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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Aug 19. 2023

60대 기업 경영진단 -장금상선-

#50. 장금상선

소개

오늘 소개할 기업은 2023년 공시대상 자산 순위에서 36위에 랭크된 장금상선이다. 이 회사에 대해선 아마 처음 들어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이번 조사를 하면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사실 B2C기업이 아니면 일반인이 접할 기회는 많지 않고 더군다나 30대 기업도 아니라면 더욱 알기 어렵다. 하지만 나름대로 최대한 자료를 긁어모아 조사를 해보았다. 재밌게 읽어주기 바란다. 60대 기업까지 이제 11개 남았는데 끝까지 해보겠다.


 장금상선은 HMM, SM에 이어 국내 해운 업계 3위의 기업으로 자산규모만 12조에 달한다. 자산규모에서 지난해 50위였는데 올해 36위까지 뛰어올랐다. 해운업계 초호황이 영향을 주었는데 이 회사의 성장과정이 독특해서 언급하고 넘어가겠다.


 장금상선은 정태순 회장이 한중무역이 막 시작되기 전인 1989년 홍콩에 설립한 장금유한공사를 모회사로 하고 있으며 한국과 중국 회사가 50:50 지분으로 출발해 나중에 100% 전량 지분을 확보한 회사이다(출처: 시사저널, 20221006, https://www.sisa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247635).  


 이것만 봐도 알다시피 한중간의 운송무역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였고 운송 지역을 넓히게 되었다. 한중무역이 시작되기 직전에 회사를 세우고 한중무역이 급증한 걸 생각하면 적어도 중국 쪽 사업에 있어서는 굉장한 노하우와 감을 가지고 있는 회사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근황

2019년에는 흥아해운 컨테이너부문을, 2021년에는 흥아해운 전체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워왔다. 그룹의 몸집을 키우는 동안 마침 해운업호황이 터지면서 물동량이 급증하여 2020년에 재계 58위였던 것이 2023년에 36위까지 올라왔다. 역시 운과 타이밍을 타고나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 

벌크선 사업(출처: 장금상선 홈페이지)

흥아해운이 어떤 회사인가 살펴보니 해운업에서는 나름 뼈대 있는 기업으로 자금난 때문에 워크아웃 중인 기업이었는데 이번에 인수하게 되었다. 사실 회사만 따지면 장금상선보다 더 오래된 회사로 1961년 창업했고 1976년 국내 해운사 최초로 상장되었다. 홈페이지에는 사가(社歌)가 자랑스럽게 떠있는데 애처로운 느낌이 드는 것은 과한 생각일까. 아무튼 이 회사는 상장까지 되어있는 회사로서 그룹 내에서는 유일한 상장사이다.


2023년 흥아해운의 이윤재 회장이 별세했는데 기업의 긴 법정관리가 끝나고 매각이 완료되자 세상을 떠난 것을 보면 기업인에게 회사란 무엇인가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 마치 하나뿐인 자식이 결혼하는 것 보고 눈을 감는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장금상선은 최초 설립 시 지분구조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중간 무역선을 주력으로 출발했고 주로 아시아권을 겨냥하고 있었다. 여기에 흥아해운을 인수해 좀 더 넓은 지역을 커버하는 종합 해운회사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주요 서비스권을 보면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동남아시아 라인이 있다.


진단

문제점 및 과제

이렇게 새롭게 떠오르는 기업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M&A로 인한 급성장, 좁은 사업영역이 그것이다. 물론 HMM처럼 특정 업종의 경기가 좋아서 자산가치가 올라가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이미 완숙한 한국 경제에서 이런 일은 드문 편이다. M&A 없이는 쉽지 않다.

컨테이너 사업(출처:장금상선 홈페이지)

 장금상선 자체는 상장기업이 아니라서 재무제표를 못 찾았는데 해운신문에 간단한 실적이 올라와있다.

 장금상선의 실적을 보면 2022년 매출 4조 9263억원(+44.5%), 영업이익 1조 8019억원을 올렸다.  놀라운 수치인데 그만큼 뜨거운 해운업의 여름을 보냈다는 얘기도 된다. 하지만 잘 나갈 때 조심해야 하는 게 인생이다. STX가 거침없이 성장하다가 한순간에 무너진 것처럼 내실 없이는 지속적인 생존이 어렵다.


 부채비율을 보니 2021년 기준 94.5%로 이 또한 매우 양호하다(출처: 더 벨, 2022.06.23.,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2206201307458240105192&lcode=00). 보통 인수합병을 하면 부채가 늘어나기 마련인데 물론 이 재무제표에 인수에 따른 자금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 모르지만 좋은 상태인 것은 분명하다. 2020년 부채비율이 300%였던 것을 감안하면 영업에서 번돈을 상당 부분 부채상환에 썼다는 걸 알 수 있다(출처: 더 벨, 2022.04.22,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2204181339364440109011&lcode=00).


 누가 보더라도 장금상선의 현재 재무상태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 해운업이 경기를 매우 타는 산업이란 걸 생각해 보면 과연 해운업이 내리막일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우면 호황 때는 좋지만 불황 때 타격도 더 큰 법이다. 우선은 부채를 줄이고 현금을 축적하려는 노력은 좋다.


 그런데 단순한 포트폴리오에서 오는 구조적 약점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이다. 이것은 HMM도 마찬가지였지만 HMM이야 어차피 인수될 회사이므로 그때 가서 따져볼 일이지만 장금상선은 다르다. 


상선회사는 물량확보가 제일 중요한데 그룹 내 물량이 없으니 수출물량을 확보해 줄 그런 회사를 인수해야 한다. 물론 어지간한 회사로는 물량충당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없는 것보다는 낫다. 내부거래의 부담은 있지만 아직 그걸 생각할 때는 아닌 것 같고 제한선까지는 충분히 늘려도 된다고 본다. 30대 기업은 기존 물류거래선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 뚫기가 쉽지 않다. 마치 비은행권 카드사가 겪는 영업력 한계와 비슷하다. 이 부분은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그 외에 하나 걱정인 것은 회사의 핵심 무역선 중에 한중, 한러 라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아마도 러시아 라인이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더 위험한 것은 중국라인이다. 회사의 모태이기도 해서 참 아까운 부분이지만 회사가 장기적으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국라인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본다. 

냉동컨테이터(출처: 장금상선 홈페이지)

 나는 개인적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전체주의 진영과 민주주의 진영 간 대접전이 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어떤 형태이든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회사들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굳이 미중패권다툼이 아니더라도 지금의 중국이 전체주의 노선으로 회귀하고 있는 이상 리스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전체주의는 필히 전쟁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나라가 잘되어도 못되어도 전쟁이 일어난다. 


 중국이 침략당할리는 없고 침략국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되면 국제 제제가 들어갈 것이고 글로벌시대의 종말과 함께 세계무역시대도 끝나고 해운업은 그야말로 초토화될 것이다. 중국은 공공연히 전쟁을 언급하고 있으므로 이것은 매우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이다.


 중국라인을 일부러 버릴 필요는 없지만 비중을 줄여나갈 필요는 있다. 절대적인 비중이 아니라 상대적인 비중말이다. 현재의 중국라인을 일단 두고 다른 라인에 투자를 해서 늘려나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중국-대만 분쟁이 일어날 시 감당하기 쉽지 않다. 중국이 전체주의 국가만 아니라면 전쟁의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을 텐데 전체주의 국가의 모든 조건을 갖춘 이상 제2의 러시아가 될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다른 라인으로 확대가 어렵다면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중국물량이 없이도 3,4년 버틸 수 있는 정도가 되어야 한다. 전쟁이 한번 일어나면 2,3년은 가게 마련이다. 물론 대만영토가 좁다 보니 그렇게 전쟁이 길지는 않겠지만 제제가 해소되고 관계가 회복되려면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전망

최근 몇 년 동안 해운업의 초호황기를 맞아서 그룹이 대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문제는 해운업이 조금씩 식어가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평년 수준만 유지해 준다면 큰 문제가 없지만 미국경제의 갑작스러운 침체로 세계경제 위기가 다시 온다면 해운업계는 치명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미 오랜 역사를 가진 회사이므로 충분한 내성이야 있겠지만 기업이 성장하면 항상 거품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거품을 재점검하고 내실을 다시 한번 다져야 할 때이다.

컨테이너 선박 서비스(출처: 흥아라인 홈페이지)

 한 가지 이슈는 오너가 고령이다 보니 승계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승계방식은 2세가 신규 회사를 세워서 내부거래로 규모를 성장시키고 시드머니를 마련한 다음 그룹사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요즘 이 방식이 정석처럼 유행하고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현행상속세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사람으로서 이런 방식이 우회경로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냥 회사를 물려받으면 세금을 내야 하지만 신규회사를 세워 몹집을 키우고 기존회사를 인수하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예전처럼 가문의 정신이 중요한 시절에는 승계를 통해 기업정신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애초에 유교사회는 점점 무너지고 있고 재벌들 스스로가 자식들을 유교적으로 키우고 있지 않지 않은가. 그런 2세들이 경영을 맡아야 할 당위성은 없다. 지분을 받고 소유만 하는 서구식 재벌가로 가야 할 것이다.


 장금상선은 언론에 난 기사를 통해 보면 승계가 상당히 무난하게 진척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출처:월간중앙, 2020.06.08, https://jmagazine.joins.com/economist/view/330218) 해운업의 경기가 다시 내려가는 시점이라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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