인 없는 회사로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줄 결정권자를 빨리 찾아야 한다. 


중장기 프로젝트를 구상하면서 미래 먹거리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팔려 다니는 주제에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도 영업실적만큼은 꾸준한 걸 보면 건설기업으로는 드물게 안정적이다.


대우건설은 신사업에 진출하기보다 어떤 그룹의 건설 계열사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동안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고 시공능력 최소 빅 3안에 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재계의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기업인 만큼 그럴 역량은 충분하다고 본다. 부채비율 150% 이하, 영업이익 1조 원대를 달성할 수 있다면 대우에겐 밝은 미래가 열릴 수 있다.이런 비전을 두고 이제는 좋은 부모만나서 사랑받으며 예전의 영광을 다시 찾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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