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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Jul 10. 2022

60대 기업 경영진단 -넷마블-

#48. 넷마블

소개

 넷마블은 게임 좀 한다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름일 것이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을 이끌어가는 3N(넥슨, 엔씨, 넷마블)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요즘엔 워낙 게임 기업이 많이 생겨서 점점 희석되고 있지만 미국에서도 EA, 블리자드 같은 전통의 강자가 굳건하다. 의외로 게임업계에서도 전통이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대기업 순위 47위 넥슨에 이어 넷마블을 소개할 텐데 같은 게임회사라서 상당 부분 내용이 중복되기 때문에 유사한 부분은 제외하고 설명하겠다.


 넷마블은 게임회사 중에도 특색을 가진 회사이다. 몇 가지 통계를 보면 회사의 성격을 바로 알 수 있다. 업계 라이벌인 엔씨와 비교해 보면 재밌다. 넷마블에서 발표한 2022년 1분기 실적 자료를 보면 우선 해외 매출이 84%이다. 그중에서도 북미가 49%, 유럽이 12%이다. 반면 엔씨는 해외 매출(로열티 제외)이 33%에 불과하고 이 중에서 북미와 유럽은 합쳐도 4.97%밖에 안된다. 왜 이런 매출구조 차이가 발생할까? 개인적으로 추정하자면 게임 장르 때문이 아닐까 한다.


 넷마블의 경우 매출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장르가 캐주얼 게임(48%)이다. 캐주얼 게임이란 간단하고 단순한 구조의 게임으로 단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게임 장르이다. 퍼즐처럼 줄거리도 없고 그냥 한판 한판 즐기면 되는 게임이다. 물론 넷마블도 RPG와 MMORPG를 합치면 40%에 달한다. 그러나 다른 회사들에 비해 비중이 적고 캐주얼 게임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통계는 없지만 넷마블의 사례만 보아도 북미에서는 진지한 대작 게임보다 단순한 캐주얼 게임이 사랑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엔씨의 경우 캐주얼 게임은 실적 발표상으로는 미미하다(통계로 잡지도 않아놓았다). 그럼 왜 북미 유럽에서 캐주얼 게임이 더 인기일까. 이는 아무래도 네트워크 인프라가 한국보다 좋지 않은 게 원인이지 않을까 싶다. 어디 가나 와이파이가 깔려있고 집에서는 초고속 인터넷이 되는 한국에서는 트래픽이 많은 온라인게임을 소화하는데 지장이 없다. 그러나 북미는 위성안테나를 써야 할 정도로 산간벽지가 많다. 그러니 캐주얼 게임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지 않을까 한다. 엔씨가 실적이 좋은 대만, 일본 모두 네트워크 인프라가 좋은 편에 속한다.

넷마블의 야구게임 마구마구(출처:채널넷마블 홈페이지)

 넷마블의 매출에 중국이 없는 게 이상한데 중국은 사드 보복 이후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을 사실상 막고 있다. 게임 등록(판호)을 안 해주는 방식인데 이해가 안 되는 건 중국 게임의 한국 진출에는 아무 장벽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전체주의 국가로서 다른 나라의 자유시장경제 과실을 다 따먹고 정작 자국의 시장은 독재로 막아버린다. 여기에 상호주의로 대응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전체주의 국가와는 방어적 무역만 하는 게 옳다고 본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사태로 보듯이 전체주의 국가들은 그 후진성 때문에 결국 전쟁을 한다. 러시아에 의존하던 유럽 국가들이 낭패를 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멀지 않은 시기에 중국에 의존하는 국가들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제제가 시작될 것이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부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대책이 있을까? 내가 기업 경영자라면 중국이 패권 욕심을 내고 미국과 대립할 때 이미 철수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삼성을 비롯해서 많은 기업들이 대대적인 투자를 한상태라 앞으로의 일이 걱정된다. 


 본론으로 돌아와, 넷마블에 캐주얼 게임이 많은 것은 넷마블의 태생 때문이다. 넷마블은 초기에 게임 포탈로 시작했다. 당시에 인터넷이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방면으로 게임 시장이 열렸는데 소위 채널링이라는 방식으로 여러 게임을 한 곳에 모아서 제공하는 게 넷마블의 영업모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여러 게임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큰 게임보다는 작은 게임이 유리하다. 소위 다품종 소량 판매가 되는 것이다. 당시에는 플래시 게임, 올드 게임 등 다양한 장르가 있었으니 충분히 좋은 영업모델이 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현재의 넷마블은 모바일 비중이 92.7 % 나 되는 모바일 게임회사가 되었다. 채널링 방식을 포기하고 일찌감치 모바일 게임에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 엔씨의 경우 모바일 비중이 71.7%란 것을 볼 때 넷마블이 얼마나 모바일에 집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작은 용량의 캐주얼 게임이 모바일에 더 잘 맞는다는 측면도 있다.


넷마블은 2021년 1510억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년 2000억 언저리는 실적으로 나오는 기업으로 다소 실적이 내려가는 중인데 22년 1분기는 적자까지 나왔다. 게임사의 약점은 신작이 부진할 하거나 부재할 경우 실적이 급격히 안 좋아진다는 것이다. 부동산 같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문어발 계열사를 가진 것도 아니라서 실적수치면에서 불리한 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니 추후 어떤 방식으로 실적을 전환시킬지 지켜볼 일이다.


근황

신작 게임 ‘제2의 나라’ 출시 외에 특별한 근황은 없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열리며 한창 성장을 구가했던 게임사들이 이제 어느 정도 정체를 맞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넷마블은 모바일 시장에서 보여왔던 성과를 뒤로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갈림길에 서있는 상태이다. 2021년에는 소셜카지노 게임업체 스핀엑스를 2조 5천억의 거금에 인수했다. 캐주얼 게임으로 카드게임이 가지는 위치는 상당한데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인수했다고 한다. 

제2의나라(출처:넷마블)

조금 오래된 일이지만 2020년 정수기 렌털사업으로 유명한 코웨이를 인수했다. 1조 7천4백억으로 인수했는데 당시 좀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넷마블 측에서는 구독 경제를 통해 시너지를 만들 거라고 했지만 언론조차 의아해했다(출처: 이코노믹리뷰, 20200612, https://www.econovill.com/news/articleView.html?idxno=400668). 다수 언론들에서도 도대체 이 인수가 뭘 의미하는 추정 했지만 설득력 있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스핀엑스(출처:스핀엑스 홈페이지)

진단

넷마블이 왜 코웨이를 인수했을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뚜렷한 액션이 없으니 아직도 결론내기는 힘들다. 기업분석을 하는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수수께끼이다. 진짜 이유는 경영진이나 알겠지만 여기서 잠시 추정해 보기로 한다. 우선 회사 측에서 표면적으로 밝힌 것은 구독 경제이다. 근데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구독 경제가 좋다 하니 개나 소나 구독경제라고하는데 나는 정수기 렌탈은 구독 경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구독 경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고 2세대, 3세대 순으로 나눠질 뿐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논리면 세상에 새로운 건 없고 다 세대만 다를 뿐이다. 


신문, 잡지 정기구독, 우유배달 같은 전통적 산업과 지금의 구독 경제라고 부르는 업종의 차이는 뭘까. 내가 생각하는 구독 경제는 온라인 서비스와 결합된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반찬 정기배송 서비스의 경우 동네 반찬집에 가서 월 결제로 할 수도 있다. 지금도 고시원 주변 식당에서는 월 결제로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런데 누가 이걸 구독 경제라고 불렀나. 그러나 여기에 온라인이 결합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온라인 반찬 배송업체와 계약을 맺고 다양한 반찬을 정기적으로 배송받고 결제하는 것이면 구독 경제가 되는 것이다.


 넷플릭스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콘텐츠 서비스와 극명한 차이를 볼 수 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등 콘텐츠 서비스는 있었다. 여기서는 돈을 내고 해당 콘텐츠만 구해하는 방식을 택했다. 한번 결제하고 무한대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탈퇴해버리면 회사는 손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게 얼마나 근시안적인 발상인가. 원래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체로 생태계를 만들기보다 단기간에 실적 내고 뽑아먹을 사업만 찾는 경향이 있다. 미국 기업들이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대성공하는 이유는 자세히 보면 생태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 산업의 테두리 안에 있는 모든 기여자가 같이 사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출처:넷플릭스

 그럼 넷플릭스는 단기간에 콘텐츠를 소비하고 빠지는 독자를 어떻게 막았을까? 바로 오리지널 콘텐츠이다.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이탈자를 막고 지상파와 동시 개봉하는 작품도 많아서 사실상의 케이블 방송 역할까지 겸할 수 있었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기존 케이블 방송에도 있었다. 하지만 케이블 방송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사실상 구색 갖추기에 불과했다. 투자된 돈이나 작품수가 적어서 사람들이 오리지널이라고 해서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았고 콘텐츠의 품질 자체도 높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내용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거액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차별화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했다. 특히 대중적인 장르가 아닌 틈새 장르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유료 사용자를 끌어들였다. 대중적인 장르는 기존 미디어에도 많으니 굳이 유료 사용자가 돈 내고 가입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틈새 장르라면 얘기는 다르다. 오징어 게임도 대중적인 장르나 표현방식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러브 데스+로봇 이란 작품은 X등급 수준인데 에미상까지 받았다.

출처:넷플릭스

 정수기 렌탈 서비스도 온라인과 결합된다면 구독 경제가 가능한데 중요한 건 온라인의 역할이 단순 결제 연계 역할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O2O(Offline to Online) 사업에서 가장 큰 착각이 오프라인 사업을 그대로 온라인으로 옮기면 된다는 것이다. 원래 웹서비스 이론에서도 이런 식의 착각을 가장 경계하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우유배달을 구독 경제로 전환한다고 했을 때 그냥 홈페이지로 신청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맞춤형 유제품 배달 서비스를 고를 수 있게 하고 할인쿠폰, 나아가 포인트까지 쌓아준다면 구독 경제가 될 수 있다. 이런 게 아니면 가입만 귀찮지 구독 경제로 해서 소비자가 얻는 부가가치가 전혀 없는 서비스가 된다.


 사용해보진 않았지만 코웨이는 구독 경제라기보다 전통적인 산업으로 보인다. 그래서 구독 경제 시너지는 말이 안 된다고 본다. 구독 경제가 맞다고 해도 게임과의 시너지는 매우 적다. 그럼 왜 인수했을까? 넷마블의 계열사 구조를 한번 보자.

넷마블의 계열사 구조는 보면 2021년도 공정위에서 내놓은 소유지분도에 잘 나와있다. 대주주 방준혁은 개인회사로 인디스 에어를 가지고 있고 나머지 회사들은 모두 넷마블 산하의 회사이다. 인디스에어는 에어 포장팩 전문회사인데 방준혁이 넷마블을 CJ에 매각한 후 다시 대주주로 복귀하기까지 근 10년 동안 여러 회사에 손을 댔고 이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웨이도 이 시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인디스에어와 코웨이는 어느 정도 사업상 접점이 있다. 에어팩은 정수기 포장, 필터 포장 등에 활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디스에어는 왜 샀을까? 관심법이 없는 한 여기까지 파악하는 건 어렵다. 방준혁 본인이 넷마블로 복귀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가정하면 넷마블과의 연관성은 없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카카오 같은 젊은 국내 신진 재벌들이 엔젤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같은 맥락이 아니었나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과 달리 1조가 넘는 코웨이의 인수는 뭔가 목적이 있었을 것 같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 등은 게임과 무관하지 않을뿐더러 실제로 BTS World라는 모바일 게임이 출시되었다. 중요한 건 빅히트도 무형 콘텐츠 산업으로 게임과 맥락이 비슷한데 코웨이는 아니란 것이다.


 그럼 도대체 뭘까. 내가 볼 때는 코웨이라는 제조업을 하나 가지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공장이 있는 산업 그것도 B2C회사를 가진다는 것은 회사로는 상당한 이점이 있다. 특히 무형자산만 있는 게임업체로서는 더더욱 그렇다. 코웨이는 웅진 시절의 무리한 경영만 아니었다면 회사 자체는 건실하는 평이었다. 아마 오래전부터 눈여겨보고 있다가 기회가 생겨서 배팅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제로 인수 후 코웨이의 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게임이라는 국한된 콘텐츠 서비스 영역에 머물러있던 사업 포트폴리오가 코웨이 인수 후 제조업이 가세하면서 훨씬 균형 잡힌 모습이 되었다. 나는 이전의 기업분석에서도 항상 인터넷 기업들에게 제조업을 가지라고 권고했었다. 게다가 코웨이의 계열사로 하수재이용 기업들이 2개나 있는데 이런 것은 ESG경영에도 상당한 이점이 있다. 게임회사 입장에선 ESG를 구현한다는 게 무척 난감할 수 있다. 특히 환경면에서 더 그렇다. 원래부터 공장이 없는데 어디서 친환경을 추구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하수처리 후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사업은 점수를 딸 수 있는 좋은 사업이다. 물론 2020년 초만 해도 국내에서 ESG가 강하게 주장되던 시기는 아니라서 주된 이유는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선택이 되었다. 


 결론적으로 코웨이 인수는 제조업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측면이 아니었나 한다. 혹시 실패하더라도 코웨이 정도면 언제든지 좋은 값에 매각이 가능하니 투자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넷마블의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마브렉스(출처:채널 넷마블)

 이제 다른 면을 보자. 넷마블에는 코웨이 산하 계열사까지 포함하면 21개의 계열사가 잇다. 채널링을 했던 기업이라 그런지 지분구조도 포털 같다. 넷마블 에브리플레이가 있다. 가까운 헬스센터나 뷰티숍을 연결해주는 O2O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에브리 핏이라는 앱이 나왔는데 주변의 헬스, 뷰티점을 알려주고 바로 연락할 수 있게 해 준다. 부동산 앱인 다방의 헬스뷰티 버전과 비슷하다. 에브리플레이의 대주주는 미디어웹이란 회사인데 PC방 관련 부대사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엠엔비라는 콘텐츠 제작회사가 있다. 이외 코웨이 계열을 제외하고는 전부 게임회사이다.


 여기서 두 가지 확장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하나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하는 업종과 연계하여 서비스업종을 추가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전혀 다른 업종을 이식하는 것이다. 전자의 방식으로 생각해보면 카카오나 넥슨처럼 콘텐츠 산업을 키우는 방안이 있는데 넷마블의 게임이 캐주얼 게임 위주로 콘텐츠면에서 좀 약한 편이다. 캐릭터를 상품화할 수는 있지만 게임 외에 서비스업이 별로 없는 넷마블로서는 게임 캐릭터를 계열사를 통해 활용할 방법이 별로 없다. 카카오는 금융계열사도 있고 메신저 서비스도 있고 해서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하지만 넷마블은 다르다. K팝이나 영화 등에 투자해서 게임 콘텐츠와 연계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은 다른 게임회사도 마찬가지이므로 여기서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게임에서 쌓은 현금을 기반으로 계속 제조업을 확장하는 후자를 생각해보자. 이미 코웨이가 있으므로 제조업 기반은 있다고 볼 수 있다. 기반이 왜 중요하냐면 경영 인력풀이나 기업문화 등이 기업을 운영하는데 많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로 현대산업개발에서 영창피아노를 인수했는데 내가 보기에 둘 간의 시너지는 커 보이지 않는다. 억세기로 유명한 건설업과 감성의 악기제조가 만났다. 제조업이라는 공통점 외에는 어떤 공통점도 찾기 힘들다. 든든한 후원자로서 역할은 되겠지만 영창피아노의 확장성은 별로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이건 DNA의 문제이다. 가끔 이렇게 DNA가 안 맞는 기업을 인수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너의 판단에만 의존하는 우리 기업문화의 특징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악기제조회사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나 카카오 같은 회사에서 인수했다면 더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본다. 


 이 리포트의 초안에는 넷마블이 제조업중에서 게임처럼 중독성 있는 사업을 넣는게 어떨까 생각해서 시뮬레이션 해보았는데 그림은 좋았지만 마치 민초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탐관오리처럼 탐욕스러운 이미지가 너무 강했다. 특히나 여론이 이성을 압도하는 한국적 시장에서 자칫 그랬다가는 강제로 수익을 기부하라는 압박에 시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례적으로 리포트를 수정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어떤 사업을 하는 게 좋을까? 제조업이면서 게임과 달리 사회적 기여가 무척 큰 사업이 좋을 것이다. 그런 게 뭘까. 가능하면 소외되고 자본투자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더욱 좋다. 한참을 고민해보는데 몇 가지가 떠올랐다. 우선 떠오르는 게 친환경 발전사업이다. 발전장비를 만드는 것처럼 수직계열회가 필요한 사업보다는 발전소를 인수하는 게 어떤가 한다. 발전소를 인수하면 비용은 들지만 큰 손해 없이 장기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많은 대기업들이 부수 사업으로 이것을 하고 있는데 솔직히 게임회사가 이걸 한다고 해서 큰 시너지는 없다. 다만 ESG 점수를 조금 더 받거나 게임으로 번 돈을 환경을 위해 투자한다는 사회적 공헌에 관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 발전소에 지역인재와 소회계층을 고용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LX인터내셔널이 인수한 포송그린파워 포송 바이오매스 발전소

 또 하나는 반도체 설계기업 인수이다. 반도체야말로 무제한적인 자본이 들어가는 업종이고 장기적 시각도 필요하다. 실제로 반도체를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이 게임이기도 하기 때문에 원인 유발자인 넷마블에서 반도체 회사를 인수해서 운영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준다. 여기서 좀 더 생각해야 할 것은 대규모 자본이 투여되는 생산이 아닌 설계만 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본업도 주업도 아니므로 반도체에 삼성처럼 투자할 순 없다. 부업이면서도 기업의 가치를 높여주고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그런 사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에는 설계만 하는 반도체 회사들이 꽤 있다. 이들은 모두 자본에 목말라있다. 넷마블로서는 이런 업체들 중 유망한 업체를 인수해 제조업으로 진출해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대규모 생산이 아닌 반도체 장비회사를 인수하는 것도 좋다. 이런 기업들은 강소기업으로서 큰 리스크 없이 자본만 투자하면 꾸준히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본업인 게임에 투입되는 역량을 분산시키지 않는 선에서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 솔직히 돈만 있다면 ARM 같은 회사를 인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50조 원가량이 필요하다니 불가능하겠지만 ARM과 비슷한 성격의 회사들은 있다. 통신칩이나 그래픽 칩 등 특수목적의 칩을 설계하는 회사들은 생산설비는 없지만 설계 특허를 가지고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걸 통해서 넷마블이 그냥 즐기는 기업이 아니라 산업에 꾸준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게임회사로서 받던 견제나 사회적인 비판 등은 많이 없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아예 미래지향적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수익 낼 생각을 하지 않고 장기적인 사업을 해보는 것이다. 우주항공 관련 사업을 한다든지 자원 관련된 사업을 하는 것이다. 즉각적인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생산적인 업종을 영위함으로써 기업의 이미지를 일신시킬 수 있고 나아가 잘만된다면 새로운 영역을 구축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 테슬라가 우주항공에 관심이 많은 것은 순전히 머스크의 개인적인 관심 때문이다. 그의 탈인간적인 상상력은 현실에서 가능한 것보다는 미래에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 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테슬라 자동차가 잘 팔릴 때나 안 팔릴 때나 똑같았다. 그래서 팬들이 생겨나는 것이고 제2의 스티브 잡스로 추앙받는 것이다. 테슬라가 자동차로서 브랜드 이미지를 쌓는 것보다 머스크의 혁신이 쌓아주는 면이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기업이 없을까? 그건 바로 물려받아서 회장이 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적어도 넷마블은 그런 데서 벗어나 있으니 좀 더 과감한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전망

게임업계는 코로나 사태 와중에는 선방했는데 오히려 코로나 완화 이후 상황이 안 좋아졌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게임의 트렌드도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히트작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한 원인이다. 우리나라 게임사들 대부분이 빅히트 게임 한두 개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니 이런 일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트렌드의 변화는 꾸준한 인수합병으로 체질을 개선해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메타버스, P2E 등이 떠오르고 있는데 메타버스는 아직도 갈길이 먼 장기 프로젝트로 여기서 성공하려면 우리나라 회사들이 그동안 신경 쓰지 않았던 개발환경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넷마블의 메타버스 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출처:채널 넷마블)

메타버스는 생태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앱스토어처럼 많은 개발자들이 참여해야 서비스가 풍부해진다. 그러려면 개발환경과 개발자 지원이 중요하다. 외국에서는 당연한 문화인데 아직도 한국에서는 낯설기만 하다. 덜렁 서비스만 내놓고 개발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런 건 회사가 주도하면 안 되고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이끌고 갈 수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해야 한다. 공모전 따위를 해서 눈에 보이는 홍보효과만 노리려고 하면 아무것도 안된다. 우리나라 회사들은 뭐만 하면 공모전을 한다. 줄 세우길 좋아하는 건지 그게 윗사람한테 보고하기 좋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다.


P2E는 법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데 빨리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키워나가면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는 장르라고 본다. 애당초 현질의 위력이 지금 게임회사들을 키웠기 때문에 P2E가 우리나라 게임회사들이 잘할 수 있는 장르이다. 다만 여기서 또 과욕을 부려 수수료를 엄청 챙긴다든가 최초 창작자가 남는 게 없게 한다면 단기 시장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이 시장이야말로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자체 생태계를 갖추도록 설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앱스토어가 7:3으로 돈을 벌어간다고 말이 많지만 앱스토어가 생기기 전에는 1:9였다. 7:3은 황금비율이자 개발자들에게 발주자 눈치 보지 않고 다이렉트로 소비자와 만나게 해 준 신의 한 수였던 것이다. P2E도 이점을 명심하고 오늘의 이익보다는 시장규모를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


넷마블은 현재까지 잘해왔고 앞으로의 전망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하면 된다는 뜻이 아니다. 가장 잘해왔던 걸 버릴 수 있을 정도의 혁신이 필요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한번 무너지면 그 흐름을 바꾸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 시점에서 회사 전반을 진단하고 혁신의 고삐를 당길 때가 되었다. 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산업이 게임산업이다. 기득권은 필요 없다. 넷마블은 기존 성공사례에 집착하지 말고 다양한 영업기회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할 때만 미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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