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르히아이스 Jul 23. 2023

60대 기업 경영진단 -HMM-

#49. HMM

소개/근황

오늘 소개할 기업 HMM은 일반인에겐 낯선 사명이지만 현대상선의 후신이라고 하면 아마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마 2021년 가장 극적으로 성장한 회사를 꼽자면 단연 HMM일 것이다. 코로나가 터지고 모든 산업이 죽을 쑤던 시점에 해운업에서 이렇게 스타기업이 나왔다. 주가는 2020년 1만 원 밑에서 시작해 2021년 5월 5만 원을 찍었다. 무슨 신규상장이나 코스닥기업도 아니고 업력이 40년이 넘은 기업이 이렇게 갑자기 급성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영업이익도 2020년 9천8백억(2019년엔 적자)에서 2020년 7조 원이 넘게 되었다. 


 기업이 성공하려니까 모든 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물동량 감소로 해운업계는 치킨게임에 들어갔고 2016 국내 1위 해운기업 한진해운이 파산했다. 이때 현대상선도 버티지 못하고 산업은행으로 넘어갔는데 이후 정부에서는 지원금을 몰아주며 대형 상선발주를 도왔다.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자 모든 사람들은 2008년 경제위기 충격이 다시 올 줄 알았다. 그래서 이미 구조조정될 대로 된 해운업계는 몸집을 더욱 줄였다. 그런데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물동량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공급망 충격이 있었다(수요가 더 많았다). 이 부분에 대해선 여러 의견들이 많은데 사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충격은 강했지만 깊지는 않았다. 주가는 급속히 회복됐고 수요도 줄지 않았다. 산업계는 비대면, 온라인으로 전환해 위기를 돌파했고 정부에서는 경쟁적으로 지원금을 줬다. 이 때문에 유동성이 오히려 풍부해지는 상황이 온 것이다. 


 개인적인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온라인 쇼핑은 오프라인 쇼핑보다 더 소비하게 많드는 경향이 있다. 싸다는 인식과 다양한 품종 때문에 구매의욕을 최대한 자극한다. 백화점, 마트에 가면 다리가 아프고 무거워서라도 어느 정도 사면 돌아오게 된다. 품종도 매우 제한적이다. 그런데 온라인은 그런 게 없다. 코로나로 오프라인은 타격이 있었지만 온라인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맞았다. 자영업에 비해 직장인의 타격이 크지 않았던 것도 수요가 줄지 않은 원인이다. 2008년 경제위기와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유동성이다. 그때는 유동성이 메말랐고 2020년엔 유동성이 줄지 않았다.


 사람들은 오프라인 소비를 줄였을 뿐이지 온라인 소비는 계속했다. 오프라인, 온라인 사업을 다 가진 대표적 유통기업 롯데쇼핑의 2020년 영업이익은 3,461억으로 2019년 4,279억에 비해 줄긴 했지만 충격이라고 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2021년엔 2,076억까지 줄었지만 2022년에 3,862억으로 다시 늘었다. 영업시간 규제까지 당한 걸 생각하면 생존을 다툴 충격은 아니었다. 물론 영업 외 비용이 급증해 당기순이익은 적자였다. 그런데 이것은 2018년에도 마찬가지였다. 

11000 TEU급 HMM Blessing 호(출처: HMM 홈페이지)

 아무튼 지속되는 구조조정으로 물류운반능력은 줄었는데 물동량은 줄지 않았고 공급망 문제로 인해 재고를 미리 확보하려는 경쟁이 벌어지면서 오히려 물동량이 늘어나는 분야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운임이 급등하고 해운업계는 초호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다른 업체들이 몸집을 줄인 반면 HMM은 대형선박보유로 여유가 충분해서 이 호황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한마디로 ‘날아오르게’ 된 것이다.


 과거 현대상선은 선단식 경영의 전형으로 조선업을 하는 현대그룹 입장에서 벨류체인의 한축이었다. 배는 현대중공업에서 만들면 되고 현대그룹의 수출물량을 받아 실적으로 채울 수 있었다. 해상보험은 현대해상에서 하고 무역은 현대종합상사에서 하면 되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그림인가. 이것은 국내 1위였던 한진해운과는 대조적이다. 한진해운은 그룹 내 시너지라고 해봐야 정유사가 있었던 게 그나마이고 다양한 물류수단(항공, 육상, 해상)을 가진 게 장점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위기 때 뭔가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룹 내 물량이 있거나 자금줄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 가족승계로 인해 오너리스크도 있었던 상태라 시장에서 1위가 죽고 2위가 사는 드문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 대목에 대해 한진해운을 살렸으면 좋지 않았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판단의 문제이긴 하지만 당시 판단이  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 지금 HMM이 호황을 누리는 것도 해운업계가 구조조정되었고 한진이 사라진 영향이라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갑자기 코로나가 터져 공급망 부족이 생길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냥 두었다면 계속 돈을 퍼부어야 하는 상황이 왔을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진단

  HMM은 2022년까지 초호황을 마무리하고 2023년부터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주가도 2만 원 밑으로 떨어졌고(7.22 현재) 1분기 영업이익도 2990억(전년동기 3조 1,334억)으로 전년동기의 1/10로 줄었다. 나는 2022년에 HMM분석글을 섰다가 다른 일로 공개를 못하고 최근에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 다음과 같이 분석했었다.


 “HMM은. 2022년에도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수그러드는 상황인데도 공급망 문제는 여전하다. 나는 HMM이 지금부터 연착륙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뜨거울 때가 가장 차가울 때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2010년대 해운업 치킨 게임이 벌어진 것도 덩치를 키운 상태에서 물동량이 줄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은 경기에 민감한 해운업 특성상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10년 주기로 경제위기가 찾아오고 있는데 그때마다 죽거나 살거나 를 반복할 수는 없는 일다. 이렇게 상황이 좋을 때 그룹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모색해야 한다.”


 2023년 7월 현재 이 분석은 그대로 적중하고 있다. HMM이 어느 정도 대비했는지는 알 수 없다. 조금 걱정스러운 것은 HMM이 주인 없는 회사란 점이다. 산업은행이 최대주주인데 국가가 주인일 경우 별 탈없이 현상태를 유지시켜 좋은 값을 받고 파는 게 목적이지 10년, 20년을 내다본 혁신을 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그럴 이유도 없다.

16000 TEU급 누리호(출처:HMM홈페이지)

 그래서 일단 당면과제는 민영화가 돼야 한다.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산업은행 밑에 있으면 아무래도 그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다. 2021년이 매각의 최적기가 아니었나 하는데 산업은행이 왜 매각하지 못했는지 아쉽다. 주가는 이미 그때에 비해 반토막이 나있다. 주식시장도 싸늘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오죽하면 신규상장 기업들이 상장을 연기하고 있을 정도이다.


어차피 매각이 될 회사이므로 새로운 오너가 들어온 후 다시 예상해 보는 게 좋을 것이다. 본 글에서는 어느 곳으로 매각되면 좋을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해 짚어보기로 한다.


 매각이 된다면 어디로 매각되는 게 좋을까? 일단 가격이 문제인데 언론에서 나오는 얘기는 약 4~5조 원대이다(출처: 2023.07.11, 서울경제, https://www.sedaily.com/NewsView/29S7V8GER4). 물론 채권단이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어 더 늘어날 소지도 있지만 매각의 흥행을 위해서는 5조 원을 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물망에 오르는 회사는 SM, 현대차, 포스코, CJ그룹, LX그룹등이다. 여기서 2022년 한국경제신문이 예측한 회사가 있는데 내용이 흥미롭다(출처: 한국경제, 20220604,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6033221i). 유코카캐리어스라는 회사인데 이 노르웨이 해운사는 자동차 운송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현대기아의 지분이 20%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HMM을 인수하기엔 너무 덩치가 작다. 유동성이 있다고 하지만 가진 유동성을 몽땅 쏟아부울 수는 없는 일이다. 현대기아가 힘을 쓰면 가능한데 이 경우는 차라리 현대자동차 그룹에서 인수하지 노르웨이 해운사를 경유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나오는 곳이 현대글로비스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무역, 물류를 담당하는 계열사이다. 이미 언론에서 관련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출처:더 벨, 20210706,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2107011412029000106644&lcode=00). 상당히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고 본다. 다만 내부거래라는 딱지를 어떻게 뗄지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더 벨’에서 이와 관련한 시리즈기사를 낸 적이 있는데 인수대상자로 현대중공업도 포함시켰다. 일부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를 갖고 있는 현대그룹까지도 후보군에 넣고 있다(출처:블로터, 20210129, https://www.bloter.net/newsView/blt202101290012)


 현대그룹이 매우 보수적이고 유교적인 가풍과 기업문화인 점을 감안하면 불확실성이 큰 요즘 엄청난 금액을 감수하고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가 한전본사건물을 10조 원대에 산 것을 보고 알 수 있듯이 오너의 결정이면 다소 무리한 계약도 가능하다. 범현대가의 시각으로 본다면 현대의 한 핏줄인 HMM이 남의 손에 넘어가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이 현대그룹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현대건설을 인수한 사례가 있다. 다만 현대차그룹과 HMM의 시너지는 다소 유보적이다. 이미 현대글로비스라는 물류회사가 있고 앞서 말한 유코카캐리어스라는 외주회사도 있다. 전기차 시장이 열리면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에 물류회사에 거액을 투자할 것인지 의문이고 내부거래라는 규제의 벽도 있다.

HMM의 극동-남미 라인(출처: HMM홈페이지)

 CJ대한통운 등도 말은 나오는데 CJ가 과연 그럴 여유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앞서 한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물류 계열사를 키운다는 것만으로 사업적 시너지가 과연 있는가는 의문이다. 언듯 보기에 육해공 물류를 다 갖추면 좋을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남의 물건을 나르는 것은 언제나 을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기변동에 대응할 위험분산 수단이 없다. 그래서 그룹 내 물동량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CJ가 수출중심 기업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주력인 식품과 엔터테인먼트는 현지사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운에 의존할 이유가 별로 없다. 


현대중공업은 어떨까. 현대중공업도 범현대가 입장에서 와해된 현대그룹의 영광을 재현하는데 관심이 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현대상선을 놓고 현대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적도 있다. 현대중공업이 인수한다면 배를 공급하고 유지보수하는데서 이점이 있다. 현대상선도 안정적으로 배를 공급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다소 일차원적인 이익이다. 그룹 내부거래도 감시되는 요즘 모든 배를 현대중공업에 발주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룹사 배를 사는 게 현대중공업에는 이익이 될지 몰라도 HMM에 어떤 이익이 될 것인가 의문이다. 발주를 줄 때도 차라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을 경쟁을 붙이는 게 유리하지 현대중공업에 몰아준다고 좋을 게 있을까? 


 더군다나 조선업은 해운업과 옆동네나 다름없기 때문에 경기에 따라 같이 풍랑을 만날 수도 있다. 포트폴리오라는 건 한쪽이 무너질 때 한쪽이 버텨줘야 하는데 해운과 조선은 같이 불황이 올 가능성이 높다. 한진이 그 대표적 예이다.


 범현대가 현대그룹도 원래 자기 계열사였으니 당연히 욕심이 나겠지만 이제는 HMM이 너무 덩치가 커버렸다. 한마디로 집 나가서 잘된 케이스가 됐다. 현대그룹의 사세가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인수하다가는 또 다른 위험을 맞을 수 있다. 게다가 자기들의 경영잘못으로 국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사업에서 이제 좀 살아나니까 다시 가져가겠다는 건 도덕적으로도 보기가 좋지 않다. 국가가 사고처리반은 아니지 않은가. 한 10조 원 내고 사가겠다면 모르겠지만 동일한 조건이라면 페널티를 주는 게 맞다고 본다.


 그리고 포스코가 있는데 일단 현금 보유량은 충분하다. 그러나 과연 4-5조 원대의 빅딜을 할 배짱이 있겠느냐가 관건이다. 왜냐하면 포스코에는 오너가 없기 때문이다. 월급쟁이 회장이 과연 이런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포스코의 당면과제가 무엇인가가 중요한데 지금 포스코의 급선무는 원자재 공급 해결이다. 원자재 값이 뛰고 공급망이 불안한 요즘 원자재 수급안정이 그룹전체의 실적을 좌우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포스코는 최근 원자재와 2차 전지 쪽으로 집중하고 있다. 그룹의 취약점과 새로운 먹거리를 동시에 공략하는 것이다. 이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지속적인 투자와 리스크를 가져가야 하는 사업이라 여기에 HMM까지 인수할 여력이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오너가 아니기에 우리나라 특유의 뚝심보다는 현실적이고 안전한 투자를 선호할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HMM 초대형유조선(VLCC)(출처: HMM홈페이지)

 포스코는 최근 계속 자원, 에너지 쪽에 힘을 쓰고 있다. 최근 인수사례만 보아도 테라테크노스(실리콘음극재생산기술보유), 호주 세넥스에너지(천연가스)등을 인수했다. 2010년 초중반만 해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는데 이후 그룹실적 악화로 많은 욕을 먹었던 것도 인수에 소극적인 이유이다. 우리나라처럼 수직적인 문화에서 오너가 없을 때 과연 전문경영인이 장기적인 플랜을 세울 수 있는가에 의문이 있었는데 포스코를 보면 부정적인 해답이 나오기 쉽다. 전문경영인은 단기간 실적이 안 좋으면 교체되기 쉽고 그에 관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쓴다. 또한 차기를 노리는 경쟁자들의 비난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주주들 눈치까지 봐야 하니 대형 인수건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매물로 나온 회사가 리스크 없을 리가 없으니 주주들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 포스코는 포트폴리오나 자금면에서 적합한 회사이다. 결단을 내릴 수 있느냐 없냐가 문제이다.


 비교적 최근 나온 기사들을 보면 LX그룹도 꼽히고 있다. LG그룹에서 분가한 이후 몸집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인수대상을 물색 중인데 그룹 내에 판토스라는 물류 포워딩 회사가 있어서 시너지가 있어 보인다. 물류 포워딩이란 물류운송의 업무를 대신해 주는 것을 말하는데 실제 물류회사인 HMM과 연계된다면 전방사업과 후방사업이 합쳐진 것처럼 수직계열화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여기서도 내부거래의 이슈는 있다. 그리고 인수대금을 마련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내가 볼 때 LX그룹에 필요한 계열사는 제조업 분야가 아닌가 한다. 그룹 내 무역역량을 활용하여 꾸준하게 수출실적을 내줄 그런 사업이 필요하다. 


 HMM을 인수할 후보 중에 마지막으로 꼽히는 것이 SM그룹이다. SM그룹은 대기업 경영진단에서 소개해드린 호남기반 빅 3 건설회사(중흥, 호반, SM) 중에 하나로 최근 가장 돋보이는 성장을 보인 기업들이다. 이 3개 회사의 공통된 특징은 부채비율이 낮고 현금보유고가 높다는 점인데 그래서 쟁쟁한 기업들을 거침없이 인수하고 있다. SM은 인수대상 후보들 중 가장 적극적이다. 이미 해운계열사를 갖고 있고 한진해운의 알짜노선이라는 미주노선까지 인수했다.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SM상선이 지속적으로 HMM의 지분을 매수해 이미 3대 주주까지 와있다(출처:뉴데일리, 20220622,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2/06/22/2022062200139.html).


 SM그룹의 특수인 지분이 6%대(출처: 머니투데이, 20220708,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2070708492462349)인데 지분변동내역을 보면 재밌다. SM그룹 쪽 지분이 계속 늘고 있다. 2023년 7월 현재 공시된 걸 보면 6.56%에 달한다(출처:연합인포맥스, 20230709, http://news.einfomax.co.kr/news/articleView.html?idxno=4272920). 회사 측에서는 단순투자목적이라고 하지만 오너회사가 단순히 재무적인 목적으로 이만한 투자를 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HMM이 지분을 보유 중인 스페인의 알헤시라스 터미널(출처: HMM홈페이지)

 재무적 투자라면 이렇게 여러 계열사에서 매집하지는 않을 것이다. 애초에 SM은 인수합병계의 단골손님이었다. 이미 경남기업, 우방, 동아건설 같은 올드보이 건설사들과 철강, 중공업, 화학까지 손을 대며 포트폴리오만 보면 80년대 현대그룹 부럽지가 않다. 인수합병을 통해 급성장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지분에 손을 대니 당연히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겉으로는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지 않지만 간 보기 치고는 많이 인수했다고 본다. 


아마도 시장상황을 보면서 채권단과 딜을 칠 시기를 노리는 것 아닌가 한다. 가격이야 어차피 주식시장에서 결정되는 거니 그렇다 치고 경영권 프리미엄이나 매각 방식등은 협상에서 결정될 것이다.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의지를 보일 때나 어느 정도 주가가 가라앉으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인수가 성사된다면 마치 중흥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이나 마찬가지 상황이 되는 건데 기업만 놓고 보면 좋은 일은 아니다. 작은 회사가 큰 회사를 인수할 경우 더 크게 성장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승자의 저주가 오거나 큰 회사의 자산만 빼먹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인수에 거액을 쓰며 무리했기 때문에 추가 투자보다는 투자금 회수를 먼저 하기 때문이다. 그럼 SM은 왜 협상을 통한 인수를 하지 않고 지분부터 미리 매입했을까?


 여기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내가볼 때는 향후 블록딜시에 올수 있는 충격을 분산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한다. 예를 들어 블록딜을 하면 주가변동에 대응하기 힘들지만 나눠서 매수를 하면 그나마 낮은 가격에 매입이 가능하다. 게다가 미리 인수한 지분을 활용해 인수기대로 이익을 볼 수도 있고 나중에 활용가치없으면 팔아버리면 된다. 게다가 3대주주의 권한으로 향후 매각에 유리하게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 현재 HMM이 보유한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도 그렇고 주가에 대한 대응도 관련된다. HMM부채를 갚도록해 몸을 최대한 가볍게 하고 가급적 주가를 낮춰가는 쪽으로 의사결정을 지원해 주가를 안정화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건 모두 뇌피셜에 불과하지만 지분부터 산다면 이렇게 추측할 수 있다.


 오너들은 대개 주가가 뛰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상속세가 높아지고 지분율 조정도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SM이 3대 주주에 불과하지만 정부보다는 대응력이 빠르다고 볼 때 이 지분이 인수 전 환경조성을 위한 선발대로서의 역할은 할 수 있다고 본다. 즉 마중물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HMM인수에서 변수는 더 큰 기업들의 참여이다. SM의 계획대로 가려면 인수후보가 유일해야 한다. 현대차 같은 헤비급이 들어오면 자리를 비켜줘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 HMM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경기를 많이 타는 해운업의 특성상 이를 완화시켜 줄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가진 기업으로 인수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10 대기업 안의 회사들이 인수를 해야 할 것이며 개인적으로는 현대차와 포스코가 적합하지 않나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60대 기업 경영진단 -넷마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