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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l 26. 2020

60대 기업 경영진단 - 중흥건설-

37. 중흥건설

소개

중흥건설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광주에 기반을 둔 건설회사로 1983년 (주)중흥주택으로 시작했다. 80년대 부동산 호황기에 설립된 많은 건설사들처럼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했고 2019년 현재 재계 37위, 시공능력 17위(중흥토건)에 해당하는 실적을 가지고 있다.


SM그룹과 비슷한 느낌이 많이 드는데 호남지역에서 건설업으로 급성장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생각보다 잔뼈가 굵은 기업이라 할 수 있다. 계열사인 중흥토건이 17위에 랭크되어있지만 중흥건설도 43위에 있어서 두 기업을 합치면 시공능력 13위까지 치고 올라간다. 코오롱, 두산, 태영, 부영을 넘어 한화건설 바로 밑이다. 


이 정도로 건설업에서는 위상이 올라가 있는데 왜 이렇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이것은 지방에 거점을 둔 기업이란 점도 있고 비상장 회사이고 자산규모 10조 원 미만의 기업이라 그동안 언론에 알려질 일이 별로 없었던 탓이다. 최근 호남에 뿌리를 둔 호반, SM, 중흥 등 건설업 기반의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타 기업들에 비해 굉장히 내실경영을 추구해왔던 스타일도 비슷한데 공교롭게도 이들 세 곳이 2020년대 가장 떠오르는 기업이 되고 있다.


중흥은 대우건설 인수자로 거론될 만큼 이제 재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과연 어떤 스타일의 회사이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성장 가능성은 무엇인지 분석해보겠다.


진단

중흥건설은 80년대에 성장한 다른 건설 회사들과 똑같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폐쇄적이고 거미줄처럼 얽힌 지분구조, 맥락 없이 개수만 많은 계열사들. 그 시대 경영의 수준이 그랬으니 어쩔 수 없는 점도 있다. 그때는 대마불사에 밀어붙여서 안 되는 게 없던 시절이었다. 특히 건설업종이 심한데 부실 건설이 많은 이유도 억지로 공기만 단축하면 수익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불도저 경영이라고 하는 게 아니다. 


불도저 경영은 곧 막무가내 경영이라고 읽으면 된다. 기업에 줄 서있는 언론들은 뚝심의 경영이라고 말하지만 불도저 경영이라는 회사들 내부를 들여다보면 독단과 찍어 누르기로 점철되어 있다. 산업이 고도화되고 경영정보가 투명해진 2000년대 이후 불도저 경영은 거의 성공사례가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업종마다 특성이 있는데 건설업은 현장도, 경영자도 불도저식이 많다. 기술적인 이슈가 별로 없고 같은 기간 내에 얼마나 많은 건물을 짓느냐가 수익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플랜트나 고속도로, 고층빌딩 같은 것은 기술이 많이 필요하지만 아파트는 큰 땅에 대량으로, 빨리 짓는 게 남는 장사이다. 건설업에 계신 분들은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가 그렇게 성장해왔다.

고양 덕은 중흥 S클래스

중흥건설은 좋은 인상과 나쁜 인상을 같이 주는데 우선 좋은 인상부터 얘기하면 부채비율이 40%밖에 안된다(출처 : 시사 위크, 20200608,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134555). 건설업에서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낮은데 이 수치만 보아도 몸집 키우기보다는 내실에 중점을 두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건설업은 돈이 바로 들어오지 않아서 대형 프로젝트를 할 때마다 부채비율이 커질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이런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참고로 2018년 대한건설협회에서 발표한 종합건설업체 평균 부채비율은 110%였다.


80년대 부동산 버블을 겪으면서 몸집을 키우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을 텐데 그것을 자제하고 철저한 내실 다지기로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건설업은 회계처리가 좀 부실하다고 볼 수 있어서 이게 어디까지 맞는지는 모르겠다. 여기서는 공개된 사실들을 진실이라고 가정하고 분석해보겠다.


나쁜 인상은 계열사 규모이다. 2세 승계가 진행 중인 가운데 계열사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차남이 독립해 나간 시티 건설을 제외하고 2019년 기준 25개(출처 : 시사 위크 상기 기사) 회사가 있는데 지분만 복잡하지 사실 대부분 건설회사이다. 건설사들이 이런 식으로 계열사를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입찰에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보통 공공에서 입찰을 붙일 때 소수의 기업이 독차지하지 않도록 추첨식으로 하다 보니 계열사가 많으면 그만큼 유리하다(출처 : 아주경제, 20200330, https://www.ajunews.com/view/20200330080707352). 대기업들은 이런 식으로 하지 않지만 중견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만연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것을 왜 방치하고 있는지 참 안타깝다.(출처 : 조선비즈, 20200225,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5/2020022502872.html)


중흥건설의 계열사 구조는 다음 기사에 잘 나와있다.(출처 : 비즈워치, 20191202, http://news.bizwatch.co.kr/article/real_estate/2019/11/30/0001)

중흥이 그런 이유 때문에 이렇게 비슷비슷한 계열사를 많이 두었는지는 모르지만 오랜 기간 건설업을 하면서 필요에 따라 인수, 설립을 거듭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중흥이 메이저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런 낙후된 지분구조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기 비즈워치 기사를 보면 시티 건설의 경우 코미디처럼 기업이 이름만 조금 틀리게 설립되어있다. 건설업의 경영 낙후성이 이 정도라는 것을 새삼 채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중흥에서 그나마 건설 이외의 업종으로 가지고 있는 회사가 헤럴드경제이다. 원래 남도일보라고 광주,전남지역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전국구 신문이라고 할 수 있는 헤럴드경제를 인수해서 언론분야의 영향력을 키웠다. 기업이 언론사를 가지는 이유는 홍보도 물론 있지만 여론 형성 및 방어의 역할도 있다. 지역에서 성장한 중흥이 지역신문을 가지고 있다가 전국적인 사업을 하면서 전국구 신문을 가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이것도 과거의 공식이다. 이제는 수천 개의 언론이 있고 인터넷신문이 대세이다. 언론사를 갖고 있는 것이 과거만큼의 영향력을 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다만 헤럴드 정도면 중견 언론사로서 가치는 있다고 본다. 그 정도 인지도를 갖춘 언론사 매물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이미지를 가진 헤럴드는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언론사이다.


중흥의 계열사 구조는 복잡한데 요약하면 건설, 언론 업종으로 볼 수 있다. 기업규모가 작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포트폴리오 개념은 없고 그저 건설업을 위해 계열사를 확장시켜 놓은 것뿐이다. 중흥의 최대 과제는 이제 기업규모도 커진 만큼 사업상 필요에 따라 만든 계열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앞으로는 포트폴리오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중견건설사들이 택지분양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급성장했는데 여기서 모은 돈을 가지고 단순히 건설업을 더 잘되게 하기 위해 다른 기업을 사들이려고 한다면 그것은 좋지 못한 방법이다. 


건설업은 경기를 많이 타기 때문에 이런 리스크를 줄여줄 사업이 필요하다. 대우건설 인수는 그다지 좋은 선택이라고 보긴 어렵다. 자신보다 덩치가 크기도 하고 주택사업이 겹치기 때문에 대우에게 별로 시너지가 없다. 오히려 대기업으로서 잘 갖춰진 프로세스와 노하우가 무너질 수도 있다. 두산의 건설장비 사업(두산인프라코어) 인수는 생각해볼 만하다. 중흥건설의 영업이익은 2019년 1185억이다(출처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20200611, http://www.consumer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06555). 이 정도면 사실 캐시카우로 부족한 점이 많다. 두산 인프라코어의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8천억에 달하고 사업상 연계도 좋아서 이쪽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매각대금도 1조 원이 넘지 않아서 1조 원 이상이 예상되는 대우건설보다 유리하다.

영등포 중흥 S클래스


사업다각화에서 항상 얘기하는 것이 시너지 아니면 리스크 완화이다. 리스크 완화는 전혀 다른 성격의 사업을 가짐으로써 한쪽 사업이 안 좋아도 실적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건설사업이 경기를 많이 타고 강성의 사업이라면 경기를 많이 안 타고 연성의 사업을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기왕에 헤럴드를 인수한 김에 미디어 분야를 넓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쨌든 미디어 영향력을 키우는 것은 어떤 사업을 하든 플러스가 되니까 말이다. 


케이블채널에서 CJ가 독주를 하고 있는데 이쪽으로 확장하는 것도 좋고 영화나 연예 사업 쪽으로 키워볼 수도 있다. 이 분야는 자금이 많이 들어가지 않고 중흥의 기업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되어 유리한 면이 있다. 중흥이 지역 건설사로서 부족한 것은 인지도와 호감도이다. 이것을 높이기 위해서는 미디어를 통해 자연스럽게 노출 기회를 늘리는 것도 좋다. 기사를 써서 직접 지원하는 방식은 낡은 방식이다. 중흥건설이 중견건설사에서 메이저로 거듭나는 과정을 부드럽게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결론

중흥건설은 지금까지 비상장회사로서, 작은 기업으로서 그냥 넘어갔던 일들, 하지 않아도 되던 일들을 앞으로 해야 한다. 기업의 전환점에 와있는 것이다. 그게 싫다면 그냥 중견기업으로 계속 남아도 된다. 그러나 사업을 키울 생각이라면 법적, 제도적 의무를 충실히 하고 지방에서 내 방식대로 하던 것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글로벌 스탠더드에서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


이것은 성장통을 수반한다. 좋은 것보다는 싫은 것이 많을 것이다. 규제도 많아지고 강제로 해야 할 일도 많아진다. 그러나 그것을 이겨내고 경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누구나 인정하는 대기업이 될 수 있다. 2세에 대한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아는데 중견기업이라 큰 이슈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승계는 30대 기업에 들어가기 전에 완료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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