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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Mar 06. 2022

60대 기업 경영진단 -넥슨- 1

#47. 넥슨

*소개에 앞서 넥슨 김정주 회장이 돌아가신 것에 대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공교롭게도 넥슨에 관한 기업분석을 업로드할 시점인데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최고의 게임 기업으로 성장한 넥슨이 앞으로 갈 미래에 대해 기대도 많았는데 창업주의 부고로 인해 넥슨의 불확실성이 증가된 부분은 걱정입니다. 그나마 넥슨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되어 있었다는 건 다행이지만 장기 로드맵을 그려야 할 오너가 빠진 것은 매우 큰 손실입니다. 하루빨리 회사를 정비하고 특히 지분관계와 컨트롤타워를 확실히 해서 회사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길 기대합니다. 


소개

 넥슨이라면 온라인 게임을 해본 사람 치고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다못해 축구게임 피파온라인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 수밖에 없는 이름이다. 94년 창업한 이 회사는 국내에서는 같은 게임회사 NC와 함께 라이벌 구도를 이루면서 삼성과 LG 같은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회사가 일본에 상장된 회사라는 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국내 주식시장에 넥슨지티라는 자회사가 상장되어있을 뿐 본체인 넥슨은 없다. 본사도 일본에 있어서 일본 회사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넥슨은 엄연히 지주회사 체제이고 지주회사인 NXC(비상장)는 제주도에 본사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회사니 한국 회사니 이런 논쟁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고용 많이 하고 좋은 제품 많이 생산하면 그만이지 국적이 뭐가 중요한가? 영어만 잘한다고 글로벌 마인드가 되는 게 아니라 뇌 속에 박힌 민족주의를 지워버리고 지구촌 시민의식을 넣어야 진정한 글로벌 마인드가 형성된다.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몇 해 전 롯데그룹 왕자의 난에서 때아닌 국적 논쟁이 벌어진 것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저 신문 기자들까지 그 논쟁에 가세하는 걸 보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한국에 세금 내고 고용 많이는 것이지 기업의 국적이 아니다. 다국적 기업이 일반화된 시대에 무슨 국적을 따지는가. 예전에 반일을 외치면서 일본 카메라로 사진 찍는 기자들을 보며 얼마나 웃음이 나왔는지 모른다. 전체주의 국가인  중국 같은 나라 기업은 순수 민간이 아니므로 조심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민주주의, 시장경제인 나라들 사이에서 그런 국적 논쟁은 정치적인 구호밖에 안된다. 넥슨도 이런 논쟁에 휘말린 적이 있어서 미리 언급하고 넘어간다. 

피파온라인(출처 : 넥슨)

국내에선 3N이라고 해서 넥슨, NC, 넷마블이 게임회사 3 대장으로 꼽힌다(최근엔 크래프톤이 여기에 명함을 내밀고 있음). 세 회사 모두 전통이 있는 회사이다. 그중에서도 넥슨은 국내 게임업체중 대장주가 되었다. 시가총액으로는 2020년 말 30조를 돌파했다.(출처 : 연합인포맥스, 20201216, https://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123028). 2021년 9월 기준으로는 주가가 좀 떨어져서 20조 내외에서 변동하고 있다. 시가총액 순위로 보면 20위권으로 LG생활건강(21조), 신한지주(19조)와 비슷한 수준이다. NC는 시가총액 9조 5천억(2022년 3월 6일 현재) 정도이다.

넥슨은 대기업 자산 순위에서 2019년 47위, 2021년 34위로 수직 상승했다. 넥슨같은 소프트웨어 기업은 부동산이나 설비자산이 없으니까 자산 순위로 매기면 중견기업 정도밖에 안된다. 이걸로는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고 시가총액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우리 재계가 일본과 큰 차이점이라면 소위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대거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한때 세계 100대 기업에 50개 이상을 차지하면서 미국을 앞지를 뻔했지만 제조업에 치우친 업계 전통 때문에 인터넷 혁명이 벌어지자 급속히 불황으로 빠져들었다. 이 상황에서 한국, 중국 기업에 제조업마저 주도권을 빼앗기자 장기 불황으로 가게 된 것이다.


한국은 아무래도 일본을 롤모델로 산업을 키워왔기 때문에 산업구조 면에선 일본과 매우 유사한 구조였다. 그러던 것이 인터넷 대중화 이후 다른 길을 걷게 되는데 일본에선 야후와 구글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은 반면 한국에선 토종 기업인 네이버와 다음이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포털들이 소위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초창기 인터넷 붐을 이끌었고 이후 게임 3 대장이 등장하면서 일본과는 경제구조의 차별화가 가시화되었다.


물론 게임으로 보면 일본이 원조이고 아직도 닌텐도 같은 곳은 시가총액이 70조가 넘는다. 하지만 일본은 콘솔게임에 특화되어있는 반면 한국은 온라인게임에 강점이 있다. 물론 두 영역이 아직도 공고하긴 하지만 온라인게임은 앞으로 점점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 시장은 아니란 점에서 한국 기업의 미래가 더 밝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런 맥락 아래 넥슨은 한국 대표 게임회사의 입지를 다지고 있고 시가총액에서도 이미 반다이(17조)를 넘어선 지 오래이다. 크래프톤 등 신규업체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넥슨의 입지는 어지간해서는 무너지지 않을 것 같다.


넥슨의 오너가 김정주 대표이사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지만 CEO가 오웬 마호니라는 외국 사람인 것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김정주는 넥슨 지주회사의 CEO이고 오웬 마호니가 게임회사 넥슨의 CEO이다. 넥슨은 애초에 본사를 일본에 만들고 상장도 거기서 했으며 CEO까지 외국인을 앉혀놓았다. 이런 걸 보면 넥슨은 국내 다른 소프트웨어 기업과 다르게 색깔 자체가 굉장히 글로벌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오웬 마호니는 게임업계 최고의 기업인 EA의 부사장을 지낸 인물로 2010년에 영입되어 2014년부터 CEO를 맡고 있다. 그동안 넥슨이 급성장을 한 걸 보면 이분의 능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근황

넥슨은 현재 북미, 유럽, 중국, 일본 등 주요 시장에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한때 오너가 매각을 생각할 만큼 흔들리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런 이슈가 완전히 사그라든 것으로 보인다. 넥슨의 사업 부분은 게임과 비게임 분야로 나눠지고 게임분야는 모바일과 PC 부문이 있다. 최근에는 암호화폐 관련해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미 2017년 국내 거래소 코빗을 인수했고 2018년엔 유럽 거래소인 비트스탬프도 인수했다. 넥슨이 암호화폐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네이버나 카카오 모두 금융사업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면 인터넷 기업들도 현실 자산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보인다. 

던전 앤 파이터(출처 : 넥슨)

게임회사 입장에서는 부동산이나 설비 같은 역시 실물자산이 없기 때문에 늘 불안하고 저평가받는 게 현실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수익사업도 하고 자산도 갖출 수 있는 사업이 금융사업이다. 카카오나 네이버는 대중적인 일반 금융으로 갔지만 넥슨은 그보다 한수 멀리 보고 암호화폐 쪽으로 관심을 돌린 것 같다. 앞으로 추이를 지켜볼 일이다.


게임 쪽 상황은 어떨까? 일본증시에 상장되어있다 보니 공시자료를 구하기가 쉽지는 않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자료들을 보면 2021년 초는 2/4분기는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성장세가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출처 : 게임메카, 20210811, https://www.gamemeca.com/view.php?gid=1665311). 중국이 지속적으로 게임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그 영향이 아닌지 의심된다.


넥슨은 지속적으로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2021년 7월에는 디즈니 출신 닉반다이크 부사장을 영입했고(출처: ZDNet korea, 20210717,  https://zdnet.co.kr/view/?no=20210717091955) 미국 영화제작사 AGBO지분 38%를 사들여 2대 주주가 되기도 했다(출처 : 매일경제, 20220106, https://www.mk.co.kr/news/it/view/2022/01/18145/) 기자들은 자꾸 이걸 디즈니 모델이라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넥슨의 방향을 소니와 비교해보고 싶다. 소니는 게임사업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넥슨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소니는 하드웨어 회사로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점차 콘텐츠 쪽으로 중심을 옮겨와 지금은 세계적인 콘텐츠 회사이자 매출의 50%를 엔터 분야에서 얻고 있다(출처 : 조선일보, 20210204, https://www.chosun.com/economy/tech_it/2021/02/04/7QCQT55N6VADXNM7T52O2LAXAQ/). 세계 3대 음반사(소니뮤직)와 영화사(컬럼비아-소니 픽처스)가 모두 소니 손안에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소니는 이 작업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소니뮤직의 전신인 CBS 레코드 그룹을 소니가 인수한 것이 1987년이다. 소니의 전성기 시절인데 가장 잘 나갈 때 미국 본토의 영혼과 같은 회사를 인수해버렸다. 과연 오늘을 예상하고 한 것일까? 난 아니라고 본다. 삼성은 가장 잘 나가는 현재에도 한국 회사라는 정체성에 갇혀있다. 글로벌 그룹으로서 위상은 매출과 순이익으로만 결정 나는 게 아니라 사업내용과 계열사도 봐야 한다. 소니는 처음엔 현지화 전략 차원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은 매출의 절반이 되어버렸다. 넥슨도 이런 면에서 소니의 사례와 비슷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점차 콘텐츠 자체에 관심을 높여가는 단계라는 것이다. 자꾸 소니 사례를 드는 것은 넥슨의 본사가 일본에 있다는 것과도 연관이 있다. 넥슨은 삼성보다는 소니의 길에서 미래를 발견한 게 아닐까? 


진단


넥슨은 지금까지 잘 성장해왔고 우리나라 기업에서 보기 드물게 다국적 기업의 모습을 보이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그런 현재 넥슨의 가장 취약한 구조는 무엇일까? 그것은 게임에 집중된 사업구조이다. 넥슨도 이런 점을 인지했는지 블록체인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이쪽 사업은 시너지는 있을지 몰라도 워낙 변동성이 심한 분야라 사업 포트폴리오로서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엔터사업이 주목받고 있는데 넥슨은 일본에서 사업을 하면서 게임 원작 애니를 제작한 적도 있어서 경험이 없지는 않다. 일본은 미디어 믹스를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산업이 최적화되어 있다. 일본 사업에서 얻은 이런 노하우는 앞으로 엔터 사업을 확장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카트라이더(출처 : 넥슨)

 엔터사업을 확장한다면 어느 정도 해야 할까? 앞에서도 말했듯이 소니 정도로 해주는 게 회사를 위해 좋을 것이다. 엔터사업도 이제는 이합집산의 시대가 어느 정도 정리되어가고 있다. 디즈니가 걸신들린 것처럼 콘텐츠 회사들을 먹어치우는 바람에 역사 깊은 제작사들이 많이 사라졌다. 솔직히 디즈니 콘텐츠를 하나도 안 보는 게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넥슨이 하드웨어 사업을 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나는 사업을 서비스/소프트웨어/하드웨어 산업으로 나누는데 왜 이렇게 나누냐면 기업의 문화와 정체성이 여기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삼성, 엘지는 하드웨어 기업이다. 그 많은 현금과 인력을 가지고서도 소프트웨어 개발은 쉽지 않다. 아마도 삼성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인수하지 않은 것에 땅을 치고 후회할지 모르지만 내가 보기엔 인수했더라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고 본다. 이것은 기업의 문화, CEO의 가치관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보느냐, 개발에 대한 관점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 회사들은 소프트웨어를 그만큼 발전시키고 키울 의지나 문화가 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전자회사들이 하나같이 실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소프트웨어가 점점 영역을 넓혀가는데 오로지 하드웨어 마인드로 이것을 접근했으니 성공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소프트웨어 회사가 빈약한 것도 어쩌면 유교문화 기반의 수직적인 조직문화 때문이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사업분야마다 고유의 기업문화가 있기 때문에 강점을 발휘하기 위해선 넥슨에게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사업에 집중하라고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엔터사업이 적격이다.


 그런데 디즈니의 사례처럼 엔터사업도 규모의 경제가 받쳐줘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소니를 주목하라고 말한 것이다. 대형 영화사나 음반사를 통해 미국 본토에 진출해 아예 미국 문화의 일부가 될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엔터사업을 할 수 있다. 슬쩍 발만 담그거나 게임 IP 활용에만 머물면 아무 의미가 없다. 게임에 집중된 사업구조의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엔터 분야에도 독자적인 콘텐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직 자본에서 밀릴지도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추진해볼 필요가 있다.


 엔터사업 외에 넥슨이 해볼 만한 사업은 콘텐츠 유통사업이다. 넷플릭스, 스팀, 스포티파이 같은 회사들이 대표적인데 결국은 유통을 잡고 있어야 콘텐츠 공급에 유리하기 때문에 원천 콘텐츠 제작사인 넥슨으로서는 시너지가 있는 분야이다. 물론 시장에서 늦은 건 사실이지만 의외로 아시아권에서 전문 업체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OTT 시장에서 토종업체라고 해봐야 웨이브와 티빙 등이 있는데 내가 볼 때는 접근 방법이 틀렸다.

넷플릭스(출처 : 넷플릭스)

국내업체들은 자꾸 방송사와 연계한 콘텐츠를 내놓는데 이건 OTT와 전혀 맞지가 않다. 둘 간의 시너지가 별로 없고 경쟁관계이기 때문이다. 방송사에서 이미 방송한 걸 다시 보기로 본다고 해도 방송사 자체의 다시 보기, 유튜브 다시 보기와 겹치고 방송콘텐츠와 영화 콘텐츠의 심의기준, 시청 범위 등이 다르다. 공중파 방송에 적합한 소재는 OTT에서 굳이 볼 필요가 없고 먹히지도 않는다. 동시 개봉한다고 해도 역시 경쟁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 방송에서 많이 볼수록 OTT시청률은 낮아진다. 이번에 MBC의 ‘트레이서’는 동시 개봉을 했지만 올림픽 때문에 방송사가 결방하자 웨이브에서 단독으로 방영을 하기로 했다(출처:텐아시아, 2022.01.31, https://tenasia.hankyung.com/tv-drama/article/2022013041874). 공중파 시청자는 어쩌란 말인가.


 게다가 회원수를 늘리기 위해 자꾸 유통업체들과 손을 잡는데 쿠팡, 네이버, 11번가 등과 손을 잡는다고 해도 이들 회원들이 진짜 유로 콘텐츠를 살만한 회원인지는 의문이다. OTT의 기본 성격부터 알고 접근해야 하는데 그게 안되고 있다. 디즈니도 그래서 헤매고 있는데 OTT는 그냥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회사가 아니다. 온라인에서 봐야 하는 콘텐츠를 공급하는 게 OTT이다. OTT는 틈새시장, 다양한 장르를 지향한다. 디즈니는 PC라는 이념이 녹아들어 가 있는데 이것은 OTT에 맞지가 않다. OTT는 대중적이고 공중파에서 볼만한 콘텐츠를 보기 위해 돈을 내는 곳이 아니다. 그런 건 TV 방송에서 보면 된다.


 유료 콘텐츠라는 건 나만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넷플릭스의 신작들이 나올 때마다 수위가 높다거나 잔인하다는 얘기가 많은데 그게 이유가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을 위한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 위한 것이 필요한 것이다. 10명 중 6명이 만족할만한 콘텐츠는 기존 미디어에서 이미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사람들은 항상 불만족을 가지고 있었다. 1명은 수위 높은 좀비물이 보고 싶고 한 명은 고어물이 또 한 명은 SF만 하루 종일 보고 싶다. 그런데 공중파에서는 이걸 만족시켜줄 수가 없다. 공중파급 수위의 좀비물은 굳이 돈 내고 보고 싶지가 않다. 기존에 많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작품들을 보면 하나같이 마니아들이 좋아할 이런 작품들이 많다. 물론 대중적인 작품들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유료가입으로 끌어들이는 결정적인 콘텐츠는 OTT에서만 볼 수 있는 내가 원하는 콘텐츠이다.

러브데스로봇(출처 : 넷플릭스)

 한 가지 예로 넷플릭스에서 “Love Death+Robot”이라는 3D 애니메이션 작품이 있는데 수위가 거의 X등급에 가까울 정도로 높았고 잔인성, 선정성도 매우 높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에미상을 수상하고 많은 시청자의 찬사를 받았다. 내가 실제로 봐도 주옥같은 작품들이었다. 공중파 성향과는 아예 거리가 멀고 영화적으로도 마이너적인 경향이 짙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니아적 인기를 끌었다. 대중을 만족시켜려면 이런 수위 높은 작품은 애초에 만들지도 투자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넷플릭스라서 가능한 작품인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2기가 나왔는데 수위가 한참 낮아졌다. 15금이 되었는데 오히려 반응은 혹독하리만큼 좋지 않았다. 1기의 로튼토마토 지수가 75%, 2기는 49%였다. 직접 보니 한마디로 밋밋했다. 제작자는 같았는데 왜 그랬을까?

꼭 수위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1기가 가지고 있었던 정체성을 잃었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공포, SF 장르는 수위를 높이면 더 유니크하고 창작의 범위가 넓어진다. 기존 공중파나 대중매체는 항상 더 많은 사람을 만족시켜야 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창의력을 희생시켰다.


 이런 면에서 OTT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OTT는 매니악한 콘텐츠라도 오래 동안 걸어놓고 수익을 낼 수 있다. 극장에선 이게 불가능하다. 이런 본질적인 면을 외면한다면 OTT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넥슨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진입한다면 콘텐츠 유통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OTT만을 얘기하는 건 아니고 게임 유통, 음악 유통도 마찬가지이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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