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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Nov 15. 2020

60대 기업 경영진단 - DB그룹 -

#43 DB그룹

소개

재계 43위 DB그룹은 동부그룹이 금융계열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명칭을 변경하며 탄생했다. 동부그룹이라면 금융회사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동부자동차보험(현 DB손해보험)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DB손해보험은 업계 자산규모 3위로 그룹의 주력 계열사이다(출처 : 아시아경제, 20200411, https://www.asiae.co.kr/article/2020040111340103877).


동부그룹은 원래 건설로 시작한 회사로 중동 붐을 타고 성장했다. 우리나라 많은 대기업이 비슷한 과정을 통해 성장했는데 그중 가장 크게 성장한 회사 중 하나였다. 한때 10대 그룹에도 포함되었으나 그룹의 덩치가 급격히 커지면서 부채도 늘어나 이것을 견디지 못하고 파국을 맞았다. 


그룹의 큰 축이었던 바이오와 철강, 건설이 떨어져 나갔고 금융과 일부 계열사만 겨우 살아남았다. 현재 금융부문 매출이 90%라고 하니 거의 금융그룹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출처 : 매일경제, 20200713,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0/07/715243/).


근황

그룹 오너가 성추문 끝에 퇴진하고 2020년 7월부터 오너 2세인 김남호 회장의 경영이 시작되었다. 구조조정을 위해 그룹이 거의 해체 수준까지 갔다가 금융계열사를 중심으로 일부만 살아남았다. 현재 DB하이텍(파운드리), DB메탈(합금) 정도가 금융 외 계열사이다. 금융계열사가 탄탄하게 뒤를 받치고 있어서 그룹의 명맥은 유지하게 되었지만 향후에 어떤 모습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DB그룹 김남호 회장(출처 : DB그룹 홈페이지)

진단

새삼스럽게 그룹이 해체된 과정을 다시 진단한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반적인 추세는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어쨌든 그것이 동부그룹의 경영방향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동부그룹은 80년대 대기업의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80년대에는 무조건 사업을 많이 하는 기업이 성장했다.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었고 특히나 전자산업은 가장 하고 싶은 사업이었다.


이때를 보면 전자사업에서 전통의 강자 금성에 삼성이 양강으로 떠올랐고 대우전자가 다크호스로 치고 올라왔다. 그 외 아남, 현대전자 등 전자회사들이 줄을 섰다. 해태, 롯데도 전자를 할 때이니 말 다했지 않은가?


이때만 해도 동부는 군침만 삼키고 있었는데 2000년 이후 때가 왔다고 생각했는지 사업 확장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동부는 뚜렷한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계획 없이 철강과 전자사업을 확대하면서 그룹을 위기로 몰고 갔다. 이것은 치밀한 계획보다는 단순히 10대 기업에 대한 열망, 5대 기업에 대한 열등감이 작용한 게아닌가 싶다.

동부대우전자의 세탁기 브랜드 클라세

특히나 삼성, 엘지에 대한 동경이 있지 않은가 생각되는데 동부는 아남의 파운드리 사업을 인수해 반도체 사업을 영위했다. 현재도 모기업 건설까지 매각하는 마당에 포기하지 않고 계열사에 남겨두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동부가 왜 반도체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적당한 당위성을 찾을 수 없다. 변변한 관련 계열사도 없고 시너지도 없다. 현금이 부족한 그룹 사정에 반도체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라 더 맞지 않았다. 오로지 오너의 고집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나중에는 대우전자도 인수하는데 아마도 반도체 회사가 있으니 같이 엮어서 전자 기업으로 키울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동부의 반도체는 파운드리일 뿐이고 대우전자가 판매량이 얼마나 된다고 시너지를 갖겠는가? 대우전자가 생산하는 품목도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류가 많은데 반도체를 쓰면 얼마나 쓰겠는가? 연계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갖다 놓고 구색만 맞추면 삼성, 엘지처럼 될 것이라고 본 것 자체가 오류였다.


반도체를 어떻게 처리할까

최근에는 반도체 사업 호황을 타고 동부의 반도체 계열사인 DB하이텍의 실적도 좋다고 하는데 내가 볼 때는 지금이 매각할 적기이다. 반도체 사업은 DB에 있어서는 큰 미래가 없다고 보인다. DB는 전체적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너무 나쁘다. 

DB하이텍 부천공장(출처 : DB웹진)

전방산업도 없고 그렇다고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보기도 어렵다. 어쨌거나 규모의 경제를 이뤄야 하는 제조업의 성질상 삼성 반도체가 경쟁하려면 생산라인 투자를 조 단위로 계속해야 하는데 과연 동부가 그럴 여력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언론에서는 벌써 뚝심 어쩌고 하면서 찬양하고 나섰는데 경기에 따라 실적이 좋아진 것이지 회사 자체가 뛰어난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반도체 회사 중에 적자 내는 회사가 어디 있는가?

다시 불황이 오거나 경쟁력에서 처지면 헐값이 팔아야 한다. 지금이 매각을 위한 적기라고 본다.


제철사업 처리방법

철강사업은 당진제철소를 중심으로 조 단위 투자를 했던 동부의 한 축이었으나 지금은 DB메탈이란 합금 생산기업만 남았다. 철강사업에서는 틈새사업이라고 볼 수 있는데 굳이 이 기업을 왜 남겼는지는 의문이다. 홈페이지에 나온 영업실적을 보니 영업이익이 -42억으로 되어있다. 합금이라는 희소성은 인정하지만 역시나 이 사업도 대규모 투자와 연구개발비가 없이 혼자 성장시킬만한 사업은 아니다. DB그룹 안에 있어서 도움될 것이 거의 없어 보인다. 실적이 호조일 때 값을 잘 쳐서 매각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동부제철이 있을 때는 모르지만 지금처럼 다른 철강회사에 납품하는 수준으로는 장기적 성장을 보장하기 어렵다.

DB메탈 공장(출처 : DB블로그)

DB그룹은 제조분야와 금융분야를 나눠 DB Inc, DB손해보험이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내가 보기엔 제조 부분을 버리고 금융전문회사로 거듭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이미 한국투자금융이나 메리츠금융처럼 좋은 사례가 있다. 제조업을 굳이 남겨둘 이유가 없다. 


금융업 위주의 성장

제조업을 모두 정리하면 금융만 남게 되는데 그룹 외형이 축소된 것에 너무 자존심 상해할 필요는 없다. 덩치만 크면 뭐하겠는가 건강해야 오래 살 것 아니겠는가. 과거의 영화는 뒤로 묻어두고 이제 금융중심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DB손해보험은 보험업계에 잔뼈가 굵은 기업으로 기라성 10대 기업들이 버틴 시장에서도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2019년 영업이익은 5,120억 원이다. 3년간 가장 낮은 수치가 이 정도이니 업황만 좋으면 7,8천억의 이익은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실탄으로 과거처럼 제조업에 쏟아붓지 말고 미래산업에 투자해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이때에도 금융회사로서 경영에는 참여하지 말고 지분참여만 하는 것이다.


 현재 4차 산업을 중심으로 급속히 산업계가 재편되고 있다. 자동차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IT는 인공지능, 언택트 산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동부는 제조업을 하지는 않겠지만 경험이 있으니 기업분석을 통해 재무적 참여를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지분가치가 높아지면 철강, 반도체를 직접 하는 것보다 났다.


 우리나라에는 재무적 투자자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데 미국 등에서는 해지펀드를 비롯해 기업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것을 한번 고려해볼 만하다. 보험시장의 특성상 이미 과점화되고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지 않았는데 2위까지는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2위인 현대해상이 자산 45조 8천억, DB가 43조 6천억으로 2조 2천억 차이가 나는데 2위권으로 올라가는 목표를 잡고 영업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DB손해보험 홈페이지

 말은 쉽지만 이게 쉬운 것은 아니다. 보험업계의 순위가 굳어진 것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한 가지 생각해볼 건 롯데 손해보험이 매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JKL파트너스라는 곳에 매각되어 있지만 재무적 투자자란 점에서 결국 매각될 공산이 크다. 롯데그룹에서 매각 이야기가 나올 때만 해도 DB그룹이 인수할 상황이 아니었다. 그룹이 쑥대밭이 되어 해체되는 마당에 다른 기업을 인수할 순 없는 일이었다.


 이제는 2세로 경영권도 넘어왔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며 성장을 추구할 때이다. 제조업 계열사를 모두 매각하고 보유 현금을 동원하면 못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JKL파트너스에서 인수할 때 인수가가 3734억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리 부담되는 가격도 아니다(출처 : 조세금융 신문, 20201027, https://tfmedia.co.kr/mobile/article.html?no=94122).


롯데손해보험의 자산이 16조 원대인데 이것을 4천억 정도에 인수한다면 좋은 거래라고 본다. 이렇게 하면 자산규모가 60조에 육박해 현대해상은 멀리 제치고 단독 2위로 올라설 수 있다. B2C 시장과의 접점이 없는 DB의 단점을 롯데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만회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롯데손보의 지분 5%는 아직도 롯데가 가지고 있다. 롯데와 전략적 제휴를 한다면 DB로서는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창구를 얻는 셈이다. 롯데로서도 지분가치가 올라가면 손해 볼 것이 없다.

부산에 건축 예정인 DB부산사옥(출처 : 뉴데일리)

이렇게 하지 못하면 결국 한화, 농협 등 잠재적 경쟁자들이 치고 올라와서 어깨를 나란히 할 공산이 크다. 특히 농협은 막대한 자금력과 법적 특혜를 등에 업고 시장에서 공룡처럼 강자가 되고 있다. DB는 잘 나가고 있을 때 더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시장 2위를 굳힐 수 있다면 향후 몇 년간은 높은 시장지배력이 유지되리라 본다.

DB가 생명보험 업계에선 명함도 못 내밀고 있는데 총 자산 11.7조 원(출처 : DB생명 2019년 현황 보고서)으로 10위 흥국생명의 29조 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포트폴리오 측면에선 생명보험 분야를 좀 더 키워서 균형을 맞추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어쨌든 보험이란 것은 사용자 입장에서 볼 때는 생명보험이나 손해보험이나 차이가 없다. 더 좋은 상품군과 영업력을 가진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DB가 더 많은 상품군을 갖춰놓고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 영업력이 될 것이다.


인수합병이 필요한데 지금 매물로 거론되는 생명보험 회사로는 KDB생명(19.4조, 출처 : 홈페이지)이 매력적이다.(출처 : 조선비즈, 20191207,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2/06/2019120602415.html).


현재 JC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어 진행 중이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출처 : 조선비즈, 20200925,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9/25/2020092502038.html) 설사 인수하더라도 재무적 투자자란 점을 감안하면 다시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매각가는 5500억으로 롯데손보보다 비싸지만 DB로서는 큰 구멍을 매운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만약 인수한다면 흥국생명을 제치고 10대 보험사로 진입할 수 있다. 


전망

이제 막 오너 2세가 경영을 시작했기 때문에 당분간은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공중분해되다시피 한 그룹의 안팎을 잘 살펴 정상궤도로 올려놓기 위해 할 일이 많다. 오너가 제일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우선 사업 포트폴리오 정리이다. 제조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어차피 금산분리 정책으로 지주회사로 가려면 다 정리해야 한다. 꿈이야 있었겠지만 지금의 그룹 사정으로 제조업을 계속 끌고 가는 것은 무리이다. 타이밍을 놓치면 매각도 어려워진다. 최대한 높은 가격에 매각해 금융권에 투자할 종잣돈으로 써야 한다.


DB그룹이 창업할 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다. 이제는 금융을 통해 제2의 성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 메리츠금융처럼 우리나라에서도 금융전문 기업들이 성공한 사례가 많이 있다. 제조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자신만의 새로운 사업을 일궈나가는 것도 오너의 역량이다. 앞으로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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