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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Aug 15. 2021

60대 기업경영진단 -네이버-

#45. 네이버

소개

 카카오에 대해서는 오래전에 소개했는데 네이버는 그에 비해 많이 늦은 감이 있다. 기업경영진단을 기획할 때만 해도 네이버의 기업 순위가 45위였기 때문이다. 2019년 45였던 네이버는 2021년 기준 기업 자산 순위 27위까지 올라와있다. 


불과 2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렇게 큰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모두 다 알다시피 이 2년은 코로나 대창궐의 시기였다. 코로나는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고 내 예상으로는 최소 몇 년은 더 여파가 갈 것으로 생각된다. 이 시점의 나로서는 독감처럼 일상적인 전염병으로 남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앞으로의 경영은 모두 이런 가정 아래 이뤄지는 게 맞다고 본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에서 키워낸 온라인 ‘대기업’이다. 사실상 산업화 시대 이후 처음으로 자수성가로 대기업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네이버의 성공사례는 여기서 재론하지 않겠다. 뭐가 네이버를 강하게 했고 뭘 혁신해야 하는지 그걸 집중적으로 분석해볼 계획이다.


네이버는 검색시장의 강점을 기반으로 현재 금융, 유통, 콘텐츠, 메신저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연간 5조 3천억의 매출에 영업이익이 1조 2천억에 육박한다(2020년 기준). 영업이익률이 20%가 넘으니 역시 온라인 사업의 강점이 여기서 나타난다. 제조업은 3%를 넘으면 양호한 수준으로 본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정말 남는 장사를 하고 있는 샘이다.


네이버의 대표이사는 한성숙이란 분으로 영문학과를 졸업한 ‘PC라인’(컴퓨터 잡지)의 기자 출신이다. 예전에는 참 많은 컴퓨터 잡지가 나왔는데 앞서가는 기자들이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산업계에서 성공한 사람은 보지 못했는데 기자 출신으로는 가장 성공한 분이 아닌가 한다. 아무래도 기술 쪽보다는 홍보와 서비스에 밝은 분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보다는 안정적인  경영에 집중하는 역할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전 대표이사였던 이해진 의장이 실질적인 그룹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서 재밌는 것은 지분 소유구조이다. 네이버는 국민연금이 최대주주(9.99%)이고 이해진 의장은 3번째 대주주(3.73%)이다(https://comp.wisereport.co.kr/company/c1070001.aspx?cmp_cd=035420&cn=). 2번째 주주가 블랙록이라는 회사인데 아마 골드만삭스나 JP모건은 알아도 블랙록은 낯선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00년 역사를 넘는 금융사가 많은데 이 회사는 고작 33년밖에 안된 회사이다. 하지만 규모는 세계 최대로 운용자산이 무려 7조 달러(한화 8천조 이상)에 육박한다. 최근엔 블랙록 출신 인재들이 강고한 골드만삭스의 아성을 깨고 바이든 정부의 경제 요직에 등용되고 있다.


 이것만 봐도 네이버의 위상은 일찌감치 글로벌 눈에 들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물론 블랙록은 카카오의 지분도 1.52% 보유하고 있다(http://comp.wisereport.co.kr/company/c1070001.aspx?cn=&cmp_cd=035720). 카카오는 최대주주가 김범수 의장이라 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힘이 있는데 네이버는 대주주가 정부 쪽 기관이다 보니 다소 정부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안 그래도 네이버는 검색과 관련해서 정치권과 여러 번 설화가 있었고 실제로 네이버 출신이 정부로 진출한 사례도 있다. 개인적으로 국민연금은 기관투자자로 역할에만 머물러야지 최대주주까지 가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지분구조도 언젠가 개선해야 할 네이버의 과제이다.


근황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사회의 진입은 네이버로서는 예상치 못한 특수였다. 매출이 급증했고 기업가치도 덩달아 성장했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이 시기 라이벌 업체인 카카오의 성장이 더 눈부셨다. 검색엔진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는 네이버는 그동안 줄곧 카카오를 앞서 왔는데 그 구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 자산 순위도 그렇지만 전반적인 사업 실적도 마찬가지이다. 카카오는 신사업 진출에 연달아 성공하면서 막강한 계열사를 보유하게 된데 반해 네이버는 신사업에서 크게 두드러 진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인 콘텐츠 사업에서도 줄곧 시장을 리드해왔던 네이버를 카카오가 아슬아슬하게 위협하고 있다. 웹툰 분야 일본 시장 1위를 카카오에 내준데 이어 웹소설 시장도 조짐이 심상치 않다.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서 펴낸 ‘2020년 웹소설 이용자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많이 쓰는 웹소설 플랫폼 1위가 카카오페이지(39.9%), 네이버 웹소설(16.9%), 네이버 시리즈(14.2%)로 나타났다.

네이버가 인수한 콘텐츠 플랫폼 왓패드(출처: 네이버 본사 홈페이지)

 ‘네이버 웹소설’이 주로 무료이고 진입장벽이 없는 아마추어 공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네이버 시리즈의 성장이 절실해 보인다. 그동안 웹소설에서 네이버가 1위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는데 질적인 면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이 자료에서 보인다. 최근 네이버가 웹소설시장 3위권인 문피아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서 이것이 성사된다면 둘 간의 승부는 다시 진검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인터넷 은행에 진출해서 승승장구하는 것에 비해 네이버는 참여를 안 했는데 이것은 큰 실책으로 보인다. 네이버 페이 등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은행을 갖고 있는 것과 아닌 것은 서비스 포트폴리오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카카오뱅크는 카드를 시작으로 다양한 금융업종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에 반에 네이버가 지금 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는 많지 않다. 케이뱅크와 협업을 통해 간접적인 효과를 보려 했지만 인터넷은행 대결에서 카카오뱅크가 완승하는 바람에 네이버로서는 갈길을 잃은 모양새이다. 케이뱅크와 협업하자니 시너지가 작고 그렇다고 카카오뱅크랑 협업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사실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에 밀린 것도 네이버의 불참이 큰 원인이라고 본다. 젊은 세대의 온라인 감성을 파고들 역할을 누군가 해야 하는데 케이뱅크는 기성 금융권이 대주주를 맞고 있어서 그럴 여지가 없었다. 솔직히 케이뱅크를 써보았지만 카카오뱅크보다 훨씬 불편하고 온라인 은행의 장점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그 결과가 지금의 시장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공간 제페토 (출처: 네이버 본사 홈페이지)

게임분야에서 네이버는 게임사업 전체를 NHN로 분사시키고 지분을 정리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았던 모양인지 라인게임즈를 자회사로 출범시켜 다시 게임계에 발을 들이밀고 있다. 이것도 경영 착오가 아닌가 싶은데 게임은 온라인 사업에서 핵심중에 핵심사업이다. 가장 수익성이 좋고 시장이 넓은데 이걸 스스로 포기하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대박을 터뜨린 것을 감안하면 네이버의 게임 관련 행보는 아쉬울 따름이다.


NHN이 그렇다고 게임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아니어서 그야말로 루즈 딜(lose deal)이라고 할 수 있다. NHN은 게임분야 매출 비중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다 2020년 기준으로는 30%에도 못 미쳐 왜 분사했는지 취지마저 무색해질 지경이다(출처 : 서울신문, 20210320,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10320500002). 현재 NHN과 네이버는 협력관계이긴 하나 엄연히 독립된 회사이다.


진단

전반적으로 보면 네이버는 인프라 사업을 겨냥하고 있고 카카오는 플랫폼 사업을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택시를 비롯해 카카오대리운전 등 각종 카카오 시리즈로 온라인 플랫폼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 부분에서 대기업의 횡포라는 말도 있는데 그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중소기업은 왜 먼저 이런 사업을 하지 않았을까? 그것부터 자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온라인 사업은 인프라 까는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개발만 잘하면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을 금방 만들 수 있다. 부동산 분야에서도 직방이나 다방 같은 회사들이 네이버 부동산에 밀리지 않고 잘하고 있지 않은가.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플랫폼보다는 클라우드, 네이버 페이 같은 인프라에 더 집중하는 모양새이다. 어느 것이 낫다고 당장 평가하긴 이르다. 플랫폼이나 인프라나 미래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분야가 강한 한국에선 좋은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네이버는 지나치게 플랫폼을 멀리하고 인프라 쪽에 기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네이버는 최근 몇 년 동안 혼란스러운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하면서 경영진이 바뀌었는데 그 과정에서 카카오는 지속적인 혁신으로 환골탈태를 이뤘다. 반면 네이버는 자산가치는 많이 상승했지만 카카오에 비해 정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게임, 카카오뱅크를 상장시켰고 앞으로 상장될 기업도 여럿 대기 중이다. 네이버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질 않고 있다.

네이버 페이 서비스(출처: 네이버 본사 홈페이지)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한 네이버의 아성이 점차 카카오에 밀리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현상은 검색엔진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오히려 독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검색시장에서 네이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위협받고 있다.

그동안 인터넷 산업에서 검색엔진의 위력은 토르의 망치 ‘묠니르’만큼 위력적이었다. 네이버는 검색엔진 장악을 통해 손쉽게 온라인 시장을 장악해나갔다. 같은 시기 ‘다음’은 카페를 내세운 커뮤니티 서비스에 강점이 있었으나 매출과 연결되긴 힘들었다. 다음과 카카오 합병 이후 이런 현실을 직시한 카카오 경영진이 신사업에 지속적인 진출을 한 것도 이런 이유이다.


카카오의 포털 점유율은 2016년 13.89%에서 2020년 5%로 오히려 줄었다.(출처 : 파이낸스투데이, 20200923, https://www.fn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3242). 그런데도 카카오의 자산과 매출은 모두 증가했다. 반면에 네이버는 2016년 83.36%에서 2020년 62.93%로 점유율이 줄었다. 줄어든 점유율은 29.91%의 점유율을 차지한 구글로 옮겨갔다. 이것이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포털사이트가 가진 매력 자체가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처럼 모든 정보를 모아두었던 비즈니스 모델이 더 이상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모아놓는 것만으로는 소비자를 끌어들일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구글은 애초에 포털을 하지도 않고 검색엔진만 가지고 30% 가까운 점유율을 가져갔으니 이것이 뭘 말하는가? 


검색 성능은 네이버나 구글이나 초소 국내에서는 현격한 차가 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럼 문제는 무엇인가? 결국 소비자의 성향 변화이다. 예전에는 옷을 사든 음악을 사든 무조건 포털부터 찾았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그렇지 않다. 옷을 사는 소비자는 가장 좋은 제품을 저가에 공급할 수 있는 쇼핑몰을 찾는다. 그것이 네이버일 수도 있지만 생전 들어보지 못한 쇼핑몰일 수도 있다. 쇼핑몰이 워낙 많아지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네이버가 그들만큼 특화된 서비스를 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덩치가 크다고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대기업은 자본과 인력이 있지만 대신 빠른 의사결정과 대응이 되지 않는다. 


시시각각 변하는 온라인 시장에서 이 차이는 아주 크게 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장에는 이미 레깅스가 인기인데 대기업에서는 이런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가 어렵다. 결재라인도 복잡하고 기존에 맺어놓은 재고와 협력관계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 고객들은 레깅스 전문 쇼핑몰을 찾게 마련이다. 더 이상 검색엔진이 고객을 그냥 물어다 주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이다. 


구글의 성장도 돋보이는데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교해보면 네이버가 구글의 사업모델과 더 유사하다. 네이버 아날리스틱, 네이버 클라우드 이런 것들은 구글이 이미 먼저 한 것들이다. 구글은 처음부터 인프라와 플랫폼에 관심이 많아서 이미 이쪽 사업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검색분야에서 유튜브 검색도 무시할 수 없는데 한 조사 결과에선 검색 점유율에서 유튜브가 구글을 앞서 네이버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출처: 조선비즈, 20210419,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4/19/2021041901823.html), 

춘천에 설립된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출처: ZDNet)

나 역시 검색할 때 가급적 동영상이 있는 자료를 찾다 보니 유튜브를 애용하게 된다. 이것은 시대의 변화인데 네이버도 동영상 검색이 가능하지만 콘텐츠 자체가 유튜브에 대부분 있다 보니 당연히 사용자가 이쪽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유튜브에는 세상의 모든 지식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화장실 막힐 때 뚫는 법부터 시작해서 역사, 양자역학, 시사까지 없는 게 없다. 바쁜 현대에 이것을 활자로 보는 것과 동영상으로 보는 것은 전혀 다르다. 네이버는 이런 검색시장의 변화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럼 네이버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구글과 카카오에 계속 점유율을 뺏기고 있는 건 결국 콘텐츠의 문제이다. 동영상, 웹소설, 웹툰 등의 콘텐츠를 확보해야 전반적인 서비스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기존의 포털 역할을 포기할 각오를 하고 인프라와 플랫폼 분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네이버가 인프라 쪽에 신경 쓰는 건 잘못된 것이 아니다. 결국엔 미래 인터넷 환경은 상당 부분 클라우드로 바뀔 것이다. 회사에서 개인별로 컴퓨터를 쓰는 시대는 아마 곧 사라질 것이다. 서버도 회사별로 도입하는 게 아니라 전부 클라우드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분야에서 발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데 클라우드에 대해 상상만 하던 서비스가 이미 실현되고 있다. 앞으로 가정에서도 개인 PC 대신 인터넷에 접속해 요금제별로 신청한 스펙의 하드웨어를 할당받고 컴퓨팅을 즐기게 될 것이다. 네이버도 이런 시장에 발 빠르게 뛰어들어 최소한 한국시장을 장악한 뒤 아시아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인프라 사업은 한국에서 네이버가 오래전부터 시작해서 하고 있으니 꾸준히 계속할 필요가 있다. 이것도 단순 클라우드 서비스가 아닌 생활을 바꿀 만큼 혁신적이어야 한다. 그저 저장용량을 제공하는 데서 벗어나 모든 컴퓨팅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렇게 하고 있다. 

네이버의 인증서 서비스(출처: 네이버 본사 홈페이지)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 같은 경우 한국에선 실패했지만 일본에선 대성공했다. 일본에서는 카톡과 같은 지위이다. 이것은 이 서비스가 경쟁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메신저 사업은 한 업체가 독점하는 것이 사용자에게도 편한 측면이 있어서 후발주자가 뚫고 들어가기 무척 힘들다. 하지만 이 사업도 포기할 순 없다. 앞으로는 전화기보다 메신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전파를 이용한 통신이 아닌 인터넷을 이용한 통신의 시대가 열리면 전화번호가 아니라 아이디로 연결하는 시대가 된다. 화상전화는 화상대화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전화기가 아닌 단말기가 필요할 뿐이다. 그 단말기는 통신이 아닌 메신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네이버는 지속적인 시장 공략을 통해 메신저 시장을 잡아야 한다. 이걸 놓친다면 전력의 반을 내주는 꼴이나 다름없다. 앞으로의 메신저 시장이 어떻게 변해갈지 생각하고 앞서서 행동해야 한다. 한때 MSN 메신저가 메신저의 표준이었던 적이 있었으나 네이트온이 나오면서 아성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네이버는 카카오톡을 따라잡으려 하지 말고 새로운 시장을 제시해야 한다. 네이트온이 MSN보다 나았던 건 표현력이었다. 이모티콘도 많았고 여러 가지 표현이 가능했다. 다음 세대의 메신저는 무엇을 원할까? 그걸 생각해봐야 한다.


콘텐츠 시장은 초기에 절대 밀리면 안 된다. 공격적인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카카오를 압박해야 한다. 웹툰, 웹소설 등 1차 콘텐츠를 놓쳐서는 안 되고 여기서 2차 콘텐츠로 미디어 믹스를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 카카오에 비해 네이버는 그런 시장구조로 갈 준비가 덜 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술로 해결하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서비스는 기술이 만능이 아니다. 필자도 공대 출신이지만 공대생들이 가장 착각하는 것이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고객은 기술자가 아니다. 좋은 기술보다 좋은 서비스에 눈이 더 간다. 


우선 콘텐츠를 생산, 유통, 변환할 수 있는 일련의 생태계를 갖추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 웹소설이 히트 치고 이것이 웹툰으로 나오고 다시 영화로 나오고 그 OST가 인기를 끌고 그 속의 한류스타가 탄생하고. 이것이 벨류체인이다. 이렇게 하려면 연예기획사, 투자사, 제작사, 플랫폼 등 단계별 회사들이 필요한다. 이것을 구축하는 것을 선결과제로 삼아야 한다.


금융분야는 온라인 은행이 점차 자기 영역을 굳혀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네이버라고 손가락만 빨 순 없다. 그나마 1,2년 내에 네이버가 진출한다면 가능성이 있지만 그보다 늦어지면 더 힘들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와 전력차가 너무 난다. 기존 인터넷뱅킹과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카카오뱅크와 대결하려면 네이버처럼 온라인 감성을 확실히 아는 기업이 필요하다. 네이버는 지금이라도 케이뱅크에 지분참여를 하든지 신규 은행사를 설립하든지 해야 한다.

네이버 페이 서비스(출처: 네이버 본사 홈페이지)

 문제는 자금인데 이미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카카오를 따라잡으려면 막대한 자본이 요구된다. 물론 여러 투자자와 함께 하겠지만 네이버의 역할이 주도적으로 요구된다. 한번 타이밍이 늦은 경영 선택을 회복하려면 이렇게 힘들다. 네이버는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케이뱅크에 최소 2대 주주로 참여해서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개혁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독자적으로 사업을 해도 되겠지만 3자간 시장 대결이 되면 그야말로 출혈경쟁을 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1위 사업자인 카카오톡은 유리할 수밖에 없다. 케이뱅크는 서비스는 부진하지만 대주주들의 자금력이 무척 좋다. 그래서 버티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입장이다. 네이버로서는 독자진출보다는 주주로 참여하는 게 낫다고 보인다. 이것만 잘되면 향후 보험, 카드, 증권 등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다.


전망

전반적은 추세는 성장세는 이어가지만 카카오에는 다소 밀리는 형국이 될 것으로 본다. 카카오의 신사업 포트폴리오가 그만큼 강력하다. 물론 플랫폼 사업에선 대기업 규제에 걸려 한계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할 수 있는 사업분야가 많다. 네이버는 웹소설, 웹툰 같은 사업 외에 플랫폼 사업은 별로 뛰어들지 않고 있는데 그렇게 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인프라 사업이 중요해도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결국 소비자에게 닿는 것은 플랫폼이다. 인프라는 전환되는데 시간이 걸린다. 클라우드 중심으로 가려면 최소 몇 년은 걸릴 것이다. 그동안 카카오의 독점을 눈뜨고 지켜볼 수는 없지 않은가.

네이버의 초대규모 AI 서비스 하이퍼크로버(출처: 네이버 본사 홈페이지)

웹 기반의 플랫폼 사업은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이다. 웹을 통해 어떤 오프라인 사업도 온라인 사업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최근에 전통적인 오프라인 업무였던 법률시장이 온라인과 연결되어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한번 생각해볼 대목이다. 네이버가 카카오와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해선 플랫폼 분야 투자가 필수이다. LG전자가 반도체가 없어서 삼성에 크게 뒤쳐진 것처럼 네이버도 그런 우를 범해선 안된다. 최소한 네이버 직원이 카카오택시를 타고 다니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자금력은 풍부한 상태니까 플랫폼 분야의 신사업 혹은 기존 회사 인수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네이버의 경쟁력은 계속 포털에만 의존하는 모양이 될 것이다. 파란 공룡(IBM)이 어떻게 죽어가는지 우리는 보았다. 그리고 그 회사가 어떻게 부활했는지도 경영하는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네이버는 검색엔진 그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검색엔진을 버리고도 네이버가 살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그것을 찾는 것이 네이버의 과제이다. 카페를 버리고 카카오가 살아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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