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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르히아이스 Nov 02. 2022

삼성의 ARM 인수 가능성 분석 -3-

3. 적정가치의 인수 가능한가?

1.ARM은 어떤회사인가?

2.인수시점은 적절한가?

3.적정가치의 인수는 가능한가?

4.삼성이 인수한다면 ARM은 어떻게 될까?

5.인수가능성 예측


ARM의 가치는 지금 적게는 50조 많게는 100조까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삼성이 인수할 경우 ARM의 최고점에서 사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삼성 인수 이후 가치가 더 높아질 가능성은 적다고 본다. 왜냐하면 삼성이라는 브랜드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엔 중립적인 회사로서 모든 회사를 상대로 영업을 했지만 앞으로는 삼성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당장 삼성과 경쟁하는 회사들이 껄끄럽게 될 것이다. 생각해보자. 삼성은 애플과 최대 경쟁자인데 이런 회사의 설계를 받아쓴다? 지금도 디스플레이나 메모리는 쓰고 있지 않냐고 할 수 있지만 그것과는 문제가 조금 다르다. 이들은 모두 부품 공급처이고 대안이 있다. 삼성 메모리가 안되면 하이닉스를 써도 된다. 디스플레이는 LG가 있다. 중국산도 있다. 그러나 ARM은 피해 갈 수가 없다. 이걸 인수하도록 그냥 놔둘 리 없고 인수되면 갑 오브 갑이 탄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에 심각한 리스크가 생겨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 당장 애플은 별도의 독립적인 설계회사를 차릴 가능성이 높다. 


 만약 애플이 이탈한다면 ARM의 가치는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애플의 시장 점유율도 점유율이지만 ARM이 사업영역을 확장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것이 애플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독립했는데 다른 회사들이라고 그냥 있을까? 나머지 회사들은 연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뒤에 중립적인 단체를 만들어 독립하려 할 것이다. 최소한 이런 움직임을 보여줘야 ARM에 협상력이 생긴다. 되든 안되든 별도의 설계를 진행하고 여차하면 넘어갈 듯이 위협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ARM이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사실상 경쟁이 없었지만 경쟁이 발생하면 막대한 비용과 투자가 소요될 것이다. 그럴수록 삼성에 기댈 수밖에 없고 삼성의 입김이 세어지는데 지금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ARM 본사 전경(출처:파라다이스 뉴스)

 지금 ARM 직원의 퇴사가 많다는 기사가 나오는데 좀 의외의 소식이어서 왜 그런 것인지 생각해보았다. 기사에서는 회사의 불확실성 때문에 그렇다는데 불확실하다고 월급 안주는 것도 아닌데 그건 이유가 아닐 것 같다. 영국이 무슨 우리처럼 평생직장 보장해주는 곳도 아니고 회사가 망한다고 갈 곳 없는 것도 아니다. ARM 반도체 엔지니어라면 갈 곳은 많다. 그럼 뭘까?


 아무래도 ARM의 미래가 암울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불확실하기 때문이 아니라 확실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는 회사가 뭐가 암울하냐고? ARM은 모바일 시장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칩을 내놓은 덕분에 시장을 장악해왔다. 그러나 관리만 하는 소프트뱅크 밑에서 혁신적인 성장을 기대하긴 힘들었다. 비전이 있어야 성장하는 게 회사이다. 지금 ARM의 비전은 누가 제시하고 있는가? 로열티 수익이 따박따박 들어오긴 하지만 아무리 설계만 하는 기업이라도 인텔 같은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이 투여된다. 2022년 초에 직원이 6500명이라고 하는데 벌써 감원 기사가 여러 번 났다(출처: 아시아경제, 2022.10.04, https://www.asiae.co.kr/article/2022100415424926741). 최대 15%를 감원한다고 하는데 기업 인수가 좌절됐다고 왜 이렇게 감원을 해야 할까?


ARM의 재무상태를 살펴보았다. 2021년 역대 최대 매출 3조 4200억, 조정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은 1조 2700억에 달했다. 매년 1조 원대 영업이익은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것과 회사의 내부 사정은 다를 수 있다. 특히 회사에 주인이 없을 때 그렇다.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 선장이 없이 이리저리 휘둘리고 특히 매각 대상에 오르면 내부 구성원조차 일이 손에 안 잡히게 된다. 워낙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니 당장에 티가 나지는 않지만 매각 대상에 올라가 있다는 것 자체가 회사가 장기적 의사결정과 투자를 못하게 한다. 차세대, 차차세대를 내다보고 투자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이는 매우 치명적이다.

ARM CEO Rene Haas(출처:ARM 홈페이지)

 매각을 위해선 장부상 가치를 최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실적 부풀리기도 있을 수 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보지만 재무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건 사실이다. 리스크 있는 사업에 손을 댈 수가 없고 장기 프로젝트 투자는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이익이 나면 투자보다는 재무구조 개선에 주로 쓰인다. 게다가 매각 대상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회사 내 모든 활동이 위축된다. 구성원 모두가 눈치를 보게 되고 직장분위기 특히 기강이 무너지게 된다. 얼마 전까지 트위터가 비슷한 모양새인데 테슬라가 인수를 한다만다 계속 말이 오가는 사이 트위터는 동네북이 되고 있었다. 재무상태를 보면 2018년부터 영업이익이 감소하다가 2020년에는 영업이익 1천7백만 달러로 간신히 적자를 모면했고 2021년에는 272백만달러의 흑자를 냈지만 순이익은 221백만달러 적자였다.


결국 인수가 완료되어 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 트위터 주가는 2022년 4월 인수 소식 이후 50달러까지 급등했다가 나중에 인수 포기설이 나오며 32달러선까지 떨어졌다. 이런 와중에 트위터가 어떤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으며 장기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겠는가. 불과 몇 달이라 큰 피해는 아니지만 이걸 몇 년 끌어버리면 그야말로 기업은 엉망진창이 된다.


국내에서 유사한 사례로는 대우건설, 대우조선이 있다. 대우건설은 인수후보 정도가 아니라 주인이 몇 번이나 바뀌었다.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한국 자산관리공사에 인수되었다가 다시 금호그룹에 매각되었다 토해냈고 그걸 산업은행이 인수했다가 최근에 중흥건설에 매각되었다. 재밌는 건 금호건설, 중흥건설 모두 대우건설보다 작은 건설회사라는 점이다(호남 회사라는 공통점도 있다). 아무튼 이과정에서 대우건설은 2006년 금호그룹에 매각될 때 매출 13조 9천억, 영업이익 1조 5천억(출처:대우건설 홈페이지)이던 것이 2010년 산업은행에 재매각될 때 매출 16조 7천억, 영업이익 -2천2백억이 되었다.

최신 ARM 칩의 구조(출처:ARM 홈페이지)

 그 후 호반건설, 중국 업체 등 여러 회사의 인수설이 있었다. 2021년 중흥건설로 매각될 때 재무상태는 매출 8조 6천억, 영업이익 7천3백억이었다. 10년 넘는 시간 동안 대우는 많은 자산을 팔고 매각가치를 높이기 위해 재무구조 개선에 신경 쓰면서 영업이익이 늘었지만 매출이 15년 전보다도 줄었다. 이건 장기 프로젝트를 지양하고 공격적인 영업을 피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영업이익을 중요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매각 대상에 오른 기업은 매출도 봐야 한다.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는 회사라면 보통 회사의 영업력과 기술은 우상향하기 때문에 매출도 우상향하는 게 맞다. 매출이 준다는 것은 성장이 멈췄다는 것이고 회사의 사업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이다. 영업이익은 시장 상황과 돌발적인 요소 때문에 감소할 수 있지만 매출은 꾸준하게 유지해줘야 강한 기업이다. 대우조선도 비슷한데 대우조선을 한화가 최초 인수하려고 했던 2008년 인수가가 6조 원대이었는데 2022년 인수가가 2조 원대로 줄었다. 이것은 그만큼 대우조선의 자산과 가치가 많이 줄었다는 것이다.


ARM과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Cruise의 CEO가 자율운행차에 함께 탑승한 모습(출처:ARM홈페이지)

실제 그런가 보니 2008년 12조 원대 매출, 영업이익 7천억(출처: 연합뉴스, 2017.05.11,https://www.yna.co.kr/view/AKR20170511193051003 ), 2021년엔 매출은 4조 4천억, 영업이익 -1조 7천억의 기록적인 추락을 했다. 여기서도 매출이 줄었다는 게 결정적인데 13년 전보다 거의 1/3로 줄었다. 우리 경제의 인플레와 성장을 생각할 때 드라마틱하게 줄은 것이다. 매각대상에 올라있는 동안 기업이 얼마나 망가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장을 90%이상 장악한 ARM의 전망을 나쁘게 보고 있는 건 아마 나뿐인 것 같지만 관리만 하는 회사 밑에 있으면 회사가 성장을 할 수가 없다. 


 ARM은 워낙 사업기반이 탄탄해서 앞에서 예를 든 회사들 같은 상태는 아지만 재무상태는 좋게 보여도 과연 장기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구성원이 단결하여 나아갈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반도체 사업은 특히나 장기투자가 중요한데 아무리 설계만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이다. 계속 다음 세대, 다다음 세대의 반도체 설계에 투자해야 초격차 경영이 가능한 것이다. 어쩌면 10년 넘게 지속되는 독점체제가 ARM에게 독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50~100조 원에 인수한다고 하면 인수금액이 손해 볼 일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ARM의 성장은 더 좁은 길로 들어선다고 생각한다. 벤더 중립을 버리는 순간 ARM의 매력은 반감되고 여기에 삼성의 입김까지 들어간다면 더욱더 고객들의 반감을 사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현재가치는 그 정도가 맞지만 미래가치는 어느 회사에 인수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만약 삼성에 인수된다면 지금보다 더 성장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4장(삼성이 인수한다면 ARM은 어떻게 될까?)은 곧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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