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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Oct 29. 2022

삼성의 ARM인수 가능성 분석 -1-

1.ARM은 어떤 회사인가?

 언론들이 한참 삼성의 ARM인수 가능성에 불을 지피고 있다. 조회수 올리려고 분석도 없이 ARM인수라는 제목을 붙이고 있다. 나는 이 시점에서 내 나름의 분석을 해보려고 한다.

분석 순서는 다음과 같다.


1.ARM은 어떤 회사인가?

2. 인수 시점은 적절한가?

3. 적정가치의 인수는 가능한가?

4. 삼성이 인수한다면 ARM은 어떻게 될까?

5. 인수 가능성 예측


1. ARM은 어떤 회사인가?

 예전에 연구소에서 일할 때 ARM 칩을 열심히 파면서 공부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도 이미 다수의 모바일 환경에서 ARM이 CPU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통신칩은 퀄컴이, 모바일 CPU(AP)는 ARM이 휘어잡는 시대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ARM이 왜 이렇게 인기를 얻게 된 것일까?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아무래도 임베디드 환경에 최적화된 칩 설계를 내놨기 때문이다. 요즘엔 모바일이 대세라 임베디드(Embedded)란 용어도 잘 안 쓰는 추세인데 요즘 NFT처럼 한창 유행했던 단어이다. 임베디드란 내장되어있다는 얘기인데 뭐가 내장되어있냐면 바로 칩이다. 메모리 같은 게 아니라 CPU를 말한다. 칩이 내장된 시스템을 임베디드라고 하고 휴대폰, 태블릿, 로봇 등이 다 해당된다. 자동차도 임베디드라고 할 수 있다.


 임베디드 혹은 모바일 환경이라고 해서 뭐가 그렇게 다를까? 지금도 그렇지만 임베디드 환경은 일반 PC환경에 비해 환경이 열악하다. 일단 배터리 제한이 있고 작은 기기 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공간적 제약이 있다. 그러다 보니 칩이 더 작아질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낮은 처리속도와 적은 용량의 램이라는 성능적 제약까지 부수적으로 따라왔다.


 문제는 모바일 환경이 이렇게 꽃 피울 줄 모르는 상황에서 누구도 여기에 맞는 칩을 내놓을 생각을 안 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기회는 도처에 널려있는데 우리는 항상 모르고 지나친다. 지나고 보면 그게 기회였다는 알고 늘 후회한다. 예전에는 인텔이 모든 CPU를 거의 독점하다시피 했는데 그게 모바일 환경에도 그대로 이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인텔은 모바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 ARM이었다. ARM 말고도 다른 회사도 있었겠지만 돈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시장에서 그나마 앞서 있던 게 ARM이었다. 


 ARM의 시초는 Acorn Computer란 회사인데 영국에 있는 컴퓨터 제조 회사이다. 근데 이 회사의 전신이 Cambridge Processor이다. 즉 마이크로칩을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다는 얘기이다. 자체 개발한 칩으로 컴퓨터를 만들었고 그러다가 ARM(Acorn RISC Machine) 칩을 개발했다. IBM PC의 대중화에 밀려  큰 인기를 끌지는 못했는데 애플의 눈에 이미 들어와 있던 이 칩은 애플이 뉴턴(Newton)이라는 PDA를 개발하면서 새롭게 조명을 받았다. PDA는 휴대폰의 할아버지 정도 되는 것으로 모바일 단말기인데 전화만 안 되는 휴대단말기라고 보면 된다. 전자수첩의 업그레이드된 형태에 가깝다.


 애플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Arcorn과 함께 합작회사를 설립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ARM(Advanced RISC Machine)이다. 3년 뒤 뉴턴이 출시되었고 이것은 ARM 아키텍처를 적용한 최초의 모바일 기기가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시장에서 외면받으면서 ARM은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된다. 하지만 뉴턴 프로젝트가 실패한 건 그 당시 환경이 받쳐주지 않았던 탓이지 기계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때 이미 애플이 ARM 칩이 모바일에 적합하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애플의 PDA 뉴턴

 그러고 보면 실패가 꼭 실패가 아니라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애플은 누구보다 빨리 모바일 기기를 내놓았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ARM 칩이 탄생했고 가능성을 보였다. 뉴턴 프로젝트가 없었으면 ARM은 사장되었을지도 모른다.


 ARM을 설명하는 단어의 RISC가 무슨 뜻인가 궁금할 수 있는데 여기까지 들어가면 글이 너무 어려워지니 간단하게 설명하면 CPU칩은 크게 CISC(complex Instruction Set Computer)와 RISC(Reduced Instruction Set Computer)로 나뉜다.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CISC는 다양한 명령어를 가지고 있는 복잡한 아키텍처이다. 여기에는 인텔같은 X86계통의 칩들이 해당한다. 명령어가 많은 만큼 다양한 연산이 가능하다. 서버에도 많이 사용된다. 


 반면 RISC는 명령체계를 단순화해서 만든 칩으로 당연히 구조가 단순해지고 속도도 빨라졌다. 아무래도 CISC는 칩 발달 초기에 여러 명령어들이 추가되면서 발전하다 보니 별로 쓰지 않는 명령어도 많았는데 이런 것들을 줄인 것이다. 이 RISC칩 중에 하나가 ARM 칩이다. 정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당연히 모바일에는 RISC칩이 적합할 수밖에 없다. 애플의 예전 CPU칩인 파워 PC 칩도 RISC인데 이런 점에서 ARM과 애플은 전부터 접점이 있었던 것이다. 이때만 하더라도 영국이 나름 혁신적인 국가였는데 어쩌다 요즘처럼 뒷방 노인네 신세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기존 인텔 계열 CPU는 CPU 따로 메모리, 컨트롤러 따로였다. 부피도 많이 차지하고 전력 소모도 많았다. 

이것은 일반적인 PC환경에서는 문제 될게 전혀 없었다. 그런데 모바일 환경에서는 최소의 전력으로 최소의 공간만 사용해야 하는 제약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설계가 필요했다. ARM은 하나의 칩 안에 메모리와 컨트롤러(제어기) 등이 통합되어있다. 이걸 SoC(System on Chip)이라고 한다. 내부 버스(통로)를 이용해 통신하니 속도도 빠를 수밖에 없고 전력 소모도 최소화되었다. 설계만 하는 회사다 보니 다른 반도체 회사들이 부담 없이 이 설계를 가져다 썼고 누구에게나 개방적이어서 현재 모바일 시장의 90% 이상 장악하게 되었다. 


 ARM이 설립될 당시 애플이 참여했었다는 것도 재미있는 얘기이다. 그 후 애플이 지분을 모두 정리한 것은 실책일까? 그렇게 생각하기도 어려운 것이 이 당시는 모바일 환경이 이렇게 확대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때이고 1998년이니까 그럴 여력도 별로 없을 때이다. 애플의 뉴턴 프로젝트가 잘 되었다면 아마 ARM을 그대로 인수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지분 매각 시 ARM의 인력을 빼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라면 그렇게 했을 것 같다. 지금도 애플이 ARM인수에 꿈쩍도 안 하는 걸 봐서는 나름대로 대안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2장(인수 시점은 적절한가?)은 곧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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