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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Mar 06. 2022

60대 기업 경영진단 -넥슨- 2

#47. 넥슨

1편에 이어서...


  메타버스, NFT에 관해서는 한국이 또 우물 안 개구리가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2017년 블록체인 광풍이 불던 가운데 정부의 암호화폐에 대한 철퇴로 국내 블록체인 열풍이 식은 이후 마치 구한말처럼 벽을 쌓고 지내온지 언 4년이 넘었다. 그동안 블록체인 업계는 상전벽해의 시간을 가졌다. 3세대 블록체인이 등장하고 메타버스, NFT와 결합하면서 다시금 붐을 일으키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2021년도가 열풍의 시기였는데 실제 시장의 측면에선 향후 3~5년 사이에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은 Project MOD라는 걸 추진하고 있는데 메타버스 관련 콘텐츠 개발 플랫폼인 것으로 추정된다. 내가 여기서 하나 지적하고 싶은 것은 남들 한다고 떠밀리듯이 뛰어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2021년에 워낙 메타버스가 열풍을 일으키니 국내 빅 게임사들이 앞다퉈 메타버스 참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로드맵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무슨 사업을 어떻게 해서 수익을 낼지 큰 로드맵이 없고 기존 게임에 블록체인을 넣는다든가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것 같은 단편적인 아이디어에 머물고 있다. 나는 왜 그런지 짐작이 간다. 이것은 탑다운 방식으로 계획이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임원급들이 메타버스, NFT기획안을 만들라고 지시하면 밑에서 허겁지겁 계획안을 작성한다. 근데 이렇게 작성되는 계획안은 근시안적이고 단편적일 수밖에 없다. 일단 간부들부터가 블록체인이 뭔지, 현재 트렌드가 어떻게 되는지 전혀 모르고 직원들이야 그런 간부들의 눈에 맞는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니 거창하거나 새로운 로드맵을 작성할 수 없다.


큰 기업에서 일해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위에서 지시가 떨어졌을 때 어쩔 수 없이 작성하는 보고서의 한계를 말이다.

미국처럼 수평적인 문화라면 서로 토론하고 공부하면서 논의가 발전이라도 할 텐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다. 보고서 작성자는 주로 하급자라서 욕먹지 않게 매우 방어적인 계획안을 만들 수밖에 없다. 즉 혁신은 사라지고 면피를 위한 사업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건 아무 실질적인 변화가 없는 쇼에 불과하다. 휴대폰에서 3인치 화면을 4인치로 바꾸는 건 혁신이 아니다. 단순 트렌드에 불과한 거다. 진짜 혁신은 앱스토어를 구축하고 아이튠즈를 만드는 것이다. 시장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 말이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출처:로블록스)

메타버스는 내가 보기에 10단계 중에 4단계 정도를 지나는 중이라고 본다. 세 가지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는데 소프트웨어 기술의 진보, 법적 문제,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이 그것이다. 물론 대중화에 성공하느냐는 또 별도의 문제이다. 앞의 이 문제들이 해결돼야 대중화를 생각해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메타버스 기업 로블록스는 상장 후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4년 연속 적자(출처:investing.com, 20220220, https://kr.investing.com/equities/roblox-corp-income-statement)를 못 면하고 있고 21년도에는 무려 4억 9천5백만 달러의 적자를 냈다. 우리 돈으로 5천억이 넘는 돈이다. 대장주가 이 정도니 이 시장이 아직 데스밸리에 있다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넥슨은 무턱대고 메타버스에 뛰어들 것이 아니라 커다란 로드맵부터 먼저 세워야 한다. 우리나라 회사들은 임기응변에 능한 탓에 미국 기업이 리스크를 다 해결하면 그때 뛰어들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 가지고는 늘 2류 기업을 벗어날 수 없다. 로블록스처럼 맨바닥에서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캐시카우도 있는 넥슨 입장에선 급한 것이 아니니만큼 좀 더 고민해서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이건 탑다운으로 해결될 것은 아니고 연구소에서 장기간 연구해야 할 문제이다.


 Project MOD는 이제 막 나와서 뭘 하는지 알기도 어려운데 이런 솔루션부터 내놓을게 아니라 거대담론을 먼저 던지고 그게 충분히 연구소에서 가다듬어진 다음에 솔루션을 내놓아야 한다. Project MOD를 보면서 또 하나 문제제기를 할 것은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개발자 커뮤니티를 너무 회사가 주도한다. 이런 건 대회를 열어 상주고 개발자한테 돈을 쥐어준다고 활성화되는 게 아니다. 생태계를 만들고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프로젝트 MOD홈페이지(빨간 부분이 개발자센터)

즉 개발자와 회사가 직접 연결되는 방식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회사는 콘퍼런스를 통해서 종합적이고 표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선에서 멈춰야 하고 개발자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많은 자료를 배포하고 생태계 구축에 더 신경 써야 한다. Project MOD를 보니 신청 안 한 사람은 뭔지 볼 수도 없게 해 놓았다. 언리얼이나 자바, MS에서 이렇게 하는 걸 본 적 있나? 무슨 기술인지 알리는 게 개발자 커뮤니티의 목적인데 Project MOD는 뭘 하는 건지 알기가 힘들게 해 놓았다. 개방성이 필수인데 오히려 폐쇄적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이다. 

개발자센터 화면 홈페이지

 이건 그만큼 프로젝트에 자신이 없거나 로드맵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경진 대회하듯이 개발 툴 뿌려서 콘텐츠 수만 늘리고 그걸 홍보자료로 활용하고 이러면 깜짝 효과는 있겠지만 정작 저변 확대라는 중요한 목표는 놓쳐서 자생력 없는 서비스가 되고 만다. 기본적으로 서비스가 좋으면 개발자는 자연스럽게 오게 되어있다. 상금 같은 거 안 줘도 된다. 생태계를 마련하고 더 많은 자료를 공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Project MOD의 개발자센터는 홈페이지 맨 아래 깨알글씨를 클릭하면 들어갈 수 있는데 Creators Inviational 2021 기간이라고 모든 메뉴가 막혀있다.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뉴스를 클릭하면 뜨는 메시지

메타버스와 관련해선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하나는 떠밀려서 해선 안되고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또 하나는 폐쇄적으로 운영되어선 안되고 개방성을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는 것이다. 생태계는 다양성이 생명이다. 먹거리를 주고 쉽게 활동할 수 있게 만들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오게 해야 한다. 이건 경진대회 같은 것과 전혀 다른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뭐만 하면 경진대회를 한다. 참 줄 세우기 좋아하는 근성이다.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에 회사로부터 돈을 받고 개발자가 된 사람이 있나? 거기 가면 접근하기 쉬운 개발 툴이 있고 개발 툴을 활용하면 돈이 벌리는 게임을 만들 수 있기에 가는 것이다. 


요즘에는 P2E라고 해서 게임하면서 돈을 버는 장르도 나왔는데 이것도 마찬가지다. 판만 잘 깔아주면 사용자는 오게 되어있다. 여기에 회사가 너무 주도적으로 개입하면 안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유로운 개발이 위축된다. 예를 들어 내가 A회사가 만든 메타버스 내에서 게임을 만들었는데 갑자기 A회사 주최 경진대회 1등 한 놈이 나와서 회사의 서포트를 받으며 트래픽을 쓸어 간다고 해봐라. 짜증 나는 일이지. 거시경제에서 공공시장이 커지면 민간시장이 줄어드는 논리와 똑같다.


 넥슨이 시장을 선도할 생각이 있다면 넥슨만의 메타버스 수익모델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 그리고 데스밸리를 온몸으로 견딜 만큼 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고 찔러만 보는 식의 접근은 안된다. 


전망

넥슨은 게임회사로서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해 게임주 2위까지 올라간 전설적인 기업이다. 나의 전망이라고 해봐야 그들의 전문성에 미치지 못할 것이지만 넥슨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넥슨은 이미 글로벌화되어있고 한국시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정치가 발목을 잡고 떼법이 많이 작용하는 한국적 환경을 떠나 보다 넓은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는 건 장점이다. 

화상 게임 플랫폼 페이스플레이(출처:넥슨)

넥슨은 신사업을 많이 물색 중인 것으로 보이는데 게임과 단순 연계만 생각하지 말고 자생력을 갖추고 게임이 잘 안 될 때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찾아야 한다. 이미 콘텐츠 쪽으로 한 발을 내디뎠고 그다음 수는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아마도 제2의 반도체가 될지도 모르는 메타버스에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지도 궁금해진다.


 개인적으로 한국에만 머물지 말고 해외 연구센터와 기업 인수를 더 많이 해서 기업문화 자체가 다국적 기업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우리나라 게임회사에서 아직도  야근이나 괴롭힘 등 인권 얘기가 나올 정도로 강압적인 문화가 있다.

게다가 넥슨처럼 큰 회사 입장에서는 갈수록 관료화되고 보수화되는 조직에 대한 문제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소이다.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올랐으니 이제부터는 체질개선을 하고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그런 조직을 만드는 것이 과제이고 앞으로의 성장도 거기에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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