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르히아이스 Jul 18. 2021

60대 기업 경영 진단 -호반건설-

#44. 호반건설

소개

 호반건설은 2021년 공정위 대기업집단 순위에서 자산 순위로 37위를 기록했다. 아래 순위로 내려갈수록 공개된 자료가 적어 분석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다소간의 자료 부족에 대해서는 양해를 바란다. 2019년 기준으로 순위를 분석하다 보니 44번째로 소개하게 되었다. 주력기업인 호반건설만 따지면 2020년 기준 매출 9,685억 원, 영업이익 107억 원을 기록했다(출처: 뉴스워커 ,20210705, http://www.newswork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0900). 전년도 영업이익이 4천억 원대였던 걸 생각하면 급감한 실적이다. 그래도 최근 뜨고 있는 호남 건설기업 빅 3(SM, 중흥, 호반)에 해당하는 기업으로 대한전선까지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유통과 리조트, 언론까지 보유하고 있지만 건설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사업구조는 단순하다. 대신 지분구조는 거의 거미줄 같은데 앞서 중흥건설에서도 분석했듯이 지방건설기업들이 대기업 규제를 발판으로 성장하면서 잡다한 소규모 개발회사들을 설립하는 바람에 이렇게 되는 경우가 많다. 택지 분양 같은 걸 할 때 한 회사당 규제가 있기 때문에 여러 회사를 만들어 입찰을 시키는 방식이다. 내막은 알 수 없지만 호반그룹 내부에도 주택, 리빙, 건설, 개발 등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는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오너는 창업주인 김상열 회장(60세)으로 89년에 사업을 시작해서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총괄회장이라고 해서 전문경영인을 두고 있는 게 특징인데 재계에서 보통 부회장 자리를 주는 것과 달리 회장 자리를 준 것은 이례적이다. 롯데 같은 경우 신격호 창업주를 총괄회장이라고 불렀던 것에 비하면 독특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보통 대기업에서 오너가 회장을 맡고 전문경영인은 부회장으로 두는데 호반은 둘 다 회장 명칭을 주었다. 아무래도 급성장한 회사다 보니 이런 데서 뼈대의 차이가 보인다. 네이밍 센스만 봐도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롯데도 실질적인 운영은 신동빈 회장이 하지만 신격호 창업주를 그보다 낮은 직위에 두기는 어려우니까 총괄회장이라고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호반은 이런 것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출처:연합뉴스)

김상열 회장은 슬하에 2남 1녀가 있고 이미 지분 승계까지 거의 완료된 상황이다.빅 3이라고 불릴 계열사의 대주주를 모두 자식들이 맡고 있다. 호반건설은 장남이 호반산업은 차남이 호반프라퍼티(유통)는 장녀가 맡고 있다. 김상열 회장의 나이가 아직 60세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빨리 승계가 이뤄진 것으로 자식들의 나이가 아직 삼십 대 중반도 되지 않은 상태이다.


 호반의 특징은 재무구조가 매우 좋다는 것인데 2020년 말 기준으로 부채비율이 54%에 불과하다(출처 : 한국경제, 20210514,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105142455i). 80년대 부동산 붐을 타고 성장한 건설사 중에 상당수가 쓰러진 가운데 살아남은 비결이 바로 이것이다. 원래 건설업종이라는 것이 부채비율을 낮추기가 매우 어렵다. 땅을 사서 건물을 지을 때까지 부채로 하고 나중에 분양을 완료해야 원금 회수가 되기 때문이다. 만약 여러 군데 사업을 진행한다면 부채가 항상 수백 퍼센트대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 정도 부채율이라면 오너의 강한 의지라고밖에 볼 수 없다. 물론 그 선택은 호반의 지금 성장이 있게 한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근황


 호반의 가장 큰 근황이라면 대한전선 인수이다. 대한전선은 B2B 기업이다 보니 낯익은 기업은 아니지만 1955년에 설립된 기업으로 호반보다 더 오래된 기업이다. 전선 업계에서는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곳으로는 가장 큰 곳이다. (업계 2위권)


호반 건설은 적극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데 대우건설에 대한 지속적인 인수 의지를 보였지만 무산되었고 결국 대한전선을 인수했다. 대한전선 정도면 호반건설이 인수할 수 있는 최대치로 생각된다. 호반건설 대표이사에는 2019년 말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출신의 최승남 부회장이 영입되었는데 건설업에 문외한으로 보이는 사람을 영입한 것을 두고 호반건설 기업공개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안 그래도 기업이 확장 일로에 있으므로 여러모로 재무통을 앉혀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업공개 주관사까지 선정해서 진행되던 작업이 코로나 사태로 순탄치 못한 과정을 겪게 되면서 계속 미뤄졌다.


 2020년 말에 다시 건설통인 박철희 사장이 대표이사에 임명되면서 일단 기업공개는 한 템포 쉬어가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최 부회장은 호반호텔앤리조트로 옮겼는데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재등판할 수 있다고 본다. 애초에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준 것 자체가 일회성으로 끝날 일로 보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호반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룹 형태를 갖추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주회사 사장에 딱 어울리는 인물이라고 보인다. 코로나 국면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기업공개는 미룰 일이 아니라고 보인다. 코로나 국면에서도 주식시장은 활황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실적이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내가 볼 때 호반의 기업공개를 위한 선결과제는 2가지이다. 하나는 경영권 승계 문제 그리고 두 번째는 내부 계열사 정리.

호반건설의 리조트 계열사인 리솜

경영권 승계는 외형상으로는 거의 완료되었다. 3남매가 지금 당장 분리해도 될 정도로 지분을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기업공개를 한다면 호반건설만 할 텐데 호반산업에 편입된 대한전선이 이미 상장된 회사다 보니 호반산업도 사실상 상장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호반산업은 호반건설과 지분도 독립된 상황이라 계열 분리에 아무런 장애물이 없다.


두 번째 과제인 계열사 정리는 건설업 성장 과정에서 우후죽순 생긴 잡다한 개발회사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상장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회계적 투명성을 기반으로 하는데 건설회사 안에 또 다른 건설회사와 개발회사가 여러 개 있는 걸 보고 좋아할 투자자나 회계 감리인은 없다. 호반 건설 안에는 호반자산개발, 에이치비탕정, 스카이주택, 스카이리빙, 대전용산개발 같은 회사들이 있다. 호반산업에도 이 정도의 기업들이 있다. 삼성건설 안에 삼성개발이 있지는 않다. 대기업집단이 되었으므로 그에 걸맞은 사업구조와 회계를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급성장하는 회사들이 이런 경우가 많은데 호반도 마찬가지이다. 중소기업 때의 성장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진단


 호반건설의 현재 당면 과제는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과 승계 및 계열 분리 정도이다. 건설업에서 호반건설의 입지는 10대 건설사에 크게 뒤지지 않는 수준까지 왔다. 같은 호남 3인방 SM이나 중흥에 비하면 수도권에서 안착하는 단계가 아닌가 한다. 수도권 대규모 공급단지를 보면 호반건설이 그사이에 꼭 끼어있다. 아파트 광고도 중요하지만 이런 대단위 공급지역에 같이 공급을 해야 메이저 브랜드로 인식될 수 있다. 변두리나 지방에 가야만 볼 수 있는 건설회사 브랜드라면 가치가 떨어질 것이다. 호반은 이것을 넘어서고 있다고 본다.


사업 다각화는 건설 업종 내외에서 필요하다. 일단 건설 내에서는 주택, 아파트에 치중된 사업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것은 건설업계가 모두 직면하고 있는 과제인데 이제 국내 건설시장이 완숙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80년대 같은 대박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3대 메이저 업체들이 꽉 쥐고 있는 시장은 경기가 조금만 불안해져도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기업들이 동부나 동양, LIG건설 같은 기업들이다.


건설 내부적으로 다각화할 방법은 일단 해외시장 개척, 플랜트 사업, 상가나 오피스 등 주택 외 사업 확대이다. 그밖에 건설 설비 자재 등도 해당할 수 있다.해외시장 개척으로 보면 호반은 거의 기반이 없다시피 하다. 그룹 내부로 봐도 수출기업이 없고 노하우도 없는 편이다. 대우건설 인수는 그런 측면에서 시너지가 있긴 했다. 하지만 워낙 비싼 데다가 중복사업도 많아서 시너지보다는 비효율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대한전선 인수가 그런 측면에서 해외시장과 연결되긴 한다.

대한전선이 네덜란드로 수출중인 초고압 케이블(출처: 대한전선 홈페이지)

여러 자료를 종합해보면 대한전선의 해외 비중은 40%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출처 : 더 벨, 20210331,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2103291719099080105849&svccode=00). 전선이라는 것도 설비에 해당해 건축과 긴밀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사업상 시너지는 작지 않다고 본다. 다만 전선 사업을 통해 건설사업을 해외에 진입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설비는 건물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 즉 전선 사업으로 건설사를 끼워 넣기는 어렵다. 오히려 건설사가 전선 사업을 끌어들일 요소는 많다. 물론 사업이 아주 초기인 경우 전선과 건설을 묶어서 패키지 사업으로 제안할 수는 있지만 발주자 입장에서 그리 매력적이지는 않다. 발주자는 사업을 별도로 입찰해서 최저가로 계약하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선 때문에 건설사를 결정하는 건 아니란 얘기다.


그래도 해외사업이 부족한 호반으로서는 해외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대한전선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해외 영업망이나 숙련된 마케팅 인력이 도움이 될 것이다. 건설에서 할 수 있는 해외사업은 국내와 같은 주택사업도 있고 SOC 공사, 플랜트 사업 등 다양하다. 호반은 주택사업에 강점이 있지만 메이저 업체들을 상대로 해외수주가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대한전선의 노하우를 중심으로 전력사업과 연관된 해외사업을 추진하는 게 좋다고 보인다. 발전이나 플랜트, 전력통신망과 관련하여 건설 계열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점은 충분히 연계가 가능하다. 다만 대한전선의 모기업인 호반산업이 계열 분리된다면 대한전선과 호반건설의 협력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 한샘이 매물로 나왔었는데 이것을 놓친 것은 매우 아쉽다. 한샘은 건설업과 매우 연관성이 높은 인테리어 자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이다. 게다가 업계 1위이고 영업이익도 꾸준하다. 매각가가 1조 3천억 대라는데(출처 : 20210714, 조선비즈, https://biz.chosun.com/distribution/channel/2021/07/14/BVH35ODUORFFXFS7CLC4KA2GQA/)대우건설보다 훨씬 호반에 걸맞은 매물이라고 보인다. 한국의 건설시장은 점점 대규모 아파트 신축에서 개인 주택, 리모델링으로 바뀔 것이다. 그렇다면 건설자재 시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호반으로서 아주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브랜드만 따지만 한샘이 호반보다 못할 것도 없다. 서로 시너지도 있고 성장성도 있는데 아쉽다. 앞으로 건설자재, 인테리어 시장의 매물이 나온다면 다시 한번 노려볼 만하다.


건설사업 이외의 사업으로 확장하는 방법은 이번 대한전선처럼 대형 M&A를 노리는 것인데 지주회사로 가야 한다면 금융은 규제 때문에 부담되고 온라인 사업이나 외식사업을 노려볼 수도 있다. 건설업 마인드에서 볼 때 온라인 사업은 불안하고 우스운 사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업 포트폴리오 면에서는 철저히 오프라인 사업인 건설사업을 보완해주는 측면이 있다. 하림도 NS홈쇼핑을 인수해 오프라인 사업의 약점을 극복하고 있다. 물론 하림처럼 물건을 팔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사업 확장이란 것은 항상 본업과 연관된 것만 하는 것이 아니다. 본업과 연관된 사업을 하면서 시너지를 키우기도 하지만 전혀 동떨어진 사업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법도 있다. 코로나 등으로 인해 언택트 시장이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온라인 사업을 하나 갖고 있는 것은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

호반프라퍼티 자회사인 아브뉴프랑(판교, 광교, 광명에 지점이 있음, 출처: 아프뉴프랑 홈페이지)

외식사업의 경우 코로나 때문에 사양산업이 되어있는데 건설업 입장에선 가지고 있을 만하다. 이랜드 그룹이 이를 잘 활용하고 있는데 백화점을 지어놓고 그 안에 계열사를 대거 입점시키는 것이다. 호반이 지은 아파트 단지 안에 상업시설인 아브뉴프랑(호반프라퍼티 계열사)을 만들고 여기에 계열사를 입점시키는 것도 방법이다. 호반프라퍼티의 사업 규모나 성질을 볼 때 당장 계열 분리해서 독립적으로 운영되기보다 끈끈한 연대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요즘 대폭 몸값을 낮춘 외식사업 매물들은 노려볼 만하다.


주요 3개 사업부(호반건설, 호반산업, 호반프라퍼티) 중 호반프라퍼티는 덩치가 작은 감이 있어서 이쪽에도 덩치를 키워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향후 계열 분리를 위해서라면 더욱 사업적인 기반이 더 튼튼해져야 한다. 호반건설이나 호반산업은 문제가 없지만 호반프라퍼티는 대아청과와 아브뉴프랑만 가지고는 독립적으로 생존이 힘들 수 있다.


전망


 이 글을 쓰는 현재 대우건설의 인수협상자로 중흥건설이 결정되었는데 내가 볼 때는 좋은 결과가 아니다.

금호에서 겪었던 일을 똑같이 되풀이하고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중흥이야 지역 건설사의 이미지를 벗고 대우건설을 통해 메이저 건설사로 거듭나고 싶겠지만 대우건설이 일방적으로 손해 보는 관계라는 판단이 든다. 브랜드와 실적 모든 면에서 대우건설이 앞서고 중흥건설로부터 대우건설이 얻을 게 거의 없다. 심지어 인력조차도 대우건설이 나으면 나았지 못할 게 없다.


어떤 기사에 보니 대우건설 직원의 연봉이 2배라는데(출처: 한국일보, 20210708,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70714310005278) 그만큼 고급인재들이 있다는 얘기이다. 원칙적으로 얘기하자면 산업은행에서 공적자금으로 관리하는 회사 직원들 연봉이 이렇게 높은 것 자체가 문제지만 어쨌거나 대우건설이 주인이 없다는 것 외에 중흥보다 떨어지는 게 없다. 그럼 호반은 어떨까? 호반 입장에선 차라리 손대지 않는 편이 잘 된 것이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대우건설이 지금보다 더 성장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더 큰 회사가 인수해도 성장하기 어려운 데 더 작은 회사가 인수해서야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업적 시너지도 노하우도 얻을게 별로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포스코나 SK그룹 정도에서 인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두 회사 모두 대우건설과 합병 시 시공능력 2위로 뛰어오르며 빅 3에 진입할 수 있고 주택시장에서 대우의 브랜드를 죽이지 않고 더 키울 여력이 있는 회사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포스코는 자체 브랜드가 약한 편인데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주택사업의 키우고 그룹 차원에서 원래 강점이 있는 해외사업과 연계할 만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호반건설 본사사옥(출처: 국토일보)

호반은 단기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 등을 통해 빨리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된다. 상장되면 더 많은 규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미리 하는 게 좋다. 그룹은 호반건설, 호반산업, 호반프라퍼티 등 3개 부문으로 분리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2세들의 나이가 아직 어리다. 그래서 그런지 전문경영인을 앞세우고 있는데 승계의 징검다리로 전문경영인을 세운 사례가 이미 있다. 바로 SK그룹이 그랬다. SK는 손길승 회장을 중간에 징검다리 삼아 최태원 회장으로 오너쉽을 승계했다. 향후 리스크는 2세들의 경영능력 그리고 건설사업 부문이 지금처럼 계속 호황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2세들의 능력이야 검증된 게 없고 자료도 없으니 지금으로선 판단하기 어렵다. 건설사업은 워낙 견실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끌고 온 전통을 유지한다면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겠지만 특별한 돌파구 없이 그룹이 3개 부문으로 쪼개진다면 추가적인 성장은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이 경쟁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사업구조 다변화를 하지 않는 한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힘들고 그러다 보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해 다른 재벌 건설사들과 경쟁에서 뒤처질 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의 과제는 건설업에서 쌓은 튼튼한 재정을 기반으로 어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느냐이다. 이것이 2세들에게 남겨진 숙제이기도 한데 전혀 검증된 것이 없어서 전망이 밝지는 않다. 호반의 미래를 볼 수 있는 리트머스지는 과연 그들이 어떤 M&A를 성사시키느냐이다. 대한전선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대한전선은 호반산업이 가져갔으니 호반건설과 호반프라퍼티도 각자 1개씩의 추가 사업 분야를 더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행히 최근 매물들은 꾸준히 나오는 편이다. 이 매물을 고르는 안목만 봐도 차기 경영자의 실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일본과 합작하여 반도체 공장을 세우고 반도체를 밀어붙였다. 여기서 이미 그의 능력은 입증되었다고 봐도 된다. 한화에서는 2세가 수소차 스타트업인 니콜라를 샀다가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처음에는 대박이라며 칭찬이 자자했으나 니콜라가 사기 논란에 휩싸이면서 오히려 망신만 당했다. 지분 50%를 매각하겠다고 공시한 걸 보면 실패를 인정하는 모양이다. 이런 걸 보면 한화의 앞날이 어둡다. 정말 아버지만 한 아들이 없는 것일까?


호반도 경영권 이전과 더불어 기업이 전환기에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어떤 기업을 인수하는지를 보면 2세들의 능력을 알 수 있다. 과연 5년 뒤 10년 뒤에도 그들이 60대 기업에 포함되어있을지 순위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60대 기업 경영진단 - DB그룹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